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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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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ESG경영이 '선택 아닌 필수'인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4 09:58

류덕기 고려대학교 혁신공유대학 연구교수/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

류덕기

▲류덕기 고려대학교 혁신공유대학 연구교수/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


필자는 과거 20여 년 전에 국내 유명 대기업에서 해외마케팅 업무를 하던 시절에 상당히 많은 해외 출장을 다니곤 했다. 지금은 대학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교육을 하고 있으나, 당시는 자사 제품을 해외에 잘 팔아야 되는 일을 맡았는데, 소비재가 아닌 산업재 제품이라, 대형 회사들의 구매 담당자들을 만나는 전시회는 필수적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한때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 국제 전시회에 우리 회사는 부스를 차려놓고 찾아오는 유럽제국의 잠재 바이어들과 친분도 쌓으며 가격과 물량까지 흥정하며 우리 제품 팔기에 여념이 없었다.

당시 여러 손님 중에서 젊은 영국 아가씨와 한 대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외모로 보아 말단 신입사원 쯤 되어 보이는 구매 담당자이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당신은 구매할 때 가격이 더 우선이냐. 품질이 더 우선이냐"라는 흔하디 흔한 질문을 던져 보니, 대뜸 하는 소리가 남들과는 전혀 다르게 자기는 "모든 일에 있어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 제일 중요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가.

정말 생뚱맞은 답변에 나는 속으로 "어떻게 구매담당자가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이고 있을까" 하고 의아해하고 있는데, 이어서 한다는 소리가 "우리들의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지속 가능성" 이라고 말을 이으면서 다시 필자를 보고 "너희 회사가 ‘좋은 회사(Good company)’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달라" 고도 했다.

그때 만난 각국의 사람들 중에는 가격을 조금 더 깎으려는 사람, 품질이 우수하냐에 대해 의심하는 눈초리로 ISO 인증·CE인증·ASTM 인증 같은 것들을 보자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똑똑한 이 아가씨의 예상치 못한 발언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충격이었다. 필자가 20여년 지나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연구하고 있는 지금 생각하면 이 아가씨는 참 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

당시 한국 사회는 이러한 말을 처음 들었는데, 전혀 개념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요즘도 듣기는 듣고 하지만 그게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한국의 기업계에서도 강제로 하라니까 하고 있는 ESG 경영을 보니, 이미 유럽 선진국은 20여 년 전에 전 국민을 그렇게 교육시켰고 기업에게도 그런 문화가 확산되고 있었는데, 우리는 너무 늦게 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의 가장 본원적인 개념은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뜻하는 것이며, 지구가 지속해서 존재해야 우리 인류가 지속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 이 핵심 개념은 간과하고 파생 개념의 지속가능성(Going concern) 으로 간주하는 오류가 나오고 있다.

최근 우리 지구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탄소배출이 과다한 수준을 넘어, 온실 효과와 표면 온도 상승이 당초 대자연이 감당하는 수준을 넘었는 바, 지구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이상기후와 천재지변을 내뿜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지구위기인데도 이를 이해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사람의 몸이 체온 1℃만 더 올라도 심한 몸살을 앓는 것처럼, 지구도 현재 표면 온도가 1.1℃가 더 올라가 있으니, 이 육중하지만 예민한 몸체도 마치 몸살과 구토를 하듯이 이상기후가 나오건만, 이러다 더 지속되면 사람과 똑같이 생명이 위독할 판인데 우리는 과연 그럴까, 아직은 멀었지 하면서 몇 십 년의 시간만 허비해 왔음이 사실이다.

일부 선각자인 환경 전문가들이 경고하던 이 위기설에 대한 대비책을 이제는 기업계에게까지 동참하도록 반 강제로라도 부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까지 온 것이 바로 ESG 운동의 기본 취지인 것이다. 왜 기업에게 먼저 직접적으로 부과되는가에 대해서는, 1차 산업혁명의 확산된 지 약 200년 동안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한 주범이 바로 기업이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탄소 중립의 의무를 진 정부와 탄소경제 시대의 한 경제주체인 개인도 적극 이러한 활동에 동참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탈탄소화를 위해 기업부터 먼저 실천하며, 기업들 간에도 ESG 잣대를 들이대며 평가도 하고 거래도 하고 해서 지구환경을 살리자는 노력이 마땅한 것이다.

필자는 20여 년 전 영국의 한 구매 담당자로부터 ESG를 요구받은 것을 떠올리며,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모든 기업들이 주변의 각종 이해관계자들에게 사회적책임도 다하고, 투명경영도 적극 실천해서 과거보다는 한층 좋은 기업(Good company)으로 거듭나는 시점이 빨리 앞당겨졌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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