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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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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비정규직, 노동시장 유연화가 해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3 10:04

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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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공인노무사


민주노총이 총파업·총력투쟁을 선포하며 줄파업에 나선 가운데 25일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와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파업에 참여한다. 민주노총은 내년에 폐지 예정인 공무직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약속된 정규직 전환을 원칙대로 완료하는 등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진보와 보수 여부를 떠나서 오래된 난제로 남아있는 것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간극 내지는 차별의 문제이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기업의 모든 업무에 상시 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단기간 동안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한 경우에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전문인력이 내부에 있을 가능성은 낮고, 외주 제작을 맡길 경우에는 비용증가 또는 부수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임시적인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된다.

육아휴직이나 병가 등 정규직의 부재로 인한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서도 비정규직이 활용된다. 이 경우 기업은 자유롭게 기간을 설정하고 많은 고정비용을 들이지 않으며 별도의 교육 없이 고급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른 근무 환경의 변화가 점점 더 빨라지는 상황 속에서 기업이 고객의 니즈에 따라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거나 축소하기 위해서 유용하게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제도를 막무가내로 비난하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상적인 비정규직의 활용보다는 상시적인 업무를 하면서도 고용 불안과 정규직과의 차별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비정규직은 늘 계약갱신의 불안감을 겪으면서 계약 연장을 위한 본인의 가치 증명을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에 비해서 임금이나 복지가 현저히 낮은 경우도 많다. 이런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의 금지나 처우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비정규직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비정규직 문제는 간단히 고용형태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공부문에서는 더욱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 민간부문으로의 확산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민간기업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가 인건비 절감과 고용조정의 용이성이라는 점에서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아니하면 비정규직의 확대와 차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법률적 의미가 아닌 사회 통념상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과 대비되는 정규직의 의미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 핵심인력층으로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는 계층이다. 모든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영세 제조업체의 근로자는 정년보장을 약속받기 위해 투쟁하지 않는다. 근속기간뿐만 아니라 임금과 근로조건 복지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월함을 보장받는 핵심인력층에 대해서만 정규직이라는 개념이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러한 정규직에 대한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업의 선택은 핵심인력층을 최소화하여 줄이고 나머지 인력들을 비정규직화하는 방법뿐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실업의 문제를 손쉽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바람에 기업은 정규직의 고용을 주저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해법은 고용시장의 유연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전체 구직자의 관점에서는 역설적으로 고용시장의 유연화가 오히려 고용안정성을 가져 올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이 직면한 현실에 따라서 유연하게 고용상황을 변경할 수 있다면 굳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 차별 여부를 논할 필요가 없고 개인의 업무능력에 따라 정당한 차이를 두면 되는 것이다.

이는 공공부문과 민간에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 억울한 해고나 실업 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행정적인 구제절차와 국가의 복지정책 등으로 해결하면 된다. 국가가 기업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스스로의 역할에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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