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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
중동 지역은 우리나라와는 좋은 인연이 있다.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에 건설사들이 중동 진출로 인하여 벌어드린 막대한 소득으로 자동차, 조선 등 중화학공업을 일으켰다. 통일 신라 시대 혜초는 페르시아 지역인 파사국을 다녀왔으며,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무늬새긴 유리그릇’은 사산조 페르시아 계통으로 보고 있다. 고려 시대 벽난도에는 아라비아 상인들이 들어와 교역했다.
얼마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하마드 빈 살만(MBS)왕세자(국무총리)가 서울을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네옴시티(Neom City) 개발사업에 관하여 재벌그룹 회장들과 미팅했다. 요즘 네옴시티는 핫이슈다.
‘Neom’에서 ‘Neo’는 ‘New’이며, ‘m’은 아랍어로 ‘future’이다. 네옴시티는 ‘새로운 미래도시’다. 보수적 폐쇄국가인 사우디에서 혁신 도시인 네옴시티를 어디에 입지시키느냐는 매우 예민한 문제이다.
네옴시티는 구도시인 메카나 메디나 그리고 리야드와 멀리 떨어져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주 해상로인 홍해에 접하여 있고, 이집트, 요르단와 국경을 면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는 아카바만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다. 대만과 일본 큐슈 사이 위도인 북위 28도에 위치한다. 저지대는 덥지만, 고산지대는 추워서 스키도 탈 수 있다. 절묘한 입지이다.
네옴시티의 전체 면적은 2만 6500㎢로, 우리나라 수도권 면적(1만 1867㎢)의 2.23배다. 여기에 자급자족형 혁신도시인 ‘더라인(The Line)’, 그 북쪽 산악지역에 관광휴양도시인 ‘토로제나’, 남쪽 해안에 최첨단산업도시인 ‘옥사곤’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가히 일반인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거대 규모이며 변혁이다.
‘비전 2030’(2016)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문명적 혁명(civilizational revolution)’으로 명명했다. 더라인의 구상에 대해 ‘사막에 신기루 같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테크놀로지의 힘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다. 네옴시티를 하나하나 뜯어 보자.
첫째, 더라인은 콤팩트시티 개념을 가지고 있다. 더라인은 서울 인구에 버금가는 900만명 대도시인데, 이 대도시를 ‘도로도 없고 자동차도 없는(no roads, no cars)‘ 5분 보도 생활권(a five-minute walking distance)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길이 170km, 폭 200m의 도시 면적 34㎢(서울 면적의 5.6%)에 높이 500m로 하여 3.7㎡/인의 초고밀 도시를 건립하여 이동 거리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170km를 초고속 지하전철(시속 510km)로 20분 주파하겠다고 한다. 2030년 이전에 완공하겠다는 야심차고 거대한 문명적 실험인 더라인의 성과를 주목하게 만든다.
둘째, 더라인은 탄소중립도시를 목표로 한다. 초고층화·초고밀화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그만큼 자연 상태 땅의 훼손, 즉 생태발자국이 최소화된다. 저층화와 고층화 중 어느 쪽이 더 탄소중립적이냐에 대해 논쟁이 있으나, 고층화가 오히려 더 낫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500m 높이, 길이 170km인 양측 외벽의 면적(170㎢)에서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도시 면적 5배 규모의 대담한 구상이다.
셋째, 문제는 감시도시다. 네옴시티 시설물 관리 기업은 AI 도움으로 전력, 폐기물, 물, 의료, 교통, 보안 등의 시설을 관리할 계획이며, 주민들의 스마트폰, 집, 얼굴 인식 카메라 등에서 데이터가 수집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도시는 감시도시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백지 시위대’의 주장 중의 하나는 ‘도시 감시카메라 제거’였다. 개인 사생활 보호 및 안전 보장과 최상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가 아마도 사업 성패의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 중국판 감시도시가 중동에서 재판되지 않아야 한다.
요즘 우리사회에 중동지역이나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무슬림의 방한도 크게 늘고 있다. 사우디에게 다시 ‘낙타’를 타지 않기 위해서 남은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에게 피할 수 없는 현안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네옴시티를 통해서 한국과 사우디의 상생과 우정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