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성철환

cwsung@ekn.kr

성철환기자 기사모음




[이슈&인사이트] 주택시장 자금위기, 특단의 대책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8 10:09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2022112801001272800053511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주택을 건설하려면 땅을 사고, 공사비를 마련해야 한다. 땅을 사기 위해 빌리는 돈을 브릿지론(Bridge Loan)이라고 하고,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빌리는 돈을 ‘본 PF(project financing)’라고 한다. 최근 브릿지론과 본 PF를 조달하는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쌓이고 있다.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조달한 브릿지론은 단기자금이다. 그리고 은행보다는 주로 증권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신협 등 2차 금융기관에서 빌려주다 보니 금리가 높다. 따라서 시행사 입장에서는 고금리의 브릿지론을 빨리 상환하고, 금리가 낮은 본 PF로 바꿔야 한다. 토지매입이 마무리되고, 시공사도 결정되면 주택사업 위험이 많이 해소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참여하면서 대출금리가 낮아진다. 결국 주택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브릿지론이 제대로 공급되고, 브릿지론이 차질 없이 본PF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금융기관에서 브릿지론 공급을 중단하고, 기존 브릿지론을 본 PF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전환되더라고 금리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사업자체에 위협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토지매입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사업구조에 위험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갑작스런 금융환경 변화로 인해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주택사업 자체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자금조달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우량 사업장 조차도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근본원인은 주택시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결과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상황은 위험을 분산해서 함께 극복해야 한다.

멈춰있는 주택건설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연구원에서 매달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해서 발표한다. 주택사업을 하는 기업에게 향후 주택사업 전망이 좋아질지, 나빠질지 물어서 지수화 하는 작업이다. 지수값이 100이상이면 주택사업경기 전망이 좋아질 것이라고 해석하고, 100이하면 나빠질 것이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올 11월 전망치가 서울 48.9, 수도권 37.0, 지방 38.4다. 주택사업경기가 매우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흐름은 올 하반기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더니 11월들어서며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시장이 매우 어려웠던 2012년 수준이다.

위기인 것이다. 특히 주택사업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11월 주택사업자금조달지수가 37.3이다. 7월 이후 50~60을 횡보하더니 30선으로 떨어졌다. 2012년 수준이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그 시절만큼 지금 주택사업경기와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크다.

지금의 자금조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 되면, 주택사업자는 토지매입을 포기하고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브릿지론이나 본 PF를 일부 해준 금융기관도 피해가 발생한다. 기 대출자금에 대한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연체가 늘어나고 부실채권이 된다.

분양을 진행한 사업장이라면 준공이 되지 않고 부실사업장이 되면서 입주가 어려워져 수분양자 피해가 불가피하다. 결국 국민의 주거불안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금융환경 급변에 따른 자금조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민간이 주택사업을 포기하면 국민의 주거안정 실현을 위해 지난 8월에 발표한 정부의 주택공급 270만호 공급(인허가)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주택건설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를 단순히 건설사만의 문제로 보면 안 되는 이유다.

지금은 국가적 위기다. 주택시장과 주택건설사업자만의 위기가 아니다. 거시적 차원에서 주택시장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주택건설기업의 자금조달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 마련을 금융당국에 기대해 본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