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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설계부터 치열한 압구정 재건축 수주 쟁탈전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사 선정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해안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과 희림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기호 순)이 한판승을 벌인 결과 희림건축이 웃었지만, 과정이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용적률이 300%냐, 360%냐를 두고 진실공방전을 벌인 탓이 크다. 오세훈표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한 압구정3구역 재건축은 용적률 상한선이 300%인데 희림건축이 360%가 가능하다고 이를 제안했다. 이에 해안건축은 홍보기간 내내 홍보관을 폐관하며 조합에게 설계공모지침을 어긴 상대사 실격처리를 요구했다. 반면 희림건축은 공모기준에 인센티브를 적용해 용적률을 상향시킬 수 있다며 자사 설계홍보에 열을 올리니 조합원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재건축 현장이 혼돈의 도가니가 됐다. 앞서 서울시는 희림건축이 건축설계 공모 지침을 위반해 사기미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투표 전날에도 긴급 브리핑을 열어 압구정3구역 공모 절차를 중단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희림건축이 막판에 용적률을 360%에서 300% 하향 조정안을 제시했으니, 오히려 서울시에게 빌미만 잡혀 재공모를 해야 한다는 등 차후 진행을 더디게 만든 것이다.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조합은 이제 시공사 선정을 준비해야 하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공사 선정은 얼마나 더 치열할지 눈에 훤하다. 이미 지난해 용산 한남2 재정비촉진구역을 두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크게 한판 벌인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시공사로 선정됐던 대우건설이 고도제한(90m 이하)에 어긋나는 ‘118프로젝트’(높이를 118m까지 올리는)를 선보이며 이번 설계 수주전이 당시와 평행이론을 걷는 모습이다. 다만 이때는 서울시가 이렇게까지 강하게 개입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압구정 재건축은 국내 최고 명품단지로 탈바꿈하게 될 단지이기에 서울시가 강력히 제지에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당연히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님 또 다른 모종의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원칙을 지킨 설계사와 조합 편의성 극대화를 강조한 설계사의 싸움은 후자에게 돌아갔다. 이제는 향후 있을 신통기획을 적용한 압구정 1·4·5구역 설계사 선정과 그 이후에 있을 시공사 선정까지, 공정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수주전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김준현 ㅇㅇ

[EE칼럼]선제적이고 근원적인 기상재난 대응 서둘러야

유례 없는 긴 장마와 폭우로 너무나 안타까운 희생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이상 기후로 인한 재해와 피해가 갈수록 더 빈번하고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해양대기청의 환경정보센터가 발표한 ‘2022년 재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상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160억달러(약 274조원)으로 추산됐다.지난해의 피해규모는 2017년과 2011년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특히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초래한 대형재난은 1980년부터 2022년 사이에 연평균 7.9건이었지만 2018∼2022년으로 좁혀보면 17.8건으로 최근 5년 새 2배 이상 늘었고 이 기간 경제적 피해액은 595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2018년 이후 매년 평균 1191억달러(약 150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그 피해액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기상 재난은 뉴 노멀이 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올해만 해도 엘니뇨 현상으로 지구 온도가 평균 0.2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엘니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10월과 11월에는 기온이 이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관도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2~1983년 엘니뇨로 인한 이상고온으로 4조1000억 달러의 피해를 초래했으며 1997~1998년에는 피해규모가 5조7000억달러로 늘었다. 에니뇨가 발생했을 때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3% 정도 감소했고, 페루나 인도네시아 같은 열대기후 국가는 GDP가 10%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 변화로 인해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가뭄과 홍수, 산불 등이 일어나며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은 이미 언론 매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엘니뇨가 원자재나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결코 간과 할 수 없다. 기상재난은 유가,철,비철,금속 등에 타격을 준다. 특히 광산의 경우 집중호우 등으로 침수되면 채굴량이 줄어 수급에 영향을 준다. 칠레,페루 등 주요 구리·리튬 산지 등은 이로 인한 공급 차질이 자주 발생한다. 2019년 폭우로 칠레 국영 광산기업의 1분기 구리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나 줄었다. 한국 사발전사들은 인도네시아의 폭우로 석탄 공급에 차질 빚어 전력생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렇듯 기상재난은 에너지 공급에도 막대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원자재 수급은 물론이고 지금 처럼 장마가 장기간 지속되면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갈수록 악화하는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근원적이고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에너지분야에서 신개념의 에너지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의 취약성을 보완하면서 에너지의 공급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분야별로 세밀하면서 다양한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 신재생 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먼저 발전분야에서는 기존의 원전과 화력,태양광 및 풍력 등의 발전원과 함께 바이오메스, 양수발전, 소수력, 조력 발전 등의 다양한 발전원을 확보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 또 수송분야에서는 바이오 연료, 예컨대 바이오 디젤, 특히 바이오 에탄올 등의 대체연료를 적극 개발 보급해야 한다. 바이오 디젤 혼합비율을 5%에서 7%로 늘리기는 했지만 이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 바이오 에탄올도 중국, 인도, 미국 남미 등 거의 30개국에서 이용하고 있고 유럽의 항공사는 의무적으로 바이오 항공유 사용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조선분야에서도 이런 바이오 연료의 공급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 폐기물을 이용한 연료나 원료의 대체도 필수적이다.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이미 전 세계는 ‘순환경제’라는 슬로건 아래 광물 자산의 재활용(흔히 도시광산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의 이용 극대화와 사용최소화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탈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만들어 사용을 최소화 하려한다. 물론 한국도 동참하고 있다. 결론은 명확하다. 한국과 같이 에너지 공급이 취약한 나라 일수록 다양한 에너원을 확보해야 한다. 에너지원의 다양화야말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으로 부터 국민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유언대신 "청년들 잘 부탁한다"고 했다.에너지안보와 에너지원 확보는 미래의 청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지난 13일 오전(미국시간) 뉴욕으로부터 34쪽 분량의 판결문이 공개됐다. 암호화폐 ‘리플(XRP)’과 관련한 미국 감독당국의 소송에 대한 뉴욕 법원(판사 아날리사 토레스·Analisa N. Torres)의 판결 내용이다. XRP가 거래소나 알고리즘을 통해 일반투자자에 판매되는 경우 증권이 아니며,기관투자가에게 XRP를 직접 판매한 것은 증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소송은 2020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 랩스(Ripple Labs)와 CEO인 브래들리 갈링하우스와 공동 창업자 크리스천 라센 등 2명의 경영진이 XRP를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13억달러의 공모를 진행했다고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SEC는 XRP가 증권으로 분류돼야 하며 다른 증권과 동일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고,리플은 XRP가 증권이 아닌 디지털 통화라며 SEC가 XRP를 증권으로 간주할 수 있는 공정 고지(Fair Notice)를 제공하지 않았고 XRP를 비트코인, 이더리움과는 다르게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암호화폐 세계에서 이 소송은 3년 가까이 규제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전면에 부각시킨 사건이기도 하다. 법원은 하위테스트(Howey Test)에 따라 이 사건을 해석하고 XRP가 기관 투자자를 모집한 맥락에서는 증권으로 간주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증권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다. 하위테스트는 특정 거래가 투자 계약(Investment Contract, 증권의 일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946년 미국 대법원에서 판단한 기준이다. 판결에 대한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반응으로 XRP의 가치는 610원에서 1120원까지 80% 이상 뛰었고 여타 알트코인으로 파급되면서 매틱(Matic), 라이트코인(Litecoin), 솔라나(Solana) 등도 20% 안팎 동반 상승했다. 반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상승폭이 5% 이내로 대조를 보였다. 이번 리플 판결은 감독당국이 암호화폐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한 여러 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패소한 사건으로 기록되면서 암호화폐 산업에 주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금번 판결을 중요한 승리로 인식하면서 앞으로 도입될 모든 암호화폐 관련 규제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증권법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법적 선례로 현재 진행중이거나 향후 암호화폐 관련 다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이 판례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XRP를 포함한 여러 알트코인을 거래하는 거래소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투자자를 암호화폐 시장으로 끌어들여 수익성과 함께 변동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한편으로 SEC는 이번 판결로 부분적인 승리를 거두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면서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기존 접근 방식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리플 사례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리플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의 3년 가까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암호화폐인 XRP는 사실상 규제 기관의 엄격한 감독 아래의 증권이라는 족쇄에 얽매였다는 것이다. ‘법이 없는 곳에 자유가 없다’는 홉즈의 주장처럼, 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행사하는 데 있어 암호화폐 업체의 권리를 언제든지 침해할 수가 있다. 의회가 입법을 게을리하면서 명확하고 충분한 내용을 담은 법령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법원이 나서게 될 것이고 판사의 결정은 바뀔 수 있어 업계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헌법상 판사의 역할은 법을 해석하는 것일 뿐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암호화폐 규제(CryptoReg)는 대부분 전통적인 증권에 맞춰 설계돼 암호화폐의 고유한 특성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의 법령이 암호화폐의 잠재적 가능성과 잠재적 함정을 처리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보다 명확하고 포괄적이며 공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갖출 수 있도록 의회는 시급히 입법에 나서야 한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명확하고 포괄적인 법제는 혁신적인 분야가 번창하는 데 필요한 확실성과 안정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자를 보호하고 오용을 방지한다. 지금이야말로 암호화폐가 운영되는 일관된 툴을 제공해 권리와 책임을 정의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하는 한편 규칙을 집행하는 메커니즘을 확립해야 할 시점이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EE칼럼]빚더미 한전, 신재생에너지 비용 감당할 수 있나

재무상태가 극히 나빠진 한국전력이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전은 2012년부터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로 해마다 거액의 RPS 이행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RPS는 500MW 이상의 발전설비(신재생에너지설비는 제외)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올해 초 개정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RPS 의무공급 비율은 올해 13.0%에서 2026년 15.0%, 2030년엔 25.0%로 높아진다. 25% 목표 달성 연도를 당초 2026년에서 4년 뒤로 미뤘지만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이나 일조량, 풍량, 계통여건, 주민수용성 등을 고려할 때 이 목표 달성은 도전적이다. 현행 RPS 제도 아래서 발전사업자는 할당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거나 다른 신재생에너지 생산자로부터 인증서(REC)를 사들여야 한다. RPS 이행 비용은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입하는 한전이 1차적으로 부담한다. 이 비용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전기요금에 얹어 회수되는 게 맞지만 실제로는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한전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한전의 RPS 이행 비용은 2020년 2조31억원에서 지난해엔 3조 7507억원으로 2년 새 87.2%나 급증했다. 한전은 전력시장을 통해서 뿐 아니라 전력시장 외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한다.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자로부터 직접전력거래계약(PPA)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일정한 가격(SMP·계통한계가격)으로 구입해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물론 전력시장 외에서 자가용(BTM· Behind the Meter)으로 생산·소비되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은 한전이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한전이 부담한 PPA 이행 비용은 2020년 8980억원에서 지난해 3조 6054억원으로 2년간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과 SMP 급등이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이 경우 태양광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 부문 PPA의 99.6%(금액 기준)를 차지했을 정도로 태양광 에너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2020년에 kWh당 평균 68원이던 SMP가 지난해 200원선을 돌파할 정도로 급등해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정부는 급기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SMP상한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한전의 부담 증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뜩이나 한전은 송·변전 설비 등 계통 확충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올해 초 발표된 제10차 송·변전 설비계획을 보면 송전설비는 2036년까지 5만7681C-㎞로 2021년보다 1.6배 늘리는 것으로 돼 있어 여기에만 56조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하지만 막대한 적자와 부채를 짊어진 한전으로선 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벅차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아무리 늘려도 계통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전력이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공급될 수 없다. 특히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가 밀집된 호남지역은 송·변전 설비 부족 현상이 심각해 계통연계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접속 대기중인 설비만 수십 GW에 달한다. 전력당국은 계통확충이 미흡한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은 물론 기저전원인 원전의 출력 제한까지 실시하고 있다. 지난 봄철 전력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태양광 전력 공급이 급증해 송·변전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자 영광 한빛 원전의 출력을 10~25% 낮추기도 했다. 발전설비의 출력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경제적으로 손실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게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정격용량은 2023년 32.8GW에서 2036년에는 108.3GW로 증가한다. 3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설비 용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계통 확충이 불가피하다. 한전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가 192조8000억원, 부채비율이 459.1%에 달한다. 주가도 크게 떨어져 증시 시가총액이 13조여원으로 삼성전자의 33분의 1 수준인 13조여원에 불과한 한전이 계통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계통설비 투자가 저조할수록 전체 계통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전력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다. 결국 계통확충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전의 재무구조 정상화와 이를 위한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불가피하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기자의 눈] ‘AI 패권전쟁’ 시작…규제보단 지원 절실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열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 AI 패권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들이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실정은 지원보단 규제 일색이다. 지난 13일 정부는 민간기업과 처음으로 AI 관련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첫 파트너는 국내 기업이 아닌 글로벌 빅테크 공룡 ‘구글’이었다.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은 앞다퉈 축사를 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구글의 공동 인재 양성 추진 계획도 발표되는 등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대한민국을 향한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구글뿐만 아니라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도 한국 시장 공략을 시사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협력 확대와 인재 양성 지원은 환영할 일이지만, 취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오면서 내심 씁쓸했다. 막대한 기술력과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의 참전에 꺾여버린 토종 기업들의 사례를 이미 무수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시장이 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처럼 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자체 초거대 AI를 구축하고 킬러 서비스를 선보여야 ‘AI 식민지’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술 주권을 빼앗길 경우 데이터 국외 반출 우려, 비용 면에서 손해 발생 가능성도 제기한다. 앞서 국내 앱 생태계는 구글·애플의 수수료 인상에 한바탕 몸살을 앓았으며, 현재 챗GPT의 경우 영어보다 한국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비용 부담이 더 크다. 국내 AI 기술은 전 세계 6위, 초거대AI는 미국·중국에 이어 톱3에 들 만큼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 카카오 ‘코GPT’를 비롯해 LG, SKT, KT 등도 초거대AI를 개발 중이다. 이들 기업은 자국 서비스 경쟁력을 위해 ‘사명감’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무조건 외산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테니 지켜봐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 시장 진입을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AI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도 공공영역에서 국내 기업과 협업을 통한 투자 확대나 세제 혜택 등의 전략적인 지원은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업 때리기’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대한민국의 ‘AI 주권 확보’를 위한 대비책 마련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디리스킹과 ‘화이부동’의 한중관계 발전

트럼프 정부 이래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추진돼 온 미국의 공급망 분리 중심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정책이 지난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디리스킹은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나가자는 취지로 제안된 개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책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과 다양화를 추구하고 무역을 차단하지 않는다면서 디리스킹의 주요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와 배터리를 언급했다. 미국 정부가 첨단 산업분야 등에서 중국을 완전 배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물밑에서는 협상의 손을 내밀며 ‘중국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미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연이어 중국을 방문해 디리스킹을 강조하고 있다. 옐런 재무장관은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디커플링은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행할 수도 없다"고도 했다. 디리스킹으로 미중관계가 완화할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중국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만약 한중관계가 더 악화된다면 중국은 그간 한국에 대해 보복수단으로 써왔던 ‘수입 통제’가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수출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 카드를 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전통적인 라이벌 국가인 일본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상당히 냉담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큰 한국이 디리스킹 상황에 따른 새로운 전략을 전개해야한다는 것이다.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안미경중(安美經中)’과 같은 모호한 정책으로는 험난한 국제 정세를 헤쳐 나갈 수가 없다는 인식 아래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중국관계에서 강한 버팀목이 없으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그 정책기조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도 주변국이자 주요 교역대상국이므로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양국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 언급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으로 빚어진 경색국면이 좀처럼 호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4일 자카르타 아세안외교장관 회의에서 박진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간 회담이 한중관계 발전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강 외교부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왕이 위원이 대신 참석하면서 박진-왕이 회담이 이루어졌는데 ‘전랑외교’의 대표격인 친강 부장 대신 한반도문제 등 국제정세 전반을 꿰뚫고 있는 왕이 위원과의 회담이 오히려 양국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회담 개최 시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2차 시험 발사 도발(12일) 직후였다. 양측은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하자는 데 공감했다. 또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인적교류 확대,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 실질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양측은 한일중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한편으로 왕이 위원은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했고, 박진 장관은 한국은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왔고 이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대만문제와 관련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눈 여겨 볼 대목은 중국이 "한국과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협력하고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군자의 길을 추구하겠다"고 표명한 점이다. 사실, ‘화이부동’ 방식은 작년 8월 칭다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장관이 제안했는 데 이번에 왕이 위원이 화답함으로써 앞으로 새로운 한중관계 발전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 주재 총영사

[EE칼럼] 탄소시장 동맥경화 근원은 한전의 전력시장 독점

근래 들어 흔히들 탄소 배출권 시장이 온실가스 감축에 제 역할을 못한다고 평가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출권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정부가 대주주인 한국전력이 소매전력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매 시장이 경직돼 있다 보니 가격 인상요인이 있어도 적시에 전기요금을 올리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전기요금과 분리시켜 배출권 구매비용을 담은 기후환경요금이란 항목을 신설했지만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배출권 구매비용이야 객관적으로 나오지만,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각종 효율 개선 시설투자나 이를 위한 인건비 등 다른 모든 비용 요인은 투명하게 반영하기 어렵다. 발전사에게 온실가스를 자체 저감해서 배출권을 판매하도록 유도하기는커녕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배출권을 구매해서 써 버리고 소비자에게 기후환경요금으로 청구하도록 간편한 퇴로를 권장하고 있다. 이것이 배출권 수급 균형 불균형의 근본 원인이다. 한때 4만원 넘게 치솟았던 탄소 배출권 가격이 최근 일부 상품은 1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2050 탄소중립까지는 아니더라도 2030 감축목표도 벅찬 상황인데도 탄소배출권 가격이 이처럼 바닥을 기는 것은 2018년부터 도입된 배출권의 이월제한 (잉여 배출권을 미래 연도 사용을 위해 무제한 저축하는 것을 규제) 정책 탓이다. 기업들은 배출권이 남아도 묵혀두려는 경향이 커서 시장에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월제한 정책이 없으면 배출권 매물 공급이 부족해 가격 폭등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니 해당 규제를 풀 수 없는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배출권 수급불균형의 근본 해법은 일반인들이 거래하는 주식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보통 주식이라는 자산을 살 때는 가치의 증가, 곧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고 산다. 그럼 언제 주식을 매각할까? 전업 투기꾼처럼 가격 하락장에 배팅해 공매도라고 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도 있지만, 그런 방식을 제외한다면 결국 다른 투자처가 있다든가 생필품을 구매하는 등 실질적으로 현금이 필요할 때다.배출권 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단 할당을 받은 배출권을 기업들이 팔려고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첫째로, 전통적 ETS(Emission Trading Scheme)의 개념대로 온실가스 저감 비용이 배출권의 매각대금보다 저렴할 때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부분 에너지 효율이 최고 수준이므로 저감 비용이 배출권 매각대금보다 적기가 힘들어 조건이 성립되기 쉽지 않다. 더구나 향후 고효율 에너지 저감 사업이 진행될수록 추가적인 저감 잠재력이 더욱 줄어들어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둘째는, 온실가스 저감 비용이 상품가격에 쉽게 전가될 수 있을 때 배출권 매도수요 창출이 가능하다. 이것이 핵심이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들에게 모든 저감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탄소집약적인 제품을 쓰는 최종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제품에 대한 가격 부담을 늘려 수요를 줄임으로써 궁극적인 저탄소 사회로 나가자는 게 근본 취지다. 물론 일부 산업부문은 값싼 해외 제품들과 가격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쉽사리 탄소 저감가격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정부도 무상할당 여부를 결정할 때 해외무역집약도를 감안한다. 또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혹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G7을 정상회의에서도 언급한 기후클럽 등도 무역장벽화을 통해 가격 전가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발전전환 부문에서 발생한다. 한국은 해외와 전력 그리드로 연결이 안돼 경쟁에 노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가격 전가가 자유로워야 한다. 늘어난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전력 도소매 시장에 온전히 전가시켜 소비자 요금에 반영만 하면 된다. 오히려 발전사는 온실가스를 감축한 만큼 배출권을 매각해 수익 창출도 가능해진다. 발전사 입장에선 어차피 전기 판매가에 얹어 보전받을 수 있으므로 비록 비싸더라도 적극적인 감축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과정이 소매시장의 독점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물론 한전은 태생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는 않다. 때문에 지금도 고스란히 온갖 비용인상 요인을 온몸으로 혼자 막고 있는 고충을 100% 이해한다. 최근엔 고용된 근로자일 뿐인 임직원들까지 고통 분담을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강요하는 입장인 대주주로서의 정부도, 독점화된 시장이기 때문에 직접 민생을 보듬고 한전 경영합리화까지 감시해야 한다는 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결국 ‘변을 못 봐서 소화도 안되는’ 상황을 두고, 입맛이 까탈스럽다는 둥 표면적인 문제만 지적하는 상황이다. 말단의 전력 소매 시장으로 가격 전가가 막힘 없이 이뤄질 수 있게 관장(灌腸)을 해줘야, 근본적으로 업 스트림에 존재하는 탄소시장도 원활히 소화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 근본 원인을 외면하고 엉뚱하게 탄소 배출권 시장 자체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무지에서 오거나 혹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1군 발암물질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인공감미료 ‘아스파탐’ 공포가 쓸고 간 자리에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무(無) 아스파탐’을 내건 술 제조업체 마케팅이 등장한 것이다. 경쟁사가 아스파탐 대체제를 찾느라 분주한 사이 아스파탐 없는 술을 내걸고 홍보에 나선 일부 막걸리 제조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분류 관련 기사를 보도한 이래 일부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제품 홍보를 위해 무아스파탐을 강조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실제로 배상면주가는 지난 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7월 한 달 간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막걸리 전 품목을 1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며 프로모션 소식을 알렸다. 같은 날 편의점 CU와 손잡고 막걸리 신제품을 내놓은 더본코리아도 보도자료에서 "쌀과 물, 발효제 3가지 재료만을 사용했으며 아스파탐 등 감미료를 일정 사용하지 않아 쌀 고유의 담백한 단맛만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아스파탐을 뺀 막걸리를 이른바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로 삼은 점이다. 물론, 식품·유통가에서 발암물질로 낙인찍힌 아스파탐을 줄줄이 ‘손절’ 중인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노려 매출 확대에 나선 점은 현명하다. 다만, 이들 업체가 홍보하는 품목이 주류라는 점에서 역으로 소비자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술(알코올)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1군 발암물질’로 꼽힌다. 막걸리는 5도~11도에 이르는 알코올 도수를 지닌 엄연한 술이다. IARC는 발암물질을 그 위험도에 따라 1군·2군·3군으로 분류한다. 1군은 ‘확정적 발암 물질’로 가공육·술 등이 속하며, 발암성 측면에서 상관관계가 있다고 공인된 물질을 뜻한다. 아스파탐이 포함된 2B군은 발암 가능성은 있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물질을 의미한다. 등급만 보면 아스파탐이 1군 발암물질인 술보다 발암 위험도가 낮다는 말이다. 또, 과거 2B군으로 분류된 사카린나트륨과 커피가 각각 3군(발암성 여부를 판단할 증거가 없는 물질)으로 재분류되거나 아예 제외된 것처럼 추후 유해성 논란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아직 과학적 근거도 부족한 인공감미료를 발암물질로 악마화하고 소비자 혼선을 일으키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inahohc@ekn.kr조하니 기자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데스크 칼럼]

지난 11일 초복(初伏)에 서울과 대구에서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해묵은 찬반집회가 열렸다.서울 종로 보신각에선 ‘식용 종식(반대)’을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와 ‘식용 권리’를 주장하는 대한육견협회가 같은 장소에서 마치 견원지간(犬猿之間·개와 원숭이간 적대 관계)처럼 서로 헐뜯기 바빴다.대구에서는 동물보호단체가 전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개시장’을 빨리 폐쇄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대구 칠성시장 내 식용 개고기 도살시설과 철창살 개우리 등이 개고기 불법유통 및 혐오시설인 점을 강조하며 조기폐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개고기 식용 찬반 움직임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지만 양측의 주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럼에도 반려동물(반려견)을 키우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식용 반대의 여론이 더 많아지고, 개 식용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실제로 국내 민관 기관과 단체들이 참여한 ‘개 식용 문제 논의 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 ‘개고기 먹지 않는다’는 비율이 85%,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 없다’도 80%를 넘었다.사실 개고기 식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베트남 정도로 알려졌다. 중국과 베트남도 경제 성장과 함께 반려동물 인구 증가, 동물보호 인식 확대로 우리처럼 식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과 국가 차원의 식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추세다.우리나라의 경우, 개고기 식용은 가장 가까운 조선시대에 성행할 정도로 하나의 식문화로 받아들여졌고, 근대화를 거치면서도 1980년대 중반까지 복날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었다.그럼에도 개고기 식문화를 모든 국민이 선호하지 않았고,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일시적인 제한조치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반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 식용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 2005년 정부는 ‘식용건 위생관리 정책연구’를, 2008년엔 서울시도 조례로 개 식용 합법화를 추진했고, 그 해 여름부터 보신탕업소 위생검사를 하면서 ‘제도권 내 관리’를 통한 합법화를 용인했다.이렇듯 개고기 식용을 놓고 찬반 대립은 반복돼 왔고, 그럴 때마다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양측간 소모전만 이어져 오고 있는 형국이다.무엇보다 작금의 개고기 식용 논란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관련법의 모순된 조항을 수정하고 일원화시키는 작업을 애써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축산법으로는 엄연히 개를 가축으로 규정해 놓고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으로 가축에서 배제시키는 모순적용으로 사실상 개의 도살과 개고기 가공·유통을 양산하는 꼴이 돼 버렸다. 그런 상태에서 식품위생법으로 개고기가 식품원료가 아니라고 정의해 버려 개고기 식품을 만들어 파는 업소를 위법의 망에 걸려들게 했다.개(고기) 관련 법들마다 규정이 서로 배치되니 개 사육업자나 개고기 판매유통업자의 ‘왜 개고기만 금지시키려 하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대안도 없이 공방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행위다. 차라리 격년마다 개고기 식용 인식과 유통 시장 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토대로 개고기 식용사업의 축소·전환을 유도하길 제안한다. 개고기 산업은 사양산업이다. 반려견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넘쳐나고 있어 ‘관습상 보양음식’이 발 붙일 곳은 좁아지고 있다. 기존의 개고기 도살 및 유통 사업자들에게는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한시적 합법 운영을 허용해 비위생적, 비윤리적 도살과 유통 문제점을 해소해 일정 수준의 수익구조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다른 보양식품 업종으로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EE칼럼] 유연한 에너지 시장, 발칙한 꿈일까?

LNG 탱크가 꽉 찼다. 이른바 ‘탱크탑’이다. 빨리 탱크를 비우고 값이 싸진 LNG를 채우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가스공사나 LNG 직도입 자가용 발전회사나 지금 탱크를 채우고 있는 값비싼 LNG는 어떻게든 빨리 처분하고 보다 값싼 LNG를 채워 놓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발전용 LNG를 싸게 팔아치울 수 있어야 한다. 도시가스는 쉽지 않다.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이나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이 정해져 있어서 단기간에 여기서 판매량을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발전용을 싸게 처분해야 한다. 네거티브 가격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저부하 석탄발전 가격보다 싼 값에 팔겠다고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탱크에 꽉 차 있는 LNG를 매입가격보다 왜 싸게 처분해야 하는가. 언뜻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은 말이 된다. 기왕 사들인 LNG에 쓴 돈은 매몰비용이다. 이미 지불했거나 또는 어차피 지불해야 할 비용이다. 이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비용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매몰비용 건질 생각은 하지 말고 앞으로 가장 수익성 있는 일을 해야 한다. LNG 국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니 빨리 탱크를 비우고 날로 싸지는 LNG를 붙잡아서 탱크에 넣어 놓는 것이 좋다. 2020년 봄,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절, 미국의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있다. 코로나로 수송수요가 격감해서 기름 수요는 떨어졌고 전 세계적인 공급은 큰 변화가 없어서 탱크마다 원유가 가득 차 있었다. 이미 비싼 돈을 지불한 기존 원유재고를 빨리 팔아치워 탱크를 비운 다음 더 값싼 원유로 채우는 것이 중요했다. 결국 돈을 얹어 주고 탱크에 차 있는 원유를 팔아치우는 마이너스 원유가격이라는 기괴한 현상이 발생했다. LNG 탱크를 빨리 비우는 것이 우리 전력시장에도 좋은 일일까.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선 일시적이나마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될 수 있다. 전력시장 도매요금인 SMP를 결정하는 것은 발전용 LNG 가격인데, 가스공사와 LNG 직도입 회사가 LNG를 값싸게 발전회사에게 판다면 당장 SMP는 떨어질 것이고 한전의 구입전력 비용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가스 도입회사, 발전회사, 한국전력 그리고 소비자에게 다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혁명적 사고를 우리 전력산업과 가스산업이 감당할 수 있을까?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이런 과감한 결단을 하기는 어렵다. 일단 자체 감사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산업부의 부처감사는 물론 감사원의 감사도 무사히 배겨낼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국제 LNG 시세가 싸더라도 비싸게 사들인 것을 일부러 값싸게 처분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런 발상은 가스공사 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더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긴 하지만 비싸게 산 LNG를 값싸게 처분해 일시적 손해를 감당하는 일은 아직 우리 민간기업의 생리상 경영진이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다. 가스공사도 민간기업도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없는 배경에는 제도적 요인이 있다. 바로 전력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다. 현재의 전력시장은 비용평가풀(CBP)로 운영되고 있다. 비싸게 구입한 연료를 쓰고 있으면 발전한 전력을 싸게 팔고 싶어도 싸게 팔 수 없다. 오래전부터 필자는 빨리 비용평가를 벗어나서 가격입찰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담합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격입찰은 쉽게 도입되지 않고 있다. 가격입찰 시장이 성숙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나타났을 때 기민한 LNG 발전소는 아주 싼 가격으로, 심지어는 마이너스 가격으로 생산된 전력을 팔고 가스탱크를 비울 것이며 이를 더 싼 LNG로 채우려고 할 것이다. 현재의 공기업 체제와 전력시장은 이 같은 움직임을 수용할 만큼 제도적으로 유연하지 않다. 비전을 갖고 몇 년 내에 가격입찰을 시작한다고 출범했지만 지난 23년 동안 우리 전력시장은 비용평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결국 에너지 시장의 경직적 제도가 그 시장에서 움직이는 기업들의 창의력과 순발력을 제약하고 있는 셈이다. 유연한 에너지 시장, 발칙한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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