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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핵전쟁,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사용 여부에 대해 질문받자 "미국은 선제 타격의 개념을 갖고 있고 ‘무장해제 타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답했다. 무장해제 타격이란 상대국이 보유한 핵무기 같은 위협을 제거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해 선제 공격에 나선다는 뜻이다.최근 잇따라 발생한 러시아 본토 내 군사시설 공격 이후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다시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에도 핵무기와 관련해 선제 타격 개념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선제 핵공격을 감행할 경우 다른 핵강국들이 신속히 대응하고 나서면서 엄청난 재앙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새삼 주목받은 적이 있다. ‘플랜A’로 알려진 이 4분짜리 시뮬레이션 애니메이션은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충돌로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재앙을 각인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플랜A는 미 프린스턴대학의 연구진이 개발한 것으로 애초 2017년 공개됐다. 그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전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다시 주목받은 것이다.시뮬레이션 속의 핵전쟁 발단은 소름 끼친다. 비핵 재래식 충돌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먼저 나토군의 전진을 막기 위해 발트해 연안 칼리닌그라드 인근에서 경고 사격한다. 이에 나토군이 한 차례 전술 공습으로 응수한다.지난달 16일 나토 회원국 폴란드에서 미사일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하루만인 17일 우크라이나 방공체계에 의한 ‘우발적 사고’로 신속히 결론났지만 유럽이 처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과 없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나토는 집단방위체제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나토 조약 5조’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라도 공격받을 경우 모든 회원국을 공격한 것으로 간주해 다른 회원국들이 자동 개입과 함께 공동 방어할 수 있다. 나토 영토에 속하는 폴란드 내의 폭발 사고가 러시아와 연관이 있다는 징후가 조금이라도 발견됐다면 나토 조약 5조 발동까지 가지 않더라도 나토는 원하든 원치 않든 대응해야 했을 것이다.시뮬레이션에서는 러시아의 선제 핵공격 이후 5시간만에 340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랜A 개발진 가운데 한 사람인 프린스턴대학 기계항공공학과의 알렉스 글레이저 부교수는 지난 9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회견에서 나토와 러시아가 핵무기로 충돌할 경우 사망자 말고도 5590만명에 이르는 부상자까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 낙진 같은 기타 요소들이 제외된 수치다.양측 충돌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각각 인구가 가장 많은 상대측 도시와 경제 중심지 30곳을 표적으로 핵무기 5~10기씩 투하한다. 그 결과 의료시스템 붕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으로 인구와 식량생산은 광범위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인류가 재앙에서 회복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가늠할 수 없다.글레이저 부교수는 "일단 핵 문턱만 넘어서면 순식간에 전면 핵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핵전쟁 이후 수년 동안 이어질 핵겨울이 재앙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핵전쟁으로 결국 50억명이 넘는 인구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접촉은 축소돼왔다. 그러나 핵무장 국가들에 중요한 것은 공개 소통 창구 유지다. 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고 우발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핵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EE칼럼] 기후위기 대응 국제적 재원분담과 한국의 선택

지난달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기후변화총회(COP27)는 폐막일을 이틀이나 늦추면서 ‘샤름엘세이크 이행계획’을 채택했다. 이 이행계획은 파리협정의 주요 의제인 감축, 적응, 재원, 기술, 역량배양에 추가하여, 손실과 피해, 에너지, 해양, 산림, 조기경보, 정의로운 전환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행동계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여름 파키스탄에서는 이례적인 폭우로 국토의 ⅓이 물에 잠기고 1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영국에서는 50도 가까운 폭염으로 활주로가 녹고 철로가 뒤틀렸다. 우리나라도 지난 겨울에 때아닌 가뭄과 이상고온속에서 울진에서 9일간 산불이 계속되더니, 여름 들어서는 8월초 재난급 폭우가 닥치면서 서울 강남역 일대가 침수되며 하루 최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런 기상재해를 겪은 후 열린 때문인지 이집트 기후변화총회는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를 정식 의제로 채택했다. 그리고 ‘손실과 피해 기금(Loss & Damage Fund)’를 창설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을 이번 COP27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슈에서 항상 그렇듯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개도국이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명시한 지원 요청액은 2030년까지 5조8000억~5조 9000억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7700조 원이다. 재원 공여국 확대 논의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개도국의 지위 뒤에 숨기 어렵다. 이미 G20 회원국이며, 세계은행 기준 고소득국가(HIC)·주요 경제국(Major Economics)·온실가스 다배출 국가(Major Emitter) 등 여러 범주에 동시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 국가이며 동시에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국격에 맞는 재원 공여가 정답이다. 다만, 전략적인 집행은 필요할 것이다. 선진국이 주장했던 2025년 배출정점 문제는 이행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감축은 포함되었다. 또한 감축작업프로그램(Mitigation Work Program)을 신설하여,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강화하기로 하였고, 민간도 참여한 대화체(dialogue)를 구성하여 부문별 및 주제별 감축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도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NDC 달성을 위해 국내 이행 노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기업들의 해외 감축활동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의 주장과 같이 그린ODA(공적개발원조)를 ‘K-그린 파트너십(Green Partnership)’으로 국가 브랜드화할 필요가 있다. 이전 총회와 비교하여 이번 총회에서 많이 등장한 용어가 ‘정의(Justice)’였다. 현재의 기후변화가 과거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개도국의 주장이 큰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이제는 다시 ‘기후 정의’로 의미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번 총회에서도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하여 ‘정의로운 전환작업 프로그램’을 작성하기로 합의하였다. 또, 이전의 총회와 비교하여 ‘탈화석연료’ 논의가 강해졌다고 평가되고 있다. 국내외 화석연료 사업과 관련하여, 공적 금융 투입 제한 등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1992년 지구의 환경문제를 걱정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개최된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고 꼭 30년이 지났다. 200개 가까운 협약 당사국들은 매년 기후변화총회(COP)를 개최하고 있고,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을 채택한 바 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떠한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1992년과 비교하여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1992년 3억4000만 톤에서 2021년 7억 톤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배출량의 결과인 전 지구 온실가스 농도는 350ppm에서 420ppm으로 20% 상승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환경문제가 아니고 금융 문제가 되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1석 2조’의 지혜를 찾아야 겠다.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전의찬 세종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기자의 눈] 에너지를 둘러싼 정치논쟁 이젠 멈출 수 없다

에너지를 둘러싼 정치 논쟁이 점점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원자력 업계가 겪은 ‘탈원전’이라는 풍파를 윤석열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업계가 그대로 당하는 그림이다. 적어도 재생에너지 업계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감사와 보급 목표 축소, 의무화제도 폐지 예고 등으로 정치 탄압을 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나마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인 야당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 게 그들에겐 위안이다. 정권 교체를 두고 보자며 이번 정권만 버텨 보자는 분위기다. 이제는 이들에게 에너지를 정치논쟁으로 만들지 말라는 말이 의미가 있나 싶다. 차라리 이제는 이 정치논쟁 판을 인정하고 적절한 중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각 정권에서는 자기들 딴에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펼쳐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는 에너지정책을 펼쳤다. 현 윤석열 정부에서는 전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완전히 수정해 비효율적인 에너지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말한다. 각각의 에너지원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과장하고 단점을 숨긴다. 반대로 상대방 에너지원의 단점을 과장하고 장점을 숨긴다. 업계뿐만 아니라 언론과 학계 전문가들도 이에 동참한다. 에너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자신이 아닌 상대방 에너지원이다. 나는 합리적으로 에너지정책을 펼치고자 하는데 상대방은 이권을 지키기 위해 에너지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논리다. 이해관계에 따라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원전,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별로 서로 힘을 합치기도 싸우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갈등이 심했다. 이 둘은 서로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다. 하지만 모든 에너지원은 장점과 단점이 함께 있다. 에너지원별로 장점과 단점을 모두 포용하는 게 균형을 이루는 길이다. 화력과 원자력은 발전하는 비용이 저렴하다. LNG 발전은 전력이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전력을 공급해줄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연료를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현실은 한 에너지원의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을 덜 이야기하는 게 편하다. 취재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단소리를 하면서 쓴소리를 같이 하는 건 피곤하고 인기도 없다고 느꼈다. 단소리만 하고 싶은 유혹에 이끌리기 쉽다. 다른 에너지분야 전문가들과 기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에너지원별로 장점과 단점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균형을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원 간 정치싸움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목소리가 더 커지길 바란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EE칼럼] 미세먼지 저감 한·중·일 협력, 성과 내려면

겨울철에도 추위가 한풀 꺾일 때면 고개를 드는 것이 미세먼지 걱정이다.지난 1일 ‘제23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23)’가 화상회의로 열렸다.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는 매년 미세먼지 저감을 주요 주제로 다루는데, 올해에는 좀 더 확대된 미세먼지 저감과 탄소중립 달성, 순환경제, 생물다양성 보전 등 광범위한 주요 환경 현안과 앞으로의 협력방안이 논의되었다.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중일 모두에게 아무래도 가장 민감하고 주요한 정책은 탄소 중립과 관련된 부문인 듯 하다. 그 외의 부문에서는 한국이 주로 ODA(공적개발원조) 중심으로 기후 환경에서의 국제사회에의 기여를 강조했다면, 중국은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 의장국으로서 생물다양성 체계 채택을 강조하였고, 일본은 플라스틱오염 저감 방안과 협력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초미세먼지 감소 노력의 성과로 PM2.5 농도의 감소추세(2017년 25→ 2021년 18㎍/㎥)를 설명하면서 한·중·일 3국이 더 깨끗한 공기질을 원하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했다.국제 보건기구(WHO)가 지난해 9월 강화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미세먼지 권장 한도는 연간 평균 15㎍/㎥ 이하로, 24시간 기준 45㎍/㎥와 초미세먼지는 연간 5㎍/㎥ 아래로 하고, 24시간 기준 15㎍/㎥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장하였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 그러한 기준을 맞추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제안이었다고 본다.이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개별 국가가 처한 상황을 협력으로 풀어가는 것보다 공동의 이해가 걸린 공해 상의 해양 오염을 풀어가는 방식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해양 오염을 총괄하여 다루고 있는 유엔 산하의 국제 기구는 국제해사기구 IMO이다. 여기서 주관하는 해양오염방지협약 (MARPOL)에 따라 그간 공해를 운행하는 선박이 유발하는 6가지 주요 오염을 정하여 부속서를 통해 규제하여 왔고, 더 나아가 각 물질별로 보다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어야 하는 배출규제지역 (ECA)도 지정하고 있다. 선박으로부터의 대기오염 방지와 관련하여서는 오존층 파괴물질에 대한 규제,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 규제, 황산화물 배출 허용 규제, 휘발성 유기물 화합물 규제, 선박 연료유에 관한 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에 대한 부분도 채택이 되어서 전 지역에 적용 예정인데 기준 대비 새로 건설하는 선박에 대하여서는 2025년부터는 에너지효율설계지수를 30% 감소하도록 하고 있으며, LNG와 LPG운반선, 컨테이너선에 대하여서는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현재 운행하는 선박에 대하여서는 2023년부터 에너지 효율을 20% 이상 향상하는 것을 의무화하여 노후 선박을 혁신적인 신조선으로 대체할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또한 IMO는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유에 대하여 전주기 탄소배출 평가 방법론과 탄소 부담금 등의 시장 기반 조치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이러한 IMO의 해양 오염에 대한 대응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IMO 의 역할은 공해라는 어느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은 해양으로 모든 국가에 개방되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합의와 동의를 가지고 추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대기문제와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선박용 연료유에 대한 전주기 평가 방법이 채택되는 경우에 이는 개별 국가에 대한 차별적인 에너지 자원에 대한 입장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몽골과 같이 석탄이 풍부한 지역에서 대기/기후 친화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천연가스 사용이 강조되고 개발에 제한을 받는 것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될 수 있다.셋째, 각기 다른 국가적 우선 순위와 입장의 차이로 협력이 강조되는 분야에서 이산화탄소와 감축과 같은 분야가 점진적으로 국제간 규제와 관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넷째, 한중일은 3국 사이에 각국의 환경정책 현황과 발전 방향을 공유하고 지역 내 환경개선과 전 지구적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대기 부문은 협력의 수준을 넘어서는 탄소 중립이나 기후 환경 문제로 귀결되어 규제나 책임의 틀 안에서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전세계적인 강력한 규제와 관리에 대한 해법으로 글로벌 시장에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장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기회의 장에 빠르게 대응하여 주도권을 지켜가는 힘은 결국 우리 기업의 역량과 기업가 정신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이상호 칼럼] 범세계적 군비증강과 한국의 고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 여러 국가가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점령될 경우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공유해야 하는 폴란드의 경우 한국에서만 약 40조 원에 달하는 무기를 중장기적으로 구입하기로 하고 그중 구매가 확정된 FA-50PL 경공격기 구매 금액 4조1700억 원 중 30%인 1조 2000억 원을 선수금으로 납부하며 정시 납품을 독촉했다. 이는 통상 10% 정도의 선수금을 납부하는 관행을 깬 파격적인 행동으로 폴란드는 그만큼 신무기 도입이 절박한 상황이다. 한국은 함께 계약한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문을 계약 두달만인 6일 납품하며 폴란드의 기대에 부응했다. 독일의 134조 원 군비 증강안은 이미 의회를 통과했고 2024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루마니아는 2.5%로 증액을 목표로 하는 등 과거 러시아의 위성 국가였던 여러 동유럽 국가의 군비 증강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 무기와 장비의 성능이 예상보다 부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들 국가는 실전에서 기량을 발휘한 서방·나토 기준 장비로 빠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나 독일 등 전통적인 무기 수출 강국이 군비축소로 인한 생산 능력 저하로 여러 나라가 요구하는 장비를 정시에 공급하지 못하면서 북한과 대결을 염두에 두고 장기간 실전에서 검증된 우수한 무기체계를 개발해온 한국의 방산 업체가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일본도 지난 45년 동안 유지해온 방위비 ‘GDP 1%’ 룰을 깨고 2%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이 목표가 실현되면 일본 방위비 지출은 미·중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늘어난다. 특히 중국의 확대되는 위협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일본을 자극했다. 일본의 군비증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열도 머리 위로 (북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견해를 밝히면서 반대 의견을 나타내지 않았다.이미 세상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많이 험악해졌다. 팬데믹 기간 몸집을 불린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초래하면서 미·중 대결이 신냉전 구도로 발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밀접하고 북한과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들이 여기에 동참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위기 확산, 이란은 중동에서 전쟁 위기 조장과 자국민 탄압 등의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팬데믹 이후 경제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초래된 에너지와 식량 위기 및 고도의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으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동안 이들 국가는 서로 도우며 자신의 입지와 세력을 강화했다. 이런 도전에 대해 서방 여러 나라의 급격한 군비증강 노력은 당연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지금보다 국제사회 위기가 더 고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냉전이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의 대결이었다면 이번에는 미국·유럽·일본·한국 등 전통 강자 및 경제 대국이 한 축을 이루고 러시아·중국 및 이에 동조하는 이란과 북한 같은 힘 센 불량국가가 블록을 형성하여 대결하는 범세계적 세력 다툼이 될 것이다. 신냉전 시대 신 서방와 신 동방 세력이 격돌하는 양상이며 과거보다 더 첨예하게 대결하는 초냉전시대의 서막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초래한 유럽의 복잡한 동맹 구도가 전 지구로 확대된 모습으로 이 난해한 퍼즐이 꼬이면 제3차 세계대전이 촉발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신냉전 상황의 수혜자이다. 최근 급증한 방위산업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 부진한 한국 주요 산업 대신 어려워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의 지속적인 군사 기술을 향상과 전력 증강을 도와주는 긍정적인 요소이다. 이는 한국이 서방 세력권 안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확실한 서방의 일원이라는 확신은 없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발생하는 정체성 위기 때문이다. 이전 좌파 정부는 중국·북한을 추종하고 서방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배격했다. 이런 좌 편향 성향을 수정하려는 현 정부의 노력은 반정부 세력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범세계적 세력 대결의 최일선에 서 있다. 미래 인도·아시아지역에서 전쟁은 한반도를 불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6.25 한국전쟁에서 4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반도의 다음 전쟁은 이보다 훨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최선의 선택, 아니면 최악을 회피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지만, 정치 부재와 정쟁으로 항상 몸살을 앓는 한국이 어떻게 이런 위기를 회피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기자의 눈] 국민은 인질이 아니다

전국장애인연합회, 전국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대우조선해양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올해 유난히 이 세 단체를 두고 국민들의 볼멘 소리가 크다. 이들의 계속되는 행보가 "국민 삶을 볼모로 잡은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아도 부족한 마당에 이들이 외면과 질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들 행위가 당위성을 잃은 탓이다. 개인과 집단의 권리를 찾겠다고 시작했건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전장연은 정부와 국회에 목소리를 낸다면서 정작, 시위 장소는 시민의 발이나 다름없는 대중교통에서 진행했고, 그 기간만 어느 덧 1년이 됐다. 그것도 하필 하루의 가장 바쁘고 혼잡한 시간대인 출근시간대에 이뤄졌으니 몇 십분 씩 지연되는 전동차로 지각은 당연하고 누군가는 면접을, 누구는 일생일대의 시험을 볼 수 없게 됐다. 화물연대 파업도 14일이 지나고 있다. 민주노총 노조 중 일부는 비노조 회원들을 향해 쇠구슬을 던지며 폭력까지 행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누군가의 아버지는 다쳤고, 어느 가정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그 여파는 갈수록 확대돼 사업장 가동이 멈추고 재고는 출하되지 못한 채 쌓여간다. 정부가 추산하는 주요 산업 분야의 손실액만 3조5000억원이다. 결국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노조들은 기성세대의 무(無)논리 파업에 하나둘 떠나고 있다. 대형 사업자 노조도 사측 교섭을 택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현대제철 등 대형 사업장 노조들은 파업 대신 사측과 교섭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에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쯤 되니 이들의 목소리가 누구에게 향하는 외침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지만, 전장연과 화물연대 등의 행복 추구 방법이 구악(舊惡)을 벗어나지 못해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위나 파업의 행태가 바뀌어야 할 시기다. 앞으론 시대 착오적 사고에 나만의 권리만 추구하는 행위는 그 누구의 지지와 격려를 받지 못할 것이다. 국민 삶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명분과 당위성까지 얻을 합리적이면서도 세련된 행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은 그대들의 인질이 아니다.

[이슈&인사이트] 미 인플레 감축법, 반드시 수정돼야

지난달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가 여당인 민주당의 예상 밖 선전으로 마무리됐다. 민주당의 대표 정책이랄 수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운명에 이번 선거결과가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자국 우선주의 법안이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만들고 배터리도 자국 중심과 원자재까지도 중국을 배제하라는 노골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기존 국제 질서를 무시하고 미국 중심의 산업적 패러다임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마초식 법안’이라 할 수 있어서 각 국가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16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직후 발효된 법안으로 현대와 기아 전기차는 당장 약 10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서 판매가 급감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당연히 보조금을 받는 반면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기반으로 미국과의 경제동맹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배제되니 납득할 수 없는 행태다. 우리나라도 테슬라 차량에 대해 차별없이 보조금을 주고 있음을 볼때 세계 주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미 유럽이나 일본도 이 제도의 부당함과 위험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우리 정부는 이 제도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여 왔다. 특히 새로운 예외조항이나 특례조항 등의 개선은 어려운 만큼 최소한 3년 유예를 통하여 3년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개선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는 2025년 말이면 미국의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전기차가 생산되는 만큼 3년이면 충분이 제도의 충격파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예조항에서 우리나라만 예외적으로 취급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를 모두 포함시키면 명분이 충분하다. 미국으로서는 명분과 맹방을 고려하는 최소한의 정책적 개선으로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원자재에 대한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만의 원자재를 활용한 규정도 위헌적인 내용이 크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도 적지만 이 중에서 배터리 원자재를 제대로 갖춘 국가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비용은 소요물량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중 간의 경제갈등으로 인한 문제로 판단하면 미국과의 우방국 정도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고 전기차 보조금에서 빠져 있는 렌트나 리스차량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개선할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 IRA에 대한 문제점이 다양하게 제기되면서 유럽이나 일본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이 제도에 대한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였으며, 우리나라도 2차 개선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전 세계적 반응이 부정적으로 제기되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개선의 필요성을 직접 제기할 정도다. 하지만 법안에 대한 직접적인 개정은 불가하다고 언급한 만큼 얼마나 후속적인 작업이 진전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앞으로 수개월내에 미국이 납득할만한 개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법안을 통하여 자국이나 지역우선주의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유럽에서는 배터리 원자재법은 물론 자국 우선주의애 대한 법안 준비에 나서는 등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지난 2020년 이미 배터리 원자재 중 핵심 자재인 니켈 보유량이 세계 최대인 점을 무기로 원광석 수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반복되면 유럽을 중심으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더욱 다양한 ‘마초식 법안’으로 국제 사회가 보호주의 성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에너지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고, 중국도 자국을 노골적으로 우선시 하는 정책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현실이다. FTA기조를 흔들면서 보호주의적 성향이 커지면 결국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은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이 더욱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촉발시킴으로써 산업적 기반이 취약해질 우려도 크다.미국도 미래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자국 우선주의는 국익에 당장은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국 산업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역할로 돌아오게 됨을 성찰해야 한다. 미국이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돌아오기 바란다. IRA를 제대로 손보는 것은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EE칼럼] 고비용-저효율 에너지산업에 가격신호 작동하게

에너지 활용에서 한국의 효율성이 현저하게 뒤처져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9월 말 비상경제장관회의 자료에서도 정부는 한국의 에너지원단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1위임을 밝히면서 에너지 저소비-고효율의 경제구조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에너지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대다수 전문가는 공감한다. 특히 30조원에 육박하는 한전 적자가 원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 때문이라는 것은 우리 에너지산업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총량적인 비효율성이 첫 번째 문제라면, 에너지 자원의 구성과 밸런스 그리고 흐름이 비효율적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즉, 소비자가 부담하는 에너지 가격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 밖에도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가로막는 제약요인이 적지 않다. 일례로 한국형 1400MW 원전과 최현대식 석탄발전소를 건설해 놓고도 송전선이 없어 발전이 어렵다는 점은 정말 안타깝다. 그보다 먼저 전력의 소비가 수도권에 편중되고 생산은 반대로 남쪽 해안가에 몰려있어 전력의 배달 루트가 너무 멀고 막히기도 한다. 이른바 분산화가 안 되는 문제인데 전기요금이 전국적으로 동일할 때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소매 전기요금이 전국적으로 동일하다고 해도 데이터센터나 큰 공장과 같은 대용량 수용가가 개별적으로 발전소와 계약해서 전력을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면 분산화는 훨씬 쉽게 달성될 수도 있었다. 발전소 인근에서 싸게 전력을 공급받아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면 전력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었다. 즉, 소매요금이 경직적이라도 도매시장이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었으면 한정된 전력자원의 전체적인 활용도는 높았을 것이다. 에너지산업을 칸막이식으로 운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었다면 더 큰 효율성이 발휘될 수 있었다. 가스공사가 LNG 저장탱크 부지에 자연적으로 기화되는 LNG를 태워 발전할 수 있는 발전설비를 건설할 수 있었다면 효율적인 LNG 발전소를 전국에 여러 개 지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발전사업자가 자유롭게 LNG를 도입하고 재판매할 수 있다면 국내의 천연가스 자원은 훨씬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 남고 모자라는 물량을 처분하기도 쉬웠을 것이며 그 결과 LNG 발전소는 값싼 연료를 쉽게 구할 수도 있었으며 한전의 전력구입 비용을 낮춰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될 수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발전설비와 에너지 설비간의 인수합병(M&A)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끼리 또는 민간발전사와 발전 공기업간 자유롭게 설비를 사고팔 수 있게 되거나, 더 나아가서 가스공사와 발전회사가 발전설비와 저장탱크의 일부를 사고 팔거나 임대하는 것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도 꿈꿔볼 수 있다.논의를 정리하면 소매 전기요금이 가격규제에 묶이게 되면서 적정 이상으로 전력을 과잉소비하는 총량적 문제가 나타났으며 지역 차등요금이 실현되지 않아서 전력자원의 효율적 지역배분이 제한되었다. 전력의 현물시장 거래가 경직적이라면 계약시장 거래로 우회할 수 있도록 풀어 주었어야 하는데 이 또한 대용량 단위의 전력거래가 허용되지 않아 가격신호가 그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에너지산업의 칸막이식 규제는 효율적인 연료의 활용과 재판매 기회를 막게 되고 사업자간 경쟁압력이 발현될 수 없어 비효율이 방치되고, 구조화되고, 장기화되어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타성을 만들어 버렸다. 에너지 설비의 재산권에 대한 가격신호는 에너지 설비수명 현금흐름(life-time cash flow)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운영주체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과 같이 진입규제와 가격규제로 꽉 막혀 있는 에너지산업에서는 쉽지 않은 꿈이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고립된 ‘에너지 섬‘인 한국은 국내에서나마 효율적이고도 유연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신호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답이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차기 금투협회장에게

제 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각종 리스크에 휩싸인 만큼 차기 협회장의 어깨는 무겁다.협회장 후보들은 공통적인 공약으로 ‘위기 대응’을 앞세우고 있다. 맞다. 자본시장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증시 부진과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회사채 등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됐고, 회원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차기 협회장은 적극적으로 나서 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한 목소리와 대응책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유사 리스크 방지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회원사들이 타격을 입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위기 수습만큼 중요하다. 중장기적인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도 집중해야한다. 협회장 공모 지원자들은 모두 대체거래소(ATS) 설립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거래소 간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매매체결 서비스를 할 수 있어 투자자 편의를 높일 수 있고, 자본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어서다. 공모에 지원한 인사들만 보면, 누가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강면욱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이상 가나다 순)이 최종 지원한 상태다. 이들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수십년 관록을 자랑하는 인사들이다. 능력으로만 보더라도 금투협이 현재 추진 중인 과제들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금투협회장 선거 ‘유권자’라 할 수 있는 금투업계인들도 이번 선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 금투협 체제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큰 만큼 적극적인 금투협 체계가 구축되는 것을 원하는 모습이다.차기 금투협회장은 전문성 외에 회원사를 대표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금융당국과의 소통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길 바란다.

[이슈&인사이트] 미래도시 ‘네옴시티’의 빛과 그늘

중동 지역은 우리나라와는 좋은 인연이 있다.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에 건설사들이 중동 진출로 인하여 벌어드린 막대한 소득으로 자동차, 조선 등 중화학공업을 일으켰다. 통일 신라 시대 혜초는 페르시아 지역인 파사국을 다녀왔으며,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무늬새긴 유리그릇’은 사산조 페르시아 계통으로 보고 있다. 고려 시대 벽난도에는 아라비아 상인들이 들어와 교역했다. 얼마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하마드 빈 살만(MBS)왕세자(국무총리)가 서울을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네옴시티(Neom City) 개발사업에 관하여 재벌그룹 회장들과 미팅했다. 요즘 네옴시티는 핫이슈다. ‘Neom’에서 ‘Neo’는 ‘New’이며, ‘m’은 아랍어로 ‘future’이다. 네옴시티는 ‘새로운 미래도시’다. 보수적 폐쇄국가인 사우디에서 혁신 도시인 네옴시티를 어디에 입지시키느냐는 매우 예민한 문제이다. 네옴시티는 구도시인 메카나 메디나 그리고 리야드와 멀리 떨어져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주 해상로인 홍해에 접하여 있고, 이집트, 요르단와 국경을 면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는 아카바만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다. 대만과 일본 큐슈 사이 위도인 북위 28도에 위치한다. 저지대는 덥지만, 고산지대는 추워서 스키도 탈 수 있다. 절묘한 입지이다. 네옴시티의 전체 면적은 2만 6500㎢로, 우리나라 수도권 면적(1만 1867㎢)의 2.23배다. 여기에 자급자족형 혁신도시인 ‘더라인(The Line)’, 그 북쪽 산악지역에 관광휴양도시인 ‘토로제나’, 남쪽 해안에 최첨단산업도시인 ‘옥사곤’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가히 일반인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거대 규모이며 변혁이다. ‘비전 2030’(2016)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문명적 혁명(civilizational revolution)’으로 명명했다. 더라인의 구상에 대해 ‘사막에 신기루 같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테크놀로지의 힘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다. 네옴시티를 하나하나 뜯어 보자. 첫째, 더라인은 콤팩트시티 개념을 가지고 있다. 더라인은 서울 인구에 버금가는 900만명 대도시인데, 이 대도시를 ‘도로도 없고 자동차도 없는(no roads, no cars)‘ 5분 보도 생활권(a five-minute walking distance)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길이 170km, 폭 200m의 도시 면적 34㎢(서울 면적의 5.6%)에 높이 500m로 하여 3.7㎡/인의 초고밀 도시를 건립하여 이동 거리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170km를 초고속 지하전철(시속 510km)로 20분 주파하겠다고 한다. 2030년 이전에 완공하겠다는 야심차고 거대한 문명적 실험인 더라인의 성과를 주목하게 만든다. 둘째, 더라인은 탄소중립도시를 목표로 한다. 초고층화·초고밀화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그만큼 자연 상태 땅의 훼손, 즉 생태발자국이 최소화된다. 저층화와 고층화 중 어느 쪽이 더 탄소중립적이냐에 대해 논쟁이 있으나, 고층화가 오히려 더 낫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500m 높이, 길이 170km인 양측 외벽의 면적(170㎢)에서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도시 면적 5배 규모의 대담한 구상이다. 셋째, 문제는 감시도시다. 네옴시티 시설물 관리 기업은 AI 도움으로 전력, 폐기물, 물, 의료, 교통, 보안 등의 시설을 관리할 계획이며, 주민들의 스마트폰, 집, 얼굴 인식 카메라 등에서 데이터가 수집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도시는 감시도시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백지 시위대’의 주장 중의 하나는 ‘도시 감시카메라 제거’였다. 개인 사생활 보호 및 안전 보장과 최상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가 아마도 사업 성패의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 중국판 감시도시가 중동에서 재판되지 않아야 한다. 요즘 우리사회에 중동지역이나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무슬림의 방한도 크게 늘고 있다. 사우디에게 다시 ‘낙타’를 타지 않기 위해서 남은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에게 피할 수 없는 현안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네옴시티를 통해서 한국과 사우디의 상생과 우정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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