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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유례 없는 긴 장마와 폭우로 너무나 안타까운 희생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이상 기후로 인한 재해와 피해가 갈수록 더 빈번하고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해양대기청의 환경정보센터가 발표한 ‘2022년 재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상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160억달러(약 274조원)으로 추산됐다.지난해의 피해규모는 2017년과 2011년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특히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초래한 대형재난은 1980년부터 2022년 사이에 연평균 7.9건이었지만 2018∼2022년으로 좁혀보면 17.8건으로 최근 5년 새 2배 이상 늘었고 이 기간 경제적 피해액은 595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2018년 이후 매년 평균 1191억달러(약 150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그 피해액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기상 재난은 뉴 노멀이 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올해만 해도 엘니뇨 현상으로 지구 온도가 평균 0.2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엘니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10월과 11월에는 기온이 이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관도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2~1983년 엘니뇨로 인한 이상고온으로 4조1000억 달러의 피해를 초래했으며 1997~1998년에는 피해규모가 5조7000억달러로 늘었다. 에니뇨가 발생했을 때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3% 정도 감소했고, 페루나 인도네시아 같은 열대기후 국가는 GDP가 10%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 변화로 인해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가뭄과 홍수, 산불 등이 일어나며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은 이미 언론 매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엘니뇨가 원자재나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결코 간과 할 수 없다. 기상재난은 유가,철,비철,금속 등에 타격을 준다. 특히 광산의 경우 집중호우 등으로 침수되면 채굴량이 줄어 수급에 영향을 준다. 칠레,페루 등 주요 구리·리튬 산지 등은 이로 인한 공급 차질이 자주 발생한다. 2019년 폭우로 칠레 국영 광산기업의 1분기 구리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나 줄었다. 한국 사발전사들은 인도네시아의 폭우로 석탄 공급에 차질 빚어 전력생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렇듯 기상재난은 에너지 공급에도 막대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원자재 수급은 물론이고 지금 처럼 장마가 장기간 지속되면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갈수록 악화하는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근원적이고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에너지분야에서 신개념의 에너지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의 취약성을 보완하면서 에너지의 공급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분야별로 세밀하면서 다양한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 신재생 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먼저 발전분야에서는 기존의 원전과 화력,태양광 및 풍력 등의 발전원과 함께 바이오메스, 양수발전, 소수력, 조력 발전 등의 다양한 발전원을 확보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 또 수송분야에서는 바이오 연료, 예컨대 바이오 디젤, 특히 바이오 에탄올 등의 대체연료를 적극 개발 보급해야 한다. 바이오 디젤 혼합비율을 5%에서 7%로 늘리기는 했지만 이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 바이오 에탄올도 중국, 인도, 미국 남미 등 거의 30개국에서 이용하고 있고 유럽의 항공사는 의무적으로 바이오 항공유 사용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조선분야에서도 이런 바이오 연료의 공급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 폐기물을 이용한 연료나 원료의 대체도 필수적이다.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이미 전 세계는 ‘순환경제’라는 슬로건 아래 광물 자산의 재활용(흔히 도시광산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의 이용 극대화와 사용최소화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탈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만들어 사용을 최소화 하려한다. 물론 한국도 동참하고 있다.
결론은 명확하다. 한국과 같이 에너지 공급이 취약한 나라 일수록 다양한 에너원을 확보해야 한다. 에너지원의 다양화야말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으로 부터 국민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유언대신 "청년들 잘 부탁한다"고 했다.에너지안보와 에너지원 확보는 미래의 청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