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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
재무상태가 극히 나빠진 한국전력이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전은 2012년부터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로 해마다 거액의 RPS 이행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RPS는 500MW 이상의 발전설비(신재생에너지설비는 제외)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올해 초 개정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RPS 의무공급 비율은 올해 13.0%에서 2026년 15.0%, 2030년엔 25.0%로 높아진다. 25% 목표 달성 연도를 당초 2026년에서 4년 뒤로 미뤘지만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이나 일조량, 풍량, 계통여건, 주민수용성 등을 고려할 때 이 목표 달성은 도전적이다.
현행 RPS 제도 아래서 발전사업자는 할당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거나 다른 신재생에너지 생산자로부터 인증서(REC)를 사들여야 한다. RPS 이행 비용은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입하는 한전이 1차적으로 부담한다. 이 비용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전기요금에 얹어 회수되는 게 맞지만 실제로는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한전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한전의 RPS 이행 비용은 2020년 2조31억원에서 지난해엔 3조 7507억원으로 2년 새 87.2%나 급증했다.
한전은 전력시장을 통해서 뿐 아니라 전력시장 외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한다.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자로부터 직접전력거래계약(PPA)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일정한 가격(SMP·계통한계가격)으로 구입해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물론 전력시장 외에서 자가용(BTM· Behind the Meter)으로 생산·소비되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은 한전이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한전이 부담한 PPA 이행 비용은 2020년 8980억원에서 지난해 3조 6054억원으로 2년간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과 SMP 급등이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이 경우 태양광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 부문 PPA의 99.6%(금액 기준)를 차지했을 정도로 태양광 에너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2020년에 kWh당 평균 68원이던 SMP가 지난해 200원선을 돌파할 정도로 급등해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정부는 급기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SMP상한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한전의 부담 증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뜩이나 한전은 송·변전 설비 등 계통 확충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올해 초 발표된 제10차 송·변전 설비계획을 보면 송전설비는 2036년까지 5만7681C-㎞로 2021년보다 1.6배 늘리는 것으로 돼 있어 여기에만 56조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하지만 막대한 적자와 부채를 짊어진 한전으로선 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벅차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아무리 늘려도 계통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전력이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공급될 수 없다. 특히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가 밀집된 호남지역은 송·변전 설비 부족 현상이 심각해 계통연계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접속 대기중인 설비만 수십 GW에 달한다. 전력당국은
계통확충이 미흡한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은 물론 기저전원인 원전의 출력 제한까지 실시하고 있다. 지난 봄철 전력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태양광 전력 공급이 급증해 송·변전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자 영광 한빛 원전의 출력을 10~25% 낮추기도 했다. 발전설비의 출력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경제적으로 손실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게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정격용량은 2023년 32.8GW에서 2036년에는 108.3GW로 증가한다. 3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설비 용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계통 확충이 불가피하다.
한전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가 192조8000억원, 부채비율이 459.1%에 달한다. 주가도 크게 떨어져 증시 시가총액이 13조여원으로 삼성전자의 33분의 1 수준인 13조여원에 불과한 한전이 계통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계통설비 투자가 저조할수록 전체 계통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전력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다. 결국 계통확충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전의 재무구조 정상화와 이를 위한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