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제(디지털 치료기기·DTx)’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신속허가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밝혀 디지털 치료제의 상용화가 빨라질 전망이다.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오는 9월 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제1차 디지털 헬스케어 글로벌 역량강화 세미나’를 연다. 이 세미나는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에게 글로벌 시장동향과 지원방안을 설명하는 자리로, 올해 말까지 3차례에 걸쳐 각기 다른 주제로 열린다. 이번 제1차 세미나의 주제는 ‘디지털 치료제’다. 김주영 디지털치료제산업협회(DTA) 회장 등이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사례를 비롯해 해외진출 전략, 해외진출 지원 현황과 전망 등을 발표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1일 발표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에서 기존 분류체계에 속하지 않은 신기술 의료기기를 품목 고시 전에 빠르게 제품화하는 ‘디지털 헬스기기 신속분류제도’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어 1차 세미나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디지털 치료제’는 앱·게임·가상현실(VR) 등 소프트웨어 형식의 의료기기를 말한다. 온라인게임 등을 하면서 환자의 운동·언어·인지 장애 등 치료하는 방식으로 ‘의학적 장애 또는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한 고품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의해 구동되는 증거 기반 치료 개입’이라고 정의된다. 기존 약물 치료제로 치료하기 어려운 알코올 등 약물중독과 신경질환, 정신질환은 물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알츠하이머, 2형당뇨, 암, 폐렴, 심뇌혈관 질환, 비만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활용한 ‘행동중재’를 통해 치료한다는 점에서 직접 인체에 전기·자기장·초음파 자극을 가해 치료하는 ‘전자약’과 구별된다. 또한 혈압측정기 등 의료기기가 아닌 디지털 기기를 모두 아우르며 의료기술과 ICT기술의 결합을 의미하는 포괄적 개념인 ‘디지털 헬스케어’와도 구분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임상·허가·승인 등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해외에서는 지난 2017년 마약·알코올 등 약물중독 환자의 인지행동치료를 돕는 미국 페어테라퓨틱스社의 애플리케이션 ‘리셋’이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이래 미국에서만 60여개 제품이 승인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를 받거나 상용화된 디지털 치료제가 없다. 그러나 업계는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은 지난 2020년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236억달러(약 32조원)로 연평균 2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시 지난 6월 한종현 동화약품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디지털헬스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IT기업·대학 등과의 협업 방식으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6월 KT와 손잡고 가톨릭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DTx 전문 자회사인 ‘디지털팜’에 합작투자를 결정, 알코올 등 약물중독관련 DTX와 ADHD 전자약 상용화에 본격 나섰다. SK바이오팜은 지난 5월 SK㈜와 함께 미국 디지털 치료제 기업 ‘칼라 헬스’에 공동 투자를 단행했고,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해 국내 인공지능(AI) 기업 메디컬아이피에 투자하며 디지털 치료제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에서는 웰트(불면증), FNI코리아(약물중독) 등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10여개 디지털 치료기기가 임상 단계에 있으며, 이르면 연내에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가 탄생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 외에 의료보험 수가를 받기 위한 신의료기술 평가 절차 마련,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인식 개선 등이 수반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kch0054@ekn.kr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비디오게임 형태의 아동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디지털 치료기기 ‘엔데버RX’의 게임 장면 캡쳐. 사진=아킬리 인터렉티브 홈페이지지난 6월 17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왼쪽)이 김대진 디지털팜 대표(가운데), 송재호 KT 부사장과 디지털팜 출범식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한미약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