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코로나19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국내 화장품업계 쌍두마차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재도전에 나섰다. 아직 해외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만큼 브랜드 재정비와 마케팅 강화로 중국 소비자 공략에 나선 것이다. 4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최근 설화수 최고급 라인 ‘진설’을 신설하고 중국 시장부터 첫 선보였다. 제품 용기를 달항아리처럼 표현해 예술성을 더한 게 특징으로,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제품 출시를 맞아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설화수 글로벌 홍보대사인 배우 틸다 스윈튼 등 300여명 유명 인사를 초청한 대규모 행사인 만큼, 중국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을 기점으로 하반기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현지 마케팅에 나선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다. 특히, 하반기 중국 정부의 방한 단체여행 허용 등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서 아모레퍼시픽이 다시 중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미국 등 시장 확장 노력에도 아모레퍼시픽 전체 해외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액(3723억원) 중 아시아 매출(2852억원)은 76.6%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중국 매출만 1426억원으로 절반에 가깝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확대를 위해 북미·일본 등 다른 해외 시장을 키우는데 집중해 왔으나 중국 시장을 포기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난달 4일 창립78주년 기념사에서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반드시 이뤄내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도 하반기 들어 중국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북미 사업에 집중하며 지난 2분기 매출이 1572억원으로 전년(1301억원)보다 20.8% 늘어난 것과 달리 중국 매출은 1957억원에서 1981억원으로 3.4% 줄면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LG생활건강은 현지 소비자로부터 인기가 높은 상품을 새 단장하고, 이를 계기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등 고객 관심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럭셔리 브랜드인 ‘더 히스토리 오브 후(더후)’ 천기단 라인을 13년 만에 리뉴얼하고 중국에서 첫 선보였다. 지난 2010년 1월 출시된 더 후는 2021년 회사 화장품 매출의 66%를 차지하는 주력 브랜드였지만, 중국 시장 침체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8% 줄어든 상태다. 이번 천기단 리뉴얼 시작으로 LG생활건강은 브랜드 주요 타깃 확장을 위해 향후 더후 라인별로 리브랜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시장에서 마케팅도 공들이고 있다. 지난 9월 초 중국 상하이에서 천기단 리뉴얼과 연계한 홍보 행사도 열었는데, 운영 첫 날에만 프로모션으로 준비한 샘플 400개가 모두 소진됐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LG생활건강 중국에서 대규모 행사를 연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오는 국경절 기간 프로모션으로 선케어 제품·클렌징폼·쿠션 30%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일부 면세점 매장에서 면세전용 세트 품목 30% 할인 행사도 펼쳐 현지 수요 잡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nahohc@ekn.kr설화수 진설, 더후 천기단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 진설 라인 제품, LG생활건강의 ‘더 후’ 천기단 제품. 사진=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