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 속 반도체 추가 상승 여력 ↑
역사적 고평가 구간 진입, 추매는 부담

▲사진=BNK투자증권
국내 주식 시장을 견인해온 반도체주가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에 상승 랠리를 멈췄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두 갈래로 갈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모멘텀 강화에 무게를 두는 낙관론과, 역사적 밸류에이션 부담을 경계하는 신중론으로 나뉜다.
“무역분쟁에도 주도주는 이긴다"…이익 모멘텀에 베팅한 낙관론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 4%대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시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1%대 하락세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 분쟁 우려가 재점화 되자 지난 10일(현지 시각) 뉴욕 주식시장 3대 지수가 급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주도 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당시 코스피 전 업종이 하락했지만, 이후 한 달 만에 기계·조선·방산 중심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결국 주도주에 올라타는 것이 변동성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판단이다.
올 들어 반도체주는 코스피 상승분의 대부분을 견인했다. 지난 10일 현재 삼성전자는 연초 대비 77%% 가까이, SK하이닉스는 150% 이상 올랐다. 지난달부터는 외국인 순매수의 70% 이상이 두 종목에 집중되며 사실상 '반도체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도주를 사는 것"이라며 이익 모멘텀이 뚜렷한 반도체 업종 중심의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도체업종 주가는 54% 상승한 상태다. 과거 사이클을 감안하면 최소 4%, 많게는 36%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도체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 전체의 30%, 순이익 비중이 33%에 달한다. 반도체 업종의 상승 폭이 확대될 경우 코스피 지수는 최대 11%, 4000포인트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상승 기대는 이익 증가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다. 하나증권은 2024~2026년까지 국내 반도체 업종이 3년 연속 순이익 증가 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순이익이 3년 연속 늘었던 2016~2018년에는 업종 주가가 90%, 2020~2022년에는 58% 상승했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사이클 역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과열 신호 감지"…밸류 부담에 고점 경계론
일각에서는 반도체 랠리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업종의 상대 강도는 코스피 대비 80(RS : Relative Strength) 수준에 근접해 있는데, 이는 과거 IT·소재·인터넷 등 주요 버블 국면과 유사한 수준이다. 시장 내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단기적인 과열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BNK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6배로 2017~2018년 반도체 '빅사이클' 당시 기록한 최고치(1.44배)를 이미 넘어섰다.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 유입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 1월(1.79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고점권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단기 차익 실현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의 성장주 과열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성장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99년 IT버블 당시 수준을 상회하며 역사적 고점대에 머물러 있다. 밸류에이션 지표(PER·PBR·PSR) 전반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성장주 전반의 조정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한국 반도체 업종의 상대 강도가 미국 성장주와 거의 동일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향후 국내 반도체 주가도 글로벌 성장주 조정 흐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12개월 선행 PBR이 기업실적 전망과 유동성 등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주가 고점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현 수준은 역사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 구간에 진입한 상태"라며 “이성적인 투자자라면 추격 매수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