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비전 감시 카메라 시리즈. 사진=한화비전 아메리카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한화비전이 약 6년 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차세대 '줌 렌즈계' 기술 특허를 최종 확보했다.
이번 기술 특허는 빛이 거의 없는 극한의 저(低)조도 환경이나 가시광선을 넘어선 근적외선(NIR) 영역에서도 이미지의 선명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게 핵심이다. 또한, 한화비전이 '글로벌 비전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이자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자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13일 본지 취재 결과, 한화비전은 지난 10일 특허청으로부터 줌 렌즈계 특허(출원 번호 10-2020-0030383)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특허의 핵심은 기존 광학 기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설계 철학에 있다.
현대의 고성능 촬영 장치는 주간의 풍부한 광량뿐만 아니라 야간이나 실내 등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고품질의 이미지를 요구받는다. 기존 렌즈 시스템은 저조도 환경에서 광량이 부족해 이미지에 노이즈가 증가하고 피사체의 세부적인 식별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물리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또한, 주간용 가시광선 영역과 야간 감시용 근적외선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넓은 파장 대역에서 색수차(Chromatic Aberration)와 같은 각종 수차(Aberration)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 역시 광학 설계의 오랜 난제였다.
한화비전은 특허공보를 통해 발명의 효과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광량이 적은 경우에서도 노이즈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해 선명한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는 밝은 줌 렌즈계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가시광대역에서 근적외선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빛을 이용해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24시간 전천후 감시가 필수적인 스마트 시티나 국가 중요 시설 보안 시장에서 요구하는 핵심 성능을 정면으로 겨냥한 기술 개발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 기술의 잠재력은 전통적인 보안 시장을 넘어선다. 가시광선부터 근적외선까지 넓은 파장 대역에서 일관된 고성능을 유지하는 능력은 특정 파장에서만 나타나는 결함을 검출해야 하는 산업용 정밀 검사나 식물의 생육 상태를 분석하는 스마트 농업, 조명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신뢰성 있는 인지가 필수적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자율 주행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때문에 이는 폐쇄 회로(CC) TV 제조사를 넘어 폭넓은 '비전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나아가려는 한화비전의 기업 정체성과 일치하는 기술적 방향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를 가능케 한다.
혁신의 중심, '굴절률 2.0'을 넘는 특수 렌즈의 비밀

▲근적외선(NIR) 영역에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3군 줌 렌즈계 도면. 사진=한화비전 제공
이 특허 기술은 렌즈를 구성하는 소재에서 출발한다. 특허의 요약과 청구항 1에서는 '상기 접합 렌즈 중 어느 하나의 렌즈의 굴절률은 2.0 보다 큰 줌 렌즈계'라고 정의하고 있어 곧 해당 물리적 특성을 가진 '특수한 소재'의 사용을 전제한다. 광학에서 렌즈의 굴절률(nd)은 빛을 꺾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더 적은 곡률로도 빛을 강하게 굴절시킬 수 있다.
굴절률 2.0은 일반적인 광학 유리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매우 높은 수치로, 특수한 희귀 소재나 첨단 신소재를 통해서만 구현 가능하다. 이러한 고굴절률 소재를 사용하면 렌즈의 두께와 크기를 줄여 전체 줌 렌즈 시스템의 소형화·경량화를 달성할 수 있고, 렌즈 표면의 곡률을 완만하게 설계하면서도 높은 광학 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 구면수차 등 각종 수차를 보정하는 데에 유리하다.
한화비전은 고굴절률 렌즈를 포함한 삼중 접합 렌즈(Triplet Cemented Lens) 설계를 제안하며 색수차 보정 능력을 극대화했다. 이는 한화비전의 소재 과학과 생산 기술력이 결합된 결과물임과 동시에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학 성능의 극대화…정밀 수치로 설계된 균형
해당 특허는 고굴절률 렌즈 외에도 전체 렌즈 시스템의 균형을 잡기 위한 다수의 정밀한 설계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청구항 2에서는 제1 렌즈군의 첫 번째 렌즈와 두 번째 렌즈의 아베수(Vd, 빛의 파장에 따른 굴절률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색 분산이 큼)를 각각 '47 미만'과 '17 이하'로 규정한다. 이는 광각(Wide-angle) 영역에서 발생하는 색수차와 왜곡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정교한 처방이다. 또한 청구항 9에서는 제3 렌즈군을 구성하는 볼록 렌즈와 오목 렌즈의 아베수 비율(Vd31/Vd32)을 '1.08 미만'으로 제한하는데, 이는 망원(Telephoto) 영역에서 발생하는 색수차를 보정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이러한 수많은 조건들은 △높은 줌 배율 △넓은 화각 △소형화 △전 영역에 걸친 수차 억제라는 서로 상충될 수 있는 목표들을 최적의 지점에서 조화시키기 위한 복잡한 방정식의 해답이다. 특허 문서에 첨부된 다수의 수차도(Aberration Curve)는 이러한 설계가 실제로 다양한 파장의 빛에 대해 구면수차·비점수차·왜곡 등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억제하는지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하고 있다.

▲렌즈계의 망원단에서의 종방향 구면 수차·비점 수차·왜곡에 관한 수차도. 자료=한화비전 제공
한화비전이 받은 '등록 결정'은 특허청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해당 기술의 신규성·진보성·산업상 이용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등록료를 납부하고 나면 발행되는 것이 바로 '등록특허공보(B)'이고, 여기에 기재된 청구 범위가 바로 법적 효력을 갖는 독점적 권리의 범위가 된다. 또한 국가가 인정한 배타적 지식 재산권으로 확정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등록으로 한화비전은 출원일로부터 향후 20년 간 대한민국 내에서 해당 '줌 렌즈계' 기술을 허락 없이 제조·판매·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권리를 갖게 됐다. 이는 경쟁사들로 하여금 한화비전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기술을 사용하거나 다른 하나는 이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완전히 다른 방식의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선택토록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어느 쪽이든 한화비전은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늦추거나 기술 라이선싱을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특허 기술이 상용화된 제품에 탑재될 경우, 한화비전은 주요 시장에서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비전은 이미 'XNP-6550RH' 모델에서 최대 55배의 강력한 광학 줌과 IR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여기에 이번 특허 기술이 더해지면 고배율 줌이 필수적인 원거리 감시 시장에서 경쟁사와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야간에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의 차량 번호판이나 사람의 인상착의를 식별해야 하는 도시 방범·국경 및 해안선 감시·발전소 및 공항 등 같은 국가 중요 시설 보호 등의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저조도 환경에서의 노이즈 억제와 선명도 유지는 오경보를 줄이고 AI 영상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AI 솔루션과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이는 감시 카메라 판매 이상의 '정확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글로벌 비전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나아가려는 한화비전의 전략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이번 특허 획득으로 국가 보안 시설 외곽 경계 등 광역·원거리 감시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차별화 된 신기술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