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마포에 거주하던 20대 후반 직장인 박 모씨는 지난 주말 새 직장과 가까운 강남에 있는 신축 원룸 오피스텔을 계약했다. 보증금 2억원 전세와 보증금 7000만원·월 50만원의 보증부 월세 중 후자를 택했다. 전세대출 1억5000만원(예상 금리 4% 초반)을 받을 경우 매월 이자만 50만원 이상 내야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전세대출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 같다는 생각에 차라리 월세가 낫겠다고 판단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국적으로 박 씨처럼 이자가 비싼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전국 주택 매매·전세가격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반대로 월세가격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이유다.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월세가격 상승에 따른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26일 한국부동산원의 월간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지난 1년간 전국 주택의 월세가격은 단 한 번의 하락도 없이 꾸준히 상승하며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7월 100.2에서 지난달에는 102.8로 상승했다. 반면 매매가격은 지난 6월부터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전세가격은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보합과 하락을 번갈아가며 이어오고 있다.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보증금 5억7000만원·월 40만원에 계약됐다. 해당 매물의 직전 임대차 계약은 전세 계약으로 지난 2018년 4억5000만원에 체결됐다. 4년 새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된 것이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8억원·월 15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해당 매물은 전세 형태로 계약이 꾸준히 이뤄졌던 매물이다. 지난 2016년 9월 전세 8억원에서 지난 2020년 8월 8억4000만원으로 임대차3법 계약갱신청구권 적용에 따라 5% 이내(4000만원)로 올려 재계약됐다. 하지만 올해는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를 월세로 받는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기존 월세 매물도 가격이 크게 상승해 계약이 체결되는 추세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8단지 전용 54㎡는 지난달 27일 보증금 1억원·월 140만원에 계약했다. 직전 거래인 지난 2020년 8월 보증금 2억3000만원·월 40만원보다 보증금은 1억3000만원 낮아지고 월세는 100만원이 올랐다.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현대5차 전용 59㎡는 지난달 보증금 3억5000만원·월 100만원에 계약됐는데 직전 거래인 지난 2020년 7월 보증금 2억4000만원·월 60만원이었다.영등포구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도 집값 하락 분위기에 월세라도 받아 자금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단돈 10만원이라도 월세로 전환해 받으려는 분위기"라며 "세입자들도 비싸고 번거로운 전세대출보다 월세를 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이렇듯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월세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지난 4월 월세거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전세 비중을 넘어섰고 올 상반기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최초로 50%를 돌파하기도 했다.신규 코픽스 기준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은행에 따라 최고 6.6%까지도 오르는 등 7%대를 향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2~3%대 저금리 대출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더불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금리도 추가로 오를 것이란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미국 연준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며 전세자금대출 이자도 6~7%까지는 상승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은 전세보다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대출 이자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기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