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기준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 기준금리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예상 등에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데다 예·적금 등 수신 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 금리 인상을 자극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주문이 이어지면서 우대금리 조정 등으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78∼7.41%로 최고 7%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6일 기준 금리는 연 5.08∼8.11%였는데 일주일 만에 상단이 0.7%포인트 하락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연 5.656∼6.89%에서 연 5.492∼6.66%로 낮아졌다. 기준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출 금리는 반대로 낮아지고 있다. 시장 금리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5%를 넘어섰으나 지난 13일 3.918%까지 하락했다. 신용대출은 금융채 6개월물, 12개월물 등 단기채권 금리를 따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5%대에서 지난 13일 4.131%로 떨어졌다. 지난 2일만 해도 금리가 4.761%였는데 약 0.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0.25%포인트 높이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으나 채권 시장에는 금리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시장 금리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와 물가하락 가능성, 금리 하락에 대한 베팅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자금시장 경색 상황이 회복되고 있고 은행채 발행의 숨통이 트인 것도 은행채 금리 하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점도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수신 금리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수신 금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수신 금리를 낮추면 조달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우대금리 조정 등으로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수신 금리 인하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를 하락시킨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29%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가 전월보다 낮아진 것은 지난해 1월(-0.05%포인트) 이후 11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17일부터 신규 취급액 코픽스를 따르는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는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대출 금리 인상 자제 주문이 은행의 금리 인상 자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대출 금리를 올릴 요인이 적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과도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예대이율 차이가 커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위법부당한 일이 없는지 철저히 감독해주고 시중은행들은 서민들이 예대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추가 대출 금리 인하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우대금리 추가 적용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췄다. NH농협은행도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0.8%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금리와 수신 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를 낮출 여력이 생겼다"며 "단 수신 금리가 높아지면 수신 금리 인상분이 반영되는 코픽스가 높아져 코픽스를 따르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dsk@ekn.kr서울의 한 시중은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