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이해도냐, 관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의 힘이냐.'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경쟁 구도는 해당 문장으로 요약된다. 금융권에서는 4명의 2차 후보군 가운데 사실상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간에 2파전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출신으로, 임직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통해 우리금융의 주요 사업들을 즉각적이고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이와 달리 임 전 위원장은 과거 금융위원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만큼 우리금융이 향후 금융당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과의 원만한 관계는 우리금융이 향후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할 때도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달 1일 차기 회장 숏리스트(2차 후보)로 선정된 4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이어 2월 3일 추가 면접을 거쳐 우리금융 회장 후보를 최종 추천한다. 4명의 후보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다. 이 중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이다. 우선 이 행장의 가장 큰 강점은 세대교체, 내부 출신 인사, 우리금융에 대한 장악력 등이 거론된다. 이 행장은 1962년생으로 손 회장(1959년생)보다 젊기 때문에 임추위 입장에서는 세대교체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 이 행장이 1990년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우리금융 주요 요직을 거친 내부 전문가이자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점도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배경이다.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현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살려 우리금융을 진두지휘하고, 회장 교체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안정화하는 데는 이 행장만한 후보군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 행장에 맞서는 임 전 위원장은 내부보다는 외부와의 소통에 강하고, 민관을 아우르는 금융전문가로 꼽힌다. 이로 인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차기 우리금융 회장에 임 전 위원장이 적합하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1959년생인 임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거쳤다. 2013년부터 2년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데 이어 2015년 3월부터 2년간 제5대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만일 차기 회장에 임 전 위원장이 선임될 경우 우리금융이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부문 M&A를 추진하는 것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들이 라임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을 향해 거취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우리금융, 당국 간에 미묘한 갈등이 감지됐던 만큼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의 M&A는 곧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 제고를 의미하고, 이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금융당국의 의중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임추위 입장에서는 임 전 위원장이 갖고 있는 관에 대한 네트워크를 주목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CEO는 다른 금융사 CEO와 달리 회사에 대한 통찰력뿐만 아니라 당국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일 금융위원장만 지낸 인물이 민간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떠오를 경우 관치나 낙하산 논란이 불가피하지만, 임 전 위원장은 NH농협금융 회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은행, 비은행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보유했다"며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이 겨루고 있다는 것은 우리금융 회장 인선이 (외부 압력, 입김을 떠나)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임 전 위원장이 보유한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력이 곧 우리금융 CEO로서 적합한지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단일주주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민간 금융지주사와 달리 농협금융은 주로 관료 출신들이 회장으로 발탁됐다. 반면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으로 민영화를 이룬 만큼 관료 출신 인사가 회장으로 발탁되는 것은 금융당국과 우리금융 입장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은 의사소통 과정, 영업망, 자본정책 등 많은 부분이 타 금융지주사와 성격이 다르다"며 "농협금융지주는 주로 관료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에 임 전 위원장이 농협금융 회장을 지낸 이력이 우리금융의 경영적 측면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ys106@ekn.kr이원덕 우리은행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우리금융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