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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6번째 주주제안 사외이사 추천에 나선다. 사외이사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외투자 실패 등 갖가지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사외이사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점을 비판하고 법 개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주주제안 사외이사 추진이 탄력을 받을 지 주목된다.
KB노협은 또 낙하산 인사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대표이사(회장) 선임 조건에 제한을 두는 정관 개정도 추진한다.
KB노협은 3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KB노협은 2017년 기업의 기배구조 개선을 위해 금융권 처음으로 주주제안 사외이사를 추진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5번째 도전에 나섰는데 주주들 표결에서 부결돼 번번히 무산됐다.
올해 6번째 시도에서는 임경종 전 한국수출입은행 인니금융(PT KOEXIM MANDIRI FINANCE) 대표이사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KB노협은 별다른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KB부코핀은행을 국민은행의 해외투자 실패 사례로 보고 있는데, 전문성과 상관 없이 경영진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가 선출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는 근거를 들고 있다. 임 후보는 6년 이상의 인도네시아 현지 근무 경력을 포함해 수은에서 33년 동안 근무하며 해외사업과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KB노협은 "임 후보는 해외사업부문 정상화를 위해 KB부코핀은행에 대한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고 현지 영업력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적의 후보자"라고 설명했다.
이에 KB금융은 사외이사들이 국내외 금융기관 CEO(최고경영자)와 직원, 전문가로 활동하는 등 경력과 전문성이 충분하고, 해외 네트워크 확장과 글로벌 부문 수익성 제고를 이끌었다고 반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KB부코핀은행은 배드뱅크를 인수해 굿뱅크로 전환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실패한 해외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자본 투입을 통한 우량은행 전환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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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KB노협) |
앞서 2021년 수은이 금융사 중 처음으로 주주제안 사외이사를 탄생시킨 후 은행권에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민간 금융사 중 아직 주주제안 사외이사가 나온 사례는 없다.
KB노협의 이번 시도는 금융당국이 금융권 CEO들의 셀프연임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 사외이사들의 교체 바람 속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CEO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사외이사진을 꾸리고, 이들의 힘을 받아 연임을 지속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부터 금융사 CEO들이 대거 교체되고 있는데, 올해는 임기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들의 교체로 시선이 옮겨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려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외이사 교체 바람 속에서 KB노협의 주주제안 사외이사가 이전과 달리 힘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단 민간 금융사의 경우 주주제안 사외이사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외국인 투자자의 비율이 높아 주주들 마음이 움직일 지는 미지수다. 주주제안 사외이사가 노사간 대립하는 모습을 비춰지기도 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약 74%다.
아울러 KB노협은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정관 개정도 주주제안을 통해 추진한다. 공직자 윤리법을 준용해 최근 5년 이내에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 선임을 금지하자는 제안이다.
류제강 KB노협 의장은 "다시 두 가지 요청을 담은 주주제안에 나서는 이유는 순수하게 2만여명 임직원의 대표로써 KB금융의 해외사업 부문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주주와 금융소비자를 위해 복무하는 올바른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령에 근거한 합리적인 주주제안이 과거와 같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지 모른다’는 악의적인 프레임과 ‘단지 이사회가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산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