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과점 깨기를 위해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새 플레이어를 유도해 시장 경쟁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은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며 ‘메기’로 등장한다. ◇ "대구은행 연내 시중은행 추진"…31년 만에 신규 인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은행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22일 은행권 경쟁촉진 등 6개 과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가동했으며 이후 총 15차례 회의를 거쳐 해당 내용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한다. 지방은행 중 DGB대구은행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한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연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 외부 컨설팅사와 함께 검토를 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의 TFT(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빠른 시일 내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결정한 배경으로 자금 조달 면에서 금리가 유리하고, 지방은행이라는 차별된 고객 의식이 대등하게 바뀌게 돼 디지털 시대에서 좀 더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약 30년 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하고 신규 인가가 없었는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31년 만에 새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영역과 규모를 확대하는 것으로 단시일 내 안정적이고 실효적인 경쟁 촉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중·지방·인터넷은행, 원하면 심사"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의 신규 인가 방식도 오픈 포지션으로 바뀐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이 인가 방침을 발표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으나,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가 있다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를 허용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인터넷은행은 경쟁촉진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되나 역사가 짧고 외국에서도 성과가 혼재돼 기존 인터넷은행 성과와 장·단점을 인가 심사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화전문은행 확산도 유도한다. 특정분야에 전문화된 신규 인가 신청 시 현행 제도의 틀 내에서 신청하는 영업 특성에 따라 인적·물적 요건 등을 탄력적으로 심사할 예정이며, 건전성·유동성 규제 차등화 등을 포함한 제도 도입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의 예금·대출 분야 경쟁 확대, 지방은행·외은지점 규제개선 등을 통해 은행권 경쟁을 촉진할 예정이다.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 방안을 꾸준히 검토한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활성화, 혁신금융서비스 할용, 핀테크 등 IT(정보기술) 기업의 금융업무 수행범위 확대도 추진해 경쟁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고정금리 확대, 임원 성과보수체계 개선 등 추진 은행권 경쟁촉진 외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제고, 비이자이익 확대, 성과보수 체계개선·주주환원 정책 점검,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등 주요 과제에 대한 개선방안도 추진된다.고정금리 확대를 위해 금리 변동이 작은 대출 상품을 활성화하고, 변동성이 작은 신잔액코픽스 등과 연동된 신용대출 출시도 확대한다. 은행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자본 확충·충당금 적립 제도도 정비한다. 또 비이자이익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자산관리 서비스 활성화, 비금융과의 융합, 벤처투자·해외진출 확대 등 은행권 업무와 수익원 다변화를 유도한다. 임원의 성과보수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이연지급을 확대하고, 개별 등기임원 보수지급 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하도록 한다. 또 사회공헌제도 정비 등으로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활성화에 나선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은행권 경쟁 촉진 등에 대한 국민 체감도를 꾸준히 높이기 위해 민간전문가·업권 등과 긴밀히 소통해 추가적인 과제를 지속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dsk@ekn.kr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 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워장(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DGB대구은행 제1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