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지난 5월 말 출범한 대환대출 인프라가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연내 주택담보대출 입점을 앞두고 핀테크 기업과 시중은행은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앱)을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의 경우 주담대 입점으로 얻는 효과에 기대감이 크지만, 시중은행은 치열한 고객 유치전을 벌여야 해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낮은 금리로 비대면 주담대를 이미 제공하고 있어 시중은행이 금리 경쟁력을 따라갈 수 있을 지 고민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환대출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들은 연내 대환대출 인프라에 은행권의 주담대 상품이 입점하는 것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한 개의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기존에 받은 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100% 비대면으로 가능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시작한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지난달 26일까지 40영업일간 총 1조48억원(4만1968건) 규모의 대출 자산이 이동했다. 현재 대환대출 인프라에서는 신용대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데, 금융당국은 연내 주담대도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주담대의 경우 기존에 대출을 받은 금융회사의 근저당권 말소 처리 등 복잡한 등기 과정을 거쳐야 해 이를 구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주담대 갈아타기가 대환대출 인프라에서 가능해질 경우 프로세스가 유사한 전세자금대출도 추가로 입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당장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들은 주담대 입점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담대가 신용대출보다 건당 규모가 크기 때문에 플랫폼을 통해 대환대출이 이뤄졌을 때 한 건당 핀테크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커진다. 핀테크 기업 한 관계자는 "대출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매기기 때문에 주담대가 입점하게 되면 핀테크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담대 입점이 핀테크 기업에게는 고객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상품의 제판분리(제조와 판매의 분리)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주담대 비대면 대환대출이 활발해지면 비대면 기술 역량을 갖춘 핀테크 기업들의 플랫폼을 찾는 이용자가 많아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시중은행의 비대면 신용평가모형(CSS) 모델링이 미흡하다고 하면 핀테크 기업이 비대면에 특화된 모델을 제공하는 등으로 은행과 제휴를 맺고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상품군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주담대 갈아타기가 잘 안착된다면 많은 상품을 제공하고 싶어하는 핀테크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기업과 달리 시중은행들은 걱정이 커지는 눈치다.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주담대 갈아타기가 가능해지면 기존의 신용대출과 달리 대출 자산의 대규모 이동이 이뤄질 수 있어 고객 확보에 더욱 열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보다 주담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고객들은 0.1%포인트의 금리에도 예민하게 움직인다"며 "주담대가 대환대출 플랫폼에 입점한 후에 고객을 뺏기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공세도 대비해야 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이미 은행권 중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로 비대면 주담대를 제공하고 있어 대환대출을 통한 고객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상반기 아파트 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약 1조4000억원) 중 대환대출이 약 절반(약 7000억원)을 차지했다. 카카오뱅크도 2분기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약 3조5000억원) 중 약 60%가 대환 목적에서 이뤄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환대출이 금융권의 전체 대출 규모는 키우지 않으면서 고객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금융당국이 강하게 푸시하고 있다"며 "주담대가 대환대출 플랫폼에 합류한 후 시중은행들도 시장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대환대출 플랫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