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HMM,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인수전’ 관련 윤곽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원가 높은 시점인데다 해운업과 항공업 모두 경기 싸이클에 민감한 업종이라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등은 지난 8일 HMM 매각 관련 실사를 종료하고 23일 본입찰에 나선다. 당초 LX·하림·동원그룹의 ‘3파전’ 양상으로 펼쳐졌지만 LX 측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하림·동원그룹은 여전히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HMM 인수전은 인수 후보들의 자금 동원력이 약하고 채권단의 영구채 전환 계획 등 변수가 있어 일찍부터 유찰 가능성이 거론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1조원 가량의 영구전환사채(CB)에 대해 주식 전환을 실행한 상태다. 이럴 경우 전체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 인수 기업은 현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꾸준히 ‘대기업 등판론’이 흘러나온다. 앞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포스코그룹이나 현대글로비스가 참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운임 하락 등 해운업 경영 환경 자체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HMM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7% 하락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3분기 886∼1043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922∼4203)의 4분의 1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경우 앞날을 예측하기 더욱 힘들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를 품기 위해 3년여간 심혈을 기울였지만 계속해서 고비를 만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요구에 따라 아시아나 화물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의결하기까지 했지만 그렇다고 해외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이 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합병을 위해서는 아직 EU와 미국, 일본의 허가가 남았다. 지난 2020년 11월 합병 절차에 착수한 이래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가운데 11개국에서는 승인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EU 집행위로부터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 심사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노조 측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도 남겨놓고 있다. 아시아나 노조(일반노조)와 다수 조종사노조인 조종사노조(APU), 소수 조종사노조인 열린조종사노조는 모두 화물 사업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방식의 매각에 고용 불안 등의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양사 ‘빅딜’과 별개로 아시아나 화물 사업 부문을 누가 가져갈지도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후보군으로 꼽았지만 아직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항공운송사업자면허’가 있는 기존 항공사가 아니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최근에는 정부 측이 예외를 인정해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yes@ekn.krHMM의 대형 컨테이너선 이미지. HMM의 대형 컨테이너선 이미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이미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