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국가 석유비축 체계, 탄소중립에 맞춰 손질해야

지난 11일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인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됐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지난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한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그대로 가져와 부문별 감축목표를 일부 조정한데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단체의 공격은 거세다. 논란에 가려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탄소중립기본계획이 석유부문에 가한 충격파는 상상 이상이다. 탄소중립은 땅속에서 채굴,수입하는 석유가 2050년에 우리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를 위해 수소·전기차의 급속한 보급 및 확산, 산업의 연료 및 원료 전환 등이 탄소중립기본계획의 핵심 축을 이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를 반영해 지난 3월 분석,발표한 ‘장기 에너지수요 전망’을 통해 2035년 국내 석유 수요가 2020년 대비 절반 수준(40~46%)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단순히 국내 석유산업의 위축은 물론 인적·물적 관련 투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투자는 ‘미래’를 보고 하기에 미래가 없는 산업에 투자가 있을 수 없다. 가뜩이나 석유수요가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만으로도 석유부문 투자에 부정적인데, 감소세 마저 너무 가파르다. 불과 10여년 만에 국내 시장규모가 반토막 나는 현실은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시나리오였다. 불행 중 다행히도 석유산업 당사자인 정유사와 주유소 등 민간부문은 그 동안 이에 대한 대비를 착실히 준비해왔다. 수소·배터리·재생에너지 등 신 산업으로의 사업 다각화나 바이오·청정합성 연료·원료 개발, 에너지슈퍼스테이션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장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국제 에너지기구(IEA)의 지적 처럼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성보다 규범적인 성격이 강해 우려되는 것 만큼의 투자 축소는 당분간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공공부문, 특히 정부 석유관련 시책은 사정이 다르다. 정부는 석유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10년 단위의 석유비축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14년 수립된 현행 제4차 석유비축계획은 2025년까지 약 1억 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하도록 돼 있다. 계획이 달성되면 2035년까지 새로운 목표로 다음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이때 민간부문과 같이 최상위 계획인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부정하고 독립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할까? 그 자체가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실현가능성을 정부 스스로가 부정, 실현 불가능한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을 자인한 꼴인데도 말이다. 국민과 국제사회를 기만했다는 비난은 당연지사다. 지난 40년 동안 비축유 확보목표, 즉 적정 비축유 규모는 하루 평균 순 수입(소비)량 기준으로 석유수입 없이 60일간 경제를 지탱할 수 있게하는 물량으로 규정됐다. 석유수요에 비례해 설정됐기 때문에 2035년 석유수요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면 비축유 규모는 반토막이 나고, 절반을 매각해야 한다. 비축유는 일종의 보험 같아서, 가령 자동차를 두 대 가지고 있다가 한 대를 매각한다면 자동차 보험도 한 대에 한해서 유지해야 하는 이치와 같다. 차는 팔았는데 보험만 유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당장 급격히 비축유 규모를 줄이는 것도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직후에서 볼 수 있듯이 석유시장 교란에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석유비축이기 때문이다. 비축규모 축소로 우리 경제가 받게 될 단기적 충격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석유 사용을 줄이자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게 석유비축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먼저 탄소중립을 추구하는데 석유비축이 왜 필요한지는 물론이고 석유안보의 개념 자체부터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이는 달라질 석유의 위상을 고려해 ‘석유’ 단독보다 수소·암모니아·배터리 소재광물 등 탄소중립 추진에 필수적인 자원들의 안보 논의와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 물론 국제에너지기구(IEA)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사회와 공조를 확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불가피하게 비축유를 매각할 경우,형성된 재원의 활용방안까지 검토돼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의 수레바퀴 앞에서 용감한 저항은 부질없다’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의미를 새겨 당장 석유비축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E칼럼]말 뿐인 에너지절감 정책

1970∼80년대 오일쇼크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절약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서 빠질 수 없는 정책목표 중 하나다. 지금도 이와 관련된 정책이나 계획, 관련 법과 규제는 많다. 에너지이용 합리화, 건축물 규제, 최저효율제, 각종 라벨링, 에너지 공기업 투자계획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에너지절감은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물론 국가온실가스 로드맵 등에서도 항상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계획 수립 때 마다 도달하기 어려울 만큼 의욕적인 목표와 온갖 수단들이 제시되지만 실제로 얼마나 계획대로 달성되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절감량을 평가하는 기준이나 절차도 미비하지만 어차피 정책의지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성과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계획으로 계속 추진하는 행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기본에서도 수요관리의 주된 내용인 에너지절감은 수요목표치를 맞추어 주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되돌아보면 에너지절감은 지금보다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전에 더 적극적이었다. 당시 만해도 전력회사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전력 소비량과 피크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능한 신규 발전소 소요를 줄이기 위해 부하관리와 효율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적지 않은 비용도 투입했다. 매년 절감성과의 평가검증을 통한 피드백도 과정도 거쳤다. 그러나 구조개편 이후 전력수요를 줄이려는 유인이 줄었고, 십 여년 전부터는 수요관리 투자도 크게 감소했다. 판매사업자인 한전은 그때 그때 수요에 맞추어 공급되는 전력을 구입하는 수동적인 입장에 머무르고 있다. 수요입찰을 통해 가능한 비싼 시간대의 수요를 줄여서 구입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실상이 이런데도 수요관리는 전력수급계획, 에너지전망, 온실가스감축 등 에너지와 관련된 계획 수립 때 마다 기준수요(BAU)를 크게 낮추는 수단으로 동원된다. 전력부문만 보더라고 수요를 대폭 줄여서 신규설비 소요를 줄이고 운전 중인 화력설비의 이용률을 낮춰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맞추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접근방식이다. 지금까지 국가계획을 통해 제시된 에너지절감의 실상을 살펴보면 최근 다섯 차례의 전력수급계획에서 15% 수준의 절감목표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3차 에기본에서도 거의 20%에 가까운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가장 큰 감축수단도 사실 들여다 보면 에너지절감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의 실현가능성, 이행에 필요한 비용, 추진을 담보할 만한 시스템이나 거버넌스 체제는 보이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외치는데 한쪽에서는 에너지를 펑펑 쓰는 공장들이 산업이라는 명분으로 들어서고 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무엇보다도 가격기능의 회복이다. 에너지 다소비구조는 낮은 가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낮은 전기요금을 먹고 사는 산업이나 시설이 들어설 곳은 많다. 당연히 전기 다소비 산업이나 설비의 확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는 신호등이 고장나든 말든 눈에 보이는 신호를 보고 가게 마련이다. 파란 불이 계속 켜져 있는데 언제 바뀔지도 모르는 빨간불을 마냥 기다리지는 않는다. 이제라도 고장난 신호등을 바꾸어야 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본격적인 효율향상 프로그램과 체계적인 규제시스템도 당장 도입해야 한다. 체계적인 성과평가 및 M&V 시스템 개발도 필요하다. EERS를 추진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수요관리 목표는 갈수록 커지는데 여기에 배정된 예산은 초라하다. 의지와 행동이 맞지 않는다.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해 절감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시급하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규제시스템의 체계화도 필요하다. 그동안 효율기술이나 건물에 대한 기준이나 규제를 통해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제도가, 언제, 어디서, 얼마만큼 절감을 가져왔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분석은 없다. 최저효율제, 고효율기기 인증과 같은 제도와 여러 절감시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국가계획 수립시에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관행처럼 굳어진 절감 목표설정 방식과 절차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정책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준과 프로그램을 통한 객관적 분석과 평가도 수반돼야 한다. 언제까지 말로만 떠들 것인가. 에너지절감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김성우 칼럼] 태양광·수소 산업 경쟁력 강화 서둘러야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대구에서 ‘2023 국제미래에너지컨퍼런스’가 열렸다. 2004년부터 신재생에너지 분야 최신 국내외 기술 및 정보를 나누는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의 연계 행사로, 세계 25개국에서 300개 기업이 참가했다. 필자는 올해도 국내외 태양광 및 수소 전문가들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글로벌 세션의 토론자로 참여해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태양광과 수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기술에 속하기 때문에 그동안 코로나19로 방한하지 못했던 12개국 60여명의 해외 전문가들이 직접 참가해 글로벌 시장동향과 정책을 나눈 자리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경우 중국, EU, 미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2021년 175GW이던 세계 태양광 신규 설비량이 지난해 260GW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330GW를 웃돌 것으로 예측되며 2년 새 2배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3배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설비가 매년 전 세계에 설치되는 셈이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런 고속성장의 배경으로 태양광 발전단가 하락, BIPV(건물일체형태양광) 등 기능성 태양광 상용화, 기업에 대한 RE100 요구 강화,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탄소중립 정책 가속화, 친환경·저탄소·고효율 제품의 집중 출현 등을 꼽았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미국과 EU가 통상정책으로 탈 중국화를 시도하지만, 경제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는 탈 중국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국내에는 태양전지 2개사와 모듈 10여 개사가 있지만 규모의 경제 및 원가 측면에서 중국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보급측면에서도 이격 거리규정, 계통망 지연, 부지확보애로, 고금리 등의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기업이 RE100 이행시 주요 대상인 태양광 발전소가 대부분 중소규모로 분산돼 있어 발전소 모집이 어려운데 비해 최근 소매요금 상승으로 2024년부터는 기업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것 보다 RE100을 이행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수소의 경우 고속 성장 속에 국가별 경쟁력 차이는 심화되는 모양새다. 글로벌 수요는 현재 연간 1억톤에서 2050년 5억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린수소가 대부분의 공급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그린수소의 핵심설비인 전해조 공급은 2021년 0.4GW에서 2022년 0.8GW로 늘었꼬 올해는 3GW로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해조 제조비용의 경우 중국은 KW당 350달러인데 비해 다른 국가들은 KW당 1000달러가 넘어 그린수소도 국가별로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일정 부분 그린수소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주목할 사안이다. 특히 호주로부터 그린수소를 수입할 때 암모니아로 전환해 이송하는 데,이송된 암모니아를 국내에서 그대로 사용하면 경제적이지만 수소로 다시 전환해 사용할 경우 국내에서 직접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보다 비경제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의 수소 활용 계획은 발전과 도로수송이 대부분이어서 일반적으로 수소가 경쟁력 있는 활용 분야(정유, 암모니아, 철강 등)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한마디로 빅뱅의 서막이다. 이미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EU는 그린딜 산업계획으로 환경과 통상을 연계해 자국 내 친환경 산업 육성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중국은 자국내 친환경 산업의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공식적인 탄소중립 대외전략이다. 우리나라도 기후-통상, 환경-에너지, 탄소-재정 등 분절돼 있는 정책을 통합하고, 보급확대와 산업육성간 시너지를 기반으로 강력하고 종합적인 탄소중립 산업 정책 패키지 실행이 절실한 시점이다.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지속되겠지만 태양광과 수소산업은 현재의 폭발적인 성장속도로 볼 때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몇 년 안에 결판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재생에너지 확대 가로막는 독점 전력사업자의 횡포

작년 말 전기위원회는 한국전력이 제출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고객 요금제 신설’에 관한 기본공급약관 변경을 인가했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PPA(전력구매계약)로 구입하는 기업에 대한 별도의 요금제를 인가한 것이다. 별도의 요금제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거래하는 전력 사용자들이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입할 때 적용되는 요금제인데 기본요금과 경부하요금은 크게 올리고 최대·중간부하 요금은 낮췄다. 이런 식이면 기존보다 최대 1.5배 비싸게 지불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를 두고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로 인해 한전은 두 차례 그 시행을 유예하고 있다. 이번 일은 한전의 독점적 지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직접 PPA 요금제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습적으로 통과됐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라면 적어도 몇 차례의 공청회나 토론을 거쳐야 했다. 언론에 따르면 전기위원회 회의 당일 당연직 위원들 조차 안건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알려진다. 작년 말 전기요금 인상안과 함께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RE100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수출업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한전이 급작스럽게 약관을 변경한 점은 이해되지 않는다. 직접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하는 사업자는 어차피 한전의 전력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24시간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공급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재생에너지가 공급될 수 없는 비상 상황에는 한전의 전기를 공급받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사업자들이 RE100을 지향하지만 100%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공급받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틈을 이용해 한전이 직접 PPA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비싸게 전기를 판다는 것은 전력 독점 판매자의 횡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전은 직접 PPA 고객에게 높은 요금제를 적용하는 이유를 PPA 고객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해 한전 전력 사용량이 감소하면 적정 고정비를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즉, 고객의 기본요금 부담완화를 위해 고정비 일부를 전력량 요금으로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력사용량이 예상보다 증가하면 고정비를 많이 받은 셈이니 환불해 주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예상보다 적게 쓴 경우는 추가요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인가? 잘못 설계한 기본요금을 근거로 직접 PPA 고객에게 다른 요금을 적용한다는 것은 억지스럽다. 직접 PPA 고객에 대한 요금제는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구입하지 않는 고객에게 불이익을 줘 독점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한전의 가격정책이라고 판단된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전력판매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에서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담고 있는 약관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RE100 및 K-RE100 관련 기업 32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6.5%는 한전의 PPA 전용 요금제로 손해를 볼 것이라고 답했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PPA로 구입하기로 계획 중이었던 기업들은 PPA 검토 보류, 추진 중단 및 계약 파기 등의 유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접 PPA 요금제는 불공정약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 PPA 제도 도입으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 선택 폭이 넓어진다고 홍보했다. 이에 따르면 전력거래소의 거래수수료를 3년간 면제하고 중소·중견기업은 망 이용요금을 1년간 지원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또한 20MW 이상의 설비는 발전량 중 일부를 직접 PPA로, 나머지는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분할거래’를 허용했다. 그러나 한전의 직접 PPA 요금제는 사실상 재생에너지 전력의 직거래를 하지 말라는 우회적 경고와 다름없으며 산업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전력산업의 독점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다목적 양수발전 늘리자

재생에너지 자원의 확대에 따라 양수 발전이 주목받고 있다. 양수발전은 하부댐의 저장물을 상부댐으로 올려 에너지를 저장해두었다가 낙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주로 심야시간대의 원자력 발전 잉여전기 활용을 위해 주로 이용됐다. 오늘날에는 태양광 발전 변동성 대응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190GW에 달하는 글로벌 전기저장용량 중 약 85%를 양수발전이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펌핑 모드를 통해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요측 관리자원으로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다음으로 핵심적인 에너지 저장장치 역할을 하며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7%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국의 양수발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영국의 재생에너지 기업 SSE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올림픽 규격 수영장의 약 1만1000배에 해당되는 1.5G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저장용량은 30GWh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2025년까지 200개가 넘는 양수발전을 건설해 270GW규모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의 약 2배에 해당되는 규모다. 우리나라 역시 꾸준히 양수발전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대응 목적으로 장주기 에너지 저장장치인 양수발전을 1.75GW 새로 반영하였다. 지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영된 용량까지 포함하면 2036년까지 8.25GW로 현재(4.7GW)의 1.8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해도 주요국 양수 설비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양수발전 규모는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양수발전의 특장점을 잘 살려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양수발전은 재생 발전 변동성 대응 자원으로 비용효과적이다. 사실상 양수설비는 수명이 100년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LCOS(Levelized Cost of Storage) 측면에서도 경제성이 높다. IEA도 가장 비용효과적인 저장장치로 인정한다. 변동성 대응 기능을 보면, 현재도 경부하기의 태양광 탈락 대응수단으로는 Fast DR, 발전 제약 외에 양수 펌핑을 활용하고 있다. 주파수 59.75Hz 이하 사태 즉시 펌핑을 차단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추가 탈락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이런 대응이 신속하고도 규모 있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양수발전 설비를 늘려야 한다. 특히 저탄소 고성능 초속응성 예비력 자원 확충 차원에서 주파수 조절 기능을 갖춘 가변속 양수발전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2036년에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가 100GW 이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유연성 자원으로 신규 양수발전이 1.75GW 반영되긴 했지만 2050 탄소중립까지 감안하면 이 보다 더 늘려야 한다. 양수발전은 현재 진행형인 탄소국경조정제(CBAM),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저탄소 무역라운드에서도 효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처럼 대규모 양수발전은 더 이상 재생에너지 관련 계통안정을 위한 저장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발전시설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잉여 태양광 펌핑의 양수발전이 PPA를 통해 철강산업에 공급되면 한국과 중국의 철강 톤당 탄소배출량은 역전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탄소국경조정제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양수발전이 모든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나날이 치열해지는 저탄소 통상전쟁에서 다양한 해결방안 중의 하나로 적극 검토돼야 한다. 양수발전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국내 일부 양수발전 지역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상·하층부의 저수댐을 테마로 한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다.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영국 SSE의 콰 글라스 양수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건설과정에서 최대 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한 환경파괴를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는 부지 선정단계에서부터 생태계 등급을 고려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양수발전은 물 관리 차원에서도 활용가치가 높다. 최근 호남지역의 극심한 물 부족 사태에서 경험하듯이 양수발전 저장물을 적절히 활용하면 비상 시 농업용수로도 활용가능하다. 시스템 최적화를 통해 기후적응형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역사가 평가해 줄 한국의 ‘탈원전 폐기’와 독일의 ‘원전 제로’

2023년 4월16일 0시를 기해 독일은 원전 선진국 중 유일한 원전 제로(0) 국가가 됐다. 자축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우려도 작지 않다. 독일의 기민당 등은 52%의 계속운전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탈 원전 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전의 계속운전을 주장했지만 집권 여당인 녹색당과 사민당의 완고한 반대로 일축됐다. 독일의 원전 제로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여럿 있다. 다음은 필자가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다.첫째, 에너지정책을 정치인들이 좌우하고 있는 점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은 탈 원전을 법으로 못 박았다. 게다가 탈 원전을 주장하는 사민·녹색당이 현재 집권하고 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독일 에너지정책 정보를 제공하는 CLEW(clean energy wire)는 ‘원자력은 역사적으로 독일 사회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지 못한 새로운 에너지이고 석탄은 200년 동안의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정치적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탈 원전이 탈 석탄에 비해 쉬웠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초반부터 지리하게 이어져 온 원자력 논쟁을 다시 시작할 만한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둘째, 1980년대 이후 신규원전이 없어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없어진 이유도 있다. 독일에는 보호해야 할 원전산업이 없어졌다. 공급망이 소멸된 국가에서 원전을 다시 추진하려면 생태계 구축 등에 훨씬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EU의 신규원전 건설비용 집행실적은 독일 원전 지지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원전의 경제성이 없어진 것이다. 프랑스 Flamanville의 새로운 원전(EPR) 건설비용은 190억 유로 이상으로 당초 예정된 34억 유로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영국의 Hinkley Point C의 전력 판매 예정가격은 92.5파운드/MWh(kWh당 155원)으로 우리나라 원전 정산단가의 2.5배가 넘는다. 셋째, 독일 국민의 원전 안전성에 대한 걱정이 생각 이상이라는 점이다. TMI 사고는 의회 밖에서 논의되던 원전 안전성 주제를 의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고, 체르노빌 사고는 독일 사회의 원전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들은 원전사고를 공포로 받아들였고, 원전운영사인 전력회사 마저도 스스로 탈 원전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어쩌면 독일의 원전제로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그러면 앞으로 독일의 에너지 수급에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첫째, 독일의 에너지주권이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원전제로 상태에서 탄소중립, 에너지안보 증진을 위한 선택은 재생에너지 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람이 유럽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할 때 바람이 많이 부는 국가가 다음 국가에 전기를 융통해 주고 다음 국가에 바람이 많이 불면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와의 전력망 연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이것은 에너지 안보(수급안정)를 기상조건에, 그리고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정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전기요금은 수용가능한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을까. 잘 아는 바와 같이 독일의 전기요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위기가 발생했던 지난해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6배까지 오른 때도 있었다. 독일 전기요금은 도매가격, 재생에너지 보조금, 망 비용, 세금으로 구성되며 각 4분의 1의 비중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2000년 OECD 평균 수준이던 전기요금이 최고 수준이 된 이유는 탈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결정적이다. 당시 7% 수준이던 재생에너지 비중이 45% 안팎으로 확대되면서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6배 넘게 증가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80%로 늘린다는 계획인데 보조금과 망 비용이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인지가 전기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전기요금이 현재의 두 배로 올라도 전기소비자가 수용할 지는 의문이다. 셋째,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은 가능할까? 2022년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태양광이 60GW, 풍력 64GW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80%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29GW씩 늘려야 한다. 지난 21년 동안의 재생에너지 용량이 연간 5GW 정도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이 보다 5∼6배의 가속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전력망 연계도 없이 독일의 에너지정책을 그대로 복사, 추진했다. 이제 정권이 바뀌어 우리나라는 탈 원전 폐기, 독일은 탈 원전 고수로 원전제로 국가가 됐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약 7년 후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E칼럼]도시 기후위기 대응.국가 계획과 연계돼야

며칠 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기본계획에는 우리나라의 국가적 기여(NDC) 달성을 위한 목표 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담고 있는데, 이행기반 강화 차원에서 지자체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를 포함해 우리나라 5대 도시의 인구는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약 37%를 차지하고, 10대 대도시로 그 범위를 넓히면 50%에 달한다. 유엔에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문제를 다루는 유엔정주기구 (UN Habitat)에 따르면 전 세계 지표면적의 2%를 차지하는 도시에서 세계 에너지의 78%를 사용하고, 세계 온실가스 배출 비중도 약 60%를 차지한다. 도시 차원에서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잘 추진하면 효과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음은 명약관화하다.전 세계적으로 도시들의 기후변화 대응방법은 다양하다.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1000만명이 거주하는 태국의 수도 방콕은 기후변화 대응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방콕은 중앙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녹색지역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콕 203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 결과 대학교 지붕에 태양광 시설 설치, 11개의 새로운 공원의 조성, 연장 15㎞의 녹색길 조성 등의 성과를 거뒀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2만6500㎢ 규모 네옴시티 건설 계획도 눈길을 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리비아의 국가 계획인 ‘비전 2030 (Vision 2030)’의 일환으로 홍해 연안 170㎞에 달하는 긴 지역 (The Line)의 다수의 마을에 100% 재생에너지 공급과 녹색공원 조성을 포함한 탄소중립 스마트 메가도시를 건설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영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공공주택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설치한 사회적 주택 탈탄소 펀드 (Social Housing Decarbonisation Fund)를 이용해 지방자치단체는 기존 공공주택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추진해 보다 저렴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각 국의 도시들의 노력들은 자국 차원은 물론 지구사회 전체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각 국의 중앙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과 효과적으로 연동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제사회에서 파리협정에 바탕을 두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성격의 기후변화 대응체제는 각 중앙정부가 마련하는 국가적 기여 (NDC)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온실가스 감축 결과는 파리협정의 투명성 체계로 불리는 보고체계에 따라 취합되고 관리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도시에서 이뤄지는 온실가스 감축활동의 결과는 중앙정부의 온실가스 정보 관리체계에 체계적으로 연계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중앙정부와 체계적으로 연계된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해 국제사회를 선도하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도시들은 국가 인벤토리와 연계된 도치 차원의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도시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측정·보고·관리하는 제도가 중앙정부의 제도에 연동돼 하나의 큰 체계를 이룰 때 비로소 도시 차원의 효과적인 기후위기에 대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나면 각 도시별로 중앙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연계된 공격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교통·건물 등 각 도시별로 중요한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이렇게 시행되는 도시별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다른 나라의 파트너 도시와의 국제협력을 통해서 전 세계에 전파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타국 도시의 대량 온실가스 감축결과는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온실가스 정보 관리 체계의 구축 및 관리에 기반을 한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 시행은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관련 전문분야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것이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강조하고 있는 지역주도의 상향식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 체계 확립을 이루는 방법이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서울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EE칼럼]반도체 산업 육성과 탄소중립형 에너지믹스 딜레마

정부는 지난달 경기도 용인을 포함해 전국 6개 지역에 총 15개 1200여만 평의 국가첨단산업단지룰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인 지역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방에도 14개 국가산단을 새로 지정해 반도체·미래차·우주 등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용인에는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인 기흥, 화성, 평택, 이천과 연결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이곳에는 최대 150개 이상의 관련 기업이 유치되고 민간투자 규모만 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초격차 역량을 보유한 국내 주력 및 미래 산업군에 필요한 핵심 공급사슬의 협업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에서 전력소비 1위 기업은 삼성전자로 연간 약 30 TWh의 전력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의 약 5%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 다음이 SK하이닉스다. 한국이 글로벌 초격차 역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군이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두 기업을 포함해 국내 주력 산업군의 30개 기업이 사용전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가입했다. 따라서 이들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 전체를 신재생 전력으로 충당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RE100’이 바람직한지, ‘CF100’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을 떠나 ‘RE100’은 해당 기업들이 상대하는 고객사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미 실존하는 무역장벽이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0개 제조기업 중 14.7%(대기업 28.8%,중견기업 9.5%)가 애플, BMW 등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전력 사용 압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170억 유로의 대규모 투자로 유럽 내 제조공장을 건설할 장소로 독일의 ‘막데부르크(Magdeburg)’를 선정해 화제가 됐다. 막데부르크는 독일 영토가 컸을 때 중요했던 역사적 도시로 베를린과 포츠담에서 가깝지만 독일통일 이전 동독 지역에 위치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 주변지역으로 따져볼 때 전통 깊은 드레스덴대학교가 있어 고급인력 수혈이 쉽고 이미 반도체 단지가 조성된 드레스덴이나 베를린, 공업단지가 이미 활성화된 뮌헨 등이 더 적합할 텐 데도 인텔은 막데부르크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지자체의 여러 가지 유인책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주변에 넘쳐나는 풍력전기였다는 것이 독일 전문가 친구들의 전언이다. 인텔은 대표적인 ‘RE100’ 선언 기업으로, 산업단지의 선정에 있어 재생전력 수급 여부를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용인 반도체 메카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조성될 경우 전력수요는 6~9 GW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표준 원전 6~9개, 태양광으로만 따지면 약 30~60 GW 태양광발전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초격차 주력산업의 육성이라는 명제와 기후변화 대응 및 국내 제조기반 확보를 위한 탄소중립형 에너지믹스라는 명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딜레마’가 우리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특히 수도권으로의 송전용량은 거의 포화상태로, 추가 송전선로를 기한 내에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기별 수급 밸런스 문제와 계통 선진화 미비로 올해 약 1 GW 정도의 태양광발전이 출력제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이는 향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송전용량 확대도 어렵고 재생전력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는 계통으로 어떻게 수도권에 대형 산단을 구축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 인근에 LNG 기반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해법이 종종 등장했는데 앞으로 이마저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 장기적으로는 HVDC (고압직류송전) 포함 수도권으로의 송전선로를 보강하고 재생전력 저장설비 및 계통안정화 설비를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지역 마이크로그리드 및 가상발전소(VPP) 확대에 의한 송전수요 감축, 원전 등 전통전원의 유연성 강화, 재생전력의 자가소비 확대, 출력제한 재생전력의 수소로의 전환, 원전수소 활용, 수소터빈 열병합발전 등도 모두 고려한 최적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메가 클러스터의 구축에 있어 협업생태계, 인력수급, 물류 등 환경 뿐만 아니라 에너지믹스(특히 청정전력) 환경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박진호 한국에너지공대 석학교수/연구부총장

[EE칼럼]탄소중립,녹색성장 시계는 잘 가고 있나요?

요즘 트롯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나는 나훈아의 트롯이 제일 좋다. 그의 노래 ‘고장난 벽시계’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고장난 벽 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그렇다. 봄은 고장도 없이 또 찾아왔다. 물론 기후변화로 짧아졌지만 말이다. 새 정부가 고친 시계를 가지고 나왔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 성장 기본계획(안)이다. 이전 문재인 정부 안과는 크게 몇 가지가 다르다. 전환 부분의 감축 목표는 늘리고 산업 부분의 감축 목표는 크게 줄였다. 그러면서 CCUS(탄소 저장 및 이용)과 국제 감축 등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거의 문 정부와 동일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2030년까지의 감축 경로다. 탄소배출을 2018년 기준 6억86000만톤에서 2030년에는 4억36000만톤으로 줄이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데 2028년까지는 거의 2%씩 줄이고 2029∼2030년 사이에 거의 10%인 1억톤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과연 1∼2년만에 그러한 감축을 달성할지 의문이며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또 이상한 것은 탄소 포집 및 이용이나 양국간의 협상에 의존하는 국제 감축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현재의 산업경쟁력을 지키고자 미래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는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을 산업계가 새겨야 할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기업이나 산업들의 대응은 매우 부족한 데 조속히 체질개선을 하도록 해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실수를 막는 법이다. 물론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간과하고 있는 것이 기후적응 대책이다. 기후적응은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도 미래에 가장 중요한 기후 정책이다. 그 이유는 기후 위기로 인하여 경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많은 피해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 사이에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액이 1230억 달러에 달하고 그 피해액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국에서는 보상에 합의를 하고 기금도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기존의 적응정책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예컨대 기후위기 감시 체계 및 예측기술 강화, 적응정보생산 및 기술개발 촉진, 홍수·가뭄에 대비한 물안보 강화, 자연재난 신속대응 체계 구축,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기반 구축, 국민과 함께하는 거버넌스의 구축 등 흔히 접해보던 대책들이다. 적응정책이야말로 지역이 중심이 돼 추진하는 속성이 강한데 지역에 대한 지원이나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거버넌스를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적응 주관기관인 환경부와의 부처간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 평가와 이행점검을 하고 있지만 유인 제도라든가, 달성을 못 할 경우의 패널티 같은 대책은 부족하다. 혁신적으로 기후적응 법이나 기금의 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만들어 지방의 역할에 대한 책임과 권한 및 지원 기준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재정이 취약한 지역에는 재원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기후대응 기금을 확대 개편해 적응 기금을 따로 분리하거나 새롭게 적응 기금을 만드는 방안 등이 연구돼야 한다.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지역환경시설세, 유상 할당의 증가, 에너지 환경 관련 기존 기금의 전용가능 법의 개편 등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들이 쉽게 사업 하도록 하는 제도 개편과 지원 체계 및 협력 지원을 하면서 늑색 금융과 전문 인력의 양성도 필수적이다. 벌써 전쟁은 시작됐다. 아직 준비가 아직 안됐다고,자금과 기술이 없다고 한 말은 오래전부터 들은 이야기다. 준비와 대응을 차일 피일 미루다가 때를 놓친 산업들도 많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나훈아의 가사처럼 ‘저 세월은 고장도 없듯이’ 저탄소 시대는 온다. 아니 우리 곁에 이미 왔다. 나중에 세월을 탓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양수발전 확충 서둘러야

제주도에 이어 전라남도 지역에서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 제한이 시작되면서 에너지 전환에 따른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발생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많은 준비가 매우 시급함을 새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제주도에서는 지난해에만 132회의 출력 제한이 일어났으며, 올해도 햇볕이 좋은 날에는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와 전라남도에서 시작된 출력 제한은 앞으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발전 믹스는 2036년까지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2030년에 54%에 달하고 2036년에는 65%를 넘어서는 것으로 예고했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두 전원 모두 전력수요의 증가와 감소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책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해결 방안은 에너지 저장장치의 확대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는 재생에너지가 급격히 늘어난 국가를 중심으로 예외 없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원자력을 많이 늘려야 하는 우리나라는 당연히 에너지저장장치의 확대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빠른 응동 속도를 필요로 하는 단주기 저장장치와 응동 속도는 조금 느리나 경제적으로 많은 전력을 수용하는 장주기 저장장치 모두 늘려야 한다. 최근 여러 전문가가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저장장치의 기술성과 경제성을 함께 연구하고 논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단주기 저장장치로는 배터리, 장주기로는 경제성이 압도적으로 우수한 양수발전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 양수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운영돼 오고 있어 기술 성숙도와 운영 신뢰성이 높고 전 세계 모든 전력계통 운영기관이 가장 선호하는 에너지저장자원이다. 양수발전 방식은 높이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활용해 남는 전기로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퍼올린 후 전기가 부족할 때 상부 저수지의 물을 하부 저수지로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자연적인 저장장치다. 양수발전은 이러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등의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역할 외에도 3분 이내에 신속한 전기 공급이 가능하고 8시간 이상 장시간 운전도 장점이다. 전력계통이 정전(블랙아웃)이 되는 비상시에도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다른 발전소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 발전역할도 한다. 한 번 건설되면 60년 이상 100년까지도 쓸고 있고 청평양수발전의 호명호수에서 보듯이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뤄 관광지로 개발이 가능하며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물을 보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국내 양수발전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반세기를 운영하고 있는 청평양수 등을 포함해 전국 7곳에서 4.7GW 용량의 설비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제9차 전기본에서 1.8GW 추가건설이 확정돼 현재 건설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제10차 전기본에서도 신규로 1.75GW 용량의 설비가 반영됐다. 국내 에너지저장장치 확대 노력은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할 에너지저장장치의 관심이 높아 양수발전 등의 대규모 설비확충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수력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23GW 규모에서 2050년까지 150GW까지 확대할 계획이고 가장 많은 양수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2030년까지 12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총 발전 설비용량인 138GW와 맞먹는 규모다. 또한 양수확대를 위해 입지를 내륙에 국한하지 않고 해안가에서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양수도 운영 및 건설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오키나와에 1999년 준공된 Yanbaru 해수양수발전소다. 호주 컬타나 지역에서도 대용량 해수양수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우리나라에도 해수양수가 내륙양수와 더불어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훌륭한 저장장치를 제공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이미 좋은 후보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속도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높은 비용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또한 에너지저장장치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에서 양수발전은 시급히 그리고 보다 많이 건설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김희집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