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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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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다목적 양수발전 늘리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19 10:26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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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자원경제학과 교수


재생에너지 자원의 확대에 따라 양수 발전이 주목받고 있다. 양수발전은 하부댐의 저장물을 상부댐으로 올려 에너지를 저장해두었다가 낙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주로 심야시간대의 원자력 발전 잉여전기 활용을 위해 주로 이용됐다. 오늘날에는 태양광 발전 변동성 대응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190GW에 달하는 글로벌 전기저장용량 중 약 85%를 양수발전이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펌핑 모드를 통해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요측 관리자원으로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다음으로 핵심적인 에너지 저장장치 역할을 하며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7%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국의 양수발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영국의 재생에너지 기업 SSE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올림픽 규격 수영장의 약 1만1000배에 해당되는 1.5G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저장용량은 30GWh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2025년까지 200개가 넘는 양수발전을 건설해 270GW규모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의 약 2배에 해당되는 규모다.

우리나라 역시 꾸준히 양수발전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대응 목적으로 장주기 에너지 저장장치인 양수발전을 1.75GW 새로 반영하였다. 지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영된 용량까지 포함하면 2036년까지 8.25GW로 현재(4.7GW)의 1.8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해도 주요국 양수 설비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양수발전 규모는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양수발전의 특장점을 잘 살려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양수발전은 재생 발전 변동성 대응 자원으로 비용효과적이다. 사실상 양수설비는 수명이 100년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LCOS(Levelized Cost of Storage) 측면에서도 경제성이 높다. IEA도 가장 비용효과적인 저장장치로 인정한다. 변동성 대응 기능을 보면, 현재도 경부하기의 태양광 탈락 대응수단으로는 Fast DR, 발전 제약 외에 양수 펌핑을 활용하고 있다. 주파수 59.75Hz 이하 사태 즉시 펌핑을 차단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추가 탈락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이런 대응이 신속하고도 규모 있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양수발전 설비를 늘려야 한다. 특히 저탄소 고성능 초속응성 예비력 자원 확충 차원에서 주파수 조절 기능을 갖춘 가변속 양수발전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2036년에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가 100GW 이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유연성 자원으로 신규 양수발전이 1.75GW 반영되긴 했지만 2050 탄소중립까지 감안하면 이 보다 더 늘려야 한다.

양수발전은 현재 진행형인 탄소국경조정제(CBAM),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저탄소 무역라운드에서도 효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처럼 대규모 양수발전은 더 이상 재생에너지 관련 계통안정을 위한 저장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발전시설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잉여 태양광 펌핑의 양수발전이 PPA를 통해 철강산업에 공급되면 한국과 중국의 철강 톤당 탄소배출량은 역전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탄소국경조정제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양수발전이 모든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나날이 치열해지는 저탄소 통상전쟁에서 다양한 해결방안 중의 하나로 적극 검토돼야 한다.

양수발전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국내 일부 양수발전 지역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상·하층부의 저수댐을 테마로 한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다.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영국 SSE의 콰 글라스 양수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건설과정에서 최대 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한 환경파괴를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는 부지 선정단계에서부터 생태계 등급을 고려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양수발전은 물 관리 차원에서도 활용가치가 높다. 최근 호남지역의 극심한 물 부족 사태에서 경험하듯이 양수발전 저장물을 적절히 활용하면 비상 시 농업용수로도 활용가능하다. 시스템 최적화를 통해 기후적응형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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