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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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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재생에너지 확대 가로막는 독점 전력사업자의 횡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20 09:53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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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작년 말 전기위원회는 한국전력이 제출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고객 요금제 신설’에 관한 기본공급약관 변경을 인가했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PPA(전력구매계약)로 구입하는 기업에 대한 별도의 요금제를 인가한 것이다. 별도의 요금제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거래하는 전력 사용자들이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입할 때 적용되는 요금제인데 기본요금과 경부하요금은 크게 올리고 최대·중간부하 요금은 낮췄다. 이런 식이면 기존보다 최대 1.5배 비싸게 지불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를 두고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로 인해 한전은 두 차례 그 시행을 유예하고 있다. 이번 일은 한전의 독점적 지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직접 PPA 요금제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습적으로 통과됐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라면 적어도 몇 차례의 공청회나 토론을 거쳐야 했다. 언론에 따르면 전기위원회 회의 당일 당연직 위원들 조차 안건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알려진다. 작년 말 전기요금 인상안과 함께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RE100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수출업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한전이 급작스럽게 약관을 변경한 점은 이해되지 않는다.

직접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하는 사업자는 어차피 한전의 전력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24시간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공급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재생에너지가 공급될 수 없는 비상 상황에는 한전의 전기를 공급받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사업자들이 RE100을 지향하지만 100%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공급받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틈을 이용해 한전이 직접 PPA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비싸게 전기를 판다는 것은 전력 독점 판매자의 횡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전은 직접 PPA 고객에게 높은 요금제를 적용하는 이유를 PPA 고객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해 한전 전력 사용량이 감소하면 적정 고정비를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즉, 고객의 기본요금 부담완화를 위해 고정비 일부를 전력량 요금으로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력사용량이 예상보다 증가하면 고정비를 많이 받은 셈이니 환불해 주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예상보다 적게 쓴 경우는 추가요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인가? 잘못 설계한 기본요금을 근거로 직접 PPA 고객에게 다른 요금을 적용한다는 것은 억지스럽다.

직접 PPA 고객에 대한 요금제는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구입하지 않는 고객에게 불이익을 줘 독점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한전의 가격정책이라고 판단된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전력판매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에서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담고 있는 약관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RE100 및 K-RE100 관련 기업 32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6.5%는 한전의 PPA 전용 요금제로 손해를 볼 것이라고 답했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PPA로 구입하기로 계획 중이었던 기업들은 PPA 검토 보류, 추진 중단 및 계약 파기 등의 유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접 PPA 요금제는 불공정약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 PPA 제도 도입으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 선택 폭이 넓어진다고 홍보했다. 이에 따르면 전력거래소의 거래수수료를 3년간 면제하고 중소·중견기업은 망 이용요금을 1년간 지원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또한 20MW 이상의 설비는 발전량 중 일부를 직접 PPA로, 나머지는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분할거래’를 허용했다. 그러나 한전의 직접 PPA 요금제는 사실상 재생에너지 전력의 직거래를 하지 말라는 우회적 경고와 다름없으며 산업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전력산업의 독점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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