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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업인 질타 관행 국감에

"올해도 질타와 호통만 난무하는 ‘국감(국정감사)’으로 흐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어느덧 2주를 넘긴 정기국회 국정감사 현장 분위기를 두고 유통업계 한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국감이 열리는 본래 취지는 민주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국회)가 행정부 기관이나 국민경제 비중이 큰 기업의 위법행위를 따지고 개선시켜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그러나, 예년의 국감과 같이 올해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기관과 기업 증인들을 불러다 ‘훈계식 질타’만 늘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기업인을 마치 죄인 취급하듯 국감장으로 불러다 병풍처럼 세워놓고 호통을 치며 망신주기로 일관하는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이 때문에 국감 시기만 되면 피로도가 커진다고 기업인들은 호소한다.국감 피로도를 주장하는 이유의 하나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합리적인 추궁과 해결을 제시하려는 질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정쟁거리’를 결부시켜 퍼붓는 질문세례를 꼽을 수 있다.실제로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증인 출석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야당 의원으로부터 "신세계가 대통령실과 여당으로부터 광주 복합쇼핑몰 이슈에 정치적으로 활용해 달라는 그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매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국감을 통한 규제 강화 움직임도 기업인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기업 입장에선 규제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만큼 현장과 소통이 먼저 선행된 뒤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선(先)규제 후(後)소통’을 취해 문제점이 나오면 다시 법안을 고치니 마니 불필요한 논란과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는 주장이었다. ‘기업 증인 소환’을 약방의 단골처럼 국감 이벤트로 삼아선 안될 것이다. 단순히 질타로 난무한 말잔치가 아닌 행정부와 기업의 잘못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고 시정할 수 있는 법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국민들이 바라는 ‘참 국감’의 모습이고, 입법부가 행정부·경제계와 올바로 소통하는 방법일 것이다.pr9028@ekn.kr

[기자의 눈] 카카오가 없는 세상

이번주 점심 자리 최대 화두는 카카오다. 다들 카카오가 운영하는 각종 서비스가 멈췄던 순간 느꼈던 당혹감을 얘기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킥보드를 대여했다가 반납하지 못해 대여료가 수십만원 청구됐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린다. 저마다 각자 느낀 불편을 얘기하다가도 결론은 대부분 비슷하다. 카카오는 우리 일상 대부분을 대리해줄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긴 했지만 대체 불가능한 기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은 이미 대안이 존재한다. 메시징만 놓고 보더라도 네이버 라인이나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다이렉드메시지(DM), 아이폰 아이메시지 등 다양한 채널이 거론됐다. 지도를 비롯해 모빌리티 등 다른 서비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실 지난 주말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라는 존재는 우리 일상에 필수불가결한 것처럼 여겨졌었다. 당장 국가기관부터 카카오톡을 활용한 인증과 알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 행정 서비스 일부를 특정 대형 IT기업에 외주화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은 편의성 앞에 설 곳이 없었다. 카카오는 공공재 같은 속성을 활용해 덩치를 급격하게 키웠다. 크고 작은 신생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이렇게 성장한 카카오 국내외 계열사는 187곳에 달한다. 대기업이 그런 것까지 하나 싶은 영역까지 발을 넓혔다. 단시간에 덩치가 급격히 커진 반작용인지 카카오는 신문 지면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 카카오페이가 상장한지 한달여 만에 주요 임원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팔아치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지만 현재 카카오 주가가 바닥을 치면서 투자자와 계열사 직원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우리사주에 청약한 카카오뱅크 직원들만 빚더미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린다. 카카오 서비스는 약 나흘 만에 대부분 정상화됐지만 카카오가 없는 세상을 겪은 사람들의 생각은 전과 다를 것이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골목상권 침해라는 구설수를 보면서도 마지못해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책임은 카카오 창립자인 김범수 의장에게 향한다. 사태가 몰락의 신호탄이 아닌 성장통으로 아물기 위해서는 비대해진 덩치에 걸맞는 책임 있는 경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김 의장이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jinsol@ekn.kr이ㅣㄴ솔 이진솔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탄소중립 시대 열 요금 현실화 필요

정부는 지난해부터 탄소중립에 고삐를 쥐고 몰아세우고 있다. 탄소중립의 개념이 처음 나올 당시에는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 있는 선진국 위주로 각종 탄소중립 제도가 생기며 대전환이 시작됐다. 지금은 탄소중립이 전세계 공동의 목표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는 유럽 등 선진국들이 몇 십 년 앞장 서 추진했던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 탄소중립 추진에서 가장 필수적인 과정은 에너지 전환이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로 채우자는 게 골자다. 지금은 전기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주택·건물·산업단지에서 반드시 쓰이는 열 에너지의 경우 집단에너지가 충분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집단에너지는 기후변화 국제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집단에너지는 자원회수시설 폐열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발전 효율도 높아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집단에너지는 열 에너지를 생산한 뒤 남은 연료로 전기를 만든다. 효율이 높을수록 같은 연료를 투입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많아진다.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도 적은 에너지공급 수단으로도 주목 받는다. 문제는 집단에너지는 국내에서 아직 ‘서자’의 위치에 그친다는 점이다. 전력 판매의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독점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 에너지 상황도 녹록찮다. 요금구조 자체가 한국가스공사 요금제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국내 집단에너지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다. 그래서 한난의 열 사용료가 전체 업계의 기준이 된다. 다른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열 사용료를 정할 때 한난 요금의 110%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문제는 한난의 열 요금은 자체적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가스공사의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가스공사가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난도 열 사용료를 올릴 수 없고 다른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열 사용료도 동결될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지금처럼 열 연료로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및 도매요금이 최고치를 잇달아 갈아치울 때에는 적자를 내면서 열 에너지를 판매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겐 연료비 상승에 맞춰 에너지 요금이 오르는 게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요 부문에 대한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값 싼 에너지만 찾게 된다면 결국 탄소를 많이 배출하던 기존의 화석연료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집단에너지가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꼽히는 만큼 요금 정상화부터 이뤄야 그 다음 계획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claudia@ekn.krclip20221018144607

[기자의 눈] 이재명 대표, 지자체 재생에너지 규제 해결에 나서야

재생에너지 관련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재생에너지 설치 구역을 조례로 제한하는 이격거리 규제다. 대·중소기업, 공기업, 학계 등을 가리지 않고 재생에너지 보급에 가장 큰 장애물로 이격거리 규제를 꼽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해왔듯이 이격거리 규제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산업부와 산자위 의원들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이격거리 규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29개 지자체는 이격거리 규제를 조례로 세웠다. 급격한 재생에너지 보급으로 주민이 설비 설치에 반발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됐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이격거리 규제를 만든 지자체를 대상으로 규제를 마련한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주민 민원 방지 또는 해소라고 응답한 지자체가 가장 많았다. 문제는 이격거리 규제로 윤석열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달성하기가 지난 정부 때보다 축소했음에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만든 이격거리 조례는 엄연히 지자체의 권한이다. 산업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지자체 조례 제한의 필요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관련 법안을 직접 만들지 않는 한 이를 대신 대표 발의해줄 의원이 산자위에 있을지 의문이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 그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부로선 규제 법안을 직접 발의하지 않는다면 현재 이격거리 완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자체가 알아서 따라와 주길 바라는 게 최선이다. 지자체가 시간을 두고 규제를 풀어주면 제일 좋겠지만 그 역시 쉽잖다. 벌써 재생에너지 보급이 줄고 있어서 그리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다. 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설비확인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태양광 보급량이 지난해 대비 24% 정도 감소했다. 업계는 이격거리 규제를 제한할 법제화가 당장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간이 걸린다고 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해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산업부에서 지자체가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줄 수 있는 인센티브는 지자체의 재생에너지 사업에 혜택을 주는 수준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에 비우호적인 지차체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혜택을 준다고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이격거리 규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자위를 초월한 정치적 추진력이 필요하다. 당장 재생에너지에 비판적인 여당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0일 신안군 태양광을 방문해 ‘태양광 연금’을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진정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관심이 있다면 이격거리 규제에 대한 대책을 언급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이 대표가 정작 산업 위기를 외면한다면 재생에너지를 정치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던 증거인 셈이다.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기자의 눈]

"정말 너무하시는 것 아닙니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출석했던 2018년 국정감사장 풍경이다. 백 대표는 이날 그 자리에서 자신의 프랜차이즈 사업이 소상공인들의 상권을 침해한다는 의원들의 면박에 "골목상권이랑 먹자골목을 헷갈리시는 게 정말 큰 문제"라며 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지적했다. 올해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국감이 펼쳐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어김없이 앞뒤 문맥 정황은 무시한 채 A4 용지에 적힌 문자에만 집착하며 기업이나 특정 인물 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사실여부를 따져 묻기 보단, 질책을 넘어선 호통, 면박이 기본이다. 업에 대한 이해도도 낮다. 일례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발언이 있다. 최 회장은 태풍 ‘힌남노’ 북상 당시 포항제철소 가동을 중단했다고 말했고, 여당에선 이 발언이 거짓이었다며 위증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전력의 자료만 보면 최 회장의 증언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엔 제철소에 대한 이해, 포스코의 전력 사용량 비중 등 관련 지식이 깔려 있지 않다. 포스코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의 80%를 자체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6일 새벽 전력 사용량의 경우 한전으로부터 들어오는 20% 정도는 유지한 채 80%를 차지하는 자가발전량은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시간대별 전력사용량은 평소 대비 50% 이상 감소된 수준이었다.그렇다면 전력 완전 차단을 하지 않았느냐에 질문이 나올 것이다. 이건 제강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제철소 전 라인의 가동 중단을 위해선 고로 기반의 연속 공정 특성상 제선부터 시작, 제강, 압연라인에 대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즉, 고로 휴풍 작업에만 최소 10시간 이상 소요되는 셈. 또한 고로냉각수 펌프나 배수펌프, 조명 등 설비보호를 위한 최소 운영 전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포스코는 이 최소 운영 전력을 사용한 셈이다. CJ제일제당 등 식품업계도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이 수입산 쌀 사용을 두고 따져 묻는 통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들은 비축미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냉동밥류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자 수입 쌀을 사용했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쌀가공협회에서도 기업 등에 ‘정부미가 부족하니 대체원료 물색을 권장한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국감이 의원들의 존재감 드러내기 또는 지지율 높이기에 적합한 무대일 것이다. 다만, 업에 대한 이해도 등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 때리기는 결국 국민과 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업 때리기에 나서기 전,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기자의 눈] 추락하는 애널리스트의 위상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연구원(애널리스트)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주식과 채권 값이 떨어지면서 사내 영향력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늘어나면서 리서치센터가 주목을 받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실제 9월 말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는 1066명으로 2020년(1078명)과 비교해 12명 줄어들었다. 1500명이 넘었던 2010년 대비 30% 가량 사라진 셈이다.애널리스트의 위상은 사라진지 오래다. 리서치센터는 ‘비수익부서’라는 틀에 갇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 증권사 신입사원들의 기피 부서 1위기도 했다. 과거 증권사 리서치 어시스턴트(RA) 경쟁률이 수십 대 일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기도 했다.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에 다양한 연령대의 투자자들이 뛰어들자 애널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도 했지만, 잠시였다. 증권사들의 투자은행(IB), 기업공개(IPO), 지점 자산관리(WM) 등을 활용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 놓은 탓에 역할이 축소되고 있어서다. 특히 투자자들에게 양질의 보고서를 제공해야하는데, 기업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심지어 애널리스트를 두지 않은 증권사도 늘어나고 있다. 금투협에 등록된 59개 증권사 중 8곳은 애널리스트가 없다. 토스증권은 리서치센터를 두지 않고, 애널리스트 2명이 콘텐츠 매니저 3명과 협업해 개인 투자자 대상 시장·업종 분석 리포트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에서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애널리스트 1명이 리테일 사업 부서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는 금융투자업계에서 필요 이상의 존재다. 애널리스트가 줄어들게 되면 정확한 컨센서스 형성이 어렵기도 하다. 증시도 환절기를 겪고 있다.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가 힘든 순간이다. 애널리스트들도 지치지 않고 증권사의 ‘꽃’으로 재차 부활할 수 있길 바란다.

[기자의 눈]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신설, 빈말이었나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12일 대한적십자사 등 보건복지부 산하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지켜본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착잡하고 답답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국감 시작부터 감사원의 공직자 열차 이용내역 자료수집의 적법성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계속 이어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에 호소해 온 제약·바이오업계의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올해 초 각종 신년행사와 5월 새정부 출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제약·바이오산업 컨트롤타워 신설과 의약품 심사인력 확충을 촉구해 왔다. 국내 의약품 임상승인·품목허가 심사인력은 총 70여명으로, 일본의 절반, 미국의 10% 수준에 그친다. 이는 신약 출시 지연을 초래해 글로벌 의약품시장에서 한국 의약품의 점유율 1.3%라는 초라한 결과로 이어지게 했다. 발굴·임상·출시 등 각 단계별로 분절된 규제정책을 효율적으로 통합관리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도 업계의 숙원이다. 오죽하면 업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새 정부가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의약품 심사인력 100명만 늘려도 성공이라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대선공약이었던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신설은 지난 6일 정부조직 개편방안 발표는 물론 지금까지도 ‘어느 곳에도’ 언급조차 없다. 의약품 심사인력 확충도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하물며 지난 주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약처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의 제약·바이오 정책 지지부진함을 여야 의원들이 지적할 법도 한데 전혀 이슈화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새 정부 기조를 의식한 듯 조직 신설과 인력 확충을 회피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질병관리청장의 바이오주식 보유 문제 등을 추궁하는데 할애했다. 경제·민생 국감이 아닌 정치 국감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제약·바이오산업이 미래의 국가 먹거리라는 산업·정책적 공감대에 입을 모으던 정부와 국회가 정작 ‘펼쳐놓은 판(국감)’에선 정략적 이해만 따지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아직 종합감사 등 국감 남은 기간에서나마 정부와 정치권이 ‘말로만’ 경제 걱정을 하지 말고 ‘행동으로’ 경제 현안들을 챙겨주길 바랄뿐이다. kch0054@ekn.kr김철훈 성장산업부 기자 김철훈 성장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망 이용료 논쟁, 신중론 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망 이용대가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망 이용 대가 문제는 결국 과도한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증설 비용을 누가 댈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한마디로 ‘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와 CP(콘텐츠제공업체) 간 갈등이 첨예할 수밖에 없다. 논의가 전개되는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초반에는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글로벌 CP가 수세(守勢)에 몰리는가 싶더니, 이후 구글을 중심으로 한 CP의 반발이 조직화하고 미국 무역대표부가 자유 무역 협정 위반이라는 카드까지 들고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급기야 망 이용대가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우리 정치권도 한 발 물러나 재검토 목소리를 내고 있다. ISP들도 반격을 준비 중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통신 3사와 함께 ‘망 무임승차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12일 간담회를 연다.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명확한 규칙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유발하는 트래픽의 양은 이미 다른 기업들의 트래픽을 월등히 뛰어넘었고, 네트워크 망 증설이 더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이견이 없다. 글로벌 CP들은 해당 법안이 결국은 유튜버를 비롯한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구글은 유튜브 고객센터 공지사항에 ‘망사용료 법안 관련 청원 안내’라는 글을 올려 유튜버를 인질로 내세웠고, 트위치는 한국에서의 동영상 화질을 갑자기 낮춰 이용자들의 불편을 야기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망 증설로 인해 ISP가 지게 되는 부담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눠 내야한다. 넷플릭스를 보지 않고 유튜브를 이용하지 않는 일반 국민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현 상황을 ‘시장 실패’로 보고,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에 동의한다. 그의 말처럼 콘텐츠 공급자이든 창작자이든 접속료는 내야 하고, 누군가 내지 않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된다. 절대적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된 CP에게 휘둘리며 ‘신중론’만 제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hsjung@ekn.kr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롤러코스터 집값

흔히 ‘집값은 롤러코스터’라는 말이 있다. 놀이공원의 대표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터처럼 집값도 오를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반드시 있고 오르내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롤러코스터’는 지난해까지 열심히 올라갔다. 지난해 말 고점에 멈춰 급격한 하강을 준비했고 고점을 지나자 부동산 롤러코스터는 가속도가 붙어 쏜살같이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집값 하락이 본격 시작되면서 답답한 형국이다. 국민들은 집이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다. 유주택자는 늘어난 대출이자에, 무주택자는 늘어난 월세에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 내 집 유무에 상관없이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 누구도 웃질 못하는 게 현실이 됐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는 세 유형의 사람들이 있었다. 집을 샀다는 사람과 매수를 계획 중인 사람, 못 사서 전전긍긍하는 사람 등이다. 집을 산 사람은 주위의 부러움을 샀고 못 산 사람은 로또를 눈 앞에서 놓친 바보 취급을 받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1년 전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행복하지 않았겠다 싶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집값 하락이냐 일시적 조정이냐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거래절벽 상황에서 증여나 급매 등 일부 거래만으로는 시세를 책정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매수 우위 시장으로 굳어진 채로 집값이 최소 1~2년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의견이 공존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봤을 때는 시장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길게는 현 정권 5년 내내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집값 롤러코스터가 언제 다시 위로 올라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남들 따라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집을 장만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을 계속 상기할 필요는 있다. 한 번의 하락을 경험해본 만큼 무턱대고 영끌을 해서 집을 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무리해서 대출을 받지 않는 선에서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구하는 게 ‘부동산 롤러코스터’를 겁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잊지 말자, 롤러코스터!증명사진_김기령

[기자의 눈] 오빠는 다른 남자들과 달라

"오빠는 다른 남자들과 달라." 꽤나 전략적인 문장이다. 경쟁 상대들을 싸잡아 ‘다른 남자’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본인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이 말을 듣는 여성들도 다 안다. 그 오빠 역시 다른 남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한국 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만의 ‘사건’이다. 숫자를 보면 소름이 돋는다. 올해 들어 누적 적자만 288억8000만달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무역적자가 4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2000만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그럼에도 많은 경제주체들이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우리나라 경제 체력 자체가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수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거나 외환보유고가 넉넉하다는 점 등이 근거로 거론된다. 에너지 수입국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고 안도하는 사람도 있다. 무역에서 손해를 봐도 경상수지가 누적 흑자를 기록할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온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글로벌 산업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등의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무역갈등이 고조되고 보호무역주의가 유행처럼 번지면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차는 차세대 먹거리인 전기차를 미국에서 대량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력을 가진 것은 국가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다. 외환보유고 역시 한순간 바닥나도 이상하지 않다. 경제는 심리다. 단숨에 자산 시장이 붕괴할 수도 있다. 전세계 주요국에서 ‘경제 경고음’이 들려오는 것은 위안거리가 아니라 최대 변수다. 신흥국은 물론이고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도 사면초가 상태다. 주요국에서 촉발된 위기가 전염병처럼 번진다면 가장 위험해지는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다. 우리가 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었는지 잊으면 안 된다. 국가·가계 부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부채 시한폭탄이 터지면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국가부채와 국가채무의 차이점조차 모르는 무능한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낮다는 것은 왜곡된 통계다. D2·D3 등 용어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한국전력의 현재 처지를 보면 안다.산업부는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며 무역적자 해소 방안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수준에서 해결책을 찾으면 안 된다. 기업, 가계, 정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묘수’를 고민해야 한다. 외환·금융위기 당시와 지금 상황이 다르다는 말은 이제 삼가는 게 좋다. 오빠가 하는 저 진부한 멘트보다도 가볍게 들린다.yes@ekn.kr산업부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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