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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 플랫폼이 나오면 대출을 바로 갈아탈 겁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이 한 말이다. 신용대출을 받고 있다는 그는 대출 금리가 높아 당장 대출 갈아타기를 하고 싶지만,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작된다고 하니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큰 것 같다. 금리 인상기에 이자 감당에 지친 금융소비자들은 대출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는 것에 환영하고 있다.
금융권의 대환대출 인프라가 31일 드디어 가동된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 총 53개의 금융회사 대출 상품을 하나의 앱에서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결제원이 구현하는 대출이동 시스템과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총 23곳이 구축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합쳐진 개념이다. 신용대출 상품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한 후 연말에는 주택담보대출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환대출 인프라(당시 플랫폼)는 2021년 10월 출범 예정이었으나 빅테크와 은행 간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며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으로의 종속을 우려한 은행권은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지난해 금융당국 주도로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대환대출 인프라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도 대환대출 인프라를 둘러싼 업권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은행권은 여전히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금리 경쟁이 과도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은행들이 대환대출 플랫폼 기업과 제휴를 맺고 참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여 플랫폼 수도 많지 않다. 31일 서비스 오픈 시점에 빅테크 기업 중 카카오페이만 유일하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참여한다. 카카오페이 외 은행별 참여 플랫폼을 보면 우리은행은 네이버페이에 참여하며, 농협은행은 토스와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6월 중 토스에 들어갈 예정이며 자체적인 대출 비교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비교 대출 서비스 제휴를 맺은 핀다에 입점할 것으로 보이며 다른 플랫폼들과도 제휴를 논의 중이다. 국민은행은 카카오페이에만 참여한다.
출범 당일 실제 참여하는 금융사와 플랫폼 수도 당초 계획보다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서비스를 곧바로 시작하는 플랫폼 수는 한 자리 수에 그칠 전망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속 빈 강정이었다는 비판이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제 막 출범하는 대환대출 인프라의 성공 여부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시도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장기전이다.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환대출 인프라의 목적이 ‘금융소비자 편익’에 있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이 업권의 이익을 내세우기보다는 타협하고 함께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며 대환대출 인프라를 기다리는 금융소비자의 기대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