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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도둑맞은 가난’에서 가난한 주인공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알고 동거했던 남자친구 상훈이 가난 체험에 나선 부잣집 대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이렇게 내뱉는다.
2030 청년 세대는 정치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상 화폐 논란’에 도둑맞은 가난의 주인공 기분을 느끼고 있다. 김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자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은 그간 김 의원의 위선적인 행태 때문이다.
김 의원은 그간 이른바 ‘서민 코스프레’를 해왔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매일 라면만 먹는다"며 "그렇게 먹은 지 7~8년은 됐다"고 가감 없이 자신의 ‘가난’을 드러냈다.
이러한 배경으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후원금을 가장 많이 받았고 당선 이후에도 꾸준하게 정치후원금을 요청해왔다. 당시 후원을 독려하는 영상에서는 "평생 짠돌이로 살았다"며 구멍난 신발을 신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은 적 없다며 자신의 후원을 읍소했다.
코인 자산이 60억원 이상이었던 지난해에도 후원금을 모금하면서 "작년 지방 선거 부산 지원 유세 때는 방 두 개 안 빌리고, 모텔에서 보좌진이랑 셋이서 잤다"며 후원을 거듭 부탁했다.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은 전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폭등했을 2020년 당시에도 "여야 국회의원들과 고위공무원 모두 부동산에 전화 겁시다"라며 "급매로 내놓으면 소화된다. 많이 올라서 큰 손해도 아닐거라 생각된다. 시세대로 팔려고 하니까 매도가 잘 안되는 것 아니겠냐"고 의원들의 부동산 매도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여기가 북한이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주택자를 ‘때려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집 매도를 촉구했던 김 의원은 현재 본인의 코인 자금 출처와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김 의원을 향해 ‘내로남불’, ‘서민 코스프레’ 등의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특히 문 정부 시절 부동산 폭등에 대한 출구로 코인 투자 광풍이 일었던 2030 청년세대는 더욱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마치 가난을 도둑맞은 느낌이다. 이제라도 김 의원은 가난 코스프레를 접고 국민들 앞에서 명명백백하게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훈이 주인공에게 그랬던 것처럼 국민들에게 절망감만 안겨줄 것이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