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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中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리니지M이 왕좌에서 내려왔다. 장기간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 매출 1위를 지켜오던 ‘리니지M’을 2위로 끌어내린 건 다름 아닌 중국산 방치형 게임 ‘버섯커키우기’다. 게임은 출시 직후부터 빠르게 매출 순위가 상승하더니 21일 결국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까지 모든 앱 마켓서 매출 1위를 찍는 기염을 토했다. 실은 이 게임이 국내 대형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들을 제치고 상위 5위 게임 내에 들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자 리뷰 기사를 작성해 보자는 마음에 플레이한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다. 첫날 2시간가량 플레이를 한 후 작성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너무나도 단순한 조작 방식과 익숙한 게임시스템 그리고 더 익숙한 비즈니스모델(BM)까지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해야 할 부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슬롯머신 게임이다. 하단 중앙에 위치한 램프를 계속 클릭해 장비를 얻어 전투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이 게임은 지난해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개판오분전’을 출시했던 조이넷게임즈가 서비스하고 있는데, 개판오분전은 당시 ‘1000뽑’이라는 제목으로 이용자를 유인하는 마케팅 방식을 이용해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까지 올랐다. 버섯커키우기 역시 ‘3000뽑’이라는 문구가 제목에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에게 만리장성의 벽은 여전히 높다. 고품질의 국산 게임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대로 확률형BM 위주의 중국산 방치형 게임들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대응책은 미비하다. 당장 오는 3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중국 등 해외 게임에 대한 규제책은 아직 부족하다. 이에 업계에선 기존 국내 게임사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던 자율규제가 해외 게임에선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났던 역차별이 법 시행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당시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게임사 절대다수는 해외 게임사였다. 정부는 앱마켓 협조, 대리인 지정 등을 통해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게임이용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게임 이용환경을 확립이라는 본래 취지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와 유관기관이 보여주기식 제재 보단 형평성 있는 규제 방안 마련에 보다 집중해주길 바란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중기부장관 현장행보

[에너지경제신문 김유승 기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기업 및 소상공인 현장방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느 경제부처 장관들이 취임하면 초반에 산업계 현장을 돌면서 인사 겸 업계 애로를 수렴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에 해당하지만, 오 장관의 현장 발걸음은 남다른 배경을 깔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024년 새해 업무 시작일인 이달 2일 공식 일정에 들어간 오 장관은 지난 1988년 외무고시로 공직을 시작해 35년간 외교관을 지낸 정통관료이다. 이런 경력 때문에 지난해 대통령실이 오 장관 후보를 발표하자 야당과 현장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정책 사항을 총괄하는 중기부 장관에 걸맞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장관 임명 뒤 오 장관은 이같은 비판적 외부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누구보다 소관업무의 이해당사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을 것이다.실제로 현장 행보때마다 오 장관은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노란우산 공제 확대 △전통시장 디지털화 △납품대금 연동제 안착 △스타트업 코리아 실현 △민간 중심 벤처펀드 조성 같은 중기부의 주요 정책 추진과제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전달했다.취임 하루 전인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9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과 반려동물용품 업체를 만났고, 지난 16일 ‘제1차 소상공인 우문현답정책협의회’를 갖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그러나, 항상 정부부처 기관장들의 현장 방문에서 보듯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그 실효성을 두고는 항상 설왕설래 평가가 다르다.이번 오 장관의 현장 행보에서 드러난 아쉬움은 비록 취임 직후 이뤄진 일정이란 점에서 준비 기간이 짧음을 감안하더라도 현장에서 밝힌 중기부의 정책 추진 내용들이 기존의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기자가 현장 동행취재했던 용산 반려동물용품 업체 방문 자리에서 신임 장관으로서 중소기업의 현장을 면밀하게 살펴보기보다는 제품이 전시된 회의실에서 간단한 사업 소개를 듣고 사업주의 애로점을 물어보는 여느 장관의 ‘루틴 행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지난 16일 열린 소상공인 정책협의회에서도 올해 바뀐 중기부의 정책 중심으로 상호소통하는 자리임에도 행사는 사실상 소상공인이 요구하는 민원성 내용을 듣는 성격으로 흘러 앞으로 정책협의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국가경제의 풀뿌리인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을 성장시키고 보호해야 하는 중기부의 수장직을 맡은 오 장관이 현장과 보다 진정성 있는 소통을 펼쳐 일각의 자질 부족 논란을 말끔하게 떨쳐버리기를 바란다.김유승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한미약품-OCI 통합서 드러난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에게 메인 발표를 맡기며 자신의 후계자임을 국제무대에 알렸다. 그러나, 정작 서 회장은 그동안 서 대표를 포함한 자녀들에게 주식증여 등 승계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셀트리온그룹 합병 발표에서 서 회장은 "(수조원대 상속세 때문에) 내가 떠나면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될 것"이라며 되레 기자들에게 앞으로 상속·증여세 제도 개편 전망을 물어보는 등 승계 문제에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서 회장의 가업승계 걱정은 최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서 한낱 기우가 아닌 ‘현실’로 나타났다.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과 2남1녀 세 자녀는 창업자인 선대회장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지분을 물려받고 5400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송 회장과 자녀들은 주식담보대출로도 부족해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에 32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로 무산되면서 송 회장측은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우려했다고 한다.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한 데에는 신약개발을 위한 재원 확보 등 경영 차원의 포석도 있었겠지만, ‘상속세 문제’가 없었다면 과연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업(가업)승계를 돕기 위해 올해부터 △상속·증여세 공제한도 확대 △연부연납기간 확대 △납부유예제도 신설 등을 담은 과세특례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이 특례제도는 자산 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기업과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수혜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최근 상속세 이슈가 불거졌던 삼성그룹과 넥슨은 말할 것 없고 연매출 1조원을 넘긴 셀트리온·한미약품 모두 수혜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상속·증여세는 일종의 불로소득인 상속·증여재산에 가해지는 과세로, 부의 세습과 편중을 완화하고 부의 재분배·사회순환을 촉진하는 긍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 조세제도가 기업의 경영구조에까지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상속세 납부자 상위 10%가 전체 상속세의 80%를 내는 등 대기업·고소득자의 조세납부 비중이 크다. 단지 실적이 많은 기업이라는 이유로 가업승계 보호 울타리에서 제외시켜 기업의 연속성이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빈대(세수 확보) 잡으려다 초가삼간(산업기반)을 태우는’ 우(愚)를 범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싶다. kch0054@ekn.kr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선거철 불어오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행할 것이오. 오늘의 위기만을 생각하며 나라의 장래를 포기할 순 없소." 사극의 인기를 다시 부활시킨 드라마 속 고려의 왕 현종은 몽진 이후 조정에 복귀한 뒤 거란의 재침략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고려의 결집력을 약하게 만든 지방호족 체제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한다. ‘전쟁 대비를 먼저 한 뒤 지방개혁을 해야 한다’는 강감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밀어붙인다. 무력 차원에서의 전란대비도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민심을 하나로 모아 국력을 키우려면 썩은 고름을 도려내야 한다는 말이다. 선거철만 되면 ‘북풍’이 분다. 올해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벌써 한반도에 불안감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국정원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불안감이 식기도 전에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여기에 더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2022년 임명 이후 첫 단독 해외 방문으로 러시아를 찾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조만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국 외교 연대를 강화하면서 투트랙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가자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들과 ‘한반도 상황이 6·25 전쟁 직전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전문가 의견들이 줄곧 나오고 있다. 거대 양당들도 서로를 손가락질 하기 바빠졌다. 집권 국민의힘은 "북한이 노골적으로 총선 개입 의지를 표명한 만큼 더불어민주당도 더 이상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포 분위기 조성용 전쟁 위기 유발, 윤석열 정권이 혹시 저지를지 모르는 북풍 유혹 경계하자고 말한 지 2주만에 국정원발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도발해주길 바라고 있나, 총선용 제 2의 총풍 사건 그립나"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선거철을 앞두고 군사 도발이나 무력충돌을 감행할 수 있다’는 주장에 근거가 되는 현상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실제로 정부 당국은 1992년 강원 철원 무장공비 침투사건 △1997년 부부간첩 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 등을 ‘대남 선거개입 목적의 무력 도발 사례’로 언급한다. 하지만 모든 사례들이 실제 선거와 연관이 있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즉 진짜 ‘북풍’이 불었는지 아니면 ‘북풍몰이’에 엮인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실제로 1997년 보수진영에서 북한에 대놓고 위장 총격을 부탁한 ‘총풍 사건’은 남북이 선거판을 흔들기 위해 함께 공작한 흑역사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대만 국민들은 ‘선거에 임하는 자세’의 정석을 보여줬다. 올해 예정된 전 세계 대선 가운데 가장 처음 열린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반중(反中)·친미(親美) 정책을 펼쳐왔던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대만 대선은 시진핑 중국 정권의 "(반중 성향인)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공개 협박 속에서 실시됐다. 대만 국민들은 전쟁 불안함 속에서도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졌다. 국방력과 군사력, 놓칠 수 없는 주권의 핵심인 건 맞다. 하지만 단순히 정말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대비하면 된다. 전쟁이 나지 않는다고 준비 없이 방심하는 자세는 게으름과 무책임이다. 반대로 전쟁 불안감을 선거판에 이용하는 태도는 기만과 거짓선동이다. 유권자들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며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claudia@ekn.kr오세영 기자수첩

[기자의 눈] ‘그린워싱’ 색출 시대에 성역은 없다

기후변화로 친환경 이슈에 관심이 커지면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바야흐로 그린워싱 색출 시대다. 요즘은 업계 간 경쟁에서 그린워싱이 이용되는 듯하다.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이 6년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촉박해지면서, 업계가 생존을 위해 타 업계를 깎아내리며 인위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타 업계가 우리보다 더 더러우니 정부에게 우리 말고 다른 업계를 더 규제하라"는 식이다. 취재를 하다 보면 한 업계에서 은연 중 타 업계를 그린워싱이라며 저격하는 걸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 ‘그린워싱이다’라고 저격하기보다는 환경단체를 이용하거나 언론에 흘리는 방식을 활용한다. 그린워싱 저격이 과열되면서 종종 논리 비약에 빠진다. 환경단체와 정치권 등의 주장을 살펴보면 ‘산업 존재 자체가 환경에 좋지 않아 그린워싱을 한다’며 단정 짓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화석연료를 다량 사용하는 산업이 그린워싱으로 많은 공격을 받는다. 이러한 산업들은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로 탄소를 감축하겠다고 하는데 이 또한 그린워싱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기업이 새롭게 제시한 친환경 활동이 그 이전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지 여부로 그린워싱인지 구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발표한 그린워싱 예방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친환경 표시·광고를 할 때 명확한 기준과 수치를 제공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규 화력발전을 기존 화력발전보다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의미 있는 규모로 탄소를 감축한 게 명확하다면 이를 그린워싱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단순히 환경에 좋지 않은 데 그런 척 한다고 그린워싱이면 태양광·풍력도 성역에 있지 않다. 성역이 있는 산업이 있기는 할까. 태양광·풍력은 각각 햇빛과 바람 상황에 따라 전력 생산을 일정하게 할 수 없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대규모 화력발전과 배터리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면 ‘태양광·풍력은 전력을 생산할 때는 탄소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규모 화력발전과 배터리에 의존한다’라고 명시해야 하지 않나. 독일 같은 나라에서 태양광·풍력 전력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주변 나라에 전력을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을 사고 팔 나라가 없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도 그린워싱에 해당해 문제’라는 건 아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게 현재보다 에너지 생산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탄소배출권, 플라스틱, 폐기물 자원 등 분야도 그린워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정 사업과 기술을 그린워싱이라 비난하며 색출하고 배제하기보다는,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욱 더 친환경적인 사업과 기술을 육성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기자의 눈] 尹의 금투세 폐지와 총선 표(票)퓰리즘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첫 금융 정책 카드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꺼내들면서 총선용 ‘표(票)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 측은 국회와 협의 없는 정부의 즉흥적 정책이라며 비판을 내놓았다. 여당 측은 일반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맞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자본시장 부양을 위해 세수감면을 들고 나온 것은 시장에 호재일 수 있다. 그러나 금투세 폐지로 인한 시장 영향과 실효성에 대해 전혀 살피지 않고 던진 ‘말’뿐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실제 금투세 면제 정책이 투자자들에게 실익이 되지 않는다. 2025년부터 금투세가 부과될 대상은 전체 주식투자자(1400만명)의 1% 미만에 불과하다. 폐지 후 혜택을 볼 수 있는 투자자들도 1% 미만이란 얘기다. 윤 대통령은 2024년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잦은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 나오는 ‘총선용 표심 정책’ 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의 ‘말’은 금투세 폐지 뿐 만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 10일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착수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정책이 나왔다. 이 또한 금투세와 마찬가지로 시장 혼란, 실효성 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다.내용을 살펴보면 준공 30년,재건축 가능한 연한에 도달하면 안전진단 없이 사업을 착수 할 수 있다. 안전진단이 없어진 게 아니다.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해야만 한다. 단순한 시기 조정이다. 다만 이 또한 금투세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발표한 정책의 방향일 뿐, 당장 가능한 게 아니다. 이를 실제로 시행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등 여러 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용적률 완화 정책도 전국이 다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1기 신도시 일부 지역 빼고는 달라진 게 없다. 모든 정책은 국민들이 예측 후 대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정책 부작용은 시장 상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세심하게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폐지’라는 내용이 들어가면 시장의 호재로 받아드리지만, 사실상 바로 시행이 되지 않는 점에서 ‘총선용 정책’이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2024년의 대한민국 국민은 말 뿐인 정책에 휩쓸러가지 않을 정도의 지식 수준을 갖추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증시의 ‘힘’으로 불릴 정도다. 정부는 ‘민생 정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 국민 부담을 줄여줄 정책 고민은 뒤로 밀린 지 오래란 평가가 우세하다. 세금을 깎아주거나 규제를 확 푸는 총선용, 표(票)퓰리즘 정책보다는 일관성과 신뢰성,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시점이다.

[기자의 눈]

"중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온플법) 제정에 반대합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의 ‘온플법’ 제정 추진에 지난 9일 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가 밝힌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추진하는 정부의 온플법이 오히려 중소상공인의 판로를 제한해 생존을 위협한다는 주장이었다. 온플법으로 플랫폼기업들의 책임이 강화되면 플랫폼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이미 검증된 일정 정도 규모를 갖춘 판매자의 상품만을 취급(입점)하게 돼 중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온플법 도입 취지가 ‘소상공인 보호’임에도 정작 당사자인 플랫폼입점사업자들이 법 제정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온플법은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입점) 제한 △최혜대우(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을 일삼는 독과점 플랫폼에 시정명령과 고강도 과징금을 부과해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입법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매출 규모,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보다 높은 사업자를 사전에 정하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연히 온라인플랫폼사업자는 달갑지 않은 ‘규제’로 규정하고 반대하지만, 보호하겠다는 소상공인들도 환영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조차 법안을 반기지 않고 있다. 법 제정으로 플랫폼에서 누리는 소비자 혜택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법안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플랫폼기업을 포함해 소상공인(입점사업자), 소비자 모두 ‘온플법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섣부른 규제로 기업과 소비자, 소상공인 누구 하나 크게 웃지 못한 선례가 있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규제’가 대표사례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규제로 매달 2회 문을 닫아야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된다. 따라서, 온라인 새벽배송 사업도 할 수 없다.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당시 정부는 대형마트산업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규제에 나섰지만, 규제 효과가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을 초래하면서 대형마트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정작 입법 취지였던 전통시장 보호 및 활성화의 명시적 효과로 연결됐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소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주말 장보기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의 생계 보호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조건 ‘규제의 틀(온플법)’로 시장에 개입하려는 관행을 못버리고 이해당사자인 소상공인조차 반대하는 온플법을 밀어부치려 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자유시장 논리와도 배치된다.pr9028@ekn.kr유통중기부 서예온 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기자의 눈] BM ‘확’ 바꾸는 넥슨, 용기에 박수를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내 큐브 아이템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큐브 아이템은 ‘메이플스토리’ 수익의 30~4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게임 내 핵심 비즈니스모델(BM)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 받은 데 대한 전략 수정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이용자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공정위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린 사실이 확인됐다며 과징금 약 11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은 게임 소비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지만, 게임 산업적 측면을 보면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이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 공개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지만, 과거에는 해당 정보가 기업의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더군다나 공정위에서 문제 삼은 2010~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 공개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던 시기다. 거짓으로 확률을 고지한 것은 잘못된 행위였다 할지라도, 공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1등 게임사에 대한 ‘보여주기식 철퇴’로 전체 게임 산업을 향해 경고장을 날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의 ‘역대 최대 과징금’ 철퇴로 넥슨이 불명예를 떠안게 되긴 했지만, 사실 넥슨은 게임업계 중 가장 먼저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꾸준히 개선 작업을 벌여온 기업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오는 3월 시행될 예정인데, 넥슨이 자발적으로 확률 정보를 공개한 건 지난 2021년 3월부터다. 현재는 확률 변동을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도 운영 중이다. 회사 핵심 게임의 BM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선 상당히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이 결정이 게임의 재미나 밸런스를 해치지는 않을지, 나아가 향후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초강수’를 둔 넥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hsjung@ekn.kr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태영은 시작에 불과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결정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일 채권단 협의회를 통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되는데 개시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시장 전체로 퍼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두고 이례적으로 대통령실까지 직접 나서서 "태영의 자구노력이 있어야 워크아웃을 추진할 수 있다"고 압박한 데는 이번 사태가 비단 태영건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최근 건설업계를 보면 ‘제2의 태영건설’이 나타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모습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PF 대출잔액 규모는 약 130조원 중반으로 이 가운데 브릿지론이 약 30조원, 본PF가 약 100조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증권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에서 취급한 PF의 만기연장비율이 브릿지론이 70%, 본PF는 50% 수준이다. 건산연은 "부동산 시장이 더디게 회복될 경우 수익성 악화를 겪는 사업장이 늘어나게 되고 향후 부실 발생 규모는 시장의 예상 밖으로 매우 클 수 있다"고 봤다.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미분양도 늘어나고 있어 이 상황이라면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에 금융기관의 동반부실화까지도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증권사의 PF채무보증 규모는 22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6조3000억원으로 연체율은 13.85%에 달한다. 시장은 불안에 휩싸였다. 증권사 보고서를 통해 일부 건설사들이 ‘제2의 태영건설’로 거론되면서 PF 부실 우려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2의 태영’으로 언급된 건설사들은 "PF 우발채무 해소방안을 마련해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일제히 해명에 나섰지만 건설업 불황 속에서 유동성 개선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태영건설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도 지라시가 돌면서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 전날까지도 이를 부인했다. 시장에서는 "지라시가 어느 정도는 사실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정부에서도 태영건설이 진행하는 PF 사업장 60곳에 시공사 교체나 매각 등으로 추가 피해 확산을 막겠다고 나섰다. 시장의 불안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당국이 부디 현명한 대책으로 시장 안정화를 끌어주길 바란다.증명사진

[기자수첩] 車산업 판도는 소프트웨어가 바꾼다

[라스베이거스(미국)=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고틀립 다임러와 칼 벤츠가 내연기관차를 발명한지 138년이 흘렀다.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 방식으로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연 게 110년 전이다. 기업들은 피 튀기는 경쟁을 펼치며 제품 품질을 끌어올렸다. 이제는 도로 상황 한계 탓에 자동차 성능을 개선할 필요가 없어졌다. ‘공룡’처럼 성장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계속해서 시장 판도를 바꿀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내연기관차 승차감·연비 경쟁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 전기차라는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지만 연료가 휘발유에서 전기로 바뀔 뿐이다. 업체 간 기술 격차는 의미 없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Software-Defined Vehicle)이 주목받고 있다. 소프트웨어(SW)가 시장을 완전히 뒤흔들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SDV는 주로 일반 휴대폰이 스마트폰까지 진화하는 과정으로 비유된다. 예전에는 전화(이동)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만들고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제조사는 차를 팔고 난 뒤에도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주요 업체들은 이미 사활을 걸었다. 폭스바겐그룹은 SW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하고 내년까지 4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토요타 역시 우븐플래닛홀딩스를 세워 ‘아레나’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자체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동시에 매년 5000명 이상 SW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아예 새로운 플랫폼인 ‘MMA’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42dot) 인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달 중 대규모 조직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이들의 목표는 ‘자동차 업계 iOS’ 또는 ‘자동차 업계 안드로이드’를 먼저 만드는 것이다. 부품 업체인 보쉬, 콘티넨탈 등도 SDV 관련 연구개발(R&D)에 수조원을 쏟고 있는 이유다. 포드 등 투자 여력이 없는 회사나 개발이 늦어진 브랜드는 경쟁사가 만든 OS를 돈 내고 써야 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가올 SDV 경쟁에 비하면 전기차 전환은 신경 쓸 부분도 아니다. 전동화 기술은 추격이 가능하지만 SW 분야는 승자독식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SDV는 자율주행 시대로 넘어가는 중간 기착지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 간 SDV 전쟁 ‘1차전’ 승패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4’에서 가려진다. 대부분 업체들이 저마다 청사진만 제시했을 뿐 SDV와 이를 운영할 OS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는 내지 못한 상태다. 이미 현장에서는 다른 회사의 기술력 수준을 확인하려는 첩보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번씩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살아간다. 앞으로는 SDV에서 배터리를 최적화하는 앱을 사용하고, 승차감을 올려주는 업데이트를 받을 것이다. SW는 분명 자동차 산업 판도를 바꾼다. 전세계를 호령하던 휴대폰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뒤 몰락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yes@ekn.kr여헌우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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