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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에너지 유레카’ 정부 투자 절실하다

인류 발전사는 에너지의 ‘발견’과 그 궤를 같이 해왔다. 수십년 전만 해도 전세계인들은 화석연료가 조만간 고갈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았다.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원자력 기술이 수천만 세대에 전력을 공급하게 될지도 몰랐다. 영국에서 증기기관차가 움직였던 일을 우리는 ‘혁명’이라 부른다. 사실 지구상에서 인류가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하다. 이를 찾고 활용하는 기술력이 없을 뿐이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교수는 저서 ‘사피엔스’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산업혁명은 되풀이해서 보여줬다"며 "유일한 한계는 우리의 무지(無知)뿐"이라고 적었다.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자동차·항공기가 기름 대신 전기로 움직일 것이라 믿고 있다. 그 전기는 태양·바람 등에서 얻기를 바란다. ‘탄소중립’이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에너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유전을 찾아 심해를 헤매고 있는 탐사선도 여전히 많다. 미래에 우리가 어떤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할지는 지금 상황에서 예단하기 힘들다. 한국은 에너지 빈국이다. 예로부터 그랬다.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지나 리튬 같은 차세대 원자재까지 우리는 가진 것이 거의 없다. 잃을 게 없다는 뜻이다. ‘에너지 패권’을 예측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이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프랑스 로렌 지방에서 최근 막대한 양의 백색 수소가 발견된 사실은 한국에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지하에 순도 높은 수소가 저장돼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천문학적인’ 양의 수소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유일한 희망은 과학이다. 동해 깊은 곳에서 유전을 찾는 것도, 우리 땅속에서 백색 수소를 찾아 나서는 것도, 우리 주변에 널린 또 다른 원소를 발전소 원료로 삼는 것도 과학의 영역이다. 과학의 힘을 믿기에 땅 파면 기름이 줄줄 나오는 나라들도 차세대 에너지원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서 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자 말자 다투고 있다니 유감이다. 반도체·자동차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에너지 분야에서 자립하지 못하면 강대국이 될 수 없다.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길 기대한다. ‘에너지 유레카’를 외칠 수도 있다. yes@ekn.kr산업부 여헌우 기자 여헌우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은행의 상생금융 압박, 달갑지 않은 이유

은행의 시초는 영국에서 출발한다. 책 ‘자본주의’에 따르면 화폐라는 개념이 없던 17세기 영국에서는 금을 녹여 만든 금화를 화폐처럼 사용한다. 당시 무거운 금화를 들고 다니기 어려웠던 사람들은 금세공업자에게 금화를 맡겼고, 금세공업자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며 이자를 받았다. 이런 과정이 발전되며 지금의 은행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남의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 은행의 기본적인 속성인 셈이다. 은행산업이 이자로 돈을 버는 것이 기본 속성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은행을 곱게 보지 않는다. 공공성에 대한 요구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겪으면서 은행에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현재 은행에 대한 상생금융 압박으로도 이어진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소상공인과 서민의 생활은 어려워진 반면 은행은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만큼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생금융 압박이 달갑지 않은 것은 강제적이고 일시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권, 금융당국이 나서 사실상 은행이 벌어들인 이익을 환원하기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당국을 만난 금융지주사들은 연말까지 상생금융에 대한 세부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층에 대한 대출 금리 인하 등의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도 은행은 계속 이자이익을 벌어들이는데 그 때마다 추가적인 상생 방안을 요구할 것인지 의문이다.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횡재세도 비슷하다. 횡재세는 초과이익의 최대 40%의 기여금을 징수한다는 내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 은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은행이 초과이익을 내지 못하고 수익이 줄어들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은행은 이자로 돈을 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자이익 자체를 꼬집기 보다는 은행이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 지원은 물론 다양한 비금융 지원을 통해 은행이 사회 곳곳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제력은 일시적이다. 지금과 같은 강압적인 분위기로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dsk@ekn.kr

[기자의 눈] 전통시장 방문, 꼭 은행장이 나서야 하나

요즘 길거리를 걷다보면 임대, 폐업 등을 붙이고 문을 닫은 상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금리, 고물가 기조 장기화에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진 탓이다. 소위 잘 나가는 음식점만 문전성시를 이루고, 대박집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점들은 은행 빚으로 하루하루 목숨을 연장하다가 결국 폐업을 택하고 만다. 은행권이 거두는 이자수익을 두고 정부의 눈초리가 매서운 것은 이런 ‘팍팍한’ 현실을 감안한 조치일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자 ‘실질적인 상생금융을 내놓으라’는 당국의 주문은 한층 더 거세졌다. 급기야 당국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을 포함한 주요 금융사를 향해 연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세부적인 지원 규모 등 상생금융 최종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언제나, 항상,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정부, 금융당국의 주문을 찰떡같이 잘 듣는 은행장들은, 이번에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시중은행장들이 앞다퉈 전통시장으로 달려가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가진 것이 대표적이다. 은행장들은 소상공인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은행들이 가동할 수 있는 상생금융 해법은 무엇인지 등을 모색했다. 은행장들은 간담회 말미에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금융지원을 실시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그러나 상생금융을 압박하는 정부의 주문에는 중요한 것이 빠졌다. 소비심리가 활성화되고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은행들이 나서서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완화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겪는 이자 부담의 원인이 온통 은행에만 있다는 정부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붙은 폐업이라는 표지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은행들을 앞세워 자영업자들을 향해 빚내서 버티라는 메시지를 주는 현 기조를 근절해야 한다. 왜 자영업자들이 빚이라는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중장기적인 해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주체는 단연 은행장이 아닌 정부다. 정부는 눈앞에 보이는 은행들의 이자수익을 비판할 힘을 아끼고, 그 힘을 현장 목소리를 듣는데 쏟아야 한다. 그게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는 길이다.ys106@ekn.kr

[기자의 눈] 배임·횡령 유혹하는 CB·BW의 기능들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전환사채(이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BW)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은 주식 전환권까지 부여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자금을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CB와 BW를 발행되곤 한다. CB와 BW는 자금 조달 이외의 기능이 있다. 기업의 매도청구권(이하 콜옵션)이다. 빌린 자금을 빠르게 되갚으라 할 수 있는 권리를 기업에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콜옵션은 양도가 가능해 다른 이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 기업이 자금을 갚더라도 매입한 CB를 만기 전까지 다시 되팔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신용카드처럼 기업은 취득 자산 관련 대금을 만기에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관련 기능은 가치중립적이지만 상장기업 오너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 자금을 찍어줄 수 있는 자와 계약하기만 하면 재산적 가치가 자동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특히 돈 한푼 못 쓰는 ‘CB 꺾기’에 동의한 오너라면 더욱 위험하다.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매력을 느껴 CB를 발행한다는 것을 자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이 오가지 않을 수 있다 보니 회사의 재산을 개인의 재산으로 옮기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쉽다. △경영협약서 △합의서 △에스크로계약서 등을 통해 시점만 잘 맞춘다면 권리 역시 ‘동시 이행’도 가능하다. 거래 안전도 도모할 수 있다.최대주주가 지분율이 낮다면 ‘CB 꺽기’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배당, 유상감자 등의 방법으로 회사의 유보금을 유출시키는 것은 지분율의 한계로 어렵다. 그런데 현금이 오가지 않는 거래로 회사 자금을 빼오거나 그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난 8월 이용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의미가 있다. 개정안에는 사모발행 CB나 BW의 콜옵션을 다른 이가 행사할 수 없게 만들고 회사가 매입한 CB의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코스닥 시장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CB·BW를 활용한 배임·횡령이 원천 차단될 수 있다. 세상에는 질서를 어기는 미꾸라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그대로 놔두면 본인들은 이익을 취하고, 회사의 직원과 소액주주들에게 이 책임을 전가시킨다. 피해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같은 배임 행위가 사회적으로 만연해진다면 그땐 국민 모두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기자의 눈] KF-21 보라매 초도 생산, 40대가 맞다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전 세계 군 관계자와 우리 국민들 앞에서 초음속 비행을 선보였음에도 여전히 발목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초도 생산 물량을 기존 계획인 40대가 아니라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이번 보고서를 포함해 2000년대 초반부터 보라매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KIDA는 ‘합리적 국방정책 수립 및 의사결정’을 위한 기관으로 대형 무기 도입과 국내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전투기 개발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은 있다. 4.5세대 이상급 스텔스 형상을 갖춘 초음속 전투기 개발이 어려운 것도 맞다. 우리나라가 2026년까지 최종 체계개발을 마치면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일본·스웨덴·유럽 공동개발에 이어 8번째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일각에서는 공대공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블록-Ⅰ의 생산물량을 블록-Ⅱ로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공대지·공대함 임무도 수행하는 멀티롤(다목적) 전투기의 효용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는 우리 안보와 경제 모두를 저해하는 주장이라고 봐야 한다. 아직도 우리 공군은 80년대부터 만들어진 KF-5 ‘제공호’를 80대 가량 운용 중이다. 이로 인해 힘들게 육성한 파일럿들의 안타까운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보라매 초도 물량이 40대를 유지한다고 해도 40대에 가까운 제공호가 몇 년 가량 더 비행해야 하는 상황을 KIDA가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전 세계 전투기 개발 역사에서 이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된 과정에 힘입어 지난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기체에 대해 기술적 문제를 제기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KAI·한화시스템·LIG넥스원 등 500곳에 달하는 국내 업체에게도 타격이다. 40대를 기준으로 생산설비를 도입하고 인력을 갖춘 상황에서 생산 목표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재료비 협상을 비롯한 여러 과정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논리다.제작단가 상승으로 인해 도입에 필요한 예산도 늘어나게 된다. 방위사업청도 계획이 20대로 변경될 경우 대당 가격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리적 국방정책과 거리를 두게 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윤석열 대통령과 군 당국 및 업체들이 다져놓은 수출경쟁력 하락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극강의 가성비와 사후서비스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K-방산의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 국방부·공군·방사청 뿐 아니라 여야가 한 목소리로 40대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프랑스는 자국 항공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국민적인 성원을 지목한 바 있다. 우리도 성공적인 보라매 개발 완료와 2027년 방산 수출 4강 진입 등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따뜻한 응원과 관심을 보내야 할 것이다.나광호 산업부 기자10월1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비행 중인 KF-21 보라매 시제 3호기

[기자의눈]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려 하자 야당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 정책은 단순한 ‘부자봐주기’가 아니다. 오히려 정책을 완화해야 진짜 부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그동안 주식 투자자는 연말이면 한 종목에 대해 10억원 이상 소유하는 것을 피했다. 대주주 기준을 넘어서는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세금폭탄을 맞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 원 초과는 25%)을 부과한다.문제는 이 법이 사실상 ‘10억원 이상 주식 소유 금지법’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것은 해당 종목의 최대주주다. 주식시장은 12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이다. 주식양도세 기준 때문에 최대주주 입장에서 껄끄러운 ‘큰 손’들이 주주명부를 확정하는 12월 31일 직전에 주식을 팔아 치우는 현상이 시장 전체에서 벌어진다. 그로 인한 주가와 지수 하락은 덤이다. 어차피 최대주주는 주식을 팔지 않는다. 하지만 상장사의 주주구성은 잘게 쪼개진다. 결국 최대주주의 목소리만이 주주총회에서 쩌렁쩌렁 울리게 된다. 이미 수많은 상장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이렇게 주주들이 잘개 쪼개지면 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는 소수주주가 행동주의를 진행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어렵사리 지분을 모으더라도 주주가치가 올라 얻을 이익이 크다는 보장도 없어 애당초 행동주의에 대한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반대로 최대주주 입장에서 본인을 제외한 다른 비지배주주의 지분이 쪼개질수록 유리하다. 비용을 아끼고 회사를 지배하기 편해지기 때문이다.지금도 주식시장에는 10%도 안 되는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는 최대주주가 많다.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이른바 ‘슈퍼개미’는 현행 제도로는 나오기 힘들다. 진짜 부자를 견제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khc@ekn.kr

[기자의 눈] 민주당의 산업부 예산 칼질, 에너지안보·국가경쟁력 훼손

국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력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여야 합의정신 훼손은 물론 에너지 안보와 국가의 미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 지난 5년 동안 에너지의 정치화로 인한 피해를 온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국가의 미래가 걸린 에너지 정책을 두고 정쟁으로 소비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자력 관련 예산 약 1889억원을 삭감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약 1619억원 증액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제57조에 따르면 ‘정부 동의 없이 예산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민주당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로(SMR) R&D 사업 33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SMR은 미래 국가 성장동력이자 탄소중립에도 이바지할 핵심첨단기술로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여야가 모두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러한 SMR 예산은 막고 정부의 보조금으로 각종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된 재생에너지 사업 예산은 늘렸다. 산자위 외에 다른 상임위에서도 민주당의 일방통과로 인한 파행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원자력계, 일반 국민들까지 ‘거대 야당의 폭주’, ‘의회 독재’라며 비판하고 있다. 아직 예결위와 본회의, 정부 동의가 남아 있는 만큼 민주당이 지금처럼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 예산안의 법정 처리 기한은 오는 12월 2일까지다. 국회법에 따르면 기한 내에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원안대로 반영된다. 이번 ‘예산 칼질’은 민주당이 추후 예산안 협상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정치적인 셈법에만 몰두하다 오히려 총선 정국을 앞두고 역풍을 맞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은 당장 민생의 문제이고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사다. 추가적인 지원에 나서도 모자랄 상황에 제1야당이 국가의 미래를 볼모로 폭주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 우려스럽다.clip20230427101231 전지성 기후에너지부 기자.

[기자의 눈] 신규 택지 대책, 공급난 우려 해소 역부족

지난 15일 국토교통부가 총 8만가구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김포 한강2(4만6000가구), 올해 6월 평택 지제역 역세권(3만3000가구)·진주 문산(6000가구)에 이은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신규 공공택지 발표다. 대상지를 살펴보면 수도권 신규 택지는 오산 세교3(3만1000가구), 용인 이동(1만6000가구), 구리 토평2(1만8500가구)로 6만5500가구를 공급한다. 비수도권에서는 충북 청주 분평2(9000가구)와 제주 화북2(5500가구)에서 1만4500가구를 공급한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신규택지를 2025년 상반기까지 지구지정을 완료, 2026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최초 사전청약과 주택 인허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각종 행정 절차와 토지 수용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입주는 2030년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내년 이후 주택공급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25만5871가구로 1년 전(38만200가구) 대비 32.7% 감소했고 착공 물량은 12만5862가구로 1년 전(29만4059가구)보다 57.2% 줄었다. 정부가 신규 택지 발표라는 카드로 주택공급 시그널을 보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고양 대곡, 하남 감북, 김포 고촌 등이 신규택지 후보지에서 모두 제외됐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3기 신도시가 토지보상조차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공급대책은 그저 숫자 맞추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3기 신도시의 경우 2019년 발표 이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토지보상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의 토지보상률은 99.8%, 고양 창릉은 94%가 진행됐다. 많은 국민이 사전청약을 두고 ‘신기루’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사업지연으로 단 6%만이 본청약에 들어간다고 한다. 기자가 취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책을 두고 "기존 3기 신도시의 저조한 공급 속도(사전청약 이후 본청약 지연 문제)에 대한 불만을 다독이고, 내년 서울 입주 물량 감소(2024년 1만가구 공급예정)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요인의 단기 해결책으로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신규택지 후보지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공급난 우려가 심화하는 속에서 정부의 보다 섬세하고 뾰족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zoo1004@ekn.kr

[기자의눈] 공매도 금지와 붉은 깃발법

붉은 깃발법(적기조례, Red Flag Act)은 1865년 영국에서 제정된 ‘세계 최초의 교통법’이다. 한 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사와 기관원, 기수 등 3명이 있어야 하며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6.4km, 도심에서는 3.2km로 제한됐다. 기수는 낮에 붉은 깃발을,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의 60야드 앞에서 차를 선도하도록 했다. 자동차는 기수를 앞지를 수 없었고,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멈춰야 했다. 1826년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을 탑재한 28인승 자동차가 실용화 됐는데, 당시 차량은 시속 3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규제였다.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증기자동차의 등장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마차 업자들의 항의 때문이다. 이 법은 1896년까지 31년간 유지되면서 영국 내 자동차 개발의 의욕을 꺾었고, 결국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위축되면서 후발국인 독일 및 프랑스보다 뒤처지게 됐다.최근 정부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전면금지 하면서 여러 뒷말들이 무성하다.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이어오자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이 이들 이차전지주를 중심으로 공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개인투자자 연대 등에서는 공매도로 인해 주식 시장의 하방을 높였다며 공매도 전면 철폐를 주장해온 바 있다. 또한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면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 캐피털의 이창환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강력한 의결권 행사 주체로 부상한 만큼 정부도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매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낮아진 가격에 주식을 되 사들인 뒤 갚는 매매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공매도 투자자들에겐 호재다.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국내 주식 시장의 수급 세력인 외국인들의 유입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외국계헤지펀드의 경우 롱숏(매수·매도) 전략에 맞춰 공매도를 통해 리스크를 헤지(Hedge)한다. 헤지 수단이 사라진 만큼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고 들어올리 만무하다. 또 한가지는 그간 범 정부차원에서 추진해오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DM) 편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선진국지수 편입 시 우리나라로 최대 61조원, KB증권은 65조원의 자금이 유입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최근의 공매도 금지가 한국 자본시장의 붉은 깃발법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민들은 빚투와 고금리로 인해 이자 갚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주식 시장으로 들어올 여유조차 없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후퇴시켰듯 국내 자본시장도 외국인들로부터 소외돼 후퇴할까 걱정된다. paperkiller@ekn.kr양성모 자본시장부 차장

[기자의 눈] 무이자 혜택마저 자취 감춰…카드사는 왜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정부가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상생금융을 외치는 가운데 금융권이 너도나도 ‘상생금융 시즌2’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카드사는 업황 악화를 이유로 눈을 감고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과 금융지주, 손해보험사들이 앞다퉈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권을 넘어 2금융권인 보험사들에 상생 바람이 불고 있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가시화됐고, 개별 회사들이 내놓은 것도 모자라 업계 공동차원의 방안마련도 고려되고 있다. 반면 카드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에 가맹점마다 6개월 이상 지원되는 무이자 할부가 자취를 감췄다. 혜택 축소는 이렇게 1년 가량 유지되고 있다. 현재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 등 8개 전업카드사들 중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회사는 신한·BC·우리 3곳이다. 나머지 회사들은 최대 3개월 무이자나 부분 무이자할부만을 제공하고 있다. 세금 납부 시 제공되던 무이자할부도 축소했다. 지난해는 카드로 세금을 납부할 경우 최장 7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했지만 현재는 현대·비씨·우리카드가 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만 제공하고 있다. 연말 특수 앞에서도 할인이나 혜택을 줄여 예년대비 잠잠한 모습이다. 반면 상반기 할부 서비스 수수료는 1조5000억원 이상 거둬들였다. 업계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비씨제외)의 관련 수익은 1조5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가량 뛰었다. 이자가 20%대에 육박하는 리볼빙 잔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카드사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6130억원으로 지난 5월 7조원 돌파 후 급증세다. 카드사들은 업황이 어려워 소비자 혜택부터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본업 수익성을 잃어 상생금융 압박에 눈을 감아도 인정해 줄 것이란 입장이 만연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금리 압박에 업황이 어려워 상생금융은 꿈꾸기 어렵다"며 "할부이자 혜택이나 단종카드 부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20%에 육박하는 리볼빙금리를 매겨 이를 사용할수 밖에 없는 중저신용자들의 신용도 하락마저 카드사들이 눈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여주기식이나 압박에 따른 상생이 아닌 서민을 위한 상생이 고민돼야하는 시점이다. pearl@ekn.krIMG_0264 박경현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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