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칼럼] 딜레마에 빠진 거시경제정책](http://www.ekn.kr/mnt/thum/202310/2023101701000488700024061.jpg)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자 마자 온갖 대외 리스크가 줄을 이으면서다. 코로나19발 완와정책이 몰고온 인플레이션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발 고금리·고환율에 이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에다 중국 디플레이션 션까지 겹치며 ‘신 4고’가 갈 길 바쁜 한국경제를 덮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리스크 요인들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미치는 경로를 단순하게 규정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 시장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정책, 특히 통화와 재정 등 거시경제정책 방향은 총수요를 확대해 경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완화적이고 팽창적인 통화정책 기조와 함께 지출을 대규모로 확대하고 수입(조세수입)을 줄여 큰 폭의 재정적자를 만드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펴야 한다. 그렇지만 이 같은 거시경제정책에는 제약요인이 적지않아 당국으로서는 딜레마다. 통화정책은 고물가, 재정정책은 재정건전성의 악화가 발목을 잡는다. 먼저 통화정책의 딜레마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지난 2020년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인하됐다. 통화정책에서 금리 인하가 의미하는 바는 시장 수요의 급격한 위축에 대응해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하면서 실물 경제가 빠르게 침체를 극복하고 회복 국면으로 돌아서기를 바라는 중앙은행의 기대다. 그리고 실제 그러한 저금리 정책은 한국 경제가 코로나 위기를 버티게 할 수 있게하는 힘이 됐다. 그러나 이런 완화적 통화정책은 공통의 위기를 겪고 있던 모든 나라들의 주된 거시경제정책이었고, 그러다 보니 글로벌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부채가 늘고 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고금리를 지속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재정정책도 급격하게 늘어난 국가부채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경기진작을 위한 확장적 기조를 가져가긴 불가능하다. 국가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2018년 흑자였던 (통합)재정수지가 코로나 기간 여러 차례의 추경을 거쳐 대규모의 적자 재정을 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GDP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37.6%에서 불과 4년만인 2023년 50.4%에 달할 전망이다. 2024년에도 여전히 부진한 경기 진작을 도모하기 위해 재정수지를 44조8000원의 적자로 편성해 올해(13조1000억원 적자)보다는 적자폭이 더 커지고 이것이 다시 국가채무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올해에만 59조원의 세수입이 덜 걷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세수 부족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정건전성 악화가 정부 재정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완화와 재정건전성 유지가 최우선 목표가 된 상황에서 최소한 내년까지는 민간이 정부에 기대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민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다가오는 불황을 버텨야 한다. 성장보다는 이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내년 경영의 키워드를 ‘수성(守城)’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리스크가 큰 사업은 피해야 한다. 그럼에도 보릿고개 이후의 새로운 세상에도 준비 해야 한다. 바로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핵심 인재의 확보, DX(디지털 전환), GX(그린 전환) 등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해야 한다. 정부도 미래를 위한 국가 성장잠재력을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 미국이 고금리 속에서도 신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기업투자가 활성화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버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준비된 자만이 가능하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