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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
지난해 하반기에 급락한 집값이 올해 1월 각종 규제 완화 대책과 특례보금자리론,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그리고 신고가 허위거래 신고와 같은 집값 교란 행위 등의 여러 요인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강보합세를 이어오다 추석 연휴를 변곡점으로 다시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9월19일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자에 대한 처벌 강화(3년이하 징역형)가 시행된 데 이어 같은 달 27일 특례보금자리론의 대출 요건을 강화한 데다 고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주택 매수심리가 푹 꺼진 탓이다. 특히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 시점을 2026년으로 보면서 현재의 고금리 추세는 적어도 2026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매매거래 감소, 신규 공급위축 등의 냉각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의 장기화는 ‘영끌 투자’나 ‘갭투자’를 중심으로 한 매물이 쏟아지며 주택시장을 더욱 냉각시킬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과 정부부처에 대해 "모두 민생 현장으로 가라"며 민생현장 챙기기를 독려하고 있다. 민생은 물가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삶의 바탕이요, 온 국민의 자산인 주거의 안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70%에 달할 정도다. 그러면 경기침체기에 민생 살리기 차원의 주거정책은 어떻게 어떻게 펴야 할까.
첫째, ‘민생주택’ 중심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 주택은 사회경제적 성격에 따라서 ‘민생주택’과 ‘상품주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민생주택은 인간의 기본적 주거 필요를 충족시키는 서민 중심의 주택으로 공공부문의 영역이다.
경기침체기나 불황기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들이다. 이때는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대출을 끼고 어렵게 장만한 주택을 고금리와 경기불황에 따른 가계 수지 악화로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서민의 자가보유율은 떨어진다. 이런 장기불황기에는 공공부문에서 ‘민생주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유지하느냐가 서민 주거안정의 관건이다. 민생주택은 부담가능성(Affordability)이 요체다. 서민과 청년들이 현재 부담하는 주담대 고금리를 어떻게 감당하게 할지, 이들이 소득 수준내에서 부담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을 얼마나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
둘째,서민과 청년 등 실수요의 눈높이에 맞춘 지속가능한 대출상품(주택담보대출 등)을 내놔야 한다. 담보인정비율(LTV)을 50% 정도로 올리고 대출상환기간을 30년 정도로 장기화한 상품이 필요하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가중평균 금리가 4.35%인 만큼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이보다 낮은 4%이하로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 가계소비지출 대비 주거비(집세·관리비 등) 비율인 슈바베 지수도 25%를 넘지 않도록 임대료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택 금융지원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9·26공급대책에서 부동산 PF에 25조원의 대출보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대책은 부실화된 건설사를 지원하는 대책이지 민생대책이 되지 못한다. 이 재원을 실수요자 주담대에 지원하면 시장에서 부실PF 사업장은 자연적으로 퇴출하면서 국민의 세금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지원했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다. 25조원 공급대책을 민생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