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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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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한국경제 발목잡는 뉴 코리아 디스카운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4 08:33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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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이 있다. 유독 한국 기업들이 실적 대비 주가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저평가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의미를 확장하면 해외에서 한국 경제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저평가의 원인에 대해서 학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그동안은 대부분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목한다. 남북한은 정전이 아닌 휴전 상태이고 여전히 군사적인 위협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러한 점에 대해 둔감하지만, 밖에서 볼 때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새로운 형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등장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3% 안팎의 평균적인 경제 성장 속도가 불과 3년 만에 1%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IMF 전망치를 기준으로 할 때도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1.4%)이 미국(2.1%)과 일본(2.0%)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믿기지가 않는다. 나아가 IMF는 향후 5년 동안 한국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2.2%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는 앞으로도 1%대 성장률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3년 동안 한국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성장 동력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산업 지형이 신기술 중심으로 급변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응이 늦었다. 우리 기업들의 성장 전략은 여전히 안정성을 추구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일 뿐 기업의 사운을 거는 공격적인 투자는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 전기차와 이차전지에 뒤늦게 발을 걸치고 있는 정도다.

기업이 이렇게 축 처진 상황에서 정부는 어땠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정부도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이 버티는 데 급급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재정을 대규모로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방법 밖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국가채무가 급증해 향후 상당 기간은 재정이 성장잠재력을 갉아 먹을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로 중국 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된 점이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라는 배후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중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했고,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섰던 것이 위기 극복의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이제 그 배후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2020년 5월에 대 중국 수출비중이 30.8%에 달하던 것이 올해 10월에는 20% 밑으로 떨어졌다.

삼화하는 사회적 갈등도 코리아디스카운트에 한몫을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그대로다.사회적 갈등은 약간의 긴장가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너무도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고 갈등 표출 방식도 과격하다. 더 큰 문제는 그 어느 사회 주체들도 그러한 갈등을 중재하려 하지도 않고 중재할 능력도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극단적인 비효율성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돈다. 이러한 한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장기화의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 방법을 실천에 옮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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