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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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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신재생 앞세운 지역발전은 '허상'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4 08:36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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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몇 년 전부터 국내 에너지문제에서 중심 의제는 전력이다. 4차 산업·정보혁명 시대에 전력이 주종에너지라는 점에서 당연하다. 2차 에너지인 전력의 생산 방식은 다양하다. 기존의 화석연료·원자력 발전에다 다양한 신재생발전이 그 대종을 이룬다. 지금은 연료전지, 전력 저장, 수소-메타놀 발전 등이 가세했다. 전력 생산 방식은 갈수록 복잡해져서 한꺼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하나의 도선(導線)으로 이뤄지는 전력수송과 배분 방식도 복잡한 전력 생산 체계와 연계돼 갈수록 복잡다기해지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전력의 생산-수송-배분체계를 하나의 지도 형태로 파악하는 것이 편리하다. 문제는 이런 지도체계가 갈수록 복잡해져 점차 그 편리성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제는 신재생을 포함한 전력 체계가 주는 국민 이득 파악이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은 이대로는 미래 전력 체계가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에너지문제의 새로운 ‘아이러니’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h당 평균 10.6원 인상했다.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대기업 공장 등에 적용되는 산업용만 올렸다. 고물가에 따른 서민경제 어려움과 내년 총선을 앞둔 여론을 고려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수익자 부담과 원가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정부 당국이 나서서 가정보다 100배 정도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대기업들이 오랫동안 누려온 값싼 전기요금 혜택을 직시하면서 에너지 효율과 경영 효율 제고를 통해 이전 요금인상 부담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기요금 문제를 정부가 경제정책 차원을 떠나 사회 형평 일환으로 간주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는 향후 전력 정책에 대한 정부개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판매수익이 올해 4000억원, 내년에는 2조 8000억원의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걸로는 한전의 1년치 이자도 못 갚는다. 애초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26원 남짓 올렸다. 이에 따라 한전의 재정 적자는 더 커질 것은 분명하다. 한전은 202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가 47조원이고,부채는 올 상반기 기준 201조원에 달한다. 하루 이자 비용만 118억원이다. 당연히 내년은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다. 누적 회사채가 법으로 정한 한도를 넘어 추가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적정 요금 인상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송배전 사업을 하는 한전이 발전 사업자들에게 지불한 도매가격이 2021년 Kwh당 70원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260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에 주로 기안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경쟁 대상 선진국(OECD) 가운데 가장 싼 수준이다.

이런 판국에 한전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 대책’을 내놨다. 조직 혁신, 인력 효율화,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 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본사 조직을 20% 줄이고, 희망퇴직을 받는다. 서울 인재개발원 부지(64만㎡)를 팔고 자회사인 한전KDN 보유 지분 20%도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해 매각한다. 필리핀 의 태양광 사업 보유 지분도 정리한다.

그러나 이런 자구노력 대부분이 곧바로 실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생색내기용이라는 일각의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한전 전기요금 결정의 최종 결정권자인 정부의 역할과 책임 제시는 아예 없다. 정부는 요금 결정의 권한을 가진다면 국민을 위해 전력산업 공공성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통상적인 ‘시장실패’를 넘어 심각한 ‘정부실패’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전기요금 인상안을 사실상 결정하는 상황은 후진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기요금과 같이 모든 국민이 이해 당사자인 공공재 요금은 별도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시장-가격 규제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주장도 많다. 그러나 법률상 독립규제기관인 ‘전기위원회’가 사실상 산업부 등 기관의 하부조직으로 편입된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전기위원회 구성원들은 2021년 시행된 ‘유가가 상승하면 전기요금도 올리는 연료비 연동제‘ 준수 책임을 어긴 셈이다.

따라서 지금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요금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급선무다. 당장 손해 본다는 소비자들에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논리가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한 요금제도를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근시안적인 정치 논리로 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정부나 정치권이 행사한 ‘비합리적’ 가격정책이 결국은 더 큰 자기들의 책임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한전이 주관하는 송배전 설비 등 전력망 구축 투자가 부진해 반도체·이차전지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사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신재생 전력 투자의 급증으로 호남과 남부 서해 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 풍력설비 증설이 급증하고 있다. 효율적 전력 소비 체계 구축이 지연되고, 비싸고 비효율적인 전력 저장설비 투자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극단적인 전력 투자 비효율을 의미하는 ‘무효(無效· Reactive)전력’ 증가를 의미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현 정부가 글로벌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재생-원전 조화를 주축으로 하는 ’무탄소(CF ·Carbon Free) 에너지’ 체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무효전력 사태의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는 작업과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혹시나 하는 제2의 새만금 ‘잼버리’ 사태의 재현과 영속화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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