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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발전사업 허가기준 강화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스스로의 노력으로 충족시킴으로써 개성 신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영업의 자유에 대해서는 헌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직업의 자유의 그 자체로 본다. 이런 영업의 자유에 따라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다. 발전사업, 중계유선사업 등 일정한 사업은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다. 허가는 인간의 본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해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미리 금지를 정해두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신청에 따라 그 금지를 해제하는 행정행위다. 전기는 전자의 움직임 때문에 생기는 에너지의 한 형태다. 한마디로 전자들의 흐름이 전기다. 이런 전기의 속성을 가진 전력의 특징은 계통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계통연계는 둘 이상의 전력 시스템 사이를 전력이 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선로를 통해 연결하는 것이다. 계통연계의 속성 때문에 전기는 생산량과 소비량이 일치해야 한다. 전기는 실시간으로 소비가 바뀌기 때문에 발전량 또한 이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동하고 실시간 계통운영을 통해 생산과 소비를 전체적으로 평형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상시 전력계통 주파수는 60 ±0.2HZ 이내로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공급계획을 세워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경우 순환단전을 하거나, 정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계통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반면 예측한 수요에 비해 실수요가 지나치게 적으면 전기생산 단가 상승으로 국민에게 전기요금 상승의 부담을 준다. 실시간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하는 전력시장의 특성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 정전 또는 단전으로 인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아주 크기 때문에 우리 전기사업법은 발전사업을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업 허가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전기사업을 적정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무능력 및 기술능력이 있을 것 △전기사업이 계획대로 수행될 수 있을 것 △발전소나 발전연료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전력계통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 △태양광·풍력·연료전지를 이용하는 발전사업의 경우 발전사업 내용에 대한 사전고지를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지킬 것 △그 밖에 공익상의 필요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할 것 등으로 상당히 까다롭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고시로 발전사업허가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최근 발전사업 세부허가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개정안에서는 재원조달 계획 중 자기자본 비율을 종전 10%에서 20%로 상향하고, 허가 신청 당시 납입자본금을 총 사업비의 1.5%를 보유하도록 최소 납입자본금 규정을 신설했다. 또 출자자들의 투자가 이행되기 전 지출돼야 하는 ‘초기개발비 지출 및 조달계획’ 제출을 의무화해 초기개발비 조달 가능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발전사업 허가시 제출된 사업계획서대로 적기에 발전소를 준공할 수 있도록 발전사업허가 신청자의 재무능력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그리고 태양광·연료전지 발전사업에 대해서는 허가부터 착공 때까지인 공사계획 인가기간을 2년으로 명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경우에만 공사계획인가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발전사업 준비단계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한다. 갈등의 대부분은 발전사업자의 부실한 재무능력에 기인한다. 그동안 발전사업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재무능력 기준 강화 조치를 계기로 발전사업자의 재원조달 문제로 인한 갈등과 관련 분쟁으로 인한 사업 지연 문제가 해소돼 원활한 발전소 건설과 전력계통 안정화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동일 에너지 대표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특별기고]윤석열정부 출범 1년 평가와 향후 과제-에너지분야

에너지 시장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산업 발전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뒀던 과거와 달리,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이라는 새로운 이슈에 직면하며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도입을 앞둔 탄소국경조정세와 민간부문의 자발적 협약인 RE100 이니셔티브 등은 수출 중심인 한국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에너지 시장도 비상등이 켜졌다.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에너지공기업들이 누적된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서울에너지공사 그리고 자본 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 등 어느 곳 하나 멀쩡한 곳이 없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원전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을 골자로 한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새롭게 꾸리고 탄소중립·녹색성장 비전과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이는 내용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고, 3월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부문별 전략과 함께 산업부문의 감축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에너지정책은 원전생태계 복원과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 줄이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토가 좁고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원자력 발전을 적극 활용해 온실가스를 실효성 있게 줄이겠다는 것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전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최종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해 원전 확대만으로는 나머지 80%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는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필요하게 될 전기를 기존의 화력발전소에서 원자력발전이나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지만, 그 못지않게 나머지 80%의 에너지를 무엇으로 대체하고 얼마나 빠르게 탈 탄소화 할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현가능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으로 부문별 감축목표를 재조정해 기업의 부담을 줄인 정책도 일면 타당해 보인다. 2030년까지 40% 감축목표 달성을 전제로 현 정권이 끝나는 2027년까지 19.6%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 2030년까지 3년 동안 나머지 21.4%를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어렵다. 정부가 산업구조 전환과 고도화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왜곡된 에너지 가격 기능의 정상화도 절실하다.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국내 에너지 시장이 태풍의 눈처럼 고요함을 느끼는 것은 에너지공기업이 중간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든든한 벽에 금이 가고 있다. "콩보다 싼 두부 가격"이란 말로 표현되듯 지금의 전기요금은 가격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다. 이렇다 보니 원가 인상 요인을 반영하지 못한 낮은 전기요금은 한전의 적자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 특히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위치할 경우 새로운 전력의 블랙홀이 생기는 셈인데, 새로운 전력망이 구축되지 않고서는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적자 수렁에 빠진 한전으로서는 새로운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전기요금 문제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해외 에너지 기업들은 석유와 가스 혹은 전기와 가스 혹은 전기와 열 그리고 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합해 운영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에너지 기업들을 각각의 에너지원에 한정해 업역을 제한한다. 한국전력은 전력판매,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 한국석유공사는 석유만 각각 담당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제는 그 틀을 깨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의 휘발유, 디젤만 판매하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수소와 전기 등 다양한 에너지를 판매하고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등 종합스테이션으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간영역인 주유소를 종합스테이션으로 구축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력만 전기를 판매하도록 돼 있는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 정부의 신규 발전 건설과 수명 연장 정책은 원전 생태계의 단절만 키울 뿐이다. 신규 건설이나 수명 연장과 함께 적절한 폐기물 관리와 수명을 다한 원전의 해체까지 연결하는 원전산업 생태계의 선 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원전을 새롭게 건설하고 수명만 연장하는 것은 문제만 키워갈 뿐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과 시장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집권 1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에너지 가격 기능의 정상화를 비롯해 에너지공기업의 적자 해소 및 업역 조정,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실효적인 정책추진, 원전산업의 선순환 구조 마련,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 구축, 이외에도 에너지 이슈들이 정치적 쟁점 사안이 되면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윤석열 정부는 정책결정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에너지산업과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모으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합의된 정책은 5년 단위로 분절되는 정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남은 기간 욕먹을 각오로 소모적인 정치적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 에너지산업과 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요약> ‘김남국 코인’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코인 투자에 진심인 국회의원은 처음 본다. 이해충돌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도덕성에 또 흠집이 났다. FATF, 트래블 룰, 특정금융정보법, 소득세법(개정안) 등 키워드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자. ‘김남국 코인’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김남국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10일엔 당이 가상자산 매각을 권유하자 "당의 권고를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같은 당의 고민정 의원은 9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많은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8년 1월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4월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답변에서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름아닌 민주당 의원이 ‘잘못된 길’에서 크게 베팅을 하고 있었다.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김남국 코인’ 논란을 깊이 이해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FATF는 지구촌 불법 자금세탁을 감시하는 최상위 국제기구다. FATF는 The 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약자다. 19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설치됐다. 파리에 본부가 있다. 현재 37개국이 가입했다. 한국은 2009년에 가입했고, 2016년 부산에서 FATF 총회를 개최한 적도 있다.2019년 6월 FATF는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준수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했다. 권고라지만 사실은 의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FATF 권고사항은 구속력이 있는 다자협약은 아니지만 자금세탁방지 비협조국가 지정의 기준이 되는 구속력을 갖고 있는 국제규범"이라고 설명한다.이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는 서둘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곧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했다. 이 법 시행령에 규정된 ‘트래블 룰’ 역시 FATF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특정금융정보법과 금융정보분석원(FIU)특정금융정보법은 2001년 제정, 시행됐다. 금융정보분석원 출범(2001년 11월)도 이 법에 근거를 둔다. 한국는 FATF 권고를 받아들여 2020년 3월 특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은행 등 금융사 외에 가상자산 거래소와 같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개정안은 1년 유예를 거쳐 21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특금법 시행령에 규정된 ‘트래블 룰’은 2022년 3월부터 시행됐다. 특정금융정보법은 ‘의심거래 보고 제도’를 택하고 있다. 자금세탁이나 탈세로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이를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금융기관이 의심거래를 보고하면 FIU는 이를 수집, 분석한 뒤 관련 자료를 검찰, 경찰,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넘긴다. FIU가 ‘김남국 코인’ 관련 내용을 검찰에 통보한 것도 이러한 절차를 따른 것이다.◇ 트래블 룰트래블 룰은 FATF 권고사항 16조의 규정이다. 돈(가상자산)을 보내는 사람의 이름, 주민번호, 가상자산 주소 등 개인정보가 마치 여행하듯 금융사를 따라 이동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불법자금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장치다. 일명 ‘코인 실명제’라고 한다.FATF는 2019년에 가상자산을 트래블 룰 준수 대상에 추가했다. 코인 시장이 불법자금을 세탁하는 통로로 활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가상자산 거래소, 지갑(월렛) 등 가상자산 사업자(VASP)들은 이 룰을 지켜야 한다. FATF는 2021년 NFT(Non Fungible Token), 곧 대체 불가능 토큰도 트래블 룰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한국은 2022년 3월 가상자산 트래블 룰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김남국 의원은 8일 입장문을 통해 "저는 모든 거래를 실명계좌를 통해서 했기 때문에 트래블 룰 시행 시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트래블 룰 시행 직전에 코인을 팔았다. 이때문에 이런저런 뒷말을 낳았다.◇ 위믹스 코인‘미르’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업체 위메이드는 2020년 가상자산 거래소에 위믹스 코인을 잇따라 상장했다. 자사의 게임 생태계 활성화에 힘입어 위믹스는 한때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위믹스는 유통량 허위 공시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급기야 업비트 등 4대 대형 거래소는 작년말 위믹스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다. 지금은 코인원에만 재상장돼 거래되고 있다.김남국 의원은 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위믹스 코인에 투자한 배경에 대해 "상장사, 아주 대형 회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코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 24위에 올라있다(5월10일 기준). 그러나 일반인에게 위믹스는 낯선 코인이다. 그래서 ‘왜 하필 위믹스인가’라는 궁금증을 낳았다. ◇ 과세 유예 소득세법 개정안2020년 7월 기획재정부는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혔다. 그 해 국회는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코인 수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에 대해 세율 20%로 과세한다는 내용이다.그러나 여론이 들끓자 국회는 2021년 12월 정기국회에서 과세 시기를 당초 2022년 1월에서 2023년 1월로 1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다시 통과시켰다. 여야 모두 대통령 선거(2022년 3월9일)를 앞두고 가상자산 핵심 투자자인 젊은층의 눈치를 봤다. 이때 김남국 의원은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해충돌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왔다. 한발 더 나아가 국회와 정부는 작년말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를 오는 2025년으로 2년 더 미뤘다.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대뜸 세금부터 물릴 경우 투자자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해충돌 등 법 위반 논란보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9일 "FIU가 김 의원의 이상거래를 통보할 당시 이상하다고 판단한 내용과 그에 관련된 자료들을 함께 검찰에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IU가 범죄와 전혀 무관한데 수사기관에 이상 거래를 통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모두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FIU가 어떤 이상거래를 발견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FIU가 검찰에 자료를 제공한 걸 보면 뭔가 잡혔다는 뜻이다. 누구 말이 옳은지는 머잖아 밝혀질 것이다.김 의원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위반했는지도 논란이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에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란 문구가 눈길을 끈다. 김남국 의원은 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2016년 2월쯤부터 지인 추천으로 당시 8000만원 정도를 이더리움에 (투자)했다. 제가 변호사 일을 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내돈내투’(내 돈으로 내가 투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 경력이면 코인 투자 베테랑이다. 김 의원은 이해충돌 지적에 "집 가진 국회의원은 부동산 관련 법을 발의 못하고 차 가진 사람은 자동차와 관련된 법을 발의 못하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관련 법에 의해서도 이 경우에는 이해 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해충돌 위반 여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이 중요하다.2020년 7월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야 국회의원,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부동산부터 팝시다. 당장 팝시다"라고 재촉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긴급하고 절박한 당장의 과제"라면서다. 국민의 눈에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박탈감, 배신감, 위화감을 부른다. 코인 투자에 진심인 국회의원은 어떨까?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가 10일 주최한 토론회에선 "민주당은 외부에서 보기엔 이미 도덕성 불감증 정당"이란 진단이 나왔다. ‘더좋은미래’는 입장문에서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시키고 신탁제도를 도입하는 등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3년 전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김 의원이 곱씹어 보길 바란다. <경제칼럼니스트>가상자산(코인) 논란의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금세탁 방지 체계. 금융정보분석원(FIU) 웹사이트 캡처

[취재파일] 벤처 복수의결권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주식’ 제도가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벤처업계와 정부는 ‘부작용’보다 ‘순기능’이 클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벤처창업가 출신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장시키며 누구보다 복수의결권의 필요성을 체감했다"며 직접 경영현장에서 느낀 제도의 필요성을 토로한 바 있다.그럼에도 복수의결권 도입을 담은 벤처기업법 개정법이 국회 통과를 거쳐 9일 정부 국무회의 의결에 이르기까지 제기돼 온 제도 시행에 따른 우려와 폐지의 목소리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정부는 제도 남용을 막기 위해 고시 의무화·과태료·형사처벌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기존 주식거래 관련 관리 규정들과 비교해 보면 복수의결권 제도를 위한 차별화된 안전장치라 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제도 적용대상을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하고,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는 즉시 보통주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기업이 활용할 수 없다고 정부는 설명한다.그러나, 이번에 도입되는 제도에 벤처기업 지위에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했다면 추후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 벤처기업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복수의결권주식이 유효하다는 특례를 허용하고 있다.향후 대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대처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나선다면 이를 거부할 명분이 해당 특례 때문에 퇴색된다는 반대론자의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닐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오는 11월 이후 탄생할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1호 벤처기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어떤 분야이든 ‘1호’가 주목받듯이, 행여 첫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기업이 잡음을 내거나 모범 운영을 보이지 못한다면 반대 목소리는 언제든 다시 제기되고 강도가 더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수의결권 도입을 반대해 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오는 16일 공포되는 벤처기업법 개정법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 발의한 대안으로, 사실상 정부안이 통과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이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한 대로 시행되는 만큼 정부는 제도의 성공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미 1호 후보 벤처기업을 물밑에서 찾고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1호 기업’에 주목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왕에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복수의결권 제도가 우려를 씻고 순기능을 발휘해 정착하려면 중기부 직권조사 절차나 신고절차 같은 감시기능을 구체화할 하위법령 마련에 정부의 보다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kch0054@ekn.kr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특별기고]윤석열정부 출범 1년 평가와 향후 과제-대북 정책

한미동맹 70주년을 맞는 올해 윤석열 정부가 받아 든 가장 절박한 숙제는 한미동맹 복원과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이다. 지난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방미성과와 지난 1년간의 대북정책에 대해 여야가 엇갈린 평가로 맞서고 있다. 야당은 "깡통외교, 굴종외교, 호구외교"라고 비판하고 여당은 자화자찬이다. 윤 대통령도 9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 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가 없다"고 자평했다. "북한의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의 안보도 탈바꿈했다"는 윤대통령의 자신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막연한 선의나 장밋빛 희망에 기댄 외교’ 만큼 위험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중앙일보의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72.2%)은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을 포함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찬성표를 던졌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천착했던 문재인인 정부의 노력이 빈 손으로 남은 것에 대한 허탈감과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다. ‘북한을 믿을 수 없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믿는 국민은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강화된 한미동맹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지금 몹시 초조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유럽과의 협력,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QUAD ), 나토, 한미일 삼각공조 등으로 중국 봉쇄 고삐를 조이는 미국에게 전략적 가치가 하락한 북한의 존재감은 더욱 작아질 수 밖에 없다. 북한은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에서 중국에 더욱 밀착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만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에게도 북한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무시당하는 것과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을 못 참는 북한은 향후 군사적 행동 수위를 높이다가 조만간 핵실험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도발이라기보다는 ‘날 좀 보소’라는 관심끌기용 읍소에 가깝다. 그렇지만 당장은 한국정부도 미국 바이든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구도에서 미국의 주된 관심은 대 중국견제의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막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넘어서는 ‘중국 경쟁 2.0(China Competition Bill 2.0)’ 법안을 추진 중이고, 대 중국 봉쇄에 한국을 비롯한 동맹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 간 북한 핵 공격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선언’한 것 자체만으로도 확장 억제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워싱턴 선언’만으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능력을 확보한 경우 미국 정부가 워싱턴으로 미사일이 날아올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한국 방위에 발 벗고 나서줄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안보는 불안한데 핵무장하겠다고 동맹국인 미국과 각을 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의 약속(워싱턴 선언)만 믿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 한국의 딜레마다. 그래서 핵 공유까지는 안가더라도 핵우산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내실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한미간 ‘워싱턴선언’부터 한일 ‘셔틀외교’ 복원까지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간 가치에 입각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협력 노선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가 한층 강화될 모양새다. 미 국무부는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진정한 리더십 사례"라며 극찬하지만 전략적 명확성을 선택한 윤 정부를 바라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윤 정부에게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2년이 됐다. 이후에도 소형 전술 핵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무기들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선언’ 이후 북한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달 고체연료 기반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첫 시험 발사한 이후 아직까지 심각한 무력도발은 감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오랜 대북제재와 함께 코로나 시기 동안 국경이 닫혀 국내경제도 어렵고 정치도 불안정하다. 미국이 계속 북한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초조해진 북한은 결국 한국정부와의 대화나 협상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한미관계가 좋은 반면 북미관계가 막혀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 이때가 바로 한국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북한도발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양보만이 답이 아니듯 강 대 강 대응도 능사는 아니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북한과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잃을 것이 더 많은 곳은 한국이고 결국 한반도에 사는 국민들이 큰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튼튼한 한미동맹과 확고한 억제력을 바탕으로 긴장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도 모색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잡는 노력을 펴야 한다. 워싱턴선언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자제하면 한미도 자제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게 인식시킨다면 불필요한 갈등의 증폭을 피할 수 있다. 대북정책 관련한 남남갈등은 그간 상수로 존재해왔다. 대북전단금지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또 다른 남남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 해소에는 진보·보수, 여·야를 떠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납북자 가족을 만나는 등 북한인권 문제를 다시 주목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시인인 조지 허버트는 "나쁜 화해라도 화해하는 것이 좋은 판결을 받는 것보다 더 낫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문제 만큼은 북한 눈치보기나 정치적인 타협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지난 7일 서울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열렸다. 일본이 빠진 지난 한미정상회담의 세부적인 내용이 내심 궁금해 기시다 총리가 방한을 서둘렀다는 추측도 있다. 한국의 대일외교도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핵에 대한 한일 양국 공조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곧 G7, NATO, G20, APEC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달라진 위상과 존재감을 보여줘야 할 중요한 외교 이벤트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이제는 ‘북핵문제와 불안정한 한반도’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환 외교를 펼칠 때다.송문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정치칼럼니스트

[EE칼럼]에너지 요금에 대한 단상(斷想)

황금연휴가 겹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에 대한 생뚱한 정치 바람으로 마음이 무겁다. 정치권이 그 결정 주체로 나서면서 일이 꼬였다. 시장 논리보다 국민 여론과 정치적 득실을 먼저 고려하는 가운데 장기 자원배분 효율성은 뒤로 밀렸다. 정치권은 물가 우려를 핑계로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 간의 시장조정 기능을 무력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따라 한 달 이상 미뤄진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급하게 추진된 것 같다. 당정은 ㎾h당 7원 안팎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구당 2000원대 중반의 전기요금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이렇게 올려도 전기와 가스 가격은 판매원가에 미달한다.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 ‘총괄 원가 보상’ 원칙을 부여받은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판매 손실을 ‘고민 없이’ 채권발행이나 미수금 계정으로 처리하는 정책 실패 유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한전 부채가 지난 1년간 70% 이상 늘었다. 한전채의 무한 발행으로 민간 자본 시장 장애를 초래했다. 정치권에서는 무작정 공공자산 매각이나 관련 공기업 수장 사표 제출을 요구하는 ‘체면치레’를 했다. 화급한 적정 가격수준 설정이나 공기업 경영정상화, 그리고 국리민복 증진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이 변죽만 울리는 정치적 언동일 따름이다. 결국 정치권의 노골적 개입은 새로운 정치 실패를 예고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에너지정책 실패는 어디서나 가능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은 공급망 효율성 확대에 실패했고 되레 인플레이션 가속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학계는 분석한다. IRA은 미국 내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을, 반도체법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투자기업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가용 전문인력 부족으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많다. 인력 부족은 고용시장 과열과 인재 유치경쟁으로 사업비용이 10%쯤 추가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4%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연방준비제도(FRB) 물가 상승 목표(2%)의 두 배에 달한다. FRB가 최근 기준금리를 0.25% 추가 인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정부는 이제 장기 에너지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단기시장조정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지난 4월 2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국 경제포럼(MEF)’ 화상 정상회의를 주재, 녹색기후기금(GCF)에 10억 달러(약 1조3200억원) 제공을 밝혔다. 아마존 보호에도 추가지원(5억 달러)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하는 노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탈 탄소 에너지 확대, 아마존 등 중요한 숲의 삼림 벌채 종식, 불화수소 등 강력한 비(非)이산화탄소(non-CO2) 기후오염 물질 대처와 탄소순환관리 증진 등 4가지 핵심 분야에 대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는 우리 윤석열 대통령도 참여했다.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두 가지 근간은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이다. 이 중 정치적 자유주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경제적’ 자유주의는 퇴보할 수 있다는 관련 학자(Francis Fukuyama:‘The End of History 1989’ 등)들의 기존 주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국가나 종교와 이념, 노조 등 강력한 사회 주체들의 과도한 관여와 영향력을 행사에 따라 건전 경제성장과 배분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경제적’ 자유주의는 제대로 진전될 수 없었다는 것이 지난 세기말∼이번 세기 초까지 입증된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지난 2년 동안의 경기 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 위기가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 닥쳤다. 1970년대 석유 위기 이후 30년 동안의 저물가 시대인 셈이다. 이 결과로 기후변화 대처와 에너지전환 투자 증가추세에 변화를 초래한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이런 변화는 ‘정치적’ 자유주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진점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불확실성이 새로운 시대 패러다임으로 정착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만 ‘불가역적’ 변화인 것은 분명하다. 이념 과잉 에너지정책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는 ‘정치적’- ‘경제적’ 자유주의 양면에서 모두 실패할 가능성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문제 진단과 분석, 그리고 대안 제시라는 과학적 위기 대응 전략을 과감하게 펴야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외교와 대외전략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전략에 쏠려 있다. 세부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에너지 유관 분야가 중심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탄소중립, 녹색성장 등 세계를 선도한 이념정책을 시행했지만 큰 효과가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에너지 부문이 지속성장 기반이 되기보다 우환과 병폐가 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해야 한다. ‘실없는 그 언약에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가 있지만.최기련 아주대학교 공과대학 명예교수

[기자의 눈] "정부야 다 울었니?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

"다 울었니?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살다 보면 하기 싫은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직장인이라면 하기 싫은 업무를 맡아 마무리 해야 할 때가, 학생이라면 재미없는 과목을 공부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늘 우리 눈 앞에는 방학숙제나 건강검진처럼 귀찮고 싫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마치 ‘인생 퀘스트’처럼 기다리고 있다. 힘들어서 울어 버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차일 피일 미룬다고 능사가 아니다. 이 유행어는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부드러운 일침을 가한다.나랏일이라고 다를 바 없다. 정부와 여당도 마찬가지다. 책임감이 무거우니 ‘왜 하필 경제위기라는 어려운 시국에 집권을 했을까’라는 억울함도 당연히 생기겠다. 그렇다고 세상 탓, 남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역시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차에도 남 탓 공격에 집중했다.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앞둔 하루 전날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전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이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 증권합수단(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로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가 무력화되면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마약 범죄에 대해서도 과거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돼 나타난 결과라고 비판했다.남 탓 퍼레이드의 종지부는 야당을 향했다. 윤 대통령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이만큼이나 정치적으로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상황을 공유한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무책임하다고 손가락질하기 이르다.대통령의 발언이 진정으로 남 탓이 아닌 해결책을 찾기 위한 분석이라면 그 다음이 달라져야 한다. 좋으나 싫으나 야당의 의견도,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국민 여론도 수렴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1년 째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 창구인 언론과는 점점 거리를 둔다. 발표하는 정책마다 여론에 뭇매만 맞으며 원점 재논의에 들어간다. 뚜렷한 국정 성과를 찾기도 힘들다.대통령 임기 5년을 사람 수명 100살에 비유해보자.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어가고 있으니 이제 20살을 넘은 성인이다. 성인과 미성년자를 구분하는 큰 차이점은 책임주체다. 미성년자는 잘못을 저질러도 법적으로나 도의적인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지 않는다. 보호자가 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인은 자신의 언행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당사자가 짊어져야 한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들어 국정운영에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할 성인이 된 윤석열 정부에게 한 마디 하겠다. "다 탓했나?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

[특별기고]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평가와 향후 과제-외교통상분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외교통상정책 성적표는 ‘미흡’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이념외교를 펼쳐 사실상의 반일·반미 노선을 걸은 것을 수정하는 기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신 냉전체제와 북핵 위협이 현실화 되고 있고, 신 보호주의가 국제통상 관계를 지배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그래도 미국과 일본에 성급한 ‘러브콜’을 보내는데 급급하고, 국내적으로 친미세력의 찬사를 받는 수준의 외교에 머물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는 이미 정치적 화해를 넘어 정말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단계까지 악화됐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판정한 대법원 판결의 강제집행 문제를 이제는 종국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엄연히 대법원의 배상 최종판결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우리 정부가 설립한 재단이 대신 피해자들에게 배상(대위변제)해 주려하더라도 이들이 변제금을 자발적으로 수령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의 일본기업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권리를 소멸시킬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미동맹 70주년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대위변제를 해법인양 제시해버렸다. 일본의 반응이 유보적인 이유다. 우리가 대일 무역 맞보복을 철회했는데도 일본은 대한 무역보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국제중재에 회부해 구속력 있는 국제재판 판결을 받아내면 된다. 한·일 청구권협정 제 3조가 일방당사국의 회부로도 중재절차가 진행되도록 이미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법원 배상판결이 국제법 위반임을 국제판례가 확인해주어야 이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아 국회가 특별법을 통과시켜 대위변제를 통해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모두 소멸시킬 수가 있다. 다소 시간은 걸리더라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한일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문재인 외교가 무시한 이런 진정한 해법이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정부에 의해서도 방치되고 있다. 바늘 허리에 실을 꿰어 양국간 민감한 현안들을 바느질해 나가려 하는 셈이다. 지난 4월27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선언’을 채택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반도에 실효성 있는 핵억지 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최대 현안이다. 미국 정상이 강력한 핵우산을 제공하고 핵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문서로 확인했기에 확장억제 체제가 강화됐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과대포장된 것은 문제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고 확장억제 체제를 구축한 것은 이미 오래됐다. 북한의 핵 위협의 심화 정도에 비례해 미군의 핵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횟수도 어차피 늘려야 할 일이었다. 확장억제 강화를 정상간의 합의로 선언한 것이 성과라면, 이를 대가로 한국 정상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는 것을 공식 확인해 준 것은 역사적 부담이다. 가장 확실한 핵억지 수단은 자체 핵무기 개발이다. 후세를 위해서라도, 외교적 수사로 얼버무리면서라도, 어떻게든 핵 개발 포기라는 약속만은 공식화하지 말았어야 했다. 일본의 경우처럼 핵물질 재처리를 통해 수천 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을 비축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보상을 받은 것도 아니다. 기존의 확장억제 체제를 재확인하고 어차피 강화해야 하는 핵자산 파견을 증대하는 합의에 그친 상황이 아닌가. 우크라이나는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등과 안전보장 조약을 체결하고 핵을 포기한 실수의 대가를 오늘날 러시아로부터 침공당하고 핵 위협에 직면한 상황으로 치르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핵을 암암리에 개발하려 해도 개발단계마다 워싱턴선언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미국은 전기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 수출제품을 차별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차별적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급감하고 있고, 반도체 분야는 사실상의 기술이전을 요구받고 대중국 반도체 투자를 제한받고 있다. 유럽과 일본 기업들도 마찬가지 규제를 받기는 마찬가지이기는 하나,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처럼 자동차와 반도체라는 단일 품목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나라는 없다.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도 대중국 투자를 통한 생산의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이런 미국의 신 보호주의 정책의 구체적 기준이 마련된 것이 지난 1년 동안인데도 정부는 로비는 커녕 그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수백 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대미 투자를 확약했다. 이러한 투자의 대가로라도 정부가 챙겼어야 할 반대급부는 실종된 상태다. 한미FTA를 통해 경제동맹까지 맺고 있는 국가의 대표자가 백악관과 미 의회를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그 생명줄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의 차별문제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동맹국 간 공급망 협력을 심화해 가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나, 상대국 핵심 산업의 축소나 공동화를 초래하면서도 투자를 압박하고 핵심 산업정보 제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 70년을 정리하는 정상회담이니 만큼 ‘호혜의 원칙’이 양국 경제동맹의 기본가치가 돼야 한다는 점을 짚었어야 했다. 윤석열 외교는 ‘한미 가치동맹’을 공언하고 워싱턴선언에서도 이것을 강조했다. 양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러한 ‘가치의 공유’를 넘어 ‘가치 동맹’을 결성하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전체주의 체제에 대항하는 배타적 블록에 우리가 동참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윤대통령은 직접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고 언급했고, 국제인권법 차원에서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적 지원을 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진정한 가치외교는 그걸 대놓고 선언해서 주변 전체주의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마치 전체주의 국가의 지도자처럼 국가책임자가 나서서 이를 외쳐대는 것이 오히려 그러한 가치외교를 정말로 펼쳐나가는 데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의 이념외교의 유산을 떨쳐내려 하면서 또 다른 이념외교를 가치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 선린·실용외교의 길이 다시 멀어지고 있다.최원목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E칼럼]독일의 탈원전은 정치적 산물,롤모델 될 수 없다

지난 4월16일 유럽에서는 미래 에너지믹스 방향 설정을 놓고 완전히 상반된 정책이 충돌했다. 독일은 이날 0시를 기해 모든 원자로를 정지시키고 62년간의 원자력 시대를 종식하는 완전 탈원전 실험에 돌입했다. 몇 시간 뒤 핀란드는 탈 원전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유럽 최대 규모의 올킬루오토 신규 원전 3호기 가동을 시작하며 복원전에 나섰다. 이번 탈원전과 복원전의 성패는 향후 에너지전환, 기후변화, 에너지안보에 대한 논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미래 에너지믹스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탈원전과 복원전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안보 증진 수단으로서 원전의 역할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비롯된다. 탈원전은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 기초해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복원전은 원자력의 과학적 안정성과 기술적 통제 가능성을 인정하고, 지구온난화 물질인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원전이야말로 기후변화 방지와 각국의 에너지안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불가피한 에너지라는 주장이다. 양쪽 주장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으며 각 주장의 합리성과 현실성은 현재 인류가 처한 도전과 각국의 사정에 맞춰 상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기후변화 방지와 안전을 명분 삼은 독일의 탈원전 실험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갈탄의 퇴출보다 탈원전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갈탄은 거의 유일한 국산 에너지로 탈석탄은 격렬한 정치적 저항에 부딪인 데 비해 녹색당의 연정 참여 조건으로 채택된 탈원전에 대한 정치적 저항은 높지 않았다. 결국 독일의 탈원전은 안전과 기후변화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흥정의 결과물로 볼 수도 있다. 진짜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면 결코 탈석탄에 앞서 탈원전을 추진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의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12톤으로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의 5.19톤보다 훨씬 많다. 독일의 탈원전은 세계 에너지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탈원전으로 인한 발전 공백을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계획이지만, 1년 내내 전기를 생산하는 기저 전원인 원전을 태양과 바람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원전 감소는 곧 화석에너지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칙이다. 독일에서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비중을 줄이자 바로 석탄발전이 증가했던 경험이 하나의 증거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석탄, 가스 수요의 변동성도 덩달아 높아져 세계 에너지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21년 말 북해 풍력발전이 감소하자 독일의 석탄발전이 즉각 증가하면서 석탄 가격이 폭등했던 것과 같은 유사한 사건이 앞으로 더 큰 폭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의 탈원전은 EU 차원에서는 평가되어야 한다. EU는 국가 간 전력망이 그물처럼 연결돼 있어 전력 수급 차원에서는 거의 단일 국가와 같다. 독일의 탈원전과 별개로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체코 등 많은 국가가 속속 복원전으로 돌아서고, 독일은 프랑스에서 부족한 전력을 계속 수입한다. 독일 탈원전은 EU 차원에서 큰 변화가 아닌 이유다. 충청도에 원전이 없다고 우리나라가 탈원전 국가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독일의 탈원전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인접 국가와 연결된 전력망을 갖고 있지 않고 유럽에 비해 재생에너지 잠재력도 크지 않다 그렇다고 독일의 갈탄처럼 마땅한 국산에너지도 없다. 현실적으로 원전 말고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수급 안정·에너지안보의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용빼는 재주는 없다. 독일의 탈원전은 결코 우리의 롤 모델이 될 수 없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 1년에 보내는 제언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년 간 보수 일변도 정책을 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지지층 반발을 무릅쓰기도 했다. 대통령이 진영을 넘어 국가 공동체를 우선하는 정책을 펼 때 유권자들은 대통령다움을 느낀다. 이념과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윤 대통령이 복지 정책을 주도할 것을 제안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집권 1년을 맞는다. 성적표는 보기 민망하다. 지지율은 30% 안팎 박스권에 갇혔다. 왜 이럴까. 보수 일변도 정책을 펴면 외연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 야당은 물론 중도층도 등을 돌린다. 나는 윤 대통령이 진보 어젠다, 특히 복지 확대를 주도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등돌린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보수 지지층의 반발이 무섭다고? 김대중 대통령은 대일 외교에서 정략보다 국익을 앞세웠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썼다. 두 대통령은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본받아야 할 사례다. ◇ "나는 천황에게 덕담을 건넸다"야당이 대일 외교를 비판할 때마다 용산 대통령실과 집권 국민의힘은 김대중 대통령 사례를 든다. 김 전 대통령이 일본 국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맞다. 김대중은 1998년 10월 일본을 국빈 방문해 ‘천황’을 만났다. ‘김대중 자서전’을 들춰보자 "도쿄에 도착한 첫날, 아키히토 천황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나는 천황에게 덕담을 건넸다. ‘천황 폐하, 황태자 부부는 보기에도 아름다운 커플입니다.’ 나는 ‘천황’이라 호칭했다. 외교가 상대를 살피는 것이라면 상대 국민이 원하는 대로 호칭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만찬 다음날 김대중은 오부치 게이조 총리를 만났다. 이때 "나는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며 그동안 두 나라 사이의 근본적인 문제를 거론했다"고 회고했다. 여기서 나온 게 바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곧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다. 오부치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하였다. 이때 일본 대중문화도 전면 개방했다. 김 대통령은 "더이상 문화 쇄국주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한국이 일본의 문화 식민지가 될 거란 우려가 나왔다. 기우였다. 문화 개방은 오히려 일본에서 한류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 ‘사쿠라’ 비난에도 굽히지 않은 소신1964년 6·3 사태가 터졌다. 한일 국교 수립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서울 일원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때 김대중 의원은 ‘왕사쿠라’로 매도당했다.다시 자서전을 보자. "한일 회담을 하는 당사자들을 무조건 매국노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야당 안에 괴이한 소문이 돌았다. "김대중은 여당 첩자다. 사쿠라(여당에 매수된 야당 정치인)다. 사쿠라 중에서도 왕사쿠라다." 그럼에도 김대중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세계의 흐름, 민심의 향배를 모르고 강경 투쟁만을 부르짖던 야당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 기반만을 강화시켜 주었다"고 회고했다. ◇ "이라크 파병은 불가피한 선택"진보 노무현 대통령도 종종 보수색 짙은 정책을 폈다.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이 터졌다. 미국은 한국에 파병을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9월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3000명 넘는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다. 노무현은 "반미면 어때?"라고 했던 인물이다. 진보 시민단체 등 지지층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퇴임 후 노 대통령은 ‘성공과 좌절-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 봐도 역사의 기록에는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참으로 어렵고 무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것이긴 했지만 당시 파병 외교는 아주 효율적인 외교였다고 생각합니다."2004년 12월 노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자이툰 부대를 깜짝 방문했다. 이때 노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병사를 힘껏 포옹하는 사진은 노무현 시대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사진이 됐다. ◇ "한국 영화, 자신 없습니까?" 2006년 2월 한미 FTA 협상 개시가 발표됐다. FTA는 경제를 넘어 안보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 보수 야당은 찬성하고, 여당과 지지층은 거칠게 저항하는 묘한 일이 벌어졌다. 특히 스크린쿼터 축소를 두고 영화계의 반발이 심했다. 그해 3월 노 대통령은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갖고 현장에 나온 영화배우 이준기에게 물었다. 당시 이준기는 ‘왕의 남자’로 인기가 대단했다. "한국 영화 경쟁력을 지켜낼 자신 없습니까?" 이어 "자신이 있다면 당당하게 열고 나가자"고 영화인들을 설득했다. 그로부터 14년 뒤인 2020년 2월에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한국 영화를 위한 잔치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스크린쿼터 축소해서 한국 영화가 쪼그라들었다는 말은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윤 정부는 보수 일변도 진보가 보수적인 정책을 펼 때 유권자들은 대통령의 대통령다움을 본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고, 스스로 실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자는 주장에 "장사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난 1년 윤 대통령은 보수 일변도 정책을 폈다. 대미, 대일 관계는 한층 단단해졌다. 반면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는 더 멀어졌다. ‘건폭’ 등 기득권 노조 때리기도 멈출 줄을 모른다. 이런 정책은 보수층의 환호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하다.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이 그 증거다. ◇ 보수가 주도하는 복지나는 윤 대통령이 긴 시야에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진보적인 정책을 펴길 바란다. 이념 갈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모와 자식, 직장 상사와 부하가 마치 딴 나라에 사는 듯하다. 빈부 격차도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복지는 통상 진보의 어젠다로 통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진보 정부가 주도하면 보수 정부는 마지못해 끌려간다. 선거 때 표를 의식해서다. 이런 소극적인 태도로는 중도층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 차라리 복지를 보수정부가 주도하면 어떤가? 당연히 재정에 부담이 간다. 현 정부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보수 지지층의 반발도 예상된다. 세금을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동체 유지라는 대의(大義)에 초점을 맞추면 복지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사회복지 지출을 보자. 2020년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4%를 사회복지 비용으로 썼다. 이는 프랑스 (34.9%), 덴마크(29.3%), 스웨덴(25.9%) 등 유럽국가는 물론 일본(24.8%), 미국(24.5%)에도 한참 못 미친다. OECD 평균은 23%다. 왜 이들은 복지에 이렇게 큰 돈을 쓸까? 그래야 사회 분열을 막고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일찍이 경제학자 존 갈브레이스 교수는 명저 ‘풍요로운 사회’에서 절대 빈곤이 사라진 미국에선 소득 불균형이 경제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공원, 교통시설, 교육 등 인프라에 대한 공공투자 확대를 제시했다. 국가 공동체 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누가 하든 불가피한 일이라면 보수, 진보를 가릴 필요가 없다. 차라리 보수 정부가 나서면 복지를 넓히되 마구잡이 복지를 제어할 수 있다. 복지 어젠다는 야당 협조를 끌어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층 반발을 넘어서는 결단을 내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 대통령의 혜안이 돋보인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1월 전남 목포의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과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을 잇따라 찾았다. 노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4년 남았다. 보수(補修)하는 보수(保守 )가 살아남는다. 윤 대통령에게 지지층 울타리를 넘어서는 통 큰 정치를 기대한다. <경제칼럼니스트>▲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0일 집권 1년을 맞는다.[대통령실 제공] 사진=연합뉴스▲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21년 6월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김성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이사장과 함께 전시물을 살펴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작년 6월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OECD 사회복지 지출 국가별 비교. 출처=e나라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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