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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칼럼] 재생에너지 직거래에 거는 기대

2050년까지 전기사용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인 캠페인에서 시작된 RE100이란 용어가 대중에게 점차 익숙한 단어가 돼 가고 있다. 고객사를 필두로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기사용을 요구함에 따라 2021년부터 한국형 RE100 제도가 순차적으로 도입되었다. 2021년 1 월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도입으로 재생에너지 전기구매가 가능해졌고, 같은 해 8월에는 RE100인증서(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거래시장이 개설되었으며, 작년 하반기부터 전력구매계약 관련 규정안이 마련되기 시작했다.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RePower EU) 등 재생에너지 공급 관련 우호적인 글로벌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신환경경영전략선언 등 주요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며 재생에너지 수요도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선언으로 9월 기준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24곳으로 늘어났다.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이 현재 사용 중인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2050년까지 약 25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소(태양광기준)가 필요하다. 국내 전체 발전소의 약 2배 규모로, 앞으로 8GW의 발전소를 매년 신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이 절실한 상황이다.마침 9월부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전기사용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직접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제도가 시행됐다. 전기사업법의 개정에 따라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예: 발전사업자)가 전기사용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여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는 전기를 공급하는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의 직접전력거래 등에 관한 고시(직접PPA고시)’ 제정안이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소위 전력구매계약인 PPA는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가 직거래하는 당사자 간의 계약 방식이다. 주요내용을 살펴 보면, 적용대상은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바이오, 지열, 해양에너지 발전설비에 의하여 생산된 전기여야 하고, 설비용량은 1MW를 초과하여야 한다. 전기사용자는 300kVA 이상 수전설비를 갖추거나 계약전력 300kW 이상 일반용전력(을) 또는 산업용전력(을) 고객이어야 하고, 시간대별 전기사용량을 한도로 발전사업자가 공급하는 시간대별 재생에너지 전부를 구매하여야 한다. 다만, 시간대별 발전량이 사용량에 미달하여 추가 전력이 필요한 경우, 전기사용자는 전력시장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 반대로 시간대별 발전량이 사용량을 초과하여 잉여 전력이 생기는 경우, 발전사업자는 전력시장에서 이를 거래할 수 있다. 또한, 발전량 중 일부는 직접 PPA로, (20MW초과시)나머지는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분할거래도 가능하다. 직접 PPA에는 설비 및 당사자 관련 정보와 더불어 연간 보장공급량, 계약기간, 전력량 단가와 같은 구체적인 전력거래 조건을 포함해야 하고, 발전사업자는 산업통상자원부에 계약 체결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참고로 전력거래소가 부과하는 거래수수료가 3년간 면제되고, 중·중견기업은 망 이용요금을 1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직접 PPA는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의 직거래를 장려하여,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취지의 제도이다. 발전사업자는 생산된 전기의 판매처를 다양화할 수 있고, 전기사용자는 재생에너지전기 사용실적을 인정받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실적도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전력거래 출현으로, 경쟁원리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전력시장이 구축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글로벌 공급망에 얽혀 있는 한국 기업들도 해외 고객사는 물론이고 투자자 및 소비자 등 핵심 이해관계자로부터 받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제고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기자의 눈] PB상품 전성시대

"이젠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의 시대가 올 겁니다."고물가 여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업계의 PB 상품을 두고 유통업계 관계자가 전한 얘기다. PB는 유통업체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선보이는 독자 브랜드 상품을 뜻하며, 일반제조사 상품보다 품질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최근 물가 고공행진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소비가 대세를 이루자, 마트와 편의점들이 앞다퉈 ‘PB상품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실제로 물가가 브레이크 없이 계속 오르자 대형마트 3사의 올해 PB상품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PB상품 마케팅에 전력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반값 치킨과 피자에 이어 최근엔 탕수육과 비빔밥까지 저렴한 PB 먹거리가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심지어 PB상품 마케팅에 전력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반값 치킨과 피자에 이어 최근엔 탕수육과 비빔밥까지 저렴한 PB 먹거리가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편의점들도 도시락 등 초저가로 선보인 PB상품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앞다퉈 PB 마케팅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지속되는 물가 인상’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4.9% 올라 지난해 3월(15.2%) 이후 1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물가도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인 8.8%의 상승폭을 나타냈다.문제는 여전히 물가 인상 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추석이 지나고 10월을 물가 정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현재 집중호우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중 채소류 가격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장보기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이다.경제적 부담을 느낀 소비자의 발길을 쉽게 돌릴 수 있게 만든 것이 다름아닌 PB상품이었다. 유통업계에선 미국·영국처럼 우리나라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PB상품은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을수록 상품 트렌드는 ‘가성비’에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pr9028@ekn.kr

[이슈&인사이트] 외국인투자 유치 총력전 펴야

투자매력도(investment attractiveness)라는 용어를 언론에서 종종 접하게 된다. 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가능한 다의적인 용어이지만 주로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분야에서 많이 사용한다. 개념을 정의해 보자면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투자환경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사업하는데 규제가 많거나 정치적으로 불안한 등 투자환경이 나쁘면 해당 국가의 투자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돈을 들고 와서 공장도 세우고 일자리도 창출한다면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조세감면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투자매력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도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조세감면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투자매력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은 것 같다. 2021년 우리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는 약 168억 달러로 G20국가 중 17위였다. 우리나라보다 외국인직접투자 순위가 낮은 나라는 아르헨티나, 튀르키에(터키), 이탈리아 3개국에 불과했다. 투자금액만 놓고 보면 2020년 약 68억 달러 대비 2.4배 늘기는 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은 약 4배, 중국 1.3배 가 증가했고 2020년에는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낮았던 일본 2.4배, 프랑스 2.5배, 남아공 13배 증가하면서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더욱 좋지 않은 소식은 2022년 상반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외국인직접투자가 15.6% 감소한 110.9억 달러라는 것이다.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6년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총투자)는 404.7억불에서 2021년에는 758.7억불로 약 2배 증가했다. 2020년 코로나19사태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매년 10~30% 이상 해외투자가 증가했다. 각국 정부는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자국의 투자매력도를 높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인을 극진히 모시고, 투자에 대해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2011년 하림그룹이 미 델라웨어주에 있는 도계가공농장, 부화장, 사료공장 등을 4800만 달러에 인수 했고 2013년 추가로 투자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 기여했다. 그러자 2021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하림의 김홍국 회장을 초청했다. 1995년 삼성전자가 영국의 윈야드 복합단지에 7억달러 상당의 투자를 단행하자 투자액의 20%에 상당하는 현금, 교육 훈련 등을 영국정부에서 지원했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윈야드파크 준공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인을 최고로 예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우리 기업인에 대한 예우가 어떤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기업의 투자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대규모 투자에 대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면서 10억 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받았고, 반도체시설 투자금액에 대해 최대 40%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제공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총리 직속 투자유치기관 ‘대일직접투자추진회의’를 설치했고, 2021년 11월에는 ‘반도체 생산기업 지원’ 명목으로 6천억엔(한화 약 6조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이 중 약 4760억엔(약 4.5조원)을 TSMC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2022년 6월), 약 929억엔(약 8900억원)을 키옥시아 미에현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2022년 7월)에 투자해 총 프로젝트 비용의 각각 50%, 30%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라는 ‘3고’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코 밑까지 경제위기가 다가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시장이 작은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에 비해 더욱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환경의 개선이 절실하다.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EE칼럼] 경제위기 대응 능력과 전기요금 정상화

우리나라 경제에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여파로 향후 국내 경제성장률이 더욱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7월 경상수지는 10.9억 달러 흑자이지만, 전년 동월 대비 무려 66.2억 달러 감소했다. 무역수지의 지속적 악화로 인해 8월 이후에는 경상수지 흑자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주요 원인의 하나는 에너지 수입액의 급증이다.환율 역시 급등하여 1달러당 1400원대가 목전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을 지속할 경우, 한국은행도 외국자본 유출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가 상황도 좋지 않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이렇듯 대내외 경제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해 물가인상 억제책을 펼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공공요금, 특히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하지만, 국민의 복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정부의 선의는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할 것이다.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거대한 괴물을 쓰러뜨리기 위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무모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대부분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초래된 전력구매비용 급등에 있다. 이 외부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내유보금이 충분하지 않은 이상) 한전의 부채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구매비용을 지급하고 운영비를 지출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전의 부채가 한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선다면, 국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이때, 국가의 세수가 충분하지 않다면, 국가 역시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부채를 지는 수밖에 없다. 국가의 부채는 최종적으로는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하기에, 현재의 전기 소비는 미래 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최근 영국 정부 또한 전기·가스 요금 상한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 소요자금은 영국 GDP의 5%인 1000억 파운드(약 160조 원)에 달할 수 있는 정부 차입을 통해 조달하며, 그 차입금은 10∼15년에 걸쳐 세금으로 변제하게 된다고 한다.전기요금 동결은 단지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 간 제로섬 게임에 그치지 않으며, 다가오는 대형 경제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한전이든 국가든, 부채가 늘어날수록 신용도가 낮아져 금리가 올라가고 그 결과 부채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더욱이 리먼 브라더스 사태부터 코로나 사태까지 이어진 전세계적 통화팽창과 막대한 재정지출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공공부채 규모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속 팽창을 할 것이다. 게다가 공공부채의 과도한 확대로 인해 민간 기업의 자금 경색이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상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은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지 못해 전력구매비용, 궁극적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을 매우 큰 폭으로 증가시킬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결과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인상되고, 그에 따른 여파로 물가 역시 오를 것이며, 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금리가 더욱 높아져야 한다. 이렇듯 전기요금 동결은 부채, 환율, 물가, 금리의 모든 측면에서 동시다발적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초대형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전기요금 동결 정책은 정부의 선의와 달리 도리어 경제위기를 한층 더 가속화시키고 공공부채를 증가시켜 국가의 대응능력마저 훼손하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아울러, 미-중러의 지정학적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속가능성 또한 결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책무는 국민들에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불가피함을 알리고 나아가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 절약을 대대적으로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기자의 눈] 미완의 LG ‘롤러블폰’이 남긴 교훈

얼마전 중고거래 사이트에 LG전자가 출시하지 못한 ‘롤러블폰’이 등장했다. 새 제품에 붙는 액정 비닐이 그대로 있는 LG전자 롤러블폰과 부속품, 박스, 심지어 LG전자가 롤러블폰을 배포하며 함께 보낸 편지까지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편지에는 "이 폰은 혁신을 통한 창조,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LG 기술 역량을 집중해 상상을 현실로 만든 세계 최초 롤러블폰이자 LG 스마트폰 마지막 작품"이라며 "연구원이 1000여개 부품을 일일이 조립하고 한정된 수량만 생산해 이 폰을 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롤러블폰은 침몰해가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반등시킬 구원투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21년 LG전자가 시제품을 공개하고 국내 출시를 준비하던 중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LG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에도 스마트폰 사업을 반등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일각에서 기대를 걸었던 이유는 기술력 때문이었다. 2020년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은 당시 폴더블 시장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롤러블 TV를 갖고 있는 회사가 왜 폴더블을 안 하겠나"고 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기술력 바깥에 있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출시 때마다 크고 작은 결함이 발목을 잡으며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절치부심한 이후에도 플래그십 시장에서 ‘윙’을 비롯한 특이 모델에 집착하며 외면 받았다. LG전자는 세계 선두권 기술력을 갖춘 회사였지만 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안고 시장성이 모호한 롤러블폰 사업을 이어가기에는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었다. LG폰이 사라진 지금 삼성전자가 비슷한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4세대 폴더블폰을 앞세워 흥행을 달리고 있지만 올해 초 불거진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 이후 신뢰도에 금이 가는 사건이 왕왕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출시한지 3년 밖에 지나지 않은 ‘갤럭시 노트10 플러스’가 부품 재고가 없어 수리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새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 신뢰를 놓친다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LG 롤러블폰이 남긴 교훈을 삼성전자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jinsol@ekn.kr이ㅣㄴ솔

[이슈&인사이트] 주52시간제 현실 맞게 유연화 필요

고용노동부가 올해 상반기 장시간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조사 대상 사업장 10곳 중 1곳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가 이뤄진 것이 적발됐다고 한다. 초과근로 시간은 평균 주 6.4시간이고 위반근로자의 비율은 전체근로자의 14.8%이다. 주요 위반 사유는 작업량 예측의 어려움,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 등이라고 한다. 비록 실제 과태료 부과보다는 시정명령에 무게를 두었으나, 경미한 위반의 경우에도 규제 대상이 되는 것임은 분명하다. 사전에 계획을 세워서 작업량을 조절하고 미리 예비 근로자를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사업장을 운영한다면 주 52시간제는 이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토로하듯이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이라도 항상 현실에서는 생산계획 등에 차질이 생기고 오류가 발생한다.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는 애초에 이런 계획의 수립조차 쉽지 않으니 작업량을 잘 조절해서 초과근무를 줄이라는 주장은 공허할 뿐이다. 운수 좋은 날이라서 갑자기 대량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재고량이 없다면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 한 그냥 계약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추가로 근로자를 채용하여 고용을 늘리라는 주장 역시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비용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구인 자체가 어렵다. 특히 지방의 중소기업들은 1년 내내 구인광고를 내고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재해·재난 수습, 돌발 상황, 업무량 폭증 등 ‘특별한 사정’이 발생해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해야 하는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예외적으로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인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 수가 올해 7월까지 집계된 것만 5793건으로 전년 동기(3270건) 대비 77.2% 늘었다는 것 도 현재 중소기업들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경영계가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의 합리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듯하나, 주 52시간의 틀 안에서 유연화가 아닌 선택의 다양화를 추구하려는 입장이다. 즉 주 52시간제 도입의 취지는 유지하되 업종·직종·규모 등에 따라 현실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개편 방향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주 52시간이라는 상한선이 존재하는 한 사업장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업주가 아닌 근로자들에게도 주 52시간제가 행복한 제도인 것만은 아니다. 무노동·무임금이 원칙인 상황에서 무작정 근로시간을 줄이려고만 하는 것이 진정 근로자를 위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021년 통계에 의하면 취업자 중 줄어든 임금으로 인해 부업을 하는 근로자가 45만명 가량이었으며, 이는 2020년에 비해서 35%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특별연장근로 도입기간의 연장이나 지원금 등의 미봉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여서는 안된다. 주 52시간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선택적·예외적으로 적용 자체를 배제할 수 있는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여야 한다. 일례로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나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있고, 숙련 근로자인 경우에 한하여 전체 근로자의 일정 비율은 주 52시간제의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듯하다. 대신 적용 제외 기간의 상한을 정하고 정기 건강검진을 필수적으로 도입하여 근로자를 보호하여야 한다.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은 단순히 휴식만으로 충족될 수가 없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획일적인 통제를 하기보다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유연하게 제도를 변경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공인노무사

[EE칼럼] 천연가스, 글로벌 공급망 확보가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경제는 암흑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 그나마 버티던 중국 경제도 2분기 성장률이 0%대에 그치는 등 자원에너지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엄청난 시련을 맞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기후변화 환경규제 심화 등 복합적 위기 상황이 확산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악화 일로에 있다. 이와 같은 위난에 선제적으로 자원에너지 확보에 국력을 집중하여 위기를 극복하려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안’ 발의는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안의 입법 취지와 다르게 자가소비용 직수입자에 대한 도시가스 제3자 처분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2020년 천연가스 직수입 물량은 906만 톤으로 전체 도입량의 22%를 차지하였다. 이제 직수입시장은 단순히 자가소비용 차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그에 걸 맞는 역할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법안 제36조는 자원안보위기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핵심자원의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자가소비용 직수입자가 그 도시가스를 국내의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기존 도시가스사업법의 규정이나, 법안 제32조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법치주의 원칙인 체계정당성의 원리나 형평성에 배치된다.우선, 법안 제32조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자원안보위기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핵심자원의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해당 핵심자원의 공급기관·수요자 등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조정·명령,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4호(공급기관 상호 간의 핵심자원의 교환 또는 분배 사용), 제7호(핵심자원의 양도·양수의 제한 또는 금지)에서 조치사항을 나열하고 있다. 따라서 법안 제36조는 이미 제32조가 자원위기에 대응하는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고, 핵심자원의 양도양수 금지에 배치되는 처분을 인정한 점은 동일 규범 내에서 그 규범의 구조나 내용 또는 원칙 면에서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저촉된다. 또한 도시가스사업법 제10조의6 제1항은, "자가소비용직수입자는 수입한 천연가스를 국내의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 다만, 천연가스의 수급안정과 효율적인 처리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법에 이미 처분의 예외를 인정한 만큼, 법안에서 별도로 예외를 인정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필요하다면 도법의 규율체계 내부에서 예외 사유를 추가하는 방법이 법률 체계적으로 타당하다.법안 제36조는 오히려 보다 확대된 국내 제3자 재판매를 조장할 수 있는 특혜조항으로 특별법의 입법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직수입 물량의 재판매는 국가에너지 위기대응전략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직수입자의 영업활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 LNG 시장의 가격 변동에 편승한 ‘체리피킹( Cherry picking)’으로 직수입자의 이익은 급증하였고, 수급관리에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직수입자에게 처분 기회를 추가로 주는 것은 천연가스 수급 불안정을 더욱 가속시킬 수 있다. 따라서 법안 제36조는 헌법상 원칙은 물론, 에너지 수급안정과 무관하게 직수입자의 편익만 가중시키며, 오직 도시가스만 처분 특례를 인정하는 등 형평성에 배치된다. 따라서 법안 제32조에 추가하여 특별히 처분 특례를 규정할 합리적 이유가 없고,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너무 확대되는 문제 등 특례의 당위성이 없는 만큼 법안 제36조는 재검토해야 한다. 국내 수요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가 국가 수급의무를 우선 책임지는 만큼, 비상위기 시에는 직수입자들이 우선적으로 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에 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원위기 상황에서 직수입자들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관점에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진력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천연가스 수급위기의 최우선 과제는 처분 인정이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의 천연가스 확보전략이 돼야 한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한국가스학회 회장

[기자의 눈] 발전원별 형평성 논란 부른 친환경 인정 문턱

원자력 발전이 공식적으로 녹색경제활동이라고 인정받았다. 2045년까지 신규건설 또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원전 설비 등이 대상이다. 물론 몇 가지 조건이 따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과 처분의 계획이 있어야 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법 제도도 있어야 한다. 또 ‘사고저항성핵연료(ATF)’를 적용해야 한다. ATF는 기존 연료보다 안전성을 높인 핵연료다. 노심이 손상됐을 경우에도 건전성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핵연료를 뜻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과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원전 해체비용을 보유한 원전 사업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들 조건을 두고 ‘난관’이라는 입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전문가 일부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과제라며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몇 달 전 유럽연합(EU)가 EU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면서 제시한 조건도 비슷했다. ‘원전 사업에 걸림돌이 될 조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취재원은 "오히려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라고 촉구하는 방향인 것이지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목을 잡는 조건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준위방폐장의 경우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보다 주민 동의 등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되고 ATF 기술의 경우 아직 전세계적으로 개발단계에 그치지만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녹색분류체계 기준에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는 발전원도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업계다. 환경부는 지난해 녹색분류체계를 처음으로 마련, 공개했다. 당시 LNG는 원전과 달리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았다. 문제는 단순히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을 받았다 혹은 받지 못했다는 게 아니다. 해당 발전원이 ‘어떻게’ 사업을 해야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을 받느냐다. 처음부터 LNG 발전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됐지만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 자체가 까다롭게 설정됐다는 반응이다. 환경부는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LNG 발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기준을 잡았다. 하지만 현재 설치된 LNG복합화력발전소에 최신 기술을 적용한 최고 효율을 적용하더라도 환경부가 내걸은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녹색분류체계는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 녹색자금이 녹색기술로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기준이다. 탄소중립에 에너지 믹스가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되고 있다. 친환경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준점을 두고 발전원마다 ‘가능성이 있다’거나 ‘실현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양극화된다면 출발점부터 편향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claudia@ekn.krclip20220920151357

[이슈&인사이트] 기업의 존재 의미 ‘영속성’ 존중해야

기업이 영속할 수 있는 비결을 일본 ‘야마토’의 3대 사장 하세가와 스미오(長谷川澄雄) 사장은 ‘혁신의 연속’ 때문이라고 말한다. 120년 넘게 오로지 ‘문구용 풀’만을 만들어 온 야마토의 성장과정을 하세가와 사장이 정리한 책 이름이 바로 ‘혁신의 연속이 노렌을 만든다’이다.노렌(暖簾)이란 일본 상점의 출입구에 내걸어 놓은 천을 말한다. 원래는 가게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거나 바람이나 햇볕을 막기 위한 용도였다고 한다. 노렌이 걸려 있으면 지금 영업 중이고, 없으면 잠지 쉬는 중이거나 금일 영업이 끝났다는 뜻이다. 노렌이 보이지 않으면 굳이 상점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런데 노렌이 점차 상점 이름 또는 가문의 문장을 새겨 그 상점을 상징하거나 가게의 신용이나 품격을 상징하는 것으로 용도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무언가 문제가 생겨 가게의 신용이나 명성이 훼손되는 것을 ‘노렌에 흠집이 났다’, 충성스런 직원에게 같은 이름의 가게를 열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것을 ‘노렌와케’, 일본 회계학에서 영어 ‘goodwill’에 해당하는 용어를 ‘노렌다이’(노렌 값)라고 한다. 상인에게 있어 노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신조’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례로 오사카 상인들은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자 ‘오사카 노렌 백년회’를 결성했고, 회원들이 ‘오사카 노렌 상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상법에서는 노렌을 가리켜 영속성의 상징이자 경영이념의 표명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영속하는 것’을 ‘기업의 진수(眞髓)’로 제시하고 있으며, 장사를 시작했으면 이어가는 것이 도리이고 지속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의미라는 것이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 수가 무려 3만3079사개에 달한다. 가장 오래된 기업은 목조건축공사를 하는 ‘곤고구미’로 1400년 이상 지속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은 100년 기업이 1만2780사, 독일은 1만73사이다. 한국 100년 기업은 두산, 동화약품, 신한은행, 경방 등 단 10곳뿐이다.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 이후만 본다 하더라도 ‘60년 기업’이 겨우 569개(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고 한다(중소기업중앙회).한국에는 ‘지속적인 혁신’이 존재하지 않는가. 한국인이라서 끈질긴 집념도 없고 창조적 DNA도 없다는 말인가. 동의하기 어렵다. 100년 기업이 나올 수 없는 이유는 기업의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창업자가 사망하면 정부가 기업을 거의 몰수 수준으로 상속세를 매겨 견딜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가족의 생활근거가 되는 재산에 대해 최고세율 60%까지 상속세·증여세 명목으로 정부가 가져간다. 피상속인(사망자)의 재산은 사회적 단위로서의 ‘가족 공동체’ 소유다. 열심히 재산을 모은 이유는 ‘가족 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가족소유 재산의 존재는 가족의 해체를 막고 가족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적어도 직계 가족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징수하면 안 된다. 이를 국가가 약탈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역행한다. 더군다나 그 정도를 넘어 50% 이상 빼앗는 것은 착취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 100년 기업 10곳을 보면, 상속 문제가 없는 우리은행이 재계순위 39위, 신한은행이 42위이다. ㈜두산이 69위고 나머지는 100위 내에 들지 못한다. 처참한 실정이다. 조선시대 소작농이 도지(賭地)로 농사지은 곡식의 반을 토지 주인에게 바쳤다. 도지는 일종의 소작료다. 일제는 국유지의 소작료를 3할에서 5할로, 일반소작지의 소작료를 5할에서 6할로 인상했고, 1920년대 산미증식계획(産米增殖計劃)에 따라 수리조합비·비료대 등 부담 일체를 소작인에게 전가해 결국 7∼ 8할의 소작료를 수탈했다. 한국 기업은 현대판 노예며 정부는 기업에게 땅 한 뙈기 빌려준 적도 없으면서 60%를 수탈하는 ‘리바이어던’인가.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 새 출발 앞둔 ‘탄중위’의 심기일전을 기대한다

추석을 앞두고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긴 태풍 ‘힌남노’가 소멸되기 무섭게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한반도를 스쳐 갔다. 특히 힌남노는 역대급 태풍으로 인명과 시설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러한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제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됐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새로운 저탄소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가야할 길이 되었다. 우리는 이 길을 탄소중립이라 이름을 붙였고, 이를 위해 어렵게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마련하였다. 이 법에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을 포함하여 향후 20년 동안의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을 명시하였다. 아울러 이와 관련된 정책 및 계획 그리고 그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조직으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규정하고 있다.이 법이 시행된 2022년 7월 이전에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구성되어, 2050년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어 발표하였다. 평가가 엇갈리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였지만, 처음으로 우리의 미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를 그려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크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앞으로 풀어가야 할 난제들도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위원회가 100여명의 대규모 자문위원으로 구성되었던 이유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 도출 시한을 정해 둔 상황에서 수많은 목소리를 용광로에 녹여서 하나의 합의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역부족이었고 결과물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오게 되었다. 현 정부에서 새롭게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한들 과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결국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우선순위를 정하고, 새로운 변화에 따른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그리고 예상되는 갈등을 선제적으로 지혜롭게 조정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민간공동위원장 자리가 채워지면서 새로운 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위원회의 중요한 과업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예상되는 갈등을 찾고 이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치적 색깔을 벗어나 중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합리적 인사들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기존의 탄소중립위원회는 부족하나마 2050년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였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후속 작업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에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연계된 구체적인 이행계획 즉, 로드맵이 마련되었어야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지금까지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2030년의 강화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이 이제 8년 밖에 남지 않았다. 얼마 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큰 틀이 발표되긴 했지만, 2030년의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부문을 포함한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은 코로나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2019년과 2020년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을 벗어나면서 움츠렸던 경제활동이 조금씩 기지개를 틀면서 2021년 배출량은 다시 증가하였고 올 해의 배출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반등현상은 2030년 목표달성에 경고등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재정비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국가 전 부문에서의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이행가능한 실천 계획과 2050년을 향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2022년도 이제 3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기후위기 상황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물론 자문기구의 성격을 갖는 위원회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고, 정부 부처를 다독여 가며 국가정책을 수립해 나간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위기를 앞에 두고 남 탓만 하고 있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게 다가올 뿐이다. 더 늦기 전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활로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길, 탄소중립의 길을 만들어가는 촉매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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