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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코인) 논란의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요약> ‘김남국 코인’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코인 투자에 진심인 국회의원은 처음 본다. 이해충돌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도덕성에 또 흠집이 났다. FATF, 트래블 룰, 특정금융정보법, 소득세법(개정안) 등 키워드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자.
‘김남국 코인’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김남국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10일엔 당이 가상자산 매각을 권유하자 "당의 권고를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같은 당의 고민정 의원은 9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많은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8년 1월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4월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답변에서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름아닌 민주당 의원이 ‘잘못된 길’에서 크게 베팅을 하고 있었다.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김남국 코인’ 논란을 깊이 이해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
FATF는 지구촌 불법 자금세탁을 감시하는 최상위 국제기구다. FATF는 The 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약자다. 19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설치됐다. 파리에 본부가 있다. 현재 37개국이 가입했다. 한국은 2009년에 가입했고, 2016년 부산에서 FATF 총회를 개최한 적도 있다.
2019년 6월 FATF는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준수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했다. 권고라지만 사실은 의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FATF 권고사항은 구속력이 있는 다자협약은 아니지만 자금세탁방지 비협조국가 지정의 기준이 되는 구속력을 갖고 있는 국제규범"이라고 설명한다.
이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는 서둘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곧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했다. 이 법 시행령에 규정된 ‘트래블 룰’ 역시 FATF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 특정금융정보법과 금융정보분석원(FIU)
특정금융정보법은 2001년 제정, 시행됐다. 금융정보분석원 출범(2001년 11월)도 이 법에 근거를 둔다.
한국는 FATF 권고를 받아들여 2020년 3월 특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은행 등 금융사 외에 가상자산 거래소와 같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1년 유예를 거쳐 21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특금법 시행령에 규정된 ‘트래블 룰’은 2022년 3월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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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세탁 방지 체계. 금융정보분석원(FIU) 웹사이트 캡처 |
특정금융정보법은 ‘의심거래 보고 제도’를 택하고 있다. 자금세탁이나 탈세로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이를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의심거래를 보고하면 FIU는 이를 수집, 분석한 뒤 관련 자료를 검찰, 경찰,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넘긴다. FIU가 ‘김남국 코인’ 관련 내용을 검찰에 통보한 것도 이러한 절차를 따른 것이다.
◇ 트래블 룰
트래블 룰은 FATF 권고사항 16조의 규정이다. 돈(가상자산)을 보내는 사람의 이름, 주민번호, 가상자산 주소 등 개인정보가 마치 여행하듯 금융사를 따라 이동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불법자금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장치다. 일명 ‘코인 실명제’라고 한다.
FATF는 2019년에 가상자산을 트래블 룰 준수 대상에 추가했다. 코인 시장이 불법자금을 세탁하는 통로로 활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가상자산 거래소, 지갑(월렛) 등 가상자산 사업자(VASP)들은 이 룰을 지켜야 한다. FATF는 2021년 NFT(Non Fungible Token), 곧 대체 불가능 토큰도 트래블 룰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국은 2022년 3월 가상자산 트래블 룰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김남국 의원은 8일 입장문을 통해 "저는 모든 거래를 실명계좌를 통해서 했기 때문에 트래블 룰 시행 시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트래블 룰 시행 직전에 코인을 팔았다. 이때문에 이런저런 뒷말을 낳았다.
◇ 위믹스 코인
‘미르’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업체 위메이드는 2020년 가상자산 거래소에 위믹스 코인을 잇따라 상장했다. 자사의 게임 생태계 활성화에 힘입어 위믹스는 한때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위믹스는 유통량 허위 공시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급기야 업비트 등 4대 대형 거래소는 작년말 위믹스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다. 지금은 코인원에만 재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위믹스 코인에 투자한 배경에 대해 "상장사, 아주 대형 회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코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 24위에 올라있다(5월10일 기준). 그러나 일반인에게 위믹스는 낯선 코인이다. 그래서 ‘왜 하필 위믹스인가’라는 궁금증을 낳았다.
◇ 과세 유예 소득세법 개정안
2020년 7월 기획재정부는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혔다. 그 해 국회는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코인 수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에 대해 세율 20%로 과세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론이 들끓자 국회는 2021년 12월 정기국회에서 과세 시기를 당초 2022년 1월에서 2023년 1월로 1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다시 통과시켰다. 여야 모두 대통령 선거(2022년 3월9일)를 앞두고 가상자산 핵심 투자자인 젊은층의 눈치를 봤다. 이때 김남국 의원은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해충돌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왔다.
한발 더 나아가 국회와 정부는 작년말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를 오는 2025년으로 2년 더 미뤘다.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대뜸 세금부터 물릴 경우 투자자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 이해충돌 등 법 위반 논란
보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9일 "FIU가 김 의원의 이상거래를 통보할 당시 이상하다고 판단한 내용과 그에 관련된 자료들을 함께 검찰에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IU가 범죄와 전혀 무관한데 수사기관에 이상 거래를 통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모두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FIU가 어떤 이상거래를 발견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FIU가 검찰에 자료를 제공한 걸 보면 뭔가 잡혔다는 뜻이다. 누구 말이 옳은지는 머잖아 밝혀질 것이다.
김 의원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위반했는지도 논란이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에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란 문구가 눈길을 끈다.
김남국 의원은 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2016년 2월쯤부터 지인 추천으로 당시 8000만원 정도를 이더리움에 (투자)했다. 제가 변호사 일을 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내돈내투’(내 돈으로 내가 투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 경력이면 코인 투자 베테랑이다.
김 의원은 이해충돌 지적에 "집 가진 국회의원은 부동산 관련 법을 발의 못하고 차 가진 사람은 자동차와 관련된 법을 발의 못하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관련 법에 의해서도 이 경우에는 이해 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해충돌 위반 여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이 중요하다.
2020년 7월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야 국회의원,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부동산부터 팝시다. 당장 팝시다"라고 재촉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긴급하고 절박한 당장의 과제"라면서다. 국민의 눈에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박탈감, 배신감, 위화감을 부른다. 코인 투자에 진심인 국회의원은 어떨까?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가 10일 주최한 토론회에선 "민주당은 외부에서 보기엔 이미 도덕성 불감증 정당"이란 진단이 나왔다. ‘더좋은미래’는 입장문에서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시키고 신탁제도를 도입하는 등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3년 전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김 의원이 곱씹어 보길 바란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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