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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선거구제 개편, 정치발전 도움 되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새해초부터 정치권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노동·교육·연금개혁을 추진하고 민생 챙기기에도 바쁠 대통령이 갑자기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화두를 툭 던진 이유가 무엇일까. 대통령 선거를 치른 후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극한의 대립구도로 치러졌던 대선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협치가 실종된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이대로 가선 안된다’는 답답함의 발로가 아닐까 추측된다. 사표를 줄이고 정치적 다양성을 강화해 지역구도와 적대적인 양당 대결정치를 개선하려는 방향으로의 선거구제 개편논의는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선거구 제도만 바꾼다고 정치발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중선거구제 역시 운영에 따라 기득권 양당이 나눠 먹는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30곳에 중대선거구제가 시범실시되었지만 거대 양당이 아닌 정당이 당선된 사례는 광주와 인천의 4석(정의당, 진보당 각 2석)에 불과했다. 2~5석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라도 거대 양당이 복수공천하는 경우 다당제 실현은 요원하게 된다. 또한 소수정당이 거대정당의 2중대 역할을 하거나 설득과 대화가 아닌 대결정치로 치닫는다면 다당제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한 지역구가 지나치게 커질 가능성도 있고 여성, 장애인, 정치 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오히려 불리하고 중진 의원들 중심의 기득권을 고착화할 위험도 있다. 소선구제하에서도 소수파를 대변하는 비례대표제가 적실성 있게 가미된다면 꼭 다양성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비례의석수가 늘어나고 지역구 수가 줄어들면 사표의 문제도 완화되고 스윙지역의 표심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현행 비례대표제에 대해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의 지지가 낮은 것이 큰 걸림돌이다. 선거구제는 매우 복잡하고 각 나라의 정치체제나 정치문화 등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소선거구제로 시작했던 일본은 중선거구제로 갔다가 다시 소선거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었다. 역사적으로 파벌정치가 강한 일본이 2~5인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파벌정치가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현행 대통령제 정부형태와의 정합성이나 역사성 등 제반 여건들을 고려한 바탕 위에서 신중하게 선거제도 설계가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소선거구제와 결합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는 제도적인 장치와 비례대표의 순위를 국민이 정한다는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선거구제도 등 정치개혁 논의가 기존 정치세력들만의 나눠먹기 잔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의 뜻을 묻고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의 장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기대해본다. 비토크라시(vetocracy, 극단적 파당 정치)하에서 적대적 공생관계로 서로 이득을 보는 현 정치시스템을 바꾸지 못한다면 한국정치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떻게 운용하는가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었지만 여야 두 당이 서로 욕하면서도 뒤로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편법으로 비례대표를 대거 당선시켰다. 최소한의 정치도의도 저버린 채 어떻게든 꼼수를 찾아내고야 마는 기득권 거대양당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었다. 강고한 양당제와 지역구도를 깨는 일은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2/3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권력을 야당에게 넘기더라도 선거구제를 개편하자고 했다. 노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윤 대통령이 재임기간동안 선거구제 개편을 이뤄낼 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당장의 실현가능성과는 별개로 윤대통령이 현재의 질 낮은 정치를 업그레이드할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개혁에는 강고한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정치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개편 발언은 정치 기득권 깨기의 일환이다. 기성 정치판에 빚진 것이 없는 0선의 검찰총장 출신 윤대통령이야말로 제대로 정치개혁을 시작할 적임자일지 모른다. 더 매섭게 지적하자면 선거구제도보다는 한국 정치의 질이 너무 형편없다는 점이다. 선거 때마다 줄 세우기와 명분 없는 이합집산, 당대표의 공천전횡과 밀실 공천 등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면서 국민의 정치혐오도를 높이고 있다. ‘특권으로서의 정치’가 아닌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사명감의 정치’를 제대로 하는 정치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지형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강제당론제의 남발을 피해 국회의원이 국민대표로서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표결할 기회가 많아지고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교차투표가 활성화된다면 숙의민주주의의 다양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여야 거대 양당도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발전을 위해 먼저 희생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길 촉구한다.송문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정치평론가

[기자의눈] 새해 벽두부터 여야 격돌에 亂場 우려

새해부터 ‘난정(亂政)’이다. 아니, ‘난장(亂場)’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여야는 올해 첫 회기인 1월 임시국회 소집 여부부터 엇갈린 주장을 내세우며 팽팽했다. 결국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 9일부터 30일간의 회기로 1월 임시국회가 열리게 됐다. 국회 개회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1월 임시국회 모습도 불 보듯 뻔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남 탓’ 혹은 ‘상대방 깎아 내리기’를 이어가면서 또 국회는 떠들썩할 게 분명하다. 1월 임시국회를 두고 개회 여부부터 소란이 일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민주당으로선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이재명 대표 관련 ‘사법 리스크’를 막아내야 입장이다. 두 정당 모두 방어할 사안이 큰데 국민의힘은 1월 국회를 ‘열지 않아야’ 야당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반면 민주당은 1월 국회를 ‘열어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사안들이다. 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에서 ‘안보 참사’와 ‘경제 위기’에 주요 안건으로 내세워 현안 질의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서울 북부 상공보다 더 남쪽으로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비행하면서 인근 지역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까지 불거졌다.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내 진입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는 점 등으로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사법리스크’를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이재명 대표 관련 여러 건의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 대표는 그 중 ‘성남FC 후원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1월 국회 회기 개시 이튿날인 10일 검찰에 출석한다. 이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기업들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주면서 이들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60억여원을 유치했다는 것이다. 결국 여당과 야당 각각 원하는 대로 이뤄졌다고 봐야 할까. 여당은 야당이 단독 소집한 1월 임시국회를 검찰의 이재명 대표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로 규정하고 야당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야당 공세에 맞대응할 수 있다. 반면 야당은 있을 수 있는 검찰의 이 대표 체포 영장에 대비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안보 및 민생 관련 실정을 파고 들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까지 끄집어 내면서 ‘사법리스크’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 사건 군 당국 은폐 의혹 제기, 각 경제부처 장관 대상 경제 위기 초래 정책 실패 지적,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 등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영특함을, 검은색은 지혜를 상징한다. 한 해 동안 지혜롭고 영특하게 경제 위기나 민생 안정 등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국회는 아직도 ‘눈 먹던 토끼 얼음 먹던 토끼’가 제각각 서로 물고 뜯으면서 민의의 전당조차 각자 편리한 대로 이용할 궁리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난정, 아니 난장이다.오세영 기자수첩

[EE칼럼] 탈원전 굴레 벗은 원전산업이 이룬 성과와 과제

지난해는 원전산업이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굴레에서 벗어난 해였다. 지난해 3월 ‘원전 최강국 건설’의 기치를 내건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며 원전에 활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7일 윤 대통령은 신한울 1호기 준공기념 축사를 통해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원자력 발전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원전 이용률을 81.5%로 잠정 추계했다. 이는 원전 이용률이 최저였던 2018년의 65.9%에 비해 15.6%포인트, 2021년 74.5%에 비해 7.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전년대비 APR-1400 1.5기의 연간 발전량에 맞먹는 15.8TWh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늘어난 원자력 발전량으로 우리나라는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작년 원자력 총발전량은 약 174TWh이었다. 유연탄과 LNG의 온실가스 배출계수(톤-CO2eq/MWh)인 0.8230, 0.3625를 각각 적용해 보면, 원자력은 유연탄 발전 대비 1억 4304만톤, LNG 발전 대비 630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었다. 원자력은 전기를 값싸게 생산하여 한전의 적자 규모를 줄이고 전기요금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지난해 11월 전력거래소의 발전원별 정산단가(원/kWh)는 원자력 49원, 유연탄 177원, LN 294원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전년 원자력 총발전량 생산에 총 8조 5158억 원을 쓴 것이다. 이를 유연탄과 LNG로 대체 발전한다면, 각각 30조 7611억 원, 51조 946억 원이 필요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비용은 유연탄의 28%, LNG의 17% 수준에 불과하였다. 또 원자력은 혹한기 전력수급 비상 상황 극복에도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11시 연이은 한파로 난방수요가 급증하고 폭설로 태양광 발전이 급감하면서 전력수요가 94.5GW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신한울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서 국내 전력 공급능력이 109.0GW까지 늘어났다. 또 가동 정지된 지 5년 만에 가동을 재개한 한빛 4호기까지 가세하면서,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전력공급 예비율이 10%를 상회하는 안정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원전산업 생태계도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새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공사를 멈췄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천명하였다. 신한울 3·4호기는 올해 상반기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하반기에는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8월 한국수력원자력이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사업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10월에는 폴란드와 원전 개발 협력에 합의했다. 2009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국내외에서 벌어질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고사 상태였던 국내 원전 산업계에 생명수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이 뒤로 미뤄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 및 처분은 원자력 이용 확대를 위한 기본 전제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건설할 부지 선정 절차와 방법, 시기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이 여야 정쟁으로 인해 미뤄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원자력에 빚을 지고 있는 현세대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올해는 여야가 대승적으로 특별법에 합의하여, 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을 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지난해 에너지 가격 급등과 수급 위기를 통해 원자력의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되었다. 대표적 탈원전 국가인 독일은 2022년 말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계획했었지만, 올 겨울 전력난으로 그 계획을 뒤로 미뤘다. 벨기에도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계획을 2036년으로 연기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도 탄소 배출 감축과 전력난 해결을 위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현을 향한 기본 방침’을 지난해 12월 확정하였다.에너지 자원 빈국이면서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국가 생존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지난해 원전산업 결산 결과는 우리나라가 원자력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데스크 칼럼] 최대 무역적자 개선위해 발상의 전환 절실

지난해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무역적자 47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수출이 전년보다 6.1% 증가한 6839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전제 수입액의 26.1%를 차지하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가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보다 784억달러 증가한 1908억달러를 기록했다. 단순하게 3대 에너지를 2021년 기준으로 수입했다면 312억달러 흑자를 낼 수도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하지만 국제 에너지가격 급증에 따른 큰 폭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 아닐 수 없다. 이에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격 안정만을 기다리는 자세는 곤란하다. 특히 작년 10월부터 글로벌 경기침체 따른 우리의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수출과 수입의 양측면에서 무역수지 개선 전략을 찾아야 한다.우선 수입측면에서는 국내 에너지정책의 점검이 필요하다. 급격한 탄소중립 추진정책은 수출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특히 원자력발전소를 축소하고 LNG발전소 확대는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작년 LNG 수입액은 전년보다 260억달러 증가한 568억달러를 기록했다. 물론 원유 수입액은 같은 기간 388억달러 증가한 1058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석유화학과 석육제품 수출액은 각각 543억달러, 630억달러를 기록했다.원유 쓰임새는 LNG와 완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LNG발전의 확대는 전기요금 인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수출생산품 가격경쟁력 약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수출측면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 수출활력 회복에 직결되는 제도적·법률적 제약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기존 수출 주력상품에 대한 경쟁력 강화, 원전·방산·플랜트 등의 수출 지원, 수출 대상국가 확대 등의 전략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올해 역시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보호무역 강화 등 수출환경이 녹록지 않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와 인접국가로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하다. 여기에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며 직접적인 안보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한·미·일 동맹 강화 기반위해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적 관계 설정을 잘 유지해야 나갈 필요가 있다.수출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3대 수출 애로 분야인 무역금융·마케팅·인증 분야에서 정부가 문제점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기업들이 공동으로 느끼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의 탄력적 운용, 화물연대 파업 같은 노조의 불법노동행위 척결, 애매모호한 환경규제와 중대재해처벌법 해소 등이 필요하다.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접 국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K-방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민관 협력으로 수출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이미 K9 자주포, K2 전자, KF50 경공격기 등 한국 무기들이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확대 일변도의 에너지정책에서 원전을 비롯해 기존 발전에 대한 호감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잘 나가던 독일이 진짜로 휘청거리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에 천연가스를 절반 가량 의존했다. 유럽에서 원전에 대한 재해석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현재 체코와 폴란드에 원전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민관의 ‘실사구시’의 자세가 절실하다. 그래야 복합적경제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찾을 수있다.

[이슈&인사이트] 다중위기 시대, 재도약 이루려면

2023년 새해를 맞았지만 세계는 여전히 다중전쟁 중이며, 한국은 다중위기다. 오히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고난한 한해가 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개방폭을 확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다시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가 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변경하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 세계 전쟁’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처참한 상황이 재발할 수도 있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사생결단으로 그 끝을 알 수 없다. 또 중국과 대만이나 동유럽 등 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지역들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을 핵으로 하는 자유주의와 전체주의 진영간 전쟁이 격화되고 있고, 국수주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세계 분쟁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지구촌은 탄소배출과의 전쟁 중이다. 작게는 바이러스로부터 지구촌까지 겹겹 전쟁 중이다. 이들 전쟁은 서로 악순환의 고리로 그 피해가 배가하고 있다. 이를 ‘여러 전쟁이 겹겹이 쌓여 가중된 큰 전쟁’인 ‘다중전쟁’이라고 개념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파워 삼국이 세계 평화와 공동 번영에 위협자가 되었으며, 세계는 바야흐로 개방과 상생의 시대가 저물고 장막과 차별 시대의 서막이 시작되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다중전쟁에서 한국도 다중위기를 겪고 있다. 경기침체, 가계부채 급증, 주택 버블붕괴로 인한 금융 시장 위기 가능성, 양극화, 과중한 탄소 의무 감축량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이런 다중 위기 시대에 각계 석학, 교수 등 36인의 집단지성을 담아 편찬된 ‘2023 대한민국 대전망’에서 한 저자는 "(올해가) 대인내 시대의 서막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2∼3년간은 한국에게는 고난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미 지난해 무역적자가 472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금융, 건설,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40세 이상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희망퇴직 대상 연령은 50대 이상이 관례였으나, 지금은 10년이상 근무자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높은 청년 실업률에 더하여 40대 실업률도 대폭 증가할 수 있다. 참으로 가혹하다. 대한민국은 레질리언스(회복력)이 강한 나라이다.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방역에 세계적으로 모범국으로 평가받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 핑크는 세계인들에게 희망과 기쁨의 선물을 세계 구석구석에 선사했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린 공연장에서 K-POP 가수들과 관객들은 떼창과 군무로 하나가 되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이 반도체, 자동차, 밧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 요즘 서울 성곽길 등산로에는 외국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도시 거리도 깨끗하고 공원도 아름답게 잘 가꾸어져 있다. 맛깔스런 한국 음식, 독특하고 역동적인 사물놀이 공연, 친절하고 정감 있는 한국인들과 여기에 더하여 24시간 안전한 도시까지. 외국인들에게 코리아는 ‘일생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매력과 매혹의 나라가 되었다. 다중 전쟁에서 한국은 승자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은 한 나라의 흥망성쇠의 변곡점이 되었다. 6.25 전쟁의 상처가 남한에게는 보약이 되었다. 2025년 이후 우리에게 또 도약의 기회가 올 것이다. 대도약(Great Jump)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60, 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던 경제개발모델(Economic Development Model)로 가능할까. 다양한 가치가 수평적으로 공존하는 현재와 미래에는 포용적이고 통합적 모델이 요구된다. 바로, 지속가능발전모델(Sustainable Development Model)이다. 지속가능발전은 경제적으로 활력을 증진하면서도, 사회적으로 형평성을 높이며, 환경적으로 친환경을 동시에 성취하는 것이다. 사업주와 노동자, 고객 그리고 자연 생태가 서로 포용하고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단절없이 발전하여 대도약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

[EE칼럼] 전력수요 과소예측된 10차 전기본 수정 못하나

맹추위가 몰아쳤던 지난해말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부분 언론이 신한울 1호기 준공과 공극 수리가 끝난 한빛 4호기 재가동 등 원전 비중 증가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었고 한전의 적자폭도 감소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다뤘다. "원자력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않다"는 지난 정부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옮겼던 기억은 편리하게도 ‘선택적으로’ 삭제된 듯하다.이보다 더한 사례도 있다. 자칭 에너지전문가라는 인사 중에는 화제의 ‘뉴스공장’에 출연하여 별다른 근거도 없이 "2022년이면 태양광발전이 원자력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분은 얼마 전까지 에너지 기관의 기관장을 역임했다. 예전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짓말을 잘 하는 정치인이 높은 지지를 받고, 거짓을 진실로 잘 포장하는 전문가가 대접을 받는 묘한 세상이다. 사실상 모든 내용이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의 국회제출용 보고서 내용을 입수해 살펴 보았다. 보고서에는 그동안 칼럼, 토론회 등에서 요구한 전력수요 예측결과의 세부 내역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지난달 국회 에너지포럼 토론회에서도 전기화에 의한 수요증가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을 했고 전기본 총괄소위위원장으로부터 "보고서가 공개되면 오해가 풀릴 것이다"라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을 꼼꼼히 뜯어 보아도 전기화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보고서에 담긴 전력수요예측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 숫자가 좀 복잡하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기본 보고서에는 상향된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이행방안 마련, ‘산업·건물·수송부문 전기화 수요 및 4차 산업혁명 영향 반영’을 명시했다. 이를 위해 GCAM-KAIST 모형 운용, ‘데이터센터 의향조사’ 방법이 동원되었다. 그런데 전기본 위원회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 실현 시점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유로 모형운용 결과의 일부만을 반영했다. 일부의 비율이 얼마인지 보고서에는 없다. 그 결과로 데이터센터의 2030년 전력수요는 2021년 대비 11.5TWh 순증, 전기화 수요는 14.9TWh가 반영되었다. 이 전망치가 반영된 기준수요에 수요관리를 차감한 2030년 목표수요는 572.8TWh다. 전기화, 데이터센터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9차 전기본의 2030년 전력수요가 542.3TWh이므로 9차 전기본에 비해 30.5TWh가 증가했다. 이 것을 전기화, 테이터센터 증가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를 노릇이다. 2021년 전력수요 실적 533TWh는 9차 전기본의 2021년 수요예측치 518TWh에 비해 15.6TWh가 높다. 9차 전기본의 과소예측분, 데이터 센터 순증분, 전기화 수요를 합하면 42TWh다. 이것을 2030년 예측치 572.8TWh에서 빼면 530.8TWh이다. 9차의 2030년 예측치 542.3TWh에 비해 11.5TWh가 적다. 다시 말해 10차 전기본의 2030년 수요예측치는 전기화 및 데이터센터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9차 전기본의 2030년 예측치에 2년간(2020∼2021년)의 예측오차를 조정한 결과 보다 14.9TWh만 증가했을 뿐이다. 동일한 숫자들이 반복되는 것이 공교롭다. 여기에 2022년 10월까지 전력수요 증가율 3.4%를 반영한다면 과소예측량은 더 커지게 된다(9차 전기본의 2022년도 수요 증가율 전망치는 0.6%). 전기화에 대한 의견은 이렇다.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 중 전력비중은 20%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산업, 가정·상업, 수송, 공공 부문 등에서 나머지 80%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 80%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소비한다. 물론 발전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다른 분야들은 NDC 달성을 위해 에너지소비의 전기화가 필요하다. 얼마나 반영되어야 할까. 불행히도 NDC 상향안에는 에너지원별 분석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부문별 감축목표와 발전부문 원별 구성만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추정의 단서는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에서 찾을 수 있다. 2050년 전력수요는 1258TWh(시나리오1)로 현재보다 2.3배 증가할 전망이고(2050년 전력소비비중 전망치는 40%, 이것도 높은 수준이 아니다), 평균증가율을 적용하여 2030년 발전량을 추정하면 768TWh(수요로는 707TWh) 정도다. 이게 맞다면 전력수요는 약 20%가 과소예측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10차 전기본에 전기화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말할 여지가 없다. 10차 전기본 보고서의 글과 숫자가 서로 상충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니겠는가.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기자의 눈] 기후위기 대응 큰 흐름 속에 디테일도 주목해야

화물연대 파업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같이 삶의 치열한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움직이는 환경운동가라면 고민해봤을 이야기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다른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인 모임에 참석했더니 노동시장 불평등을 기후위기보다 당연히 더 중요한 문제로 다루는 분위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아직 내일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겐 먼 미래의 일로 보일지 모른다. 당장 기후재난이 닥쳐야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기후현상을 과장하고 기후위기로 확대 해석하려는 유혹에 끌리기 쉽다. ‘기승전 기후위기’로 이어지는 논리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큰 흐름은 공감할 수 있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명분에 주목하면서도 정책 기반을 다지는 데는 소홀했다고 평가받았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보급은 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사회적 비용에 대한 반작용도 예상된다. 올해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재작년의 반 토막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 속에 전기요금의 일부인 기후환경요금으로 4인 가족 기준 매달 약 3000원씩 내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에서 최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은 저탄소 생활 실천이 필요하다고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발전기금을 부과하는 것에 얼마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월 500∼1000원 정도 감당 가능하다고 가장 많이 답한 바 있다. 이미 기후환경요금으로 1000원보다 많이 내고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기후환경요금에는 배출권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도 포함된다. 앞으로 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기후환경요금 인상 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기요금이 만원 단위로 오른다고 해보자. 가뜩이나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 국민들은 만원 단위의 전기요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유럽연합(EU) 등에서 탄소국경세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압박하기도 한다. EU 입장에선 국내 상황은 너희들 사정일 뿐이다. 해외에서 오는 주장이 반드시 정당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선 사람들이 이같은 EU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용하기도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에만 얽매이면 점점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이 없는지 디테일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기자의 눈] 출산율 정책, 양육 환경 조성에 맞춰야

2016년생 아들을 두고 하루하루를 염려와 고민으로 보내고 있다. ‘매운맛’의 시작이라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보니 돌봄 문제에 골머리를 썩고 있어서다. 수월한 양육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자 사립학교에 입학원서를 넣어 봤지만, 합격자 명단엔 들지 못했다. 선택할 여지 없이 국·공립교로 입학하게 됐다. 차선책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제도인데, 문제는 제한된 연령과 수급 불균형으로 ‘돌봄에서 탈락했을 시’를 경우의 수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아빠의 육아휴직 찬스를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의 육아휴직에 어색해 하는 사회와 기업 문화에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보니 아빠는 아빠대로 아내와 자식에게 답답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주변 선배 육아맘들에게 이 고민을 토로한다. 이들은 답한다. ‘돌봄 테트리스로 골머리를 앓느냐, 일을 그만두느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라고. 결국 대한민국 많은 부모들이 나라의 일꾼이며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큰 역할을 하는데도 매일 죄책감과 미안함이라는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목도한 많은 2030대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한다. 한편에선 비혼 선언도 속속 이어진다. 이는 출산율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2분기엔 0.75명까지 급락, 꼴등 나라가 됐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연평균 3.1% 줄었다. OECD 37개 국 중 급격한 감소세다. 과거 여러 정부들이 이를 해결하겠다며 예산 투입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다. 출산에만 초점을 맞춰 돈을 쏟았지 양육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이나 기반 마련엔 고심하지 않았기 탓이다. 아이는 혼자 크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옛말에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양육을 위해선 적절한 환경이 필요하다. 안정된 양육 환경이 조성된다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를 설치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지원 방침을 내놓고 있다. 어떠한 정책이든 부디 많은 부모가 돌봄 테트리스 혹은 퇴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김아름23 김아름 산업부 기자

[EE칼럼] 에너지·자원 안보,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중의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속화하게 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세력 재편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으로 점철된 해였다. 이제 새해가 밝았지만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새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수준(3.1%) 보다도 낮은 수준(2.4%)에 머물 것이며 미국 경기 역시 매우 저조한 성장률(0.6%)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 놓은 바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도 정부를 비롯한 복수의 기관들이 1%대를 전망하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이렇게 성장률 전망이 낮으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경기가 침체되고, 투자가 저조해져 성장 둔화의 늪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경기 상황에서도 치열한 경쟁과 투자가 진행 중인 산업군들은 있기 마련이다. 지난 해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소위 친환경·저탄소 기술 분야를 지원하고 나선 것처럼, 주요 경제권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석탄과 석유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20세기형 탄소경제에서 이제는 에너지 전환 기술을 통해 저탄소경제로 이행을 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계속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어서 건너뛸 수 없는 단계인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의 사용 확대가 불가결하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치명적인 단점인 간헐성(intermittency)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장을 위한 배터리나 수소에너지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나 배터리 장비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여러 광물 자원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을 위한 패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갈륨이나 텔루륨, 풍력발전을 위한 터빈을 제조하는 데에는 니켈이나 망간,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제조를 위해서는 리튬과 코발트가 필수적이다.주요 경제국들은 이런 광물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정 연설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과 희토류의 EU 중심 공급망 구축하기 위해 ‘유럽핵심광물법(CRMA)’의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동 법안은 올 해 1분기 안에 확정되리란 예측이 전해지는 가운데, 유럽판 ‘IRA‘라는 우려 섞인 평가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이니 만큼 핵심광물들의 조달 역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한국은 이제 에너지 안보에 더해 자원 안보에서도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6월에 미국, 캐나다, 호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과 한국, 일본으로 구성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이 출범하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이어 9월에는 뉴욕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주최로 MSP 장관급 회의가 열렸고 우리나라도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적극적인 참여를 천명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광물자원의 공급을 안정화하고 새롭게 구성되는 공급망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확고해져야만 한국의 에너지 전환 역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적극적인 외교만큼이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변수에 유연하면서도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메타거버넌스 체제이다. 기존의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원 안보마저 도전적이 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한 가지 위기 상황이 여러 다른 분야의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넥서스(nexus)를 만들면서 복합적으로 위기 상황이 증폭될 수 있다. 그런 복합적 위기 상황에 적절하고도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 간 원활하고도 민첩한 소통과 유기적인 협동이 필수적이다. 2023년 새해도 경제 전망이 밝지 않고 에너지와 자원 안보 상황도 여전히 녹록치 않지만, 우리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부처 간의 협동과 종합적 대응을 실현해 가기를 주문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이슈&인사이트] 탄소중립 시대,

새해 그리고 좀더 긴 미래에 가장 유망한 기술과 산업은 무엇일까.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다. 36년전 필자의 첫 직업은 경제·산업·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였다. 그때부터 언론계를 거쳐 학계에 오래 몸 담으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 노력중이다. 필자가 이끄는 연구원은 오랜 연구 활동의 결과물로 ‘기후테크’와 ‘기후테크산업’을 향후 10년 이상 유망한 미래 기술·산업으로 최근 선정했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기후기술(climate technology, climate tech: 기후테크)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10여년전부터 매우 활발한데, 국내에서는 생소하게 들리고 이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 부족하다. 기후테크라고 하면 기후와 직접 관련된 기술과 산업이라고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개념이 아니다. 기후테크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글로벌 과제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기후테크는 친환경 기술을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의 모든 기술을 지칭한다. 즉 기후테크는 매우 광범위하게 확대 적용될 수 있다.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net zero emission) 달성을 목표로 세계경제의 탈탄소화 과제를 해결하는 넓은 분야다. 불황속에서도 기후테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기후테크는 교통·물류, 농업·식량·토지이용, 에너지·전력 등 매우 다양한 여러 분야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탄소를 감축하거나 흡수하는 ‘완화(mitigation)’와, 기후변화로 달라진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돕는 적응(adaption)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기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거나 기업에서 회계 처리와 공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등 탄소배출량 관리를 위한 광범위한 활동도 수반된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 대체육을 만드는 ‘비욘드미트’, 미생물로 비료를 개발한 ‘인디고 애그리컬처’는 기후테크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지속가능성과 수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클라우드, 드론, 자율주행, 로봇 등의 신기술을 통해 기후 예측, 탄소 상쇄, 탄소 배출량 관리, 정밀 농업, 재생에너지와 스마트 그리드 등의 분야에 적용해 탈탄소화 과제를 해결한다.기후테크란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의 모든 기술을 일컫는 것으로, 대부분의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 2021년에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기후위기를 꼽았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 관련 벤처기업에 유입된 투자금은 2020년 160억 달러(약 18조 4,000억 원)에 달했다. 2012년 10억 달러에 불과했던 투자금은 10년 사이 16배 가량 증가했다. 2021년에는 2020년의 2배가 넘는 400억 달러(약 51조 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기후테크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글로벌 과제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존 및 성장 전략이 되고 있다. 특히 빠른 속도와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기후테크 시장에서 스타트업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에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조기에 발굴하려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예측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후테크 시장은 매우 밝게 전망되고 있다. 한 기관은 2021년 기후테크 시장 규모는 138억달러이고, 2032년에는 1475억달러로 전망했다. 2022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24.2%로 예측됐다. 기후테크 기업들은 이미 기업가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향후 시장 전망도 매우 밝게 전망되고 있다. 정부당국은 기후테크에 적극 관심을 갖고 2023년부터 주력해야 할 분야로서 과감한 범정부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기후테크 기술·산업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므로 이에 대한 지원과 동시에 기후테크 창업과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기업도 정부와 협력해서 기후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고 적극 육성해야 한다. 기후테크가 각 산업과 융합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가 글로벌경제를 주도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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