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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카르텔과 교육개혁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라틴어 카르타(Charta)는 종이, 서류라는 뜻이다. 여기서 이탈리아어 카르텔로(Cartello)가 나왔다. 카르텔로는 중세 프랑스에서 카르텔(Cartel)로 바뀌었고, 이는 다시 영어로 스며들었다. 카르텔은 당초 나라 사이에 맺은 협약, 특히 포로협약을 뜻했으나 점차 기업 간 협정을 뜻하는 말로 진화했다.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맨큐의 경제학’에서 기업들이 가격과 수량을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을 담합(Collusion)으로 정의한다. 카르텔은 담합 행위에 참여한 기업들을 말한다. #중세 유럽의 상인 또는 수공업자들은 동업자 조합인 길드를 통해 이권을 확보했다. 전형적인 카르텔이다. 국가 차원으로 범위를 넓힌 예도 있다. 1960년에 출범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대놓고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13개 회원국을 상대로 생산량을 분배하는 게 OPEC의 핵심 업무 중 하나다. 카르텔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진하게 풍긴다. 중남미에서 기승을 부리는 마약(Drug) 카르텔을 보라. 이들은 소매가격을 올리기 위해 짬짜미를 일삼는다. 그러다 수틀리면 서로 총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장경제는 카르텔을 엄하게 다룬다. 담합은 독과점으로 이어지고, 독과점은 결국 자유로운 경쟁에 족쇄를 채우기 때문이다. 1890년 미국 의회는 존 셔먼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셔먼법을 제정했다. 근대적인 반독점법의 효시다. 한국은 1981년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시행 중이다. 카르텔은 내부 구성원끼리 똘똘 뭉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정부는 이탈자를 유도하는 전략을 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진신고자 감면(리니언시) 제도를 운영한다. 담합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맨 처음 제공한 1순위 기업엔 과징금, 시정명령, 고발을 면제한다. 2순위 기업엔 과징금을 50% 깎아주고, 시정명령을 감경하며, 고발을 면제한다. 리니언시 제도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등 60여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도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이권 카르텔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사교육에서 시작해 지금은 국정 전반으로 번지는 추세다. 대학 수능에서 출제되는 킬러 문항에 대해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6월15일). 신임 차관들을 만나선 "우리 정부는 반 카르텔 정부"라며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7월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는 "특정 산업의 독과점 구조, 정부 보조금 나눠 먹기 등 이권 카르텔의 부당 이득을 예산 제로베이스 검토를 통해 낱낱이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7월4일). 특정 산업은 금융과 통신, 보조금 나눠먹기는 태양광을 지칭한 듯하다. 엄밀히 볼 때 교육 당국과 사교육 업체를 카르텔로 묶는 건 무리다. 둘이 학원비를 올리자고 짬짜미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과 통신의 과점을 이권 카르텔로 부르면 해당 기업들은 억울하다. 사실 그런 구조를 짠 건 정부다. 워낙 중요한 산업이라 아무한테나 면허(라이선스)를 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금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수시로 간섭하고 통제한다. #이권 카르텔이라고 통칭하면 해당 기업이나 집단을 때리는 데 편하다. 그러나 자칫 본질을 놓칠 수 있다. 교육개혁을 보자.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획일적인 대학 평가 방식을 대학별 특성을 살리는 평가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지역대학에 대한 행정·재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하고, 가칭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지방대학 시대를 열겠다는 내용이 있다. 공약과 과제를 실천하는 게 진짜 개혁이다.국세청과 공정위를 앞세운 사교육 때리기는 본질이 아니다. 사교육은 결과다. 원인은 평생 따라다니는 학벌 딱지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살 만한 사회, 어떤 대학을 나와도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되면 사교육은 절로 사그라든다.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진부하지만 옳은 말이다. 교육개혁은 요란스럽게 서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경제칼럼니스트>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잇따라 비판하자 학원가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E칼럼]그래도 후쿠시마 방류 시계는 돌아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희석한 후 태평양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검토한 최종 보고서를 일본에 전달했다. 방류 계획이 국제적 안전기준에 부합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IAEA가 후쿠시마에 현장 사무소를 두고 방류 상황을 직접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방류시설 검사 합격증을 발급하면 실제 방류에 필요한 사전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후쿠시마 처리수의 방류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 됐다는 뜻이다.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걸러낸 처리수의 방류가 태평양의 어패류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합리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IAEA 보고서가 ‘일본 맞춤형’이고, 과학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깡통 보고서’라는 일부 정치인의 일방적인 지적은 힘을 잃게 됐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처리수의 방류로 태평양이 심각하게 오염된다는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하는 처리수의 양은 고작 하루 120톤 수준이다. 4인 가족 100가구 규모의 아파트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하수와 비슷한 양이다. 후쿠시마 해변의 아파트 한 동이 드넓은 태평양을 망쳐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삼중수소’·‘베크렐’과 같은 난해한 ‘과학’으로는 핵폐수·방사능 테러를 앞세운 감성적인 ‘선동’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정부·여당의 주장도 황당하다. 국민의 수준을 깔보는 어처구니없는 억지다. 패를 지어 우르르 몰려가서 우악스럽게 회를 먹고, 수조의 바닷물을 손으로 떠먹는 망측한 연출은 절망적이다. 암울했던 권위주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자유와 공정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낡아빠진 구태(舊態)다. 일반 상식과 과학에 맞지 않는 억지 괴담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바닷물에 커피를 쏟으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린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한 방사성 핵종이 흩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제주도로 흘러온다는 주장은 그런 상식에 맞지 않는 엉터리 억지다. 실제로 후쿠시마에서 1조 개의 페트병을 던지면 그중에서 제주도로 흘러오는 것은 1개도 안 된다는 것이 과학적 분석이다. 과학적으로는 ‘흘러온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에게는 ‘흘러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세슘과 플루토늄이 무거워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낭설이다. 진짜 그렇다면 굳이 ALPS를 쓸 이유가 없다. 저장탱크 밑에 가라앉는 오염물질만 분리해서 처리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진실은 전혀 다르다. 바닷물에 녹아있는 소금도 물보다 무겁지만 밑으로 가라앉지 않다. 냉장고의 우유에 들어있는 유지방·유단백도 세슘·플루토늄보다 훨씬 무거운데 역시 가라앉지 않는다. 원자·분자 수준에서는 지구의 중력보다 물 분자의 열운동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밝혀준 과학적 진실이다. 브라운 운동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상식이다. 오염수에 녹아있는 스트론튬·플루토늄의 화학적 독성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화학물질의 독성은 ppm 또는 ppb 수준에서 나타난다. 후쿠시마 처리수에 리터당 베크렐 수준으로 녹아있는 방사성 핵종의 화학적 독성을 우려하는 전문가의 모습에 소가 웃을 일이다. 방사성 핵종이 들어있는 오염수는 개방된 인공호수에 가둬둘 수도 없고, 식수·용수로 사용할 수도 없다. 먹는 물 수질기준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국민에게 공급하는 수돗물은 ‘원수’(原水)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먹는 물 기준을 충족한다고 ‘너나 마셔라’라고 외쳐서는 절대 안 된다. 농업·공업용수도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 재개는 우리의 판단에 따른다는 정부의 확실한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일본의 요구에 쉽게 굴복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국민을 괴담에 휩쓸리게 만들고 있다.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슈&인사이트] KT 이사회 구성의 한계

지난 6월 30일 KT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7인을 선임했다.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후보가 주총을 앞두고 전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아직 대표이사 선임이라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남았지만 그래도 한시름 덜었다. 이번에 선임된 KT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매우 훌륭한 분들을 모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보통 사외이사 후보명단을 내부적으로 보유하고 있고, 이사회 내 위원회인 ‘이사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의 명칭을 가진 위원회가 후보군 내에서 사외이사를 선발한다. 이번에 KT는 이런 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났다. KT는 지난 4월17일 국내외 주요 주주들의 추천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는데, 주주 권익 보호 차원에서 ‘주주 대상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방식을 도입했다. 회사와 관련해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데 그중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주주다. 그러므로 주주로부터 추천을 받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사회라는 것이 다양한 주주 그룹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조직이 아니다. 주주의 성향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서 이런 방식은 ‘콩가루 이사회’가 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이사는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을 이해하고 그 의지가 관철될 수 있도록 조언하고 협력하되 대표이사를 포함한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이사는 전문성이 우선이고, 대표이사를 감독할 만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대표이사의 하수인이 돼서는 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의식해서인지 KT TF는 주주 추천과 함께 외부 전문 기관(써치펌) 추천 후보를 포함해 사외이사 후보자군을 꾸렸다고 한다. 다만 굳이 써치펌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써치펌은 헤드헌터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1900여명에 달하는 전문가 풀을 가진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100%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고, 사외이사 후보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외부 위원 5명으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활용한다고 한다. TF가 후보들에 대한 1차 평가를 진행하고, 인선자문단이 1차 평가를 압축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2차 평가해 최종 사외이사 후보를 확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보면 사외이사 선임 과정과 이사회 구성이 거의 외부인사에 의존하는 방식이 참 구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외이사 선발과정은 단순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외이사 선임에 회사가 이렇게 복잡하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KT가 금융지주회사처럼 소유가 분산된 기업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대부분을 사외이사로 채우고 사내이사는 1~3명에 그치는 구조도 금융지주회사와 똑같다. 필자는 이런 형식에 찬동하지는 않는다. 한국 상법과 시행령이 세계에 유례가 없이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율, 결격사유 등을 지나치게 꼼꼼하게 규정하여 간섭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본다. 기업 이사회는 사외이사보다는 사내이사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어떤 법률에서도 KT 등 소유가 분산된 기업은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미국 대부분의 기업 이사회(대략 80%가 독립이사(independent director)로 구성)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 내용을 잘 모르는 사외이사보다는 IT전문가들인 실무형 기술자를 이사진에 포진시키고 사내이사 비율을 늘려야 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기술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시대다. 대표이사는 회사가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해 자체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2001년 민영화 이후 성년이 된 KT는 이제 홀로 서야 할 때가 됐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 IAEA 보고서에 대한 괴담과 진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공개됐다. 공식 명칭은 ‘후쿠시마 제1원전 알프스(ALPS) 처리수 방류에 대한 안전성검토 종합보고서’다. 140쪽에 달하는 보고서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첫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관해 일본이 취하고자 하는 방류조치는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부합한다. 둘째, 도쿄전력(TEPCO)이 처리수를 통제된 상태에서 조금씩 해양으로 배출하는 것은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이 미미하다. 셋째, IAEA는 방류를 권장하거나 방류정책을 추인하는 것이 아니다. 이 결정은 일본정부가 결정할 국가결정(National decision) 사항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을 폄훼하기 위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일종의 프레임 씌우기다. 보고서가 공개돼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누군가 보고서를 읽고 평가한 것을 듣고 전파한다. 이 과정에서 괴담이 만들어진다. 괴담을 깨는 것은 보고서를 읽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보고서를 통해 괴담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본다. 첫째, ‘후쿠시마 핵폐수가 안전성 검증 없는 깡통보고서’ 인가다. 보고서 전체가 안전성 검토다. 보고서는 서론, 기본적 안전원칙과의 부합성, 안전요건 충족에 대한 평가, 감시·분석·확인, 미래의 활동 등 5개 부분으로 이뤄졌다. 전체 140쪽 중 안전성 평가에 해당하는 부분이 90쪽에 달한다. 둘째,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성능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는 가다. 이 보고서는 일곱 번째 보고서로 종합보고서다. 이전에 수행한 활동들을 모두 기술하지 않는다. 후쿠시마 처리수와 관련해 5가지 처리방안이 논의됐지만 이 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은 4가지 방법은 언급하지 않고 채택된 방법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평가했다. ALPS에 대한 검토는 이전 보고서 작성과정에 수행됐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에 기술되지 않았다고 해서 ‘성능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괴담이다. 또한 ALPS는 전체 액체폐기물 처리계통의 한 구성품에 불과하다. 이것이 고장나거나 손상되더라도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셋째, 일반안전지침 GSG-8, 9에 따라서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 확보를 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는 가다. 정당성 확보(Justification)는 해양방류의 득실을 따져서 이득이 더 크다는 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보고서에 기술된 내용은 이렇다. IAEA는 정당성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안전지침에 명시하고 있으나 지금 IAEA의 보고서는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 검토로 제한되어 있다. 또 해양방류의 득실은 사회경제적 효과가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고 장기간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며 나라마다 다르다. 따라서 이는 해양방류를 결정하는 주체인 일본정부의 몫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게 떠넘긴 것인지는 판단해 보기 바란다. 넷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방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도된 오염수 유출과 방류시설의 고장으로 인한 비 계획적인 유출 등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한 것이다. 보고서의 2장 8절은 사고의 방지, 2장 9절은 비상대응이다. 여기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류를 멈출 수 있는 비상차단계통(Emergency shutdown system)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계통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 계통이 어떤 조건에서 작동되어야 하는지가 이미 방류계획에 포함됐다는 것을 말한다. 다섯째, 장기적으로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지 않았고 최소 30년 이상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등 생물학적 영향을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다. 이는 배출기준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사항이다. 배출기준을 정할 때 미래의 영향과 동위원소별로 생물학적 축적이 고려된다. 물론 인간이 하는 일이니 완벽할 수 없고 불확실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더 낮게 잡는다. 방사선의 인체영향 문턱 값이 100mSv인데 관리기준을 1mSv로 잡는 식이다. 여섯째, IAEA의 독자적인 검증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과 상상만을 받아 쓴 깡통보고서라는 주장에 대해서다. 가당치도 않다. IAEA 평가에 참여한 내로라 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은 뭐라도 하나 흠집을 잡아서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하려고 한다. 이 활동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IAEA 활동에 참여한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괴이한 괴담이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기자의 눈] ‘아마존 고’는 망하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최근 취재 차 미국 시애틀에 다녀왔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정보기술(IT) 분야를 담당하는 경제지 기자에게 인상적인 시애틀의 공간은 아마존(Amazon) 본사 옆에 위치한 아마존 고(Amazon Go)였다. 아마존 고는 따로 계산하지 않아도 물건을 집어서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이 되는 혁신 서비스다. 이용자는 아마존 고 입장 때 아마존쇼핑 앱에 나타나는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된다. QR 대신 자신이 등록한 손바닥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입장할 수도 있다. 아마존이 처음 ‘아마존 고’를 만들 때만 해도 이 매장은 오프라인 유통을 혁신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으나, 사실 아마존은 이 매장을 철수하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은 2021년까지 미국에 총 3000개의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었지만, 지난 3월 기준 미국 내 아마존 고 매장 수는 31곳이다. 심지어 본진인 시애틀에서 마저도 철수 수순을 밟아 현재는 도심 내 4곳 밖에 운영을 안 한다. 우리나라는 아마존 고가 등장한 후 3년 뒤인 지난 2021년에 비슷한 형식의 무인점포들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더현대서울의 언커먼스토어, 이마트24의 스마트무인점포가 대표적이다. 아마존 고에 적용된 손바닥 인식 기술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은 아마존 원(amazon one)을 지난 2020년 처음 공개했는데, 우리나라에선 최근 공항 면세점을 중심으로 서비스 적용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아마존 고가 망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의 분석은 여러 가지다. 혹자는 여기서 판매하는 제품의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꼽기도 하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유동인구가 줄면서 사업성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 물론 유통의 관점에서 보면 아마존 고는 망한 사업일 수 있다. 그러나 IT의 관점에서는 조금 다를 것 같다. 아마존이 이끌어낸 무인점포, 손바닥 인식 기술 등은 조금씩 진화하며 사람들의 삶 속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hsjung@ekn.krㅎㅎㅎ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EE칼럼]양수발전에 대한 환경단체의 자가당착

지난 6월28일 경북 영양군에서는 주민들이 양수발전소 설치에 대한 기존의 반대 입장을 거두고 유치에 동참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전력계통 운영상 필요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1.75GW 규모의 양수발전 신규 사업자 선정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영양군은 1GW 규모의 양수발전소 유치를 목표로 지난 3월부터 다양한 유치 활동을 펼쳐왔으며, 일부 주민들이 반대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유치 반대로 맞서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 같은 양수발전소와 관련한 지역 내 찬반갈등은 환경단체들이 발전소 건립으로 인한 수생태계 파괴나 수질관리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반대진영에 가세하면서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양수발전소 건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사실 이런 주민수용성 문제가 양수발전소 만의 문제도 아닌데, 원전은 말할 것도 없고 태양광·풍력·수소·연료전지 등도 주민수용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동네 주유소 내부 공사로도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생길 정도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주민 반감은 에너지원을 가리지 않는다. 이는 에너지 인프라로 인한 실제적인 피해보다 향후 피해를 입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피해의식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그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 등에 대한 불신, 즉 사회적 자본의 부족이 문제의 근원일 수 있다. 그래서 영양군 사례처럼 지속적인 설득을 통한 신뢰 회복이 해법이다. 오히려 의외인 것은 양수발전소에 대한 환경단체의 부정적 태도다. 양수발전소 확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라는 환경단체의 주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간헐성·변동성이 강한 태양광·풍력 보급 확대는 전력계통 안정성 보완 수단의 확대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이에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과잉 대응을 위한 장주기 저장장치 설비 22.6GW를 늘리기로 하고 영동, 홍천, 포천에 1.8GW규모의 ‘가변속’ 양수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포함시켰다. 추가되는 가변속 양수발전소는 컨버터를 이용해 발전 모드와 양수 모드에서 펌프수차의 회전속도를 변화시켜 출력을 빠르게 조절하는 기능을 하게된다. 특히 양수모드에서 출력 조정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의 과잉 공급 분을 신속히 소진, 계통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나아가 주로 첨두부하를 담당하는 LNG발전을 대체, 천연가스 연료소비를 줄임으로써 연간 3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편익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더욱이 양수발전은 기능상 대안도 마땅치 않다. 양수발전은 물론 수소 활용 에너지저장(HESS)은 수소라는 ‘물질’을 활용해 전기를 최소 8시간 이상 저장한다는 점에서 장주기 에너지저장 자원으로 분류된다. 비록 HESS가 수개월씩, 심지어 계절별로 부하 이동시켜 저장하지만 양수발전과 같이 주파수 조정·전압안정성을 대응하기 위해 계통관성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속응성 전원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양수발전은 반응속도나 무효전력, 전압 제어 서비스, 정전복구 서비스 등 전력계통 운용 서비스 제공 등 기능적으로 배터리 ESS(BESS)와 유사하다. 다만 저장 가능한 전력량의 규모면에서 양수발전이 월등히 우월하다. 더욱이 건설하면 5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양수발전에 비해 배터리는 충전 및 방전할 수 있는 사이클 횟수, 즉 수명이 정해져 있어 잦은 교체를 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 만큼 대량으로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발생하는 환경부하가 만만치 않다. 가령 리튬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kWh당 63kg로 MWh나 TWh 규모로 확대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규모나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 니켈, 망간 등 중금속 폐기·배출이 주는 환경부하 역시 상당하다. 그래서 양수발전 대신 BESS가 대안이라는 주장은 물 환경 문제를 대기 및 토양환경 문제로 전이하는데 불과하다. 결국 양수발전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보다 심도 있는 고민과 함께 환경단체 내부적인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한때 국내 환경단체들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잘 해왔다. 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부터 일부가 직접 에너지·환경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등 ‘권력’이 됐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헐리웃 유명영화의 대사가 있다. 환경단체는 이 대사에 입각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넘어 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고민해주길 바란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기자의 눈]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새 제도 도입으로 ‘공모주=따상’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지만 ‘따따블’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IPO 시장에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시장에 만연했던 관행을 개선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취지에서 제도를 개선했지만 투자자들은 더 혼란스러워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론적으로 따상이 불가능하게끔 ‘공모주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제도가 시행됐다. 기존에는 공모주 기준 63~260%였던 제한폭이 60~400%로 늘어났다. 주가가 두배를 넘어서 4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는 제도 도입 발표 당시 "투기를 야기했던 따상을 막기 위해 가격 상한선을 높였고 향후 시장 논리에 따라 균형가격을 자연스럽게 맞춰갈 수 있을 것"이라는 추가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취지는 좋다. 다만 투자자들의 혼란과 불안은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지난주 제도 시행 이후 알멕, 시큐센, 오픈놀 등의 기업이 상장했다. 시큐센은 상장 당일 주가가 장중 최고 293%까지 오르기도 했다. IPO 시장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293%라는 숫자에 투자자들은 혼돈에 빠졌다. 각종 종목 투자방에는 "주가 움직이는 게 너무 무섭다", "도박판이 따로 없다", "기관 좋은 일 시키는 것일 뿐"이라며 비난이 쏟아졌다. 상승폭과 함께 하락폭도 커졌다. 변동폭이 확대됐다는 건 주가가 널뛰기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주식 가격제한폭(상한가)이 15%에서 30%로 확대됐을 때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던 바 있다. 가격 변동폭을 확대하면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업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주가가 30%까지 오르는 종목들이 나타났다. 물론 지금은 30% 상한가에 투자자들도 적응했고 상장일 가격제한폭을 최대 400%까지 확대한 이번 제도 역시 과도기일 뿐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다. 중국, 대만 등은 가격제한폭을 미적용하고 있고 전문가들도 "이론적으로는 400%까지 오를 수 있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올해 IPO 대어들이 시장에 쏟아진다는 전망에 따따블을 노리는 전문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개미 투자자들의 걱정도 덩달아 늘어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따상을 없앴다고 박수치지만 말고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증명사진

[EE칼럼]역주행하는 재생에너지 정책

영국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와 파트너사인 KPMG 및 Kearney는 지난 6월26일 ‘세계 에너지 통계 검토(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72차 연례보고서’를 발표(71차까지는 BP에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에너지 산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0.8% 늘었고 이산화탄소 환산 톤 기준으로는 393억t(CO₂eq)으로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태양광과 풍력발전 신규 설치 용량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고 발전량 기준으로는 태양광 25%, 풍력 13.5%가 증가하면서 전체 발전량의 12%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수력 제외)이 지난해 순전력 수요 증가의 84%를 감당했는데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막지 못했다. 특히 역대 6월 최고 기온, 해수면 온도 최고치, 남극 빙하 최저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사상 최고치 등 기후 위기 4개 지표가 최악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던 직후라 아쉬움은 더 컸다. 지난해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은 전년에 비해 약 1% 증가했고 2019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비해서는 약 3%늘어났다.이 기간 가스소비량은 3% 줄고 재생에너지(수력 제외) 소비량은 13% 늘었다. 화석 연료의 소비 점유율은 약 82%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도 이번 보고서가 희망적인 것은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191.5GW)과 풍력(4.6GW)이 총 266GW의 사상 최대 규모로 새로 설치됐다. 특히 태양광은 누적 용량이 1053GW로 1TW 시대를 열었다. SolarPowerEU는 1GW에서 1TW로 증가하는데 22년이 걸렸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TW는 5년 이내에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보고서는 현재의 속도로는 1.5도 경로(지구 평균온도 1.5도 이내로 상승억제)에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각국 정부가 긴급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라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도 6월22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환 전망(WETO) 2023’에서 2050년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연간 975GW, 이후 2050년까지 연간 1066GW의 재생 발전용량을 추가할 것을 전 세계에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설치 용량의 3배가 넘는 규모다. 2030년까지 연간 태양광 551GW·풍력 329GW, 2050년까지는 연간 태양광 615GW·풍력 335GW가 추가돼야 한다. 이러한 규모는 재생에너지 전성시대를 넘어 가히 재생에너지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와 관련해 RMI(Rocky Mountain Institute)는 ‘재생에너지 혁명(The Renewable Revolutio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의 기하급수적 성장에 의해 주도되며 주요 변화는 2030년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혁명을 6단계로 분류하고 영국이 주도했던 1~2차 산업혁명과 증기의 시대, 미국이 주도했던 3~5차 철·석유 대량생산, IT의 시대를 넘어 6차 재생에너지 혁명이 도래하며 그 주인공은 중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용량 추가의 약 50%, 풍력 추가의 약 40%가 중국에 의해 이뤄졌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비화석 발전용량은 전년 대비 15.9% 증가해 전체 설비용량의 50%를 넘어섰다. 태양광 설비는 지난해 86GW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2배를 육박하는 154GW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했다. 154GW는 2022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가 설치한 태양광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혁명에 가까운 기하급수적인 재생에너지 증가는 브라질, 베트남, 인도, 모로코 외에도 덴마크, 아일랜드, 영국 및 독일,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5월까지 지난해 설치량의 71%인 61GW의 태양광을 설치했고, 2030년 목표를 5년 앞당겨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1분기 역대 최대, 독일은 5월까지 전년도 설치량의 67%, 호주는 1분기 만에 지난해 설치량의 94%에 달하는 태양광을 설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홀로 역주행 중이다. Embe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량 중 재생점유율은 OECD 최하위다. 태양광과 풍력을 합한 점유율은 5.4%로 세계 평균 (12.0%)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아프리카(4.6%)와 비슷하다. 재생에너지 설치는 역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췄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석탄화력발전소를 2021년 신서천(1GW), 고성하이 1,2호기(1.04GW×2), 2022년 강릉안인 1호기(1.04GW), 2023년 강릉안인 2호기(1.04GW)를 건설한데 올 하반기에는 삼척화력 1호기(1.05GW), 내년 삼척화력 2호기(1.05GW) 준공을 앞두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스스로 변하지 않고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면 그 선택에는 큰 고통과 대가가 뒤따른다. 우리 정부의 잘못된 정책 피해가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의 몫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이슈&인사이트] 자기 성찰에 인색한 안전학계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우리나라 안전수준이 낮은 이유는 뭘까. 안전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붓는데도 성과가 저조한 원인은 뭘까. 법제의 엉성함, 행정기관의 비전문성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안전분야 학계의 수준이 낮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양적으로는 우리나라만큼 안전학자가 많은 나라가 없다. 그러나 역량은 선진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 학자의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질이 문제인 것이다. 사회과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막스 베버는 한 강연에서 학자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중요한 문제에 침잠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학문을 단념해라. 학문에 대한 도취, 열정과 소명의식이 없는 사람은 다른 일을 해라"라고 일갈했다. 우리나라 안전학자들 중 베버의 요구를 반이라도 충족하는 학자가 얼마나 될까. 베버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안전’에 관한 ‘학문’을 한다고 평가받을 만한 학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세간에선 안전공학과 교수를 위시한 안전학자들을 보고 "정작 안전을 모른다. 무늬만 안전학자다", "안전을 오염시키고 있다", "학문보다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등 혹평이 자자하다. 제대로 된 학식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안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모르는 건 안전학자 자신들뿐이다. 학자들의 안전에 대한 이론과 문제의식이 실무자보다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이론 없는 경험은 맹목적이고, 경험 없는 이론은 지적 유희에 불과하다"(이마뉴엘 칸트). 안전학자 대부분은 안전에 대한 경험과 이론 모두 빈약하다. 경험이 있어도 이론에는 문외한이다. 문제는 부족함을 메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친다. 교수 타이틀만 갖고 있으면 전문성이 없어도 전문가로 인정돼 공공기관과 기업의 평가·심사위원, 시험출제위원으로 위촉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학습 방향성도 제시하지 못하는 게 안전학계의 현실이다. 애꿎은 학생들이 안전에 대한 전문성도, 사명감도 부족한 교수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안전과 접목시킬 생각 없이 다른 학과에서도 얼마든지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을 가르치는 데 급급하다. 기본서 없이 파워포인트로만 알량하게 수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업이 머리에 남는 게 없고 실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안전공학과를 현재처럼 운영할 거면 학생들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착각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학과 명칭과 커리큘럼의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는데도 무지와 기득권에 갇힌 교수들이 무작정 반대를 한다. 학계는 모름지기 정부 정책과 기업 실무에 이론적 자양분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안전학계는 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인식도 없고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안전의 기초뿐만 아니라 안전부서의 위상과 역할조차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수요자는 안중에도 없다. 오죽하면 세금과 등록금만 축낸다는 비판마저 나오겠는가. 안전학계의 또 하나의 병폐는 비판적 사고가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안전학계는 비판의 무풍지대’라는 비아냥이 들리기도 한다. 안전에 대해 모르거나 무관심하다 보니 법제도와 정부정책, 현안사항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이 약하다.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학자의 본연의 역할보다는 정부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어용학자가 많은 이유이다. 학회가 아카데믹하지 않고 아이러니하게 학술대회에 학술토론회가 없다. 안전 관련 자격(면허)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안전 분야는 초급자격증뿐만 아니라 기술사, 지도사까지도 기본서 공부 없이 기출문제만 공부해도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자격(면허)이 역량을 높이는 수단이 되지 못하는 건 학자들이 주축인 출제위원부터 안전의 대한 지식이 미흡한 탓이 크다. 기출문제나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사항 위주로 출제를 하게 되는 주된 이유이다. 안전학계만큼 존재감이 없는 분야가 있을까 싶다. 안전학의 특성과 학문 흐름을 읽지 못하고 개혁의 저항세력이 되고 있다. 안전학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사회의 안전이론을 견인하기는커녕 산업계의 수요에조차 부응하지 못하는 학계의 잘못된 관행을 더 이상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 훗날 역사의 가혹한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혁신해야 한다. 사회는 묻고 있다. 누구를 위한 안전공학과인가?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프랑스 인종차별 얼마나 심하길래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로 프랑스가 들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3년만의 독일 국빈 방문을 연기했다. 지난 6월27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한 뒤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나엘(Nahel·17세)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민자들은 경찰이 비무장 나엘을 과잉진압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방화, 약탈이 벌어졌다. 병력 수만명을 배치한 경찰은 시위대 수천명을 체포했다. 시위는 나엘의 할머니가 "폭동을 중단하고 파괴를 중단하라"고 호소한 뒤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톨레랑스(관용)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프랑스의 인종차별 역사를 살펴보고, 이번 일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짚어보자. ◇ 프랑스 이민자 얼마나 되나 프랑스 헌법은 국가가 인종이나 민족을 기준으로 인구 통계를 내는 것을 금지한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하는 인종별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민자(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는 약 700만명에 이른다. 이는 총인구의 10%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이민자가 약 850만명(13%)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민자 대부분은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 대도시에 산다. 특히 파리 밀집도가 높다. 이민자를 지역별로 보면 유럽 출신이 가장 많고, 마그레브 지역 출신이 그 다음으로 많다. 마그레브는 북아프리카 서쪽, 곧 알제리와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모리타니 등을 가르킨다. 마그레브는 아랍어로 해가 지는 곳, 곧 서쪽을 뜻한다. 그 중에서도 알제리 이민자 비중이 높다. 알제리는 프랑스와 특수 관계다. 오랜 식민지 기간을 거쳐 1954년부터 8년간 독립 전쟁을 펼쳐 1962년에 독립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프랑스 편에 서서 나치 독일과 싸웠다. 전후 프랑스가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자 알제리인이 대거 프랑스로 밀려왔다. 프랑스 아트 사커의 원조 격인 지네딘 지단은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알제리 출신이다. 스타 플레이어 카림 벤제마는 리옹 태생이지만 할아버지가 1950년대 알제리에서 리옹으로 왔다. 떠오르는 스타 킬리언 음바페는 파리 출생이지만 아버지는 카메룬, 어머니는 알제리 출신이다. 2020년 이후 프랑스 실업률은 평균 7~8% 수준이다. 그러나 이민자는 배나 높다. 특히 이민자 청년층은 고실업과 그로 인한 절망감에 시달린다. 이들은 언제든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하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장차 벌어질 내전의 시초로 본다. ◇ 차별과 폭동의 역사 프랑스 인종차별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드레퓌스 사건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포병장교 드레퓌스는 독일에 정보를 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뚜렷한 증거는 없었지만 드레퓌스가 유대인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군부는 다른 증거가 나왔지만 이를 숨겼다. 이때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신문에 발표해 드레퓌스를 옹호했다. 이 바람에 졸라는 영국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1961년엔 이른바 파리 학살 사건이 일어난다. 알제리 독립전쟁(1954~1962년)이 한창일 때 프랑스 경찰은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발포했다. 그로부터 37년이 흐른 뒤에야 프랑스 정부는 당시 발포로 40명이 사망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당시 사망자가 200~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8년 간 이어진 알제리 독립전쟁에선 최소 30만명, 최대 150만명의 알제리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측 사망자는 2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 2005년엔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아프리카 출신 청년 2명이 변전소에 숨어 있다 감전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동 시위는 두 달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차량 1만대가 불타고 수천명이 체포됐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시 내무장관이던 니콜라 사르코지는 무관용 강경 정책을 밀어붙였다. 2023년 시위는 2005년 이후 최대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과 비슷해지는 프랑스? 미국은 인종차별 뿌리가 깊다. 1960년 민권운동을 통해 흑인의 지위가 향상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하다. 2010년대 초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운동이 일어났다. 2012년 10대 청소년 트레이본 마틴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게 단초가 됐다. 이후에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2020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넘어뜨린 뒤 무릎으로 목을 짓눌렀다. 플로이드는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수백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앞으로 제2, 제3의 플로이드가 나오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 국내 반이민 정서 힘 받을 듯 한국은 이민의 문이 좁다. 주요국 중 전체인구에서 이민자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힌다. 체류외국인은 200만명 안팎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체류외국인 비율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 4.87%에서 2021년 3.79%까지 줄었다가 2022년 4.37%로 증가했다. 2022년의 경우 체류외국인은 225만명이다. 국별로는 중국-베트남-태국-미국-우즈베키스탄-필리핀 순이다. 체류외국인은 등록외국인, 외국국적 동포 중 국내 거소 신고자, 단기체류자(3개월 이하)를 합한 숫자다. 출생률이 갈수록 떨어지자 이민자에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이민청을 설립해 이민 정책을 체계적으로 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달 하순 "숙련기능인력에 대한 쿼터를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3만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엔 반이민 정서가 매우 강하다. 문화와 종교, 피부색이 다른 이민자들이 공동체의 결속을 해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민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은 "프랑스를 보라"고 할 것이다. 인구 감소세를 우리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면 외부 충원이 대안이다. 그러나 이민 확대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이래저래 인구 정책은 딜레마다. TOPSHOT-CYCLING-ESP-TDF2023-STAGE 1 지난 6월27일 알제리계 나엘(17세)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진압이 항의하는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사진=AFP/연합뉴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FRANCE-SECURITY/SHOOTING-GOVERNMENT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월 2일 긴급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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