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재명 현 대표와의 회동을 촉구하는 친명계 요구에도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로서는 리더십 위기를 겪는 이 대표에 권위를 더 해줄 이유가 없는 만큼, 회동에 급할 게 없는 입장으로 풀이된다.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호남 행보에 이어 오는 5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지난달 24일 미국 1년 체류를 마치고 귀국한 뒤 이어온 ‘귀국 신고’ 행보 일환이다.앞서 이 전 대표는 입국 나흘 만인 지난달 28일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DJ)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지난 주말엔 호남을 찾아 전남 영광 선친 묘소와 광주 5·18 묘역도 찾았다.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시절 대부분을 전라남도에서 지낸 만큼, 정치적 기반인 호남 민심에 먼저 귀국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이어 문 전 대통령을 찾는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이자 2년 7개월 간 재임한 최장수 총리로 문 전 대통령 신임을 받은 연이 있다.이 가운데 이재명 현 대표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발신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이 전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서, 관련 메시지가 나올지도 주목된다.추 전 장관은 자신이 이른바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날 당시 이 전 대표가 재·보궐 선거를 이유로 사퇴를 종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이 이를 근거로 자신에게 ‘당이 사퇴를 요구한다’고 전했다면서 자진 사퇴가 아닌 해임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이에 친낙계와 비명계 등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조응천 의원은 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서 자기 장사하는 것은 아니다 싶다"라며 "(추 전 장관은) 조국 전 장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책임을 통감하라"고 쏘아붙였다.결국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화합 메시지’를 발신할 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내주 중 이 대표와 회동하는 방안을 놓고 일정을 조율 중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 전 대표가 이 대표 ‘패싱’, ‘견제’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지속하면서 갈등이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그는 지난 2일에도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체제를 재정비하고 각성하기 바라나, 이 기대가 쉽게 이뤄질지 자신하지 못한다"면서 "이런 때 제가 몸담은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국민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고 사실상 지도부를 질타했다. 이 전 대표는 또 "혁신은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며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강조했다.이는 리더십 위기 타개책으로 당 혁신위원회를 띄운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었다.다만 당 일각에서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당내 리더급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3일 KBC 방송에 출연해 "지금 현재는 양 이씨(이재명·이낙연) 두 사람이 하루라도 빨리 만나서 소통하고 손잡고 대여 투쟁을 할 때"라며 "도대체 뭐가 틀어졌냐.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그는 최근 이 전 대표 행보에도 "변죽만 울리고 다니는 거 아닌가"라며 "이 대표가 전화해서 만나자 했으면 빨리 만나야지 왜 저러고 다니고 있냐 이거다.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hg3to8@ekn.kr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