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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하는데 주력한다는 내용에 경제 정책 방점을 뒀다.
이를 위해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등 성과 창출을 위한 3대 중점 과제와 ‘미래대비 기반 확충’ 등 중장기 과제 추진에 나선다. 윤 대통령은 이를 통해 ‘자유시장경제’ 복원 및 ‘글로벌 선도국가’ 도약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4일 정부의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세수 재추계를 실시하고 세계잉여금·기금 등 여유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민생 등 예산을 차질없이 집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은 재정 투입을 최소화 하되 정책금융 지원을 키워 민간분야 투자가 확대되도록 유도하고 세제지원 혜택을 주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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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수출·투자 촉진을 통한 경제활력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는 첨단전략산업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하기 위해 유턴기업(국내복귀 기업)에 대해 최소 외국인 투자 수준으로 지원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또 벤처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벤처 활성화 3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내수시장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가업승계 세제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완화가 추진된다.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현행 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고 특례 저율(10%) 과세 구간을 현재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높인다.
정부는 ‘민생경제 안정’과 관련해 주거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우선 직전 계약보다 전세값이 하락한 ‘역전세’ 상황에서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대출규제가 완화된다.
개인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에 총부채상환비율(DTI) 60%가 적용된다. 2021년 말~ 2022년 초 고점을 찍었던 임대차 계약이 속속 만료되면서 역전세난이 확산하는 흐름을 고려해 7월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현행 60%로 유지된다. 당초 80%로 원상 복귀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유보한 것이어서 그만큼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전기·가스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캐시백’ 지원도 지속 확대한다. 알뜰폰의 5G 중간구간 요금제를 확대한다. 2학기 대학 학자금 대출금리를 연 1.7%에서 동결하는 등 ‘틈새 대책’도 내놨다.
정부가 재정건전 유지를 경제 정책의 중추로 잡은 데에는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1.6%)보다 0.2%포인트(p) 하향조정한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주요 싱크탱크들의 전망치인 1.5%보다도 살짝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 전망치(1.4%)와는 같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3%, 취업자 증가분은 32만명으로 각각 예상했다.
정부는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했다.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하반기 성장은 상반기보다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 0.9%에 그쳤던 성장률이 하반기에는 1.8%까지 상승하고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연간 2.4%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상수지는 수출 회복으로 인한 상품수지 개선과 해외여행 확대로 인한 서비스수지 악화가 맞물리면서 230억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는 기존과 똑같이 2.5% 증가 전망을 유지했다. 외부활동 증가와 양호한 고용, 소비심리 개선에 힘입어 대면서비스업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반도체 감산 및 고금리의 영향으로 설비투자는 1.2% 감소, 이연된 공사 재개 등의 효과로 건설투자는 0.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에서 3.3%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다만 기상 여건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기·가스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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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추경)은 없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지지율과 관계없이 재정 건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기조를 강조해왔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8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배경이 됐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내년 예산안과 향후 5년간 재정 운용 방향 등을 결정하는 정부 최고위 회의체다.
윤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 재정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며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5월까지 국세 수입이 지난해 동기 대비 36조원 이상 덜 걷혔고 예산 대비 진도율이 40%에 그치는 등 나라 곳간이 비는 ‘세수 펑크’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줄어든 국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법인세와 부동산 거래세다. 지난해 하반기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 거래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서 "추경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나라빚을 더 안 내고 어떻게 해서든지 박박 긁어서 대응하고 지역 민생 예산도 차질없이 집행할 것이다"라며 "추경 없이 금년 살림을 할 것이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또 한시적으로 시행한 세제 감면의 일몰 시기가 도래하는 것에 대해서는 세수·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건전재정도 중요하지만 재정 투입의 최소화로 투자 및 소비 확대 등의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 하반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입법과정이 필요한데 ‘여소야대’ 국면인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거대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지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해 재정건전성을 높여도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국회가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킬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수 펑크에도 35조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정부에 재정 확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경제에 꺼진 불씨를 키울 수 있는 민생 회복 추경을 다시 한번 제안 드린다"면서 약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