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영국에서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차기 총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인도계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로 유력해졌다.수낵 전 장관이 이대로 차기 총리에 오를 경우 영국은 처음으로 백인이 아닌 총리를 맞이하게 된다. 연합뉴스가 BBC 등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존슨 전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의원들 지지에도 불구하고 출마가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불출마를 밝혔다.이에 24일 마감되는 보수당 대표 경선 후보 등록에서 수낵 전 장관이 단독 후보가 돼 추가 절차 없이 당 대표 겸 차기 총리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당초 존슨 전 총리는 지지 의원 102명을 확보해 후보등록 요건(100명 이상)을 맞췄고 선거 승리 가능성이 높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존슨 전 총리가 의원 100명을 확보했다는 주장에 대한 의심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공개 지지한 의원은 가디언 집계로 60명에 그친다.반면 수낵 전 장관은 가디언 집계로 지지 의원 150명을 확보했다. 먼저 출마 선언을 한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는 27명에 그쳤다.모몬트 대표가 하루도 남지 않은 시간 극적으로 후보 등록 요건을 갖추더라도 수낵 전 장관에 비해 열세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선거가 성사되면 24일 오후 원내 의원들이 투표해 순위를 가르고 이후 전체 당원 투표를 거친 당락 결정이 28일에 나온다.수낵 전 장관이 24일 총리로 결정되면 영국은 7주 만에 리즈 트러스 총리에 이어 새 총리를 맞이하게 된다.이 경우 보수당 대표 겸 영국 역사상 최초의 비(非)백인 총리이자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도 세울 전망이다. 그는 1980년 5월생, 만 42세로 직전 기록인 1812년 로버트 젠킨슨(만 42년 1일) 전 총리 뒤를 잇는다. 취임 당시 연령은 데이비드 캐머런과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44세였고 전임 리즈 트러스는 47세, 보리스 존슨은 55세였다.그는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면서도 학력과 경력 면에서는 전형적 보수당 엘리트 코스를 거쳐왔다.그의 아버지는 인도에서 영국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됐고, 이민 1.5세인 어머니는 약사였다. 외조모는 동아프리카에 살다가 자녀들을 위해 영국으로 이주했다.수낵 전 장관은 영국 최고 명문 사립고교와 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후 금융계로 진출해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파트너 등으로 일했다. 2015년에는 하원의원에 당선해 정계에 입문한 뒤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내각을 거쳐 2020년 2월 정부 내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재무부 장관에 임명됐다.그는 영국 부자 순위에 들 정도로 부유하다. 더 타임스 올해 영국 부자 명단에서 수낵 전 장관 부부은 당시 기준 자산 7억 3000만파운드로 222위에 올랐다. 자산 대부분은 부인이 보유한 인도 IT 대기업 인포시스 지분이다. 스탠퍼드대에서 만난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는 인포시스 창업자 나라야나 무르티의 딸이다. 다만 그는 올해 초 인도 국적인 부인이 송금주의 과세제를 이용해서 해외 소득에 세금을 내지 않은 점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송금주의 과세제는 영국 장기체류 외국인들이 매년 일정 금액을 낼 경우 해외 소득을 영국으로 송금하기 전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다. 수낵 전 장관은 부인이 미래에 부모를 돌보러 귀국할 계획이 있으므로 제도를 이용할 자격이 있다고 반발했으나 민심은 싸늘했다.특히 당시 그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증세를 추진하던 중이어서 더욱 논란이 됐다.그는 코로나19로 늘어난 빚을 갚아야 한다면서 법인세율 인상(19→23%)을 발표했다. 영국은 2020년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000억 파운드 넘게 조달했다.그는 또 일종의 소득세인 국민보험 분담금률을 1.25%p 올렸다. 영국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코로나19로 인해 떠안은 부담을 해소하고 사회복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정책에는 당 안팎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트러스 총리가 택했던 정반대 정책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면서 수낵 전 장관의 노선이 옳았다는 사후적 평가도 나온다. 내각 경험이 길지 않은 수낵 전 장관의 가장 큰 성과는 코로나19 대응이었다. 그는 영국 경제가 봉쇄로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유급휴직 등 적극적 지원 정책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수낵 전 장관은 23일 출마 선언에서도 ‘경제’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트위터에 "영국은 훌륭한 나라이지만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했다"며 "그것이 내가 출마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hg3to8@ekn.kr차기 총리가 유력한 리시 수낵 영국 전 재무부 장관.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