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글로벌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양국간의 마찰과 이에 따른 보복조치로 기업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지만 세계 2위 경재대국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회복, 해외 투자가 시급한 중국도 이들을 반기고 있다. 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을 종합하면 글로벌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기업 총수들의 방중 대열에 합류한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아르노 회장이 이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문 목적, 구체적인 계획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방중의 성사될 경우 아르노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이나 이후로도 중국을 처음 찾게되지만 예측 불가능한 환경 때문에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아르노 회장의 이번 방문은 세계 최대 명품시장인 중국에서 경기가 식어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LVMH는 중국인들의 소비에 힘입어 지난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17% 급등해 예상치를 2배 넘게 웃돌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향후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LVMH 주가는 지난 4월부터 약 두 달간 10% 가까이 하락했고 아르노 회장은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다시 내줬다. 아르노 회장의 방중 계획은 올 들어 중국을 줄줄이 찾는 글로벌 총수들을 뒤따른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실제 머스크 CEO를 포함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 등이 최근 중국을 방문했고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도 이달 중국을 찾을 것이란 소식도 전해졌다.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쉽게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매출의 약 5분의 1을 중국에서 올리고 있고 스타벅스의 경우 전체 매출 중 중국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하이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는 전 세계 테슬라 공장 중 가장 많은 전기차를 생산한다. 이에 앞서 애플, 삼성전자, 사우디 아람코, 폭스바겐,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을 포함한 기업 경영진들이 지난 3월 베이징에 열린 ‘2023 중국 개발 포럼’에 참석한 바 있다. 경쟁자 이탈리아 구찌의 모기업인 케링그룹 CEO 프랑수아 앙리 피노는 올해 초 중국을 찾았다. 중국 또한 글로벌 기업 총수들을 환영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 고강도 방역 조치를 완화했지만 이에 따른 리오프닝 효과는 기대치를 못 미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발표한 5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집계되는 등 2개월째 50 아래로 떨어져 경기 수축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또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 1분기에만 중국에서 300억 달러를 유출했다. 이로 인해 MSCI 중국지수는 2021년 최고점 이후 50% 넘게 폭락한 상태다. 일각에선 그러나 중국의 환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중 갈등, 국가 안보 문제 등의 이유로 글로벌 기업들이 언제든지 중국 정부의 감시망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미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구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또한 중국 안보 당국은 스파이 색출 작업을 벌여 지난달 컨설팅기업 캡비전을 압수수색했고 지난 3, 4월엔 베인앤드컴퍼니, 민츠그룹의 중국 사무소도 급습한 바 있다. 일본 제약기업인 아스텔라스의 직원이 베이징에서 스파이 혐의로 구속되는 일도 벌어졌다.이와 관련해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국립대학 리콴유 공공정책학원 교수는 "중국 경제가 심각하게 악화되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치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은 여전히 해외 투자자들과 기업들에게 구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시 주석은 국가안보를 최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며 "위험요소가 적발될 경우 중국은 주저 없이 외국 기업들을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안보와 발전을 두고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조 바이든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