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상풍력(사진=AP/연합)
이재명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해상풍력 설비를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세계 각국에선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잇따라 중단되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미쓰비시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도쿄 인근 지바현 1곳과 북부 아키타현 2곳의 해상풍력발전 사업장에서 모두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는 세계적인 자재·인건비 인상 등으로 지난 2월 사업 재검토에 나섰지만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미쓰비시는 성명에서 2021년 해상풍력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환율,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해상풍력 사업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나카니시 카츠야 미쓰비시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했지만 건설비용은 입찰 당시 예상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앞으로 더 오를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가 설정한 재생에너지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본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을 40%까지 늘리고 풍력비중 또한 4~8%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NEF(BNEF)의 우머 사디크 애널리스트는 “일본은 이미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이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 철수로 목표 달성이 더욱 힘들어졌다"며 “일본 에너지믹스는 당초 계획보다 더욱 탄소집약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쓰비시의 해상풍력 사업 철수는 글로벌 해상풍력 산업의 위축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영국 해운시장 분석기관 MSI는 지난달 보고서를 내고 정치·경제적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에서 300기가와트(GW)에 달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취소, 중단 혹은 연기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생에너지를 사기라고 부르며 특히 풍력에 강하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풍력발전의 경제성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리 젤딘 미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풍력의 경제성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며 “풍력이 환경, 어업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는 비싸고 안정적이지가 않으며 중국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완공을 앞둔 미 로드아일랜드주의 '레볼루션 윈드' 풍력발전 사업을 중단하라고 최근 명령했다. 이 여파로 사업 시행사인 덴마크 오스테드의 주가는 2016년 6월 첫 상장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최근에는 메릴랜드 해안과 델라웨어 연안에 개발 중인 US윈드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 승인 철회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해상풍력 개발이 적합하다고 지정된 해역인 풍력발전구역(WEA)의 지정을 모두 무효화하기도 했다.

▲풍력 터빈 부품들(사진=AP/연합)
호주에서도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미국 해운전문매체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기업 에퀴노르는 지난달 호주 타즈매니아 인근의 '베이스 해상풍력 에너지' 프로젝트를 포함해 3건의 사업에서 모두 철수했다.
스페인 에너지 업체인 블루플로트 에너지도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호주 빅토리아주에 건설 중인 2GW 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지난달 중단했다.
유럽에서도 해상풍력에 대한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다. 독일 해상풍력협회(BWO)는 이달초 성명을 통해 북해 2건의 해상풍력 사업에 단 한 건의 입찰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테판 팀 BWO 대표는 “투자자들이 독일 해상풍력 시장에 관심을 잃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노르웨이에서도 입찰자 부족으로 2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 입찰을 연기하기로 했다. 오스테드는 또 지난 5월 영국에서 진행 중인 '혼시4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해상풍력 산업이 위축받는 배경엔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재생에너지 단체 리뉴어블UK의 닉 히버드 매니저는 “철강 및 희토류와 같은 원자재 비용 증가와 선박, 케이블, 스위치기어 및 변압기 등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실제 해상풍력 발전비용은 태양광이나 육상풍력 등 기타 재생에너지 발전원보다 여전히 높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가 지난 6월 발표한 연례 '18차 LCOE(균등화발전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해상풍력의 LCOE는 1MWh(메가와트시)당 113달러로 분석됐다. 이는 태양광(58달러), 육상풍력(61달러), 복합 사이클 가스 터빈(78달러), 지열(88달러) 등 보다 높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우드맥킨지의 소렌 라센 해상풍력 시러치 총괄도 작년말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해상풍력 평균 발전 비용이 MWh당 230달러로, 2년 전보다 30~40% 뛰었다"며 “육상풍력 평균 비용인 75달러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