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SK온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호주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IRA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한 배터리 소재 사용을 강제함에 따라 대형 광물 기업이 많은 호주로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SK온은 전날 호주 레이크 리소스 지분 10%를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총 23만t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분 투자는 레이크 리소스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내년 상반기경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재 기준 레이크 리소스 시가 총액은 약 13억9700만호주달러(약 1조2515억원)로 SK온 투자 규모는 10%에 해당하는 약 120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튬 공급은 2024년 4분기부터 시작해 최대 10년간 이어진다. 첫 2년 동안은 연간 1.5만t씩, 이후에는 연간 2.5만t씩 공급받는 조건으로 기본 5년 계약에 추가로 5년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총공급량 23만t은 전기차 49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1997년에 설립된 레이크 리소스는 2001년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로 현재 아르헨티나 내 4개의 리튬 염호 자산과 리튬 광산 한 곳을 보유하고 개발 중이다. SK온은 레이크 리소스가 확보한 염호 중 가장 규모가 큰 카치 염호에서 나오는 리튬을 공급받는다. 카치 염호는 볼리비아, 칠레와 더불어 남미 ‘리튬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아르헨티나 내에서도 고순도 리튬이 많이 생산되는 곳으로 유명한 카타마르카주에 있다. 해당 지역은 앨버말, 리벤트 등 글로벌 리튬 업체 및 국내기업인 포스코 역시 염호를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SK온은 레이크 리소스로부터 공급받은 아르헨티나산 리튬을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정제한 후, 북미 사업장에 투입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렇게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IRA 규정상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레이크 리소스와 협력은 SK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경쟁력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크 리소스는 ‘직접리튬추출(DLE)’ 기술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리튬을 생산한다. 해당 기술은 전통적인 염수 증발 방식에 비해 부지 사용량이 적고 걸러낸 염수를 지층에 재주입함으로써 생산과정에서 물 사용량도 적다. 기존 염수 증발 방식 리튬 회수율이 50% 내외에 그치는 것에 비해 DLE 방식 리튬 회수율은 최대 90%에 달한다. 앞서 SK온은 지난달 28일 호주 글로벌 리튬과 리튬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은 바 있다. 글로벌 리튬은 세계 1위 리튬 생산국이자 미국과도 FTA를 체결한 호주에서 대규모 광산 2개를 개발 중인 회사다. SK온은 글로벌 리튬으로부터 공급받은 리튬 정광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할 양극재 파트너를 추후 물색할 예정이다. 이번 레이크 리소스와의 계약과 같이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에서 채굴되는 광물 같은 경우라도 SK온은 구매 뒤 협력사를 통해 북미 등에서 정제하여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류진숙 SK온 전략담당은 "이번 계약을 통해 북미 배터리 공장에 리튬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양사는 상호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원소재 확보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SK온-레이크리소스 12일 SK온은 전날 호주 레이크 리소스 지분 10%를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총 23만t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