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첨단 패키징(후공정) 기술 개발이 중요해지면서 반도체 패키징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9일 시장조사기업 욜 그룹에 따르면 반도체 패키징 시장 규모는 올해 108억7000만달러에서 오는 2028년에는 257억7000만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반도체 수주가 늘면서 패키징 관련 인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반도체 생산은 크게 설계, 생산, 패키징 등으로 나뉜다. 패키징은 반도체가 탑재될 기기에 적합한 형태로 제작하는 공정으로 반도체 칩을 포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최근에는 단순 포장을 넘어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핵심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패키징 분야에 20억달러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집행한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실적 악화에도 18억달러에 달하는 패키징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 패키징 라인에서 HBM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늦어도 내년 3분기 중에 장비 셋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천안·온양 캠퍼스의 반도체 패키징 시설 현장을 둘러본 뒤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래 기술 투자에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처리 성능을 높인 메모리반도체다. 복수의 메모리가 단일 반도체인 것처럼 된 반(半) 패키징 제품이다. 전 세계 HBM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 11억달러에서 오는 2027년 51억7700만달러으로 연평균 36% 넘는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청주에서 운영 중인 M15 공장을 확장해 낸드플래시와 더불어 D램 HBM 생산라인을 탑재하기로 했다. 이천 공장 등에서 공수한 D램을 이곳에서 패키징해 HBM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어 SK하이닉스는 미국에 150억달러 규모의 첨단 패키징 및 연구개발(R&D) 시설 건립을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나섰다. 또 SK의 반도체 소재 계열사 SKC는 지난 4일 반도체 칩세트의 전기적 특성 검사에 사용하는 테스트용 소켓을 생산하는 ISC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SKC는 이번 투자를 통해 반도체 패키징 사업 확장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패키징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양사 모두 하반기 신입 사원 모집 분야에 패키지 개발을 포함했다.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사업팀에 대한 채용 분야를 3개에서 6개로 늘렸다. △반도체공정기술 △패키지 개발 △설비기술만 있었지만 하반기 채용에는 △평가 및 분석 △생산관리 △S·W개발이 추가됐다.SK하이닉스는 신입사원 모집에 이어 사내 커리어 성장 프로그램(CGP)을 통해 패키징 관련 부서에 인력을 재배치하고 나섰다.첨단 패키징 기술을 향한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는 미국 현지에 첨단 패키징 공장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인텔은 반도체 패키징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오는 2030년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기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플라스틱 소재의 기판을 사용했지만 점차 패키징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여러 한계가 발생하자 유리 기판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다. 인텔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 소재 반도체 생산 시설에 현재까지 10억달러를 투자해 유리 기판을 개발하고 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