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LG가(家)의 세 모녀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를 세 모녀(김영식 여사·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 씨)에게 공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5일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박태일)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참석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이 생전 전체 경영재산을 구광모 회장에게 넘기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를 토대로 구 전 선대회장의 서명을 받은 메모를 원고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쟁점 중 하나인 구 선대회장의 ‘유언장’에 관련해서도 하범종 사장은 "유언장은 없었다"며 "세 모녀에게 유언장이라는 표현을 쓴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구 전 회장의 메모를 참고해 하 사장은 세 차례 피고 구광모 회장과 원고 측이 상속재산협의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하 사장은 "당초 유지대로라면 모두 구 대표에게 주식 등 경영 재산이 상속돼야 하지만 원고측이 아쉬움을 표해 이를 수정했다"며 상속 협의 과정에서도 충분한 동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구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총 2조원 규모로, 협의를 통해 구 회장은 구 선대회장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김 여사와 두 자녀는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해당 메모는 지난 2020년 초 상속조사를 마치고 파쇄됐다. 하 사장은 "해당 메모가 법률적으로 유효한 유언장도 아니고 상속조사가 끝나면 서류를 폐기하는 부서 방안에 따라 이를 파쇄했다"고 부연했다.
구연수 씨가 배제됐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하 사장은 "김영식 여사가 구연수 씨에게 전달하겠다고 얘기했고, 그림에 대해서도 구연수도 알고 협의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원고 측의 ‘녹취록’도 쟁점이 됐다. 구 회장 측 변호인단은 "원고들이 증인의 녹취를 하면서 반복된 질문에 지쳐 답변을 흐리면 자신들이 유리하게 일부만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고 측은 이날 피고 측 신문 과정에서 오늘 처음 보는 많은 증거가 제시됐기 때문에 반대 신문이 어렵다고 판단, 같은 증인으로 다음 기일을 지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다음달 16일 오후 2시30분에 2차 변론기일을 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