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현대차 로고.
국내 대표 기업인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가 '노조의 생떼'에 발목이 잡혀 있다.
두 회사의 올해 노사 임단협교섭이 결렬된 상태로, 노조는 파업 카드로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현대차 두 회사의 노사는 올해 임단협 교섭을 중단한 상태다. 노조가 사측에 수천만원대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한 게 대화 단절의 원인이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달 열린 10차 임금교섭 실패 이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영업이익 10%를 모두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3조4673억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임직원 성과급으로만 2조3500억원 가량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실현될 경우 1인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금액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전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개인별 성과 등을 연계해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해왔다. 올해 초에는 기본급 1500%의 PS와 격려금 차원의 자사주 30주를 지급했다.
현대차 상황도 비슷하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 제17차 교섭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했다. 이달 25일에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에 각종 수당 포함, 직군·직무별 수당 인상 또는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늘리고 주 4.5일제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해석한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3조2299억원이다. 조합원들은 4조원 가량을 자신들에게 분배하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양사 노조는 파업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한 이후 성명문을 통해 “지금부터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강경 투쟁의 최종 국면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8일 울산공장 내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은 양보와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사측이 끝내 조합원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하나 된 투쟁으로 반드시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용문 현대차 노조지부장(가운데)이 18일 노조사무실에서 올해 단체교섭 결렬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제는 SK하이닉스와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극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처지라는 점이다.
업계는 두 회사 실적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인건비에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할 경우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데다 파업에 따른 조업중단사태로 치다를 경우 회사는 물론 구성원 모두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다.
가뜩이나 미국에서 시작된 관세전쟁, 주요국 소비위축,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 등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에서 대외무역 악재들을 제거하고 극복하는데 쏟아야 할 기업 역량이 분산되고, 다양한 투자 재원 비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임직원 급여와 주식 현금 배당액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높게 책정하면서 R&D 비용은 21%밖에 늘리지 못했다.
SK하이닉스 임직원 급여는 성과급 지급 등 여파로 2023년 3779억5300만원에서 지난해 7394억3600만원으로 급등했다. 반면에 연구개발 총지출액은 2023년 3조6298억원에서 지난해 4조4723억원으로 21% 상승하는 데 그쳤다.
SK하이닉스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은 2023년 12.8%, 지난해 7.5%, 올해 상반기 7.6%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현대차 역시 같은 기간 2.4%, 2.6%, 2.4%를 기록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가 요구하는 올해 성과급 규모는 지난해 회사 전체 R&D 비용 지출액(4조9544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현대차 노조가 원하는 금액은 지난해 R&D 투자액(4조5894억2400만원)의 85%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