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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인정… 위협적인 中 메모리 성장세 대응해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이유로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구식)제품 공급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반도체 업계의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의 독주나 마찬가지였다.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 뿐만 아니라 레거시 제품도 삼성전자의 입지가 단단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의 레거시 시장 침투가 삼성전자의 실적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중국 레거시 제품의 공급이 실적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도 인정하기도 했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에 실적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의 레거시 메모리 시장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CXMT는 2016년 설립 이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급성장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CXMT의 월간 DRAM 생산능력은 2023년 말 12만 장에서 2024년 1분기 16만 장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 말에는 20만 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DRAM 생산의 약 11%를 차지하는 규모다. 기술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17nm, 18nm DDR4와 LPDDR4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18.5nm 공정의 DRAM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알려졌다. YMTC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YMTC는 최근 232층 QLC 3D NAND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약 2년으로 좁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YMTC 측은 자체 개발한 Xtacking 3.0 기술을 적용해 성능과 수율을 개선한 결과라고 자찬하고 있다. 최근 YMTC는 미국 수출규제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의 장비 공급업체들과 협력을 모색하다. 중국 업체의 약진으로 시장 점유율 변화도 뚜렷하다. 글로벌 리서치사인 호라이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약 17.67%에 달한다. 특히 CXMT의 경우 계획대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경우 글로벌 DRAM 시장의 15%까지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 기업들의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제고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빅펀드'로 알려진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레거시 제품이 주 품목인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업체는 HBM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중국을 향한 긴장감은 중장기적인 이슈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현재 상황의 타파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키워드는 '기술'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이번 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발표하며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첨단 제품에서의 기술 우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중국의 침투가 심해진 레거시 제품에서 최신 제품으로의 공정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1b D램(5세대 10나노급)의 생산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월 10만장 가량의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HBM이다. 아직은 삼성전자는 HBM 분야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이미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삼성전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중국 기업을 언급한 것은 일단 실적 변동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의도"라며 “또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적 조치를 촉구하는 의미도 읽힌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中시장 고전에도 ‘빅3’… 현대차, 신흥시장 발굴로 우뚝 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에서의 쓰라린 고전을 경험하고도 '글로벌 빅3' 자리를 수성하며 질주 중이다. 북미 시장 성공과 더불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신흥시장'서 선전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인도 IPO까지 준비하는 등 진정한 글로벌 톱티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2년 처음 연간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이후 올 상반기까지 도요타, 폭스바겐과 3강 체제를 견고히 지켜내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중 하나인 중국서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다. 현대차의 이러한 선전은 정의선 회장의 취임 이후 더 가속화됐다. 취임 4주년을 맡은 정 회장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혁신과 비전으로 전통적 사업영역과 신사업 간 합리적 균형을 추구하며 게임 체인저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 구매실장으로 회사에 입사해 영업지원사업부장, 국내영업본부장, 현대차·기아 사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20년 10월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정의선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의 위상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2년 처음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이후 '톱3'를 지속하고 있고,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 현대차∙기아는 창사 아래 처음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A를 획득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취임 후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야심차게 진출했던 중국 시장서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중국에 5곳에 달하는 공장을 운영했던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 지난해 충칭공장을 매각했고 연내 창저우 공장도 매각할 예정이다. 워낙 저렴한 중국의 강력한 내수 시장으로 인해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이에 현대차는 동남아 등 '신흥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동남아 시장은 일본이라는 절대강자가 있지만 아직 전동화가 덜 이뤄진데다 인력과 자원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혁신 거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설립하는 등 현지 진출에 적극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1~6월) 신차등록대수(1557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756대)와 비교해 106%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도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며 점유율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 현지 '배터리 셀 합작공장(HLI그린파워)'을 지난해 6월 완공해 신형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17년 탄콩그룹과 현지에 생산 합작법인(HTMV)을 설립한 데 이어 2022년 9월에는 HTMV 2공장을 준공하며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존 아이오닉5, 팰리세이드 등에 이어 지난달 '5세대 싼타페'까지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더불어 현대차는 최근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도 노리고 있다.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로, 세계 주요 투자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현지 사업을 더 늘리고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자금을 집중해 세계 3대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현대차 인도법인 IPO는 신주 발행 없이 구주매출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 규모는 2785억6000만루피(약 4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지 맞춤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고 공장 자동화를 통한 생산 물량 증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본격 금리 인하 스타트···‘빚쟁이’ 항공·해운·조선사 숨통 틔인다

올해 연말까지 본격적인 금리 인하 시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고금리와 그로 인한 시장 위축에 대기업들도 금융비용(이자) 지출이 심각했으나 차츰 부담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권 가운데서는 구조적으로 부채 규모가 컸던 항공과 해운, 조선 산업의 수익성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산업권에 따르면 올해 진행되는 금리 인하 흐름은 부채 규모가 큰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관측된다. 빚이 많은 기업이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하향 조정을 단행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올해 연말까지 한은이 추가로 0.25%p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3.5% 수준을 유지해왔던 기준금리가 내년에는 3%로 50bp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구조적으로 부채를 쌓아놓고 사업을 영위했던 특수한 산업권의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로 인해 산업권에서는 부채가 많은 일부 기업들이 한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 특히 그 중 첫 번째로 꼽히는 부문이 바로 항공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금리가 50bp 인하되면 대한항공은 236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05억원의 이자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부채 규모가 작은 저비용 항공사(LCC)들도 각각 10억원 안팎의 이자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와 함께 해운사에게도 호재로 분석된다. 실제 금리가 50bp 인하되면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각각 99억원과 78억원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HMM도 52억원 가량 이자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들 기업은 자본 대비 대규모 기체·선대를 확보하기 위해 특유의 운용·금융리스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기에 금리 변동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도 자가 항공기 자산(1조146억원)보다 리스 항공기 자산(2조2463억원)이 두 배 넘게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항공 산업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해운 산업도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해운사 역시 수억원이 넘는 선박을 구매할 때 금융리스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때문에 금리 인상된다면 오히려 타격을 받지만 금리 인하 시기에는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최근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조선 산업도 이자 부담이 줄어 수익성을 더욱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50bp 인하 시 한화오션은 67억원, HD현대중공업은 43억원, 삼성중공업은 13억원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발생하는 덕이다. 조선 산업은 계약을 수주하고서 2~3년 이후 선박을 인도한 다음에야 제대로 수익이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전에 계약금 등을 지급받기는 하나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미래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조선사는 대규모 부채를 짊어지고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구조다. 산업권에서는 이들 이외에도 호텔·유통 산업 등도 이자 부담이 줄어 수익성을 다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자 부담 경감 효과도 중요하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회복 시기에 각 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승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기업의 재무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그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된다면 이는 경기 침체 요인에 의한 결정일 가능성이 높아 금융비용 부담보다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SKT ‘T전화’, AI로 더 똑똑해진다…‘에이닷 전화’로 리브랜딩

SK텔레콤이 자사 통화 애플리케이션(앱) T전화에 에이닷(A.)을 탑재해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다. 기존 '에이닷' 앱에서 제공하던 통화녹음·요약 등 기능을 '에이닷 전화' 앱으로 분리해 고객 이용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SKT는 14일 T전화에 AI 기능을 추가한 '에이닷 전화'로 서비스 명칭·아이콘 등 브랜드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AI 비서가 스팸·피싱을 탐지하고, 전화 내용을 분석해 일정을 상기시키는 등 대화 의도와 맥락에 따라 최적화된 정보를 추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기존 '에이닷' 앱에서 제공하던 통화녹음·요약 등 기능을 '에이닷 전화' 앱으로 옮긴다는 방침이다. AI 예측 기능은 어디서 온 전화인지 미리 알려주고, 대화 팁으로 다음에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제안한다. 대화 현황을 통해선 최근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을 정리해 보여준다. 신고된 번호는 물론 신고되지 않은 최신 스팸 및 보이스피싱 의심 번호도 AI가 실시간으로 탐지해 알려주고 차단해 주는 스팸·피싱 탐지 기능도 갖췄다. 또한 통화 데이터가 축적된 업체의 특성을 분석해 통화 연결이 잘되는 시간을 제안해 업체별 특성에 맞는 태그, 인기 순위, 고객 분포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AI 업체 정보' 기능도 추가됐다. 에이닷 탭에서는 통화할 상대방을 추천해주고, 요약된 통화의 주요 내용과 일정을 상기시켜 주는 등 상황에 맞는 AI 기능들을 추천해 실제 비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통화 녹음은 물론 녹음된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AI가 핵심 내용을 정리해주는 통화요약 기능도 제공한다. 통화 녹음 기능은 무제한이나, 통화요약 기능은 매월 30건을 기본 제공한다. SKT는 추가로 통화 요약 횟수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 혜택을 일정 기간 제공할 예정이다. 에이닷 앱에서만 제공하던 통역콜 기능도 에이닷 전화에 추가됐다. 통화 참여자가 말을 하면 실시간 동시통역으로 상대 언어로 번역한 문장이 송출된다. 지원하는 언어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다. 기존 T전화에 탑재됐던 음성인식 기반 AI 서비스 '누구(NUGU)'보다 개인 비서 기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최신 AI 기술이 적용돼 보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발전됐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반 음성통화(HD Voice)의 높은 통화 품질과 함께 향상된 AI 기능을 제공한다. 아이폰에선 에이닷 전화 앱을 실행하면 에이닷 앱을 통해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조현덕 SKT AI커뮤니케이션 담당은 “T전화에 AI 기능을 더함으로써 전화 기능을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전화 본연의 경쟁력을 AI로 강화하고, 통신 서비스에서 전화 통화 전/중/후를 관리해주는 AI 개인비서 서비스 경험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승무원이 음주 서비스를?…항공사 안전 과징금, 5년 간 138억원

지난 5년 새 국적 항공사들이 안전 운항 관련 법규를 위반해 항공 당국으로부터 14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안전법상 국적사 과징금 처분 현황'을 제출받았다. 이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8개 국적 항공사가 항공안전법 등을 어긴 건수는 40회에 달하고, 국토부는 해당 회사들에 과징금 138억원을 부과했다.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 9회, 제주항공·티웨이항공 각 7회, 이스타항공 6회, 아시아나항공 5회, 진에어 3회, 에어부산 2회, 에어서울 1회로 집계됐다. 해당 항공사들의 사건을 살펴보면 객실 승무원 음주 적발, 항공기 날개 일부 손상된 채 운항, 브레이크 냉각 시간 미준수 등 다양한 사유가 있다. 합산 과징금 액수는 제주항공이 37억38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스타항공(28억6000만원) △티웨이항공(24억3900만원) △대한항공(16억2000만원) △아시아나항공(15억5400만원) △진에어(13억5900만원) △에어서울(2억1000만원) △에어부산(2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단일 건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는 2019년 8월 이스타항공(16억5000만원)으로, 비행 전·후 점검 주기 정비 규정을 지키지 않고 총 10편의 항공기를 운항한 것이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지난해 초 3년 만의 재운항에 나선 이후에는 국토부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없다. 연도별 국적사 총 과징금 액수는 2019년 57억원에서 지난해 7억5000만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24억1500만원으로 재차 늘었다. 티웨이항공이 지난 8월에 받은 총 5건, 20억500만원의 과징금이 대부분이다. 티웨이항공은 미인증 부품 사용 12억원, 비행 전·후 항공기 점검 미수행 4억원 등으로 과징금을 물게 됐다. 안태준 의원은 “국내 항공사들이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 법령을 어겨 승객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항공사들은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국토부는 이를 면밀히 관리·감독해 소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고려아연 “MBK·영풍, 지분 헐값 인수 노린 것…공개매수는 거들 뿐”

고려아연이 지분 공개매수 종료를 하루 앞두고 MBK파트너스와 영풍을 비판했다. 공개매수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을 헐값에 인수하기 위한 행보였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MBK와 영풍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회사 발전과 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 입장과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오로지 자기주식 공개매수 방해에만 몰두하며 허위사실 수준의 재무적 위협과 재판에 대한 자의적인 전망만 강변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주당 66만원으로 공개매수를 시작하며 고려아연의 가치와 프리미엄이 충분히 반영돼 증액이 없을 것이라고 해놓고 75만원으로 올린 데 이어 83만원으로 증액한 점도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은행과 증권사 등이 2조7000억원을 신용대출·담보대출로 제공한 것을 들어 재무적 건전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주당 89만원에 20%를 전량 매수하고 소각하는 경우에도 부채비율이 78%(연결기준 91%)에 머문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견조한 실적을 힘입어 신속하게 상환하겠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은 “법원이 이미 내린 가처분 결정 등 재판은 그 결과와 과정 모두 존중 받아야 한다"며 “심문 기일조차 지나지 않은 재판에 대해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예단하고, 승소 운운하며 마치 회사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주장을 유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2차가처분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MBK와 영풍 측의 1차 가처분을 기각하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허용했던 재판부라는 것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의 입장문에 따르면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1주만 청약 받아도 영풍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을 헐값에 가져갈 수 있다"며 83만원으로 증액하며 최소 물량을 없앤 것을 이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같은 행보는 자본시장의 근간과 공개매수 제도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태"라며 “공개매수 제도가 대주주의 지분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엄중한 규제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공개매수를 통해 1주만 취득해도 대주주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수할 수 있다면 MBK가 굳이 공개매수를 통해 주식을 취득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 및 그 경영진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로 초래된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주주와 투자자들을 향해 “잘못된 주장에 현혹되지 마시고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참여해 회사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삼성전자 피폭 사고’ 국감 거치며 다시 도마 위에

지난 5월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방사선 피폭 사고가 최근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공론화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고의 핵심 쟁점은 중대재해 해당 여부인데, 고용노동부가 최근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며 향후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대재해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삼성전자는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중재해처벌법에 따라 삼성전자 경영진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삼성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현재 이 사안의 핵심은 해당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고용노동부 이에 대해 의학·법률 자문을 거쳐 중대재해로 내부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6개월 이상의 치료 필요성과 2명 이상의 피해자 발생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이 사고로 인한 피해가 '재해'인지 '질병'인지에 대한 해석에서 결국 재해로 판단했다는 의미이다. 다만 다양한 해석과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라 삼성전자와 법적인 공방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이번 '피폭 사고' 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피해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은 이를 명백한 '부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국정감사장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및 산하기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태양 삼성전자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이번 사고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했으나, 부상과 질병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은 피했다. 윤 부사장은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을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번 사고로 발생한 화상이 부상인지 질병인지를 묻는 질의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질병과 부상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어 그 부분은 관련된 법령의 해석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로 인정될 경우, 삼성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한 기흥사업장은 DS(Device Solution) 부문이다. 중재대해가 인정되면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전반적인 안전 관리 체계와 정책까지 책임질 대상으로 본다면 대표인 한종희 부회장(DX(Device eXperience)부문장)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로 인정되면 삼성전자의 경영과 운영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 이미지 손상, 주가 하락, 투자자들의 신뢰도 저하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또한 안전관리 시스템 전면 개선, 관련 부서 책임자 교체 등 내부적인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의 심각성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피해 노동자 중 한 명의 피폭 정도는 기준치의 최대 188배에 달했다. 외부에서는 이번 사고를 '부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 노무업계 관계자는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돼 발생하는 백혈병이나 암은 질병이 맞지만, 일회성 외상이나 외래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 재해는 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입장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현창·박규빈 기자 khc@ekn.kr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안 올린 MBK·영풍, 사법 리스크 자신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 종료일까지 가격을 83만원에서 추가 인상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분쟁 상대방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과 전혀 다른 전략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책임을 최 회장 측에 떠넘기고 그간 다소 불리했던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상대측의 법적 리스크를 부각시켜 지분 확보 싸움에서도 승리하겠다는 속내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13일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 인상에 대해 “지난 9일 밝힌 입장에서 변화는 없다"고 답변했다. 앞서 MBK는 “우리가 제시한 고려아연 주당 83만원은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라며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최 회장 측은 11일 기존 83만원이었던 자사주 공개 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MBK·영풍 측이 최 회장과 동일한 가격으로 맞춰가기 위해 추가 인상을 고려했음에도 기존 가격을 고수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MBK·영풍의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시장 안팎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너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최 회장 측에 넘기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책임이 최 회장 측에 있다는 점을 지적해 그동안 다소 불리했던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한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이날 이 원장은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MBK·영풍 측은 기존의 가격을 고수하면서 법정 다툼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가져가기로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의 출혈 경쟁보다는 사법 영역에서의 승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MBK·영풍은 2일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심문기일은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이기 때문에 중지돼야 한다는 게 이번 가처분의 골자다. MBK-영풍은 지난달 13일에도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기각된 바 있는데, 이번 2차 가처분과는 별개의 건이다. 1차 가처분의 쟁점이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자인 영풍과의 특별관계를 해소하고 별도의 주식 매수를 할 자격이 있느냐'였다면, 2차 가처분에서는 '고려아연이 시세보다 높은 주당 83만·89만원에 자사주를 공개매수하는 것이 배임인지' 여부를 따진다. 마지막으로 업계에서는 MBK·영풍이 14일 공개매수 종료일 상대방인 최 회장 측의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부각시켜 지분도 최대한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가처분 결과가 MBK·영풍의 손을 들어준다면 기존 주주들은 고려아연에 주식을 매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14일 종료되는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확산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MBK·영풍 측은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고려아연은 2조7000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되는데, 그 대가로 회사가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대규모 차입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인해 고려아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단독] 국토부, 대한항공과 갈등 있던 ‘항공회’ 살리기 가닥

국토교통부가 국내 최고(最古) 항공 관련 단체인 '사단법인 대한민국항공회(이하 항공회)' 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공 레저 산업계 활성화가 기대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합병발 지각 변동에 따라 높아질 국내 항공업계의 위상을 고려한 시설 확충과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 종합 결과 국토부는 내년 항공 관련 행사 용역을 항공회에 발주하는 방식으로 재정 지원 논의를 이어가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회는 1945년 설립돼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항공 관련 단체로, △한국열기구협회 △한국모형항공협회 △한국모터페러협회 △한국소아링협회 △한국스카이다이빙협회 △한국여성항공협회 △대한민국행글라이딩협회 △패러글라이딩분과 △경량항공분과 등 9개 아마추어 가맹 단체·분과를 산하에 두고 있다. 항공회는 '항공 레저 페스타(옛 항공 레저 스포츠 제전)'를 매년 한서대학교·울진 비행장 등에서 개최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재정 고갈과 리더십의 부재탓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형편으로, 올해부터는 한국항공대학교 활주로 축제의 하위 행사로 항공 레저 페스타를 진행한다. 이곳이 재정난에 빠지게 된 이유는 든든한 서포터였던 대한항공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앞서 2008년 항공회 집행부는 대한항공에 후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항공회에 연 10억원 이상 출연해왔다. 그럼에도 내·외부 인사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은 2019년 1월22일 입장문을 내고 “초대 회장과 사무처장은 각각 대한항공 부사장·전무 출신이었는데 이후 전무와 상무로 단체의 격이 낮아지고 있다"며 “항공회 간부들은 자신들의 지인들로만 이사회를 구성해 타 항공사와의 관계를 단절시키며 사실상 계열사화에만 몰두해 대한항공 퇴직 임원들의 철밥통으로 만들고 있다"며 지도부 총 사퇴를 촉구했다. '지원하되 간섭 말라'는 요구 때문에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소위 '쩐주'인 대한항공이 사실상 손절에 나서자 지원이 뚝 끊겼다. 실제 대한항공 연도별 지속 가능성 보고서 중 협회 가입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까지는 항공회가 명시돼있었지만 2021년도판부터는 빠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운영비가 바닥난 항공회는 직원 급여 지급 불능 상태에 빠졌고, 현재는 서울 중구 봉래동 1가 사무실에 행정 담당 여직원 1명만 출근하고 있고 인터넷 홈페이지는 간신히 유지한다는 전언이다. 이에 항공회 측은 백방으로 지원해줄 곳을 수소문하고 다녔고, 이같은 사정을 청취한 업계 내 유력한 관계자들이 국토부 전직 차관·현직 항공정책실장 등과 회동하고 설득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긍정적인 검토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항공회 관계자들은 “올해는 예산 축소 기조에 따라 국토부가 반영해주지는 못했지만 내년 이후를 언급했다"고 말해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편 국토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국제 항공 운송 사업용으로 등록된 항공기 수는 404대로 파악된다. 운항 노선도 새로이 생겨나고 있고 기재 가동률도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또한 이달 중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어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출범 등 76년 대한민국 민항 역사상 격변의 시기 도래가 예고돼있다. 하지만 항공회와 한국항공협회(KCA)는 존재감이 없고 역할이 부족해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한 켠에 세들어 사는 신세다. 건설·해운·철도업계가 협회는 물론, 자체 회관도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토부는 항공 교육 훈련 센터 설립과 운영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항공 단체들의 기능을 강화하고 관계 당국·항공사·공항공사·연구 기관·학계가 공동 참여하는 '항공 협력 기구' 설립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협회는 한국공항공사(KAC) 사장이 회장직을 맡아 공항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국내 항공사들도 일부만 정회원·특별 회원으로 가입해 모두의 이해 관계를 대변해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글로벌 항공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항공회관'을 건립하고 산·관·학이 참여하는 허브 기구도 조직해 저변을 다져나가는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D-30’ 지스타, 게임대상도 성큼…수상 영예 어디로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4'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 게임대상 수상작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와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를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세 작품 모두 글로벌 성과가 우수한 가운데 장단점이 뚜렷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오는 15일부터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수상작 선정에 들어간다. 올해로 29회를 맞은 이 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국내 최고 권위 게임 시상식으로, 지스타를 하루 앞둔 11월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된다. 시상은 본상(대상·최우수상·우수상·기술창작상), 인기게임상, 인디게임상 등 총 13개 부문에서 이뤄진다. 심사 기준은 △작품성(그래픽·스토리, 40%) △창작성(신규 지식재산권(IP) 개발·독창성, 30%) △대중성(일간 이용자 수·판매량, 30%)이다. 1차 심사 후 2차에서 심사위원회 심사 60%, 대국민 투표 20%, 전문가 투표 20%를 총합해 수상작을 결정한다. 지난해에는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대상,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퍼디)와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스블)가 가장 유력한 대상 후보로 언급된다. 퍼디는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고품질 그래픽과 내러티브 완성도 및 다양한 플랫폼 지원 등이 특징이다. 지난 7월 출시 직후 PC 게임 플랫폼 스팀 매출 1위, 최대 플레이 5위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마이너한 장르로 분류되던 루트슈터 장르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게임은 지난 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2024 하반기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되며 수상작 후보로 자동 등록됐다. 하지만 콘텐츠가 소진되며 라이브 서비스 동시 접속자 수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1일 기준 스팀 기준 최대 동접자 수는 3만5000명대로 집계됐다. 출시 직후 최대 26만명을 기록했음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스블은 창작성 측면에서 고득점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려한 전투 액션과 캐릭터 디자인, 고퀄리티 그래픽, 스토리 등 비주얼·게임성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출시 직후 미국·영국·캐나다·일본 등 8개국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약 두 달 만에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세워 글로벌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임 평론 웹사이트 '메타크리틱' 유저 스코어 9.3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플레이스테이션(PS5) 단일 플랫폼으로 출시된 탓에 대중성 측면에선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넷마블의 나혼렙은 다크호스로 꼽힌다. 국내 웹툰을 게임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기록한 유일 사례란 점이 강점이다. 5월 글로벌 174개국에서 정식 출시돼 글로벌 141개국 다운로드 1위, 21개국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3D 애니메이션 아트 스타일, 핵 앤 슬래시 게임플레이, 내러티브 요소 등 원작에 액션성을 더해 재해석한 게임성으로 호평을 얻었다. 조현래 콘진원장 또한 지난 7월 'K포럼'에서 이같은 성과에 주목, IP 확장의 대표 사례로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역으로 창작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창작성 지표에는 신규 IP 개발이 포함되는데, 외부 웹툰 IP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참신성을 얼마나 어필하는지가 수상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올해 게임대상 수상작 예측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올해 시장 추세가 플랫폼 다변화로 모인 만큼 특정 플랫폼 개발작이 수상할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력 후보로 꼽히는 작품들의 장르가 모두 다르다는 점은 올해 게임시장의 핵심 키워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각자의 장점과 경쟁력을 어떻게 강조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준비 및 발표력 등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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