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이찬우

lcw@ekn.kr

이찬우기자 기사모음




한국지엠, 자산 매각에 철수설 재부상…‘관세 후폭풍’ 현실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29 15:21

9개 서비스센터·부평공장 일부 매각
심각한 수출 위기에 ‘철수설’ 솔솔
美GM, 현지 엔진 공장 1.2조원 투자
한국 정부와 협상이 유일한 ‘희망’

쉐보레

▲쉐보레 2025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한국지엠이 결국 구조조정에 나섰다. 서비스센터와 유휴자산 등 매각을 공식 발표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모그룹인 미국 GM 본사가 현지 엔진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까지 밝히면서 한국지엠의 철수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 일부 유휴 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지엠은 이번 자산 매각이 '운영 효율화'와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한국사업장 사장은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센터 운영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각 대상은 서울, 동서울, 인천, 대전, 원주, 전주, 광주, 창원, 부산 등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의 일부 유휴 시설 및 토지다. 한국지엠은 기존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고객 지원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직영 센터 직원은 전환 배치해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심각한 수출 위기에 '철수설' 솔솔

그러나 업계 및 협력업체들은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니라 '철수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미 2019년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의 전례가 있고 GM본사가 해외에서 수익성 악화 시 철수를 결정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GM은 과거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유럽, 인도 등에서 수익성 악화 시 현지 공장 매각·철수를 단행한 바 있다.


한국지엠은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로 수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지엠은 전체 판매의 85%를 미국 수출하고 있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인데 이번 관세로 예전 같은 판매량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더불어 수출을 제외하면 한국시장서 1분기에 5000대도 팔지 못하는 '내수 꼴찌' 처지이기에 한국지엠의 상황은 더욱 위태롭다.


GM 본사, 현지 투자 확대…비용 감축 불가피

특히 이번 자산 매각 결정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모기업 GM의 현지 위주 움직임 때문이다.


GM은 미국 뉴욕주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6세대 V8 가솔린 엔진 생산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원래 전기차 모터 생산에 4000억원을 투자하려던 계획을 접고 내연기관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에 대규모 투자를 위해 자산 매각이 필요한데 그 대상이 한국지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GM은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기조에 대응해 현지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GM은 전체 생산량의 85~90%를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라 관세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비용 감축과 자산 매각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지엠이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2조원에 달한다. 공시지가보다 실제 시세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조원대 보유 토지를 매각할 여지도 있다.


한국 정부와 협상이 유일한 '희망'

다만 아직까지 한국지엠은 당장 철수보단 정부와 협상을 우선시할 전망이다. GM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정부와 협상 끝에 8100억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고 10년간 사업 유지 약속을 한 전례가 있다. 이 약속은 2028년에 만료된다.


이번에도 GM이 철수설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한국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GM은 “관세가 장기화하면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지엠이 철수할 경우, 1만1000명의 직접 고용과 3000여 협력사, 14만명에 달하는 연관 근로자 등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사실상 미국을 위한 공장인데, 관세로 존재 가치가 희석되면서 철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