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장하준 교수가 신간 도서 ‘경제학 레시피’를 펴냈다. 제목 그대로 음식과 경제 이야기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여기에 역사, 정치, 사회, 과학 등 풍성한 재료를 버무려 냈다. 저자는 책에서 마늘, 초콜릿 들 18가지 재료를 다룬다. 음식을 소재 삼아 경제와 관련한 각종 편견과 오해를 깨뜨리면서 ‘다 함께 더 잘사’는 메시지를 전달한다.천혜의 풍부한 자원과 게으름을 동시에 상징하는 코코넛 이야기로는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진짜 원인과 해결책을 알려 준다. 어찌보면 징그러운 곤충인데 새우만은 유독 즐기는 음식 취향도 날카롭게 다룬다. 한때 경제적 새우였던 영국,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이 어떻게 세계 경제의 고래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캘리포니아의 거대한 딸기 농장과 딸기 수확 이야기로는 이민 노동자 문제와 로봇, 인공 지능 등으로 인한 일자리 불안을 불식시키고 희망찬 비전을 제시한다.흔한 도토리에서 최고급 햄이 탄생한다는 얘기, 미국인은 멸치 소스가 들어간 칵테일을 즐긴다는 사실, 당근은 원래 주황색이 아니었다는 것, 콘비프 통조림에는 옥수수가 안 들어 있다는 진실, 바나나는 원래 노예선과 노예 플랜테이션의 주식이었다는 역사 등을 다룬다.패션 브랜드 ‘바나나 리퍼블릭’에는 대학살 사건의 어두운 역사가 숨어 있으며, 처음 출시된 초콜릿 바는 밀크 초콜릿이 아니라 다크 초콜릿이었다는 상식도 읽을 수 있다.1부에서 저자는 경제 발전과 관련한 뿌리 깊은 고정 관념(편견 또는 오해)를 깨뜨린다. 문화와 경제적 자유와 근로 윤리는 경제 성장과 별 상관이 없으며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생산성의 차이에 있음을 깨우쳐 준다. 이어 2~4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전 세계가 더 번영하고, 모든 사람이 더불어 잘살 수 있는지 방법과 대안을 알려 준다. 마지막 5부에서는 기후 변화, 유한 책임 제도, 자동화와 일자리, 탈산업 사회 담론을 통해 미래를 전망하고 희망의 비전을 제시한다.저자는 이 책 전반에서 자유 시장, 자유 무역 주창자들이 자본주의를 옹호할 때 내세우는 ‘자유’의 의미를 날카롭게 짚는다. 저자에 따르면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는 매우 좁은 경제적 자유, 특히 자산 소유자(지주와 자본가)의 그것을 의미한다. 정치·사회적 자유나 노동자 등 다른 사람들과 충돌하면 주저 없이 경제적 자유를 우선시하고 다른 것들은 무시하거나 반생산적이라고 비판한다.미끈둥거리는 식감의 오크라가 모든 요리를 잘 융합하는 재료이듯이 자본주의가 더 인간적으로 발전하려면 우리가 이런 자유의 개념을 잘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 150여년간 민주 헌법, 인권법, 노예 제도 철폐, 복지 제도 등으로 해 온 것처럼 자산 소유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적절히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목소리다.저자는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은 부실한 사회 체제와 테크놀로지로 인한 낮은 생산성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답은 산업화, 특히 제조업 육성과 기술 혁신, 그리고 집단적 기업가 정신이다. 저자는 멸치를 먹는 새들의 배설물인 구아노 덕분에 호황을 누렸던 페루 경제가 인공 비료 기술 출현으로 몰락한 사례처럼 1차 상품 의존은 한계가 뚜렷하므로 산업화(기술 혁신과 제조업 발달)가 경제 발전의 기본 요건이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이를 무시하는 최근 풍조에 일침을 가한다.저자는 현대 경제의 미래를 전망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대영제국 건설의 토대인 강력한 해군을 낳은 라임 이야기로 기후 변화 대책을 논하고, 향신료 무역으로 탄생한 현대적 기업(유한 책임 회사, 주식회사)이 이제는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주주 이익 우선주의와 투기성 투자가 판치는 ‘금융화 시대’에 맞서 변화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캘리포니아 딸기 수확 이야기로는 자동화와 일자리를 둘러싼 우려를 해소한다.책은 팍팍한 살림살이와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대안과 비전을 선물하는 필수 경제 안내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제목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저자 : 장하준, 김희정 옮김발행처 : 부키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