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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원전 합의문 유출, 배후는?…산업부·한수원 논란 확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9 14:02

비공개 합의에도 공개되며 유출 경위와 배경에 정치적 의도 등 의혹 증폭

산업부·한수원·한전 고위직이나 전직 용산 근무자 가운데 최근 전향한 인물 등 의심

“호구 계약” vs “사실관계 확정 어려워, 의도적 유출”

원전업계 “수출 위해 불가피 했던 점도 있어, 무작정 비판보다 발전 기회로 삼아야”

웨스팅하우스 관련 불공정 계약 논란 요약

웨스팅하우스 관련 불공정 계약 논란 요약


한전•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WEC)가 체결한 지재권 관련 비공개 합의문 일부가 외부로 흘러나오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주요 언론이 앞다퉈 이를 보도했지만, 해당 문건이 애초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입수 경위를 둘러싸고 정치적 배경 논란까지 가열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로열티 지급 의무를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며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합의가 “에너지 주권을 훼손할 수 있는 굴욕적 협약"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체코 원전 계약을 앞두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초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2년여에 걸친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양 측은 합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한수원이 체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일부를 웨스팅하우스에 넘겨주기로 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최근 이 계약을 두고 '국익을 내준 불평등 계약'이라고 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일부 언론은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몫이 크게 줄고, SMR(소형모듈원전) 기술까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협정"이라고까지 규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모두 해당 보도와 합의 문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원자력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서 전체가 공개되지 않는 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반론과 “권력투쟁과 연계된 의도적 유출"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 시절 체결된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공사와 미국 웨스팅하우스(WEC) 간 협정을 두고 “국익을 내준 불평등 계약"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언론은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몫이 크게 줄고, SMR(소형모듈원전) 기술까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협정"이라고까지 규정했다.


원전 업계 “정치적 프레임 자제해야...한국 원전 산업계 신뢰 저해"

한미원전협정 관련 주요 쟁점

한미원전협정 관련 주요 쟁점

다만 전문가들은 정치적 관점이 아닌 산업적 현실에서 협정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으니 잘못된 계약'이라는 접근은 협정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을 특정 정권의 성과나 실패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는 지적이 크다. 원전 수출은 수십 년 단위로 진행되는 국가 전략 사업이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산업 생태계와 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협정의 장단점을 냉정히 평가할 필요는 있지만, 특정 정부가 했으니 무조건 '호구 계약'이라고 보는 건 위험하다"며 “체코, 사우디 등 국제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치적 프레임은 산업계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원전 수출은 단순히 공급자와 수요자 간 계약이 아니다. 특히 미국은 원자력 기술에 대한 철저한 수출통제 체계를 갖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선 필연적으로 미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원전업계 “탈원전 논란으로 WEC 인수 기회 놓친 게 근본 원인, 발전계기 삼아야"

한 에너지 전문가는 “미국이 기술 검증을 거치지 않은 원전 수출을 용인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며 “WEC와의 협정은 수출길을 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이를 단순히 '굴욕 계약'으로만 보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정에서 한수원·한전이 WEC에 지급하기로 한 기자재 구매 비용과 기술 사용료를 두고 '과도한 양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원전 건설 비용 구조를 세분화해 보면, 전체 사업비의 대부분은 토목·건축·운영비용이며 핵심 기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또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WEC는 여전히 주요 기술·연료 공급권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모든 영역을 차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즉, 협정은 실질적인 수출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대가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원전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논란이 과도하게 정치적 프레임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만 아니었어도 두산이 웨스팅하우스(WEC)를 인수하는 등 기회가 많았다"며 “그때 스스로 기회를 놓치고 이제 와서 굴욕이니 뭐니 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수원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기사화 가능성이 제기돼 내부적으로 대비해 왔다. 이번 논란을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원전 기술과 함께 문화·산업의 동반 수출이 가능하다면 오히려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합의문이 외부 유출 경위에 정치적 배경 의혹 증폭

한편 이번 합의문이 외부로 흘러나간 경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업계에선 비공개 합의문이 유출된 것을 두고 양국 당사자들 간 신뢰 문제 등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차기 한수원 사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 혹은 특정 인사를 견제하려는 정치권 인사가 제보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원자력계 전문가는 “협상 과정 전반을 잘 아는 내부자가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수원·한전 고위직이나 전직 용산 근무자 가운데 최근 전향한 인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합의문에는 한수원 사장 등 주요 인사가 직접 거론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권력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WEC와의 협정은 분명 한국 기업에 불리한 조항이 포함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국제 규제와 시장 구조 속에서 수출 기회를 열기 위한 불가피한 조건이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정권 책임론이 아니라, 향후 협정 조항을 어떻게 보완·활용하며 한국 원전 생태계의 경쟁력을 유지할지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수원·한전-웨스팅하우스 분쟁 일지

한수원·한전-웨스팅하우스 분쟁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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