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기준) 결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평행선을 달리며 난항을 겪자 최저임금 이슈에 가장 민감한 중소기업계가 ‘인상은 절대 안된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중소기업중앙회는 3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최저임금 결정이 기업 생존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달라며 ‘인상 동결’을 재차 호소했다. 이날 발표장에 참석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15개 업종별 협동조합·협회 대표들은 이미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동결 수준의 결정을 촉구했다. 은종목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물가상승은 근로자 생활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큰 어려움을 준다"고 토로했고, 송유경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수퍼마켓·편의점 등 서비스업의 경우 높은 최저임금 부담으로 영업시간 축소 등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018~2022년 최저임금 결정액 및 자영업자 수 추이 구분 / 연도20182019202020212022최저임금(시급)7530원8350원8590원8720원9160원최저임금 인상률(전년대비)16.4%10.9%2.9%1.5%5.0%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165만1000명153만8000명137만2000명130만7000명136만5000명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398만7000명406만8000명415만9000명420만6000명426만7000명자료:중소기업중앙회·통계청 4일 제10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측이 올해보다 26.9% 높은 1만2210원, 사용자위원측이 올해와 같은 9620원의 최초요구안을 고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김준영 근로자위원(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구속·해촉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결국, 공익위원에 의한 ‘산식에 따른 중재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재의 위원회 분위기다. 앞서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러한 산식(경제성장률 전망치+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취업자 증가율 전망치)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기준 1만81원 안팎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망했다.그러나, 노동계는 물가상승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한 만큼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상승 등 물가상승의 악순환만 가져온다며 인상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특히, 중소기업의 수용한도를 넘어선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감소로 이어져 결국 근로자에게 손해라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중기중앙회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소득주도성장’에 따라 최저임금이 대폭 올랐던 2018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65만1000명에서 136만5000명으로 28만6000명 감소한데 반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398만7000명에서 426만7000명으로 28만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동안 주당 근로시간 15시간 이상인 근로자 수는 감소한 반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 수는 110만명에서 157만명으로 47만명 증가했다. 최저임금에 취약한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에서 특히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 감소로 이어졌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2024년도 최저임금 인상시 일자리 감소 전망2024년도 최저임금(시급기준)일자리 감소 수 예상치(최소∼최대)1만원일 경우2만8000~6만9000개 감소1만100원일 경우 3만6000~8만7000개 감소 1만2210원 (노동계 요구액)19만4000∼47만개 감소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최남석 전북대 교수) 또한, 중기중앙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실태 및 의결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8%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를 경우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일자리는 2만8000∼6만9000개, 노동계가 요구하는 1만2210원이 되면 19만4000~47만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문식 중기중앙회 최저임금특별위원장은 "이번에는 도입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던 업종별 구분적용이 무산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실망이 크다"며 "가장 어려운 업종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ch0054@ekn.kr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도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중소기업계 대표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호소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