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행장 선임 절차, 당국과의 관계 개선, 조직문화 등에서 다방면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임 회장은 취임 전부터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 시장의 기대치가 높았는데, 불과 취임 50여일만에 내부 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우리금융의 업무 관행, 불합리한 평가 및 내부통제 등을 차근차근 바꿔가고 있다는 평가다.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이 취임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취약계층 지원을 비롯한 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이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 인하, 소상공인 생활안정자금 5000억원 긴급대출 등을 담은 상생금융 패키지를 내놨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금리 인상기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지원, 상생 금융을 확대할 것을 거듭 주문했는데 임 회장이 이에 화답한 것이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금융의 역할을 모색하고, 피해자들 눈높이에 맞는 대책을 발표하는 것도 우리금융의 특징 중 하나다. 지난달 우리금융이 금융사 중 최초로 전세사기 피해 가구를 대상으로 53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의 이러한 행보는 추후 다른 시중은행과 카드사들도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전세사기 지원책을 발표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됐다.임 회장이 취임 초기 상생금융에 주력한 것은 과거 금융위원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경험이 우선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금융사의 신사업, 인수합병(M&A)을 단행하는데 있어서 당국의 의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우리금융에 증권, 보험사 인수가 절실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임 회장 입장에서는 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우리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임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주요 성과다. 기존에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내부 논의만으로 은행장을 발탁했는데, 현재는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통해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통상 시중은행장은 금융지주의 2인자로, 행장 인사 과정에서도 지주사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되는 구조다. 그러나 임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으로의 권위, 역할을 내려놓고 4단계의 엄격한 검증을 거쳐 최적의 인물을 행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자추위는 우리은행의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4명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 심층인터뷰, 심층면접, 경영계획 프레젠테이션(PT)을 실시한 뒤 이달 26일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이러한 절차들은 우리금융의 지배구조 투명성, 공정성을 제고하고 세대교체를 이룬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 CEO의 개입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공정한 절차를 통해 가장 최적의 인물을 선임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했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기존 업무 관행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 회장은 지난달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임직원들이 느끼는 문제점으로 업무 과정에서의 꽉 막힌 소통, 조직에 대한 불신, 낮은 자긍심을 꼽았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임직원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조직에 대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임기 마지막까지 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임 회장 취임 전까지만 해도 낙하산, 관치인사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오히려 취임 이후 외부 전문가를 최소한으로 기용하고, 내부통합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임 회장이 외부 인사임에도 우리금융의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노조 역시 노조를 넘어 우리금융의 1대 주주로 존중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일각에서는 그간 각종 금융사고와 관련해 우리금융 CEO의 책임으로 여겨졌던 부분들이 임 회장 취임을 계기로 이제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일부 사고들은 CEO의 책임보다는 시기적인 부분들이 있었다"며 "우리금융이라는 조직 규모, 임직원들 역량은 결코 쉽게 평가할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ys106@ekn.kr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장 선정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