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시평] 금융감독체계 개편 마무리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31 10:30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이번엔 되는 줄 알았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한 말이다. 새 정부 출범으로 기대를 모았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대통령의 주담대 6억원 규제 칭찬 후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인사 후엔 방향성과 추진 여부까지 헷갈린다. 핵심인 금융위 해체설은 약화되고 소비자보호기구 분리설만 명맥을 유지하면서, 초심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수차례 반복된 금융감독개편 논의가 빛을 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약자를 합성한 조어)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금융사고와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던 이유 역시 모피아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금융위를 해체하여 관치금융을 단절하고 모피아 낙하산을 중지하는 것이 소비자보호 강화 및 금융산업 발전의 첩경이라 할 것이다. 금융위 체제를 유지하면서 소비자보호기구만 분리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 격으로 소비자보호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번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기대가 높았던 데는 새 정부 역량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몇 가지 배경논리가 작용했다. 첫째, 한국경제 선진화 과정에서 국내 금융권은 중개역량을 키워 경제 선진화를 지원할 소명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래 지속된 관치금융과 모피아 낙하산 등은 경제 성장기 역할에 불구하고 국내금융에 무능력과 무책임이라는 후과를 남겼다. 금융사는 정부 보호막 뒤에 숨어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고 중개역할 수행보다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다. 부실 상품을 불완전 판매하면서 정부의 허가를 핑계댔다. 감독당국은 자신들의 집행책임은 제한적일 뿐이란다. 금융위는 산업진흥과 감독 간 최적 선택을 했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금융권에 책임지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았는데, 이를 개혁하지 않고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국내 금융산업은 IMF 체제 이전에는 정부 지시로 기업금융을 수행했고, 이후에는 정부의 금융산업 건전성 우선 정책 하에 위험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면서 위험관리 역량이 자라지 못했다. 그 결과 카드사태, 저축은행사태, DLF사태, 사모펀드사태 및 최근 홍콩ELS사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계속됐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산업진흥정책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데, 감독체계 개편 반대론자들은 하드웨어를 건드리면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앞뒤가 바뀐 논리다. 또한 반대론자들은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 비유가 견제와 균형을 의미함에도, 운전자 입장에서 둘을 함께 운영하는게 편리하다고 강변한다. 그렇다면 소비자 피해의 지속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셋째, 글로벌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의 지나친 양적성장이 위험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한국경제도 관치 덕분에 양적성장을 이루었으나 이제는 질적성숙이 필요하고 민간금융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 즉 앞으로 정부는 시장에 직접 개입과 참여를 자제하고 금융제도와 정책 수립 등으로 시장의 예측가능성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




이제 민간 중심 금융감독체계 전환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민간기구의 공권력 행사 문제다. 금융위설치법상 금융위사무처는 '금융위원회의 사무 처리 및 설치법에 규정된 업무'를 수행한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소속기관에 대한 업무 지원'과 더불어 '검사 및 제재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검사 및 제재 업무'는 금감원의 고유업무이고, 그 외는 양자간에 실질적 차이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금융위사무처 업무를 금감원으로 합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음, 감독정책의 공적 민간기구 이양 과정에서 시장의 불안정 발생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법과 제도로 꼼꼼히 준비하여 시행하면 문제될 게 없고 이행과정에서 금융선진화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영국, 호주, 네델란드 등 공적 민간감독기구 운영 국가들의 사례를 참조할 수도 있겠다.


이제와 개편작업을 접는 것은 관치금융 지속을 시그널하는 의미가 있다. 금융소비자 피해가 지속되면 금융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바닥날 가능성도 우려된다. 국회 산하에 TF를 구성하고 그간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올바른 개편방향을 찾는 노력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래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계기로 한국금융이 관치를 벗고 한국경제 선진화 동력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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