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오는 24일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미 연준의 결정으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단 경기 위축 가능성이 커지고 대출 이자 부담, 채권 시장 유동성 문제 등이 지속되는 만큼 빅스텝에 대한 우려감도 커진다. 이달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사상 첫 두 달 연속 빅스텝인 데다 한 해 세 번째 빅스텝이다. ◇ 파월 "최종 금리 수준 높아져"…한은, 두 달 연속 빅스텝 무게 미 연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기존 연 3∼3.25%에서 3.75∼4%로 0.75%포인트 높였다. 6월, 7월, 9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단행한 자이언트 스텝이다. 주목되는 것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이 제약적 구간으로 깊숙이 진입하면서 금리인상 속도보다는 최종 금리 수준과 지속기간이 중요하다"며 "이전 예상보다 최종 금리 수준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앞서 9월 점도표에서 FOMC 위원들은 향후 금리 수준을 4.5∼4.75%(중간값)으로 예상했는데, 이날 파월 의장 발언으로 최종 금리는 5%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리 인상의 지속기간도 언급한 만큼 높은 수준의 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의 이달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미간 금리 역전 상황이 지속되면 높은 수익률을 좆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어 한은은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여야 한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로 미국 정책금리와 최대 1%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미간 금리가 1%포인트가 벌어진 것은 앞서 한미 금리 역전기(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 당시 최대로 벌어진 격차와 같은 수준이다. 높은 물가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 대비 5.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7월에 6.3%로 최고치를 찍은 후 8월(5.7%)과 9월(5.6%)에 둔화했으나 지난달 다시 오름세로 바뀌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성장률 하락, 대출 이자 가중…과도한 기준금리 인상 우려도 단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에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한 후 지난달 추가 빅스텝을 밟으면서 금리 인상 폭을 확대했다. 이달까지 빅스텝을 실시하면 사상 첫 두 달 연속 빅스텝으로, 올해에만 빅스텝을 세 번 밟게 된다. 예상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 만큼 추가 빅스텝으로 한국경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빅스텝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전후로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초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였는데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이달에도 빅스텝을 단행하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욱 하락해 2%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은 빅스텝으로 인한 경기 위축 상황을 우려했다. 지난달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의 파급시차를 감안하면 그간의 정책금리 인상이 차츰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의 국내 물가여건에 대응한 과도한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는 물가안정에 주는 효과가 제한적이면서 중기적으로 대외 리스크 요인과 맞물려 성장경로의 추가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차주들의 대출 이자 부담도 문제다. 지난달 한은은 빅스텝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12조200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중 가계 이자는 6조5000억원, 기업 이자는 5조7000억원 규모다.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기준금리가 총 1%포인트 인상될 경우 이자 부담은 총 24조4000억원이 늘어나고, 이 중 가계 이자는 13조원, 기업 이자는 11조4000억원이 불어난다. 가계대출의 경우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액은 65만5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시장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금시장이 경색된 점도 부담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터지며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높은 금리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건설사들의 미분양이 누적돼 자금줄이 막히게 되면 건설업체들과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자금을 대준 금융회사들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소수의견이 2명이나 나오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드러냈다"며 "한미간 금리격차를 고려하면 이달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해야 하겠지만, 국내 내수경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