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연초 이후 랠리를 이어가자, 국내 ‘테슬라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수익률도 상승세를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밤 테슬라의 고평가를 이유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투자 의견을 하향, 주가가 급락하자 테슬라 ETF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단 자산운용업계 펀드매니저들은 테슬라의 견고한 시장 내 입지, 다양한 신차 라인업 등을 들어 중장기적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고 말한다.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글로벌 1위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주가는 종가 기준 241.0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올 연초 대비 123% 상승한 수치로, 재작년 기록한 사상 최대가(407.36달러)의 반토막에 불과하지만, 작년 최저점(113.06달러)에 비하면 두 배 이상 회복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도 20% 가까이 올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이에 테슬라에 투자한 국내 ‘서학개미(미국 주식 투자자)’는 물론, 테슬라의 비중이 큰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 테슬라에 집중투자하는 대표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테슬라채권혼합Fn’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등 2종이 꼽힌다.이중 지난달 16일 상장된 한투운용 ETF는 최근 한 달간 23%가량 수익률을 올리며 동기간 전체 728개 ETF 중 1위다. 미래에셋운용의 ETF 역시 6개월간 약 30%, 최근 두달 연속 5% 이상의 준수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에서도 이달 8일 ‘KODEX테슬라밸류체인FactSet’을 막 상장해 테슬라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역시 포트폴리오 중 테슬라의 비중이 약 25%에 달할 정도로 집중투자 하는 ETF다.단 최근 테슬라의 투자 전망에 먹구름이 끼며 ‘테슬라 ETF’들의 수익률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테슬라에 대한 투자 리포트를 낸 글로벌 IB 들이 투자 의견을 일제히 하향했기 때문이다.대표적으로 골드만삭스의 경우 테슬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했다. 목표주가는 기존 185달러에서 248달러로 높였지만, 현 주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도 테슬라의 목표주가 250을 제시하며 중립 의견을 제시했으며, 독일 도이체방크는 아예 매도 의견을 제시하고 현 주가 수준보다 한참 떨어진 210달러를 내놨다. 이 영향으로 간밤 테슬라의 주가는 전장 대비 무려 6.06% 급락 마감, 시총 8000억달러선이 무너졌다.테슬라에 대한 이같은 ‘혹평’은 올해 랠리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국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차례차례 전기차·자율주행 시장에 진입하자, 경쟁이 심화하며 기존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던 테슬라의 강점이 줄었다. 실제로 테슬라의 신차 출시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대부분의 라인업 출고가를 인상한 것은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 실적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과도한 상승을 이유로 한 투자 의견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며 "테슬라도 골드만삭스가 최근 랠리에 대한 고평가 논란과 전기차 산업의 경쟁 강화 등을 이유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이 영향으로 이날 ‘ACE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의 주가가 4.12%,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의 테슬라 ETF도 각각 1%대 하락을 기록했다. 이에 테슬라 ETF 투자자들도 차익실현이라는 선택지를 놓고 각자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단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아직 테슬라의 중장기적 투자 전망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비록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상 시장을 최초로 선점한 이상 테슬라의 산업 내 위치는 아직 견고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신차 출시가 다소 지연되고 있더라도 사이버트럭, 모델3·Y의 페이스리프트, 세미트럭 등 신제품 계획에는 이상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당분간 테슬라 ETF 내 테슬라의 비중은 축소폭이 작거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자산운용업계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테슬라의 주가 하락은 단기적 요인으로 시장의 과도한 우려라고 본다"며 "이같은 주가 조정은 테슬라의 주가 랠리와 맞물려 차익실현 매물 증가로 지속될 수 있지만, 최근 전기차 충전소 산업 협력 확대 소식 등을 고려했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suc@ekn.kr미국 테슬라의 모델Y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테슬라의 연초 이후 주가 추이. 출처=인베스팅닷컴